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진ActOn] 웹에서 이루어낸 여성주의 공동체: ‘언니네’를 중심으로 (1)

연재순서

1. 웹은 여성주의에 어떤 미래를 보여주는가
2. 웹 환경 개선 운동: 접속의 조건 만들기
3.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그곳, 여성주의 웹진
4. 웹에서 이루어낸 여성주의 공동체: ‘언니네’를 중심으로 1/2
5. 웹에서의 여성주의 담론
6. 웹을 여성에게 향하게 하라, 그리고 여성주의적 소통으로 흐르게 하라

누구나 접속하여 방대한 정보를 취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인터넷. 그러나 여성의 입장에서 웹은, 다양한 가능성만큼이나 다양한 소외의 경험을 예견하게 한다. 현실 생활 세계가 그렇듯, 웹 공간 역시 남성중심적 문화와 담론이 더 큰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본래적으로 웹 공간이 가지고 있었던 가능성에 더 주목하여 웹을 통해 여성이 만들고 향유하는 여성주의적 공동체를 형성하고자 하는 노력이 존재해왔다. 그리고 이렇게 형성된 공동체를 중심으로 웹 공간을 더욱 여성주의적으로 재구성하는 한편, 여성주의 운동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흐름이 이어져왔다. 그 중에서 가장 괄목할만한 흐름은 2000년에 문을 연 언니네라는 여성주의 사이버 커뮤티니이다. 이 공간에는 현재 수많은 여성주의자와 언니네의 여성주의적 운영 철학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자기성찰과 표현의 공간을 만들고,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언니네를 통해 웹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성주의적 공동체의 형성과 발전, 그리고 이 공동체 주체들의 다양한 활동 내용들을 추적해보자.1)

1) 여성주의로 숨 쉬는 마을, 언니네


언니네는 2000년 4월, 젊은 페미니스트들에 의해 탄생된 본격 여성주의 웹사이트이다.2) 언니네 이용약관의 첫 문장은 “언니네는 여성주의에 동의하는 사람들을 위한 공동체입니다. 여성주의에 동의하십니까?”이다. 웹사이트에 명시되어 있는 <언니네> 소개말에서도 이들의 지향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우리는 바로 이 공간에서, 사이버 공간에서조차 자유롭지 못한 여성들이, 즐겁고 편안한 곳, 여성이라는 것이 짐이 아니라 기쁨과 흐뭇함이 될 수 있는 곳, 여성주의의 상식이 강물같이 흐르는 곳, 우리의 상상이 정말로 우리의 삶을 즐겁게 바꾸는 cyber community를 만들려고 합니다. ‘여성문제’뿐만 아니라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여성의 삶에 대한 가식적인 희망보다는 솔직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그 시각과 느낌을 공유하여 진정한 공동체를 건설하는 것이 바로 <언니네>의 목적입니다.



우리는 <언니네> 마을에서 많은 여성들이 힘을 얻고, 위안을 얻고, 용기를 얻어서, 더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또 맺어서 급기야는 우리들의 즐거움과 우리들의 파워가 <언니네>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넘쳐흘러 결국엔 우리의 삶을, 세상을 바꾸어 버리기를 간절히 바랍니다.3)

여성주의 웹진이자 커뮤니티로서의 정체성은 <언니네>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메뉴와 컨텐츠, 그리고 회원들의 참여가 이루어지는 방식과 운영 원리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언니네의 메뉴 구성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자.

현재 <언니네>는 크게 채널[넷], 지식놀이터, 살롱, 자기반의 방, 광장 등 5개 메뉴로 구성되어 있다.

우선, <언니네> 운영진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 여성주의 웹진 채널[넷]을 먼저 살펴보자. 채널[넷]은 운영진과 필진들의 글로 구성되어 정기적으로 발행되는 ‘특집’을 중심으로, 언니네트워크 편집팀이 제공하는 여성 이슈에 대한 논평인 ‘언니네 통신’, 다양한 영역의 여성들에 대한 인터뷰인 ‘이 언니를 만나다’, 회원이나 언니네트워크 활동단위의 관심사와 활동 내용을 담은 ‘칼럼’, 다른 미디어들에서 나온 여성 관련 뉴스를 모아놓은 ‘뉴스클리핑’, 그리고 각양각색의 여성주의 매체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인 ‘들꽃소리’4) 등의 메뉴를 포함하고 있다. 이 중 ‘특집’은 2001년 2월에 시작되어 ‘일상의 문제들의 언어화’와 ‘이슈 파이팅’에 대한 고민들을 거치면서 2007년 2월 현재 81호가 발간되었다. 초기 <언니네>의 정체성을 ‘웹진’으로 각인시켰을 만큼, 초기부터 현재까지 <언니네> 활동에 있어 매우 중요한 영역이며, 여성주의 웹진 운동 전반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있겠다.

지식놀이터는 여타 포털 사이트들의 지식검색과 비슷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언니네> 이용자들의 정체성에 맞게 여성주의에 관련되었거나 여성의 일상과 관련된 질문과 답변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지식놀이터에서는 이용자들 간의 자유로운 질문과 답변이 소통되는데, 지식놀이터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회원들을 ‘발군의 마녀단’으로 선정하고, 의학, 법률, 고용/노동, 사이버 관련 전문가들을 ‘구원마녀단’으로 선정하여 답변이 올라가지 않는 질문 중 전문적 지식이 필요한 경우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답변을 많이 하거나 추천이 많이 된 회원들의 경우 아바타의 모양이 마녀의 모습으로 변화하여, 해당 답변의 신뢰성을 직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되어 있다. 2006년 7월에는 페미딕이라는 메뉴를 신설해 회원들의 참여를 통해 여성주의적 지식을 구성하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5) 또한, 여성주의와 관련된 좋은 자료를 자유롭게, 그렇지만 체계적6)으로 공유하기 위한 ‘지식창고’라는 메뉴도 운영되고 있는데, 이 공간에서는 특히 저작자의 권리를 존중하기 위한 약속들7)도 마련되어 있다.

