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희망

혁신학교에서…마음이 아프다

혁신학교를 시작한 지 2년째가 되어간다. 기쁨도 뿌듯함도 많았다. 많이 깨지고, 마음의 상처도 받았으며, 최선을 다하는데 왜 학생들은 쉬이 바뀌지 않고, 동료교사들과 서로 격려하는 마음이 줄어갈까, 왜 지금은 하루를 견디기가 무척 힘들까 고민하며 산다. 요즈음은 교직원 총회가 무척 겁난다.
 
메신저가 '수요일 오후 교직원회의 있습니다'라고 알려오면, 덜컥 걱정부터 앞선다. 처음에는 교직원회의 안건이 '잡무 어떻게 줄일까'또는 '더 나은 1년간 학사운영방안 및 하루 시정표'와 같은 것들이었으나, 1년 반이 지난 이 쓸쓸한 가을의 문턱에서의 안건은 그동안 누적되어 왔던, 학생생활문화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에서 마련한 안에 따라 지도한 결과를 결산하는 회의가 많다. 2010년의 '존중과 배려, 한명도 낙오하는 학생없는 학생생활문화 정착'에서 2011년 '경계세우기와 존중, 선량한 다수를 위한 학생생활문화 정착'방안으로 학생생활지도의 중점을 이동하여 적용한 결과 나타난 문제점을 토론하고 대안을 찾는 교직원회의를 했다.
 
그동안 적용했던 프로그램 점검과 학생생활지도시스템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정말 '현실'로 맞이해야 하는 가슴 아픈 자리다. 학생인권부장과 1학년 팀장이 심각한 얼굴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번 교직원회의를 하고 학생생활지도위원회를 소집해야 하는데, 회부되는 학생들의 숫자가 정말 많습니다. 이번 교직원회의에 간곡하게 주문드립니다." 모두 무슨 말인지는 알고 있지만, 이젠 마음을 모으기가 쉽지않다. 흥덕이 정말 힘들어서 규범 세우는데 오랫동안 비협조적이었던 학생들은 '정리한다'라고 어렵게 결정한 안건을 어쩌면 뒤집어야 할지도 모른다. '일정정도 기회를 또 주자'라는 안건이 다시 제출되면 어떻게 할까. 난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나. 내일이 교직원회의다. 서로 격려하고, 커피를 타주며, 만나면 반갑던 얼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학교를 떠날지도 모를 여러 명의 학생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왜 이런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것일까.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과거를 보듬으며 안고 가면 정말 안되는 걸까. 눈물이 앞을 가린다.
 
집단지성은 많은 아픔을 겪으며 성장하는가 보다. 그러다 문득 처음으로 다시 돌아간다. 혁신학교의 철학과 6개의 운영 고리, 그 상호관계와 우리들의 치열성. 그것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담임들의 눈물이 이어질 것이다.
 
현실은 장난이 아니다. 요즈음 학교는 정말 많이 좋아졌지만, 좋아진 만큼 후회와 두려움도 커진다. 어쩌면 어두운 거리에서 학교를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를 학생들을 생각하면, 차라리 우리학교를 만들지 말 걸 하는 후회도 든다. 이번 가을은 정말 고독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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