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여중엔 독특한 무언가가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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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귀는 경기지역 어느 혁신학교에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내용. 하지만 올 3월 혁신학교로 출발한 이 학교엔 다른 학교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개수업을 통한 교사-학생의 공동치료 사업'.
이 사업에 먼저 뛰어든 이들은 이 학교 1학년 교사들이다. '배움의 공동체' 사상을 '의정부여중 실정'에 맞게 독특한 형태로 창조해내기 위해서다.
지난 4일 오전 10시 30분, 1학년 ○반 교실. 서용선 혁신부장이 학생들 25명 앞에 섰다. 그는 '고려의 성립과 발전'이라는 단원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상하다. 정식 공개수업 하는 날도 아닌데 교사 12명이 수업을 관찰한다.
'문벌 귀족과 재벌의 비슷한 점을 살펴보고 카툰 만들기'를 한 뒤 발표에 나선 학생들. 깍지 다리를 한 학생, 도화지로 얼굴을 가린 채 발표를 하는 학생, 발표 도중 친구랑 잡담을 하는 학생…. 잘 차린 밥상처럼 정돈된 여느 공개수업의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그런데 참관 교사들은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꼼꼼히 살펴보고 종이에 뭔가를 적는다. 학생들의 학습태도보다 10배는 더 진지해 보이는 교사들의 '학습' 모습이다.
김현주 1학년 부장(영어)은 "○반은 수업하기 정말 어려운 반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1학년 선생님들 전체가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서 혁신부장은 '공개수업을 통한 치료중심교육'이라고 말했다. 머리에 김이 모락모락 올라올 정도로 '열 받는 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전문가들이 하나같이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이 때 치료를 받는 이는 아이들뿐만이 아니다. ‘교사들부터 자세를 고치겠다는 것이 이 치료중심교육에 참여한 교사들의 다짐이란다. 김 부장의 말이다.
"교실을 공개하는 까닭은 아이들만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선생님들이 먼저 바뀌려고 한다. 그러니 너희들이 도와 달라'이런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입니다."
"선생님이 먼저 바뀌려고 하니 도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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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교사들이 이 같은 공개수업을 시작한 것은 지난 달 30일부터. 이날은 7교시 수업 전체를 공개했다. 앞으로 이런 공개수업은 당분간 날마다 계속될 것이다. 학생과 교사들이 소통이 된다고 판단할 때까지.
오후 12시 40분 1학년 교사 전체 15명 가운데 10명이 2층 북카페에 모였다. 이날 오전의 공개수업 결과를 협의하려고 마련한 자리다. 50여 분간 진행된 회의에서 교사들은 ○반 학생들에 대한 생각을 내놓고 얘기했다.
"담임교사 혼자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이들도 상처받지만 우리들도 상처가 크다."
"'너희들이 힘든 반이긴 하지만 우리 선생님들 모두는 너희들을 사랑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줘야 한다."
1학년 교사들의 이번 사업엔 그럴듯한 계획서도, 번듯한 예산안도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 변해야 한다'는 공동의 다짐이 듬뿍 담겨 있었다.
사실 학기 초 전국 상당수의 학교 교사들은 공개수업 문제로 왈가왈부하기 일쑤다. '한 해에 두 번을 공개할 것인가, 세 번을 공개할 것인가'를 놓고 교무회의에서 다툼이 벌어지기도 한다. '위에서 찍어 누르기 식 교원평가를 위한 공개수업'을 강요하기에 벌어진 일이다.
'배움의 공동체'로 여는 우생순의 시대
하지만 의정부여중 1학년 교사들은 타공(타의에 의한 공개수업)이 아닌 스공(스스로 공개수업) 전법을 선택했다.
이런 모습에 대해 이 학교 안 교장은 "뭐니 뭐니 해도 1학년 선생님들의 모습이야말로 혁신학교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자발성을 가진 교사들의 값진 표상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영화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나오는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를 수두룩하게 탄생시킨 의정부여중. 이제 '배움의 공동체'로 뭉친 교사와 학생들이 우생순의 시대를 다시 열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