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해방실천연대의 기관지 사회주의정치신문 해방

[33호] 살인적 물가인상, 생활임금쟁취는 해법이 아니다

- 가격통제, 생필품 무상공급,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 생계비 인하를 요구하자 -

대담한 요구투쟁을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임금인상만으로 가능한가?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1월 3.9%, 2월 3.6%, 3월 3.9%, 4월 4.1%까지 오르더니 5월에는 4.9%에 이를 정도로 상승률이 가팔라지고 있다. 이명박정권의 국정쇄신안에 인적쇄신뿐이 아니라 고유가 대책, 물가대책 등의 민생수습안이 포함될 정도로, 물가문제가 정권의 정당성을 뒤흔드는 수준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계급의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물가인상에 대한 노동자계급의 요구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여전히 임금인상의 문제로 접근하는 논리가 극복되지 못하고 있다.

생계비를 상승시키는 요인을 해결하지 않는 소위 생활임금 쟁취의 일면성

가령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의 신문 ‘가자 노동해방’은 물가인상 관련 특집기사를 내고 노동자들의 대응책으로 “물가폭등을 넘어설 대담한 임금인상투쟁”을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소위 “생활임금 쟁취”라는 말로 쓰기도 한다. 노동자계급이 자신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과감한 인금인상투쟁에 나서는 것은 타당한 것이다. 게다가 물가고, 생계고가 심해질수록 임금인상이 노동자계급의 요구로 자연스레 분출되어 나올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기사의 논지가 임금인상 투쟁에 대한 과도한 환상과 잘못된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 기사는 “표준생계비 평균이 4백3십6만4천원인데, 임금총액 평균은 3백2십8만2천원”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들며 “표준생계비 100% 쟁취”라는 과감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자본가들이 저지른 물가인상의 책임을 임금보전의 논리로만 극복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사노련이 사실상 생활임금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 표준생계비 자체는 “보편적이고 정상적인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산정한 생계비”로 자본주의 하에서 나름대로 살만한 생활수준을 기준으로 한다. 노동자도 이정도의 생계비 유지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실제로 사노련의 논지는 이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표준생계비 자체가 왜곡된 자본주의적 삶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의 자본주의는 인간의 모든 삶의 영역을 시장화, 상품화하였고, 이에 따라 인간의 기본적 필요의 영역까지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수탈을 확장하고 있다. 따라서 표준생계비는 의료, 주거, 교육 등에서의 자본주의의 상품화와 시장화로 갈수록 노동자들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요소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를 예를 들자면 저소득층의 가계소비지출 중 보건의료비의 경우 5년 동안 59.2%나 증가하였다. 교육비는 42.1%, 가사서비스(즉 보육비)의 지출은 126.2%가 증가하였다. 이 모든 증가는 사회의 기본적 필요를 사회가 책임지지 못하고 공공재를 자본이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전락시켰기 때문에 발생하였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증가분을 그대로 인정하고 임금인상을 통해 해결하자는 논리는 사후약방문에 그치는 것이며, 현재의 자본주의 모순의 한축을 그대로 인정하는 논리이다.

가령 연 천만원이 넘어가는 등록금과 32조원 규모의 사교육시장의 팽창을 문제제기 하지 않으면서 임금인상만으로 저 수준에 맞추자는 것은 어부성설이다. 또는 평당 9백만원 천만원 하는 집값, 폭등하는 전세비, 누구나 하나는 들고 있는 몇만원에서 몇십만원 하는 사보험비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이처럼 밑 빠진 독에 부을 돈을 요구하는 것도 타당하지 않다. 사노련의 기사에서처럼 수익성이 매우 높은데도 원자재가격이 높아지자 지체없이 최종 소비재 가격에 이를 이전하는 자본가들의 후안무치를 막지 않고서 임금인상만을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따라서 현재의 상황에서 물가 및 생계비 인상의 요인을 제거하는 투쟁은 더욱 절실해지고 있다. 즉 주요 생필품에 대한 가격통제와 무상공급,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요구, 무상 주택공급을 통한 주거문제의 해결을 요구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며, 자본이 만들어낸 물가인상, 생계비 인상이라는 고통을 자본이 책임지게 만드는 사필귀정의 요구라 할 수 있다.

혹 이러한 요구가 노동자 대중의 자기요구로 얼마나 흡인력이 있는가 하는 의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광우병쇠고기 반대시위의 전개양상에서도 보듯이 민간의보 도입, 공공부문 사유화에 대한 대중의 불만이 자연스럽게 표출되고 있다. 감당 안 되는 노동력재생산비용의 급증에 대한 노동자대중의 분노도 계속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이 요구들은 대중의 요구로 쉽게 발전해갈 수 있으며, 대중의 의식을 더욱 급진화시킬 수 있는 요구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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