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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백록담에 휘날리는 민간의보의 깃발, 제주도 영리병원 허용

촛불집회에서 민간의료도입반대가 외쳐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6월3일 국무총리실에서 자유무역지대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가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병원앞에 영리라는 말을 붙인 것이 뭐가 새삼스럽겠냐마는, 영리병원은 이른바 민간의료보험 체제로 가기위해 길을 닦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경각심을 자극하고 있다.

영리병원은 병원에서 번 돈을 병원에 재투자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이 아니라, 주식회사처럼 주주들에게 배당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실상 한국에서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구별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돈 벌려고 병원 차린 거야 삼척동자가 다 아는 일이고, 소위 공공병원이란 곳도 진료형 보건소 일부를 제외하고는 특진이다 뭐다 해서 돈 버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판에, 비영리병원이 영리병원보다 의술을 중시하는 병원이라는 주장이 설자리는 없다. 미국의 통계를 인용해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하는 것도 사실왜곡의 가능성이 있다. 그래도 미국에서는 공공병원이 병상수 기준으로 50%나 되고(한국은 20%이하), 그런 공공병원과 영리병원과의 비교는 당연히 영리병원의 폐해를 폭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영리병원과 비영리병원을 비교하는 것은 실소만을 일으킨다. 원무과에서 돈을 세나, 주주총회에서 돈을 세나 어차피 의술이 돈벌이 수단이 된 것은 마취실에 있는 환자빼고는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민간의보로 가기 위한 영리병원 설립

영리병원허가에서 무엇보다도 주목해야 할 것은 민간의보 도입을 위한 가장 강력한 걸림돌인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고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혹 아파서 병원에 갈 일이 있어 병원앞에서 의식상태가 또렷하다면 병원간판 주변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거기에는 건강보험 지정의료기관이라는 보일 듯 말 듯한 표시가 있다. 이것은 건강보험 카드를 갖고 있거나 가입했다는 증명만 있다면 환자는 국민건강보험을 적용받는다는 약속이고, 환자가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해 있는 한 병원 마음대로 의료수가를 결정해 청구서를 발행할 수 없게 하는 안전장치다.

대한민국에서 정확히는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에서 병원을 개업하면 당연히 건강보험지정의료기관이 된다. (그러면 북한에서도 의료보험카드가 통용되는지는 필자가 가보질 않아서 장담할 수 없다.) 민간의보를 도입하려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 제도가 환장할 걸림돌이다. 당연지정제가 건재하는 한 민간의보는 보족적인 장치로서만 역할하고, 보험료도 비싸게 받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멀쩡하게 생긴 아나운서나 탤런트들이 나와서 하는 보험광고를 보시라. 2만원 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

삼성생명을 비롯해서 보험사들이 뒷돈을 대고 변호사들이 지난 2002년까지 헌법재판소를 뻔질나게 다니면서 수고하신 게, 이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헌법상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했으니 폐지해 달라는 헌법소원을 내기 위해서였다. 이제 헌재가 위헌이 아니라고 판결을 한 지 5년이 지나니, 즉 헌법소원을 또 청구할 수 있는 기간이 도래하니 법무법인들이 앞장서서 의사협회와 함께 헌법소원을 다시 해야 한다고 변죽을 울리고 있다.

이제 민간의보를 도입하려는 세력들은 노무현 정권하에서의 기반조성과 이명박정권의 추진력을 등에 업고 새로운 우회로를 개척했다. 즉 자유무역지대안에서 영리병원을 세워서 당연지정제를 무력화시키는 길이다. 제주도만 자유무역지대가 아니고 내륙인 대구까지 온통 자유무역지대라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별로 드넓지 않은 한반도가 온통 자유무역지대로 도배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 자유무역지대를 피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천리행군을 해본 특전사 출신정도다.

무상의료 쟁취투쟁으로 나가자

사실상 보험적용율이 50% 남짓한 국민건강보험마저 이처럼 수많은 곳에서 공격을 받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이라는 최소한의 의료안전망을 파괴하려는 시도가 광분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이 참담하다. 사실 우리에게는 무상의료를 요구하는 흐름이 작게나마 존재해왔고, 민주노동당은 2002년 총선에서 총선슬로건으로 내놓을 정도였고, 대중의 호응도 있었다. 무상의료를 요구하는 대중적 흐름과 투쟁이 없는 한 민간의보 공세를 막을 방도가 없다. GDP 수준은 세계 10위권인데, 보험시장규모는 세계 6위를 기록하고 있는 남한의 취약한 사회안전망을 획기적으로 높여낼 투쟁에 사회보험, 의료노동자들이 앞장서고 대중이 호응해야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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