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28호/민주노동당(1)]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한국노총에게 용서를 구하는 당은 누구의 당인가!

민주노동당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치고 말았다. 작년 9월 11일 있었던 이른바 9.11 야합의 공범인 한국노총에 대하여 문성현 당 대표가 ‘어용노조’라 비판한 것을 당 사무총장을 보내 공식사과를 한 것이다. 이것으로 ‘2007년 10월 15일’은 한국의 진보정당 역사상 가장 굴욕적인 날로 남게 되었다. 이 공식사과는 노사관계로드맵을 야합한 한국노총의 죄악에 대하여 민주노동당이 함부로 ‘면죄부’를 주는 것에 해당하는 것이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것은 사과와 함께 그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식의 저자세의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하단 말인가!

한국노총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것만큼이나 우리에게 지겨운 일도 없을 것이다. 가죽잠바에 권총을 차고 다니며 ‘전평’을 궤멸시키는데 앞장섰던 대한노총의 후신으로 출발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현재의 한국노총을 설명하는데 부족하지 않다. 노동조합 이름을 뒤집어쓰고 노동자를 억압해온 반동과 어용의 역사를 이렇게 매번 더듬어야 하는 수고가 아까울 뿐이다. 억압적 상층 지도부에 대한 기층 조합원들의 저항만이 숱하게 있어 왔을 뿐, 한국노총은 단 한 번도 자신들이 저지른 역사적인 반동 행각에 대하여 사과하거나 반성해본 적이 없다. 50여년 어용의 역사를 가진 한국노총은 스스로 해체되어 거듭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기대할 게 없다.

그런데 로드맵과 비정규악법까지 합의해줌으로써 노동자 억압기구 역할을 변함없이 하고 있는 한국노총의 반동성이 유독 민주노동당에게는 그렇게 가볍게 넘길 문제였단 말인가! 당 지도부는 대답해보라! 비정규 악법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되어 몸부림치는 이랜드 홈에버 노동자들의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 그들의 투쟁에 함께 해온 전국의 수많은 동지들의 참다운 연대가 보이지 않는가! 9.11 야합을 규탄하며 한 몸 내던져 한국노총 점거농성에 나섰다가 구속된 전해투 동지들은 도대체 안중에도 없었단 말인가! 아직도 차가운 감옥에 갇혀 고군분투하고 있는 동지들이 사실을 접하고서 토해낼 울분과 탄식이 두렵지 않는가!

한국노총에 대한 공식 사과는, 어용과의 투쟁으로 성장해온 민주노조운동과 진보정당으로서의 당의 발전에 기여해온 모든 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치욕감과 배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한국노총에게 자존심까지 다 퍼주면서 대선에서 그들의 외면을 모면해보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노동악법 도입을 도모한 반노동자적 집단에게 팔을 벌리는 순간, 그 때문에 고통으로 내몰리는 노동자들이 당을 외면할 것이라는 너무도 당연한 이치를 당 지도부는 정작 몰랐단 말인가!

우리는 자신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줏대를 상실해가는 정치세력의 행동이 어디까지 가는지를 똑똑히 보고 있다. 진보정당의 본령이 무엇인지 제대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이렇게 심각하게 변질되어가는 모습을 우리는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절망감을 안고 바라보고 있다. 이제 민주노동당은 당 안팎에서 대두되고 있는 심상찮은 목소리들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이 마지막 기대를 저버렸을 때 터져 나오는, 당의 존폐에 직결되는 목소리들을 말이다!

당 지도부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불의와 타협하며 씻을 수 없는 과오를 저지른 당 지도부는 대오각성하고, 당장 노동자 민중 앞에 진심으로 사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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