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점점점] 복지마피아 해체의 신호탄이 올랐다

불법과 특혜로 얼룩진 아시아복지재단 사건

2005년 한해 대구지역은 사회복지시설 비리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청암재단과 아시아복지재단 사건은 그동안 곪아 있던 대구복지행정의 현주소와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아시아복지재단 사건은 현재까지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보건복지부에 주민감사청구를 해 놓은 상태이며 5월 중으로 감사 실시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비리와 인권유린의 종합선물세트였던 청암재단은 어렵게 민주화의 길로 접어들었지만, 청암재단 사건과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한 아시아복지재단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2005년 3월 행정자치부 등 정부 8개 부처는 2주일간 대구시에 대해 정부합동감사를 실시했고 그 과정에서 아시아복지재단의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정부감사는 아시아복지재단에 대한 기능보강사업의 예산 집중지원과 이전과정에서 발생한 불법근저당권 설정, 후적지(이전한 뒤 남은 원래의 부지) 고도제한 해제 특혜 등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혀냈다. 아시아복지재단은 현재 10여개가 넘는 생활시설과 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복지법인으로 지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며 전국적으로도 잘 알려진 법인이다. 청암재단이 시설 내 비민주적이고 반인권적인 사건이었다면 아시아복지재단은 지역토호세력에 의해 이루어진 소위 권력형 비리 사건이다.



대구시와 사회복지재단의 유착 의혹


아시아복지재단에 대한 비리의혹을 주장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재단 측은 2004년 6월 대구시로부터 조건부 이전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재단은 시의 허가조건이었던 ‘이전 예정지에 대한 건축허가를 먼저 신청하고 공사 준공과 동시에 부지 및 신축건물 일체에 대한 소유권을 건설사와 교환하라’는 것과 ‘건축허가 승인 후 계약서를 조속히 제출하라’는 것이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승인을 받았다. 재단은 이전 허가를 받은 후 10개월이 지나 건설사와 계약을 체결했고 또 시는 계약서를 받은 시점이 ‘조속히’가 아니라 13개월 후인 2005년 7월이었는데도 허가를 내준 것이다.


게다가 후적지 소유권은 아시아복지재단이 갖고 있는데 근저당 설정에서 건설사가 채무자가 되어 104억 원이란 돈을 대출받는 이해할 수 없는 일도 생겼다. 땅의 소유자가 담보로 그 돈을 빌리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이지만 실제 그 땅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는 건설사로 되어 있었다. 또 재단이 이전한 후 그 부지는 건설사가 매입했는데, 이전 허가 결정이 나자 그 지역이 7층 고도제한에서 풀려 25층 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되어 건설사가 어마어마한 시세차익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의혹 중 하나로 꼽힌다.


다시 말해 적법한 절차로 보자면 재단은 대구시가 제시한 ‘조건’을 준수해야 하고 이에 합당하다면 이전 허가를 내주어야 하지만, 조건도 충족하지 않았는데 허가를 내준 것이고 결과적으로 재단이 있던 부지를 매입한 건설사는 엄청난 시세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재단 측은 이전예정부지 매입에 필요한 자금출처 또한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는데, 이런 관계 속에서 필요한 부지매입 비용을 건설사로부터 지원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절차적 하자에 의해 결과적으로 재단, 건설사 모두에게 엄청난 이익을 안겨주었다면, 의혹이 제기되는 지점에 대해 명확한 설명과 객관적 자료를 제시해야 맞는 것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이것만이 아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다른 시설에 비해 기능보강사업비를 월등히 많이 지원받았음에도 다시 8억 원이 넘는 시설 증축, 개보수 비용을 지원한 점은 이런 과정에서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특혜지원 등의 의혹을 갖게 한다. 이런 의혹에 대해서는 현재 보건복지부에 주민감사청구를 한 상황이다.



지방자치 10년의 결과물, 지역 복지재벌


보건복지부 주민감사청구 전국 1호인 ‘대구시·아시아복지재단 불법·특혜’ 사건은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제도적 통제나 견제 장치 없이 중앙정부가 상당한 권한을 지방으로 위임한데 따른 결과로 보건복지부는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또한 이번 사건은 그동안 지역 토호세력에 둘러싸인 지방자치 10년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 마치 시민사회와 일부 복지토호세력간의 대립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대구지역 120여명의 사회복지시설·단체 기관장들은 올 초 ‘대구사회복지수호 비상대책위’를 구성, 주민감사를 청구한 ‘대구시·아시아복지재단 불법·특혜 진상규명 공동대책위’를 “대구사회복지 음해세력”으로 규정하고 6천8백여 명의 사회복지종사자 등의 서명을 받아 4월말 경에 보건복지부에 탄원서를 접수시키는 짓까지 저질렀다.


우리는 일부 복지기득권 법인을 가리켜 ‘복지재벌’이니 ‘복지마피아’니 하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런 말들은 이제는 시민사회 내에서도 그리 낯설지 않다. 복지재벌이라는 용어는 그동안 선단식 경영구조로 불과 기본재산만 갖고(수익사업도 거의 없이) 산하시설을 마음대로 주물러왔던 오너의 황제경영을 빗댄 문제제기다. 상식적으로 수익사업 또는 계속적인 법인출자금이 거의 없는 복지법인이 어떻게 산하 사회복지시설을 지원하고, 또 시설을 확장시킬 수 있었겠는가? 시설은 거의 온전히 국가예산 즉 우리들이 내는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형시설운영자들이 진정으로 시설생활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시설을 운영한다고 한다면, 문어발식 확장보다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고 시설에서 나가 지역에서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자립생활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복지재벌은 변칙회계, 로비, 민간위탁이나 재정지원을 통한 사업확장, 지역사회 복지예산 분배 왜곡 심화, 그리고 복지권력 순으로 성장해 왔다. 이 복지권력은 지역복지를 마음대로 주무르고 있고 청암재단 사건에서도 전면에서 기득권을 지키고자 종횡무진 활약한 바 있다. 아시아복지재단 사건은 바로 복지재벌 해체를 위한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