살롱은 일반 웹사이트의 ‘카페’나 ‘커뮤니티’의 기능을 하는 여러 온라인 공동체들의 장소로, 현재 360개의 살롱이 운영되고 있다. 살롱을 구성하는 공동체들은 여성주의를 주제로 모인 경우가 많으며, 여성주의 관련 단체나 모임의 사이버 오피스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다.

자기만의 방은 언니네 회원들을 위한 일종의 개인 블로그로, 현재 1,748개의 방이 개설되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언니네를 이용하고 있는 여성들은 자기만의 방을 통해 스스로의 경험과 고민을 편하고 자유롭게 풀어놓을 수 있다. 자기만의 방에 글을 쓸 때에는 본인의 의도에 따라 공개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데, 공개된 글의 경우 글을 읽는 이용자들이 지지/공감/감동이라는 항목에 따라 추천을 하고, 추천수가 많은 글이 메인화면에 등록되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게 된다. 이러한 구조는 “각 개인의 글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모이고 공유되고 이에 대해 토론이 일어날 수 있어, 개인화된 목소리들이 아니라 하나의 공적 성격을 갖는 여성적 담론의 형태로 구성8)”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는 것이다. 2002년 2월 시작된 자기만의 방 서비스는 “일상생활의 경험과 정서를 공유하고 이에 대해 다른 여성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네트워킹을 통해 상호 연대감을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이고, 이는 상호 차이에 대한 존중과도 연결되어있다”9)는 지적에서도 보이듯, 언니네가 창출한 대표적인 여성들의 임파워먼트 공간이자 여성주의적 공동체의 성격을 보여주는 핵심적 지점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만의 방을 중심으로 언니네에서 일어난 이러한 작용은 이후 인적 재정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적으로 이 공간을 재생산할 수 있는 조건 중의 하나였던 ‘유료화’ 과정에서도 큰 힘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언니네> 웹진의 메뉴 구성 및 현황
메뉴명현황구성
채널[넷]2007년 2월 현재 총 81호 발행(웹진) 특집(웹진), <언니네> 통신(여성 관련 이슈), 이 언니를 만나다(인터뷰), 칼럼, 뉴스 클리핑, 들꽃소리(여성주의 매체들의 공간)
지식놀이터 지식놀이터, 고민나눔터, 팝콘퀴즈, 페미딕, 지식창고(자료 공유)
살롱총360개학술/공부방(41), 여성주의(127), 쉼터/상담(19), 이반(6), 취미(40), 친목(45), 직업/직장(5), 학교모임(44), 동문/동창(12), 사이버오피스(13), 기타(58)
자기만의 방1748개의 방 분류: 정치/시사, 노동, 문화/엔터테인먼트, 성정체성, 인권/운동, 가족/공동체, 생활/건강, 폭력, 인문/사회, 관계, 일상/신변, 분류안함
메뉴구성: 홈/ 인기만발/ 꼬리물린 수다방/ 야외사진관/ 전체보기
광장  메뉴구성: 여성주의 달력/ 성명서 보도자료 논평/ 노천카페/ 영상카페/ 배너 게시 신청하기
노천카페 구성: 정보/ 유머/ 기타

광장은 다양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공간으로, 주로 여성운동 이슈들을 다룬 여성주의 달력과 성명서/보도자료/논평, 많은 사람에게 알리거나 소통하고 싶은 이야기가 오가는 노천카페,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영상카페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의 이런 모습이 있기까지 언니네는 몇 차례의 큰 변화를 거쳐 왔다. 특히 운영구조 면에서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2000년 4월 탄생 당시 언니네는 운영진이 설립한 법인사업체 ‘코라’가 운영하는 구조였으나 2001년 말 기존의 회사체 운영모델을 포기하고 자원 활동 형태의 운영모델로 전환했다. 2002년에는 (사업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한국여성재단에서 기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2003년에는 비영리민간단체로 등록하면서 여성운동단체로서의 정체성을 명확히 했다. 그리고 2003년 온라인 총회를 통해 회원등급을 세분화하고 부분 유료화를 단행했다. 유료화 내용은 회원을 손님회원, 디딤회원, 돋움회원으로 구분하며, 돋움회원의 경우 연 3만 원 정도의 이용료를 납부하는 것이었다. 유료회원이 아닌 ‘디딤회원’이라도 채널[넷]의 글을 읽거나 공개된 살롱에 참여할 수 있으며 지식놀이터에서의 활동도 가능하다. 자기만의 방의 경우도 방주인이 공개한 경우 글을 읽거나 댓글을 달 수 있어 모든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고 할 수 없다.10) 또한 살롱이나 지식놀이터에서의 활동을 통해 ‘페너지11)’를 쌓아서 돋움회원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언니네의 유료화 과정에서 주목할 지점은, 유료화 내용이 언니네 운영진이 생산하는 컨텐츠에 대한 댓가가 아니라 자기만의 방을 중심으로 한 참여 공간에 대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거대 포털 사이트를 비롯한 수많은 웹 서비스들이 블로그, 미니홈피, 커뮤니티 등의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요즘 세상에서, 적지만 일정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유지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도 회원들이 언니네에 분명한 소속감과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12) 무엇이 언니네 회원들로 하여금 이렇게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언니네라는 공동체를 만들고 유지하게 했을까?

2) <언니네>의 매력: 여성주의 공동체로서의 특징들


여성이어도 괜찮아: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공간

웹에서 자신이 여성임을 드러내는 것에는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다. 당신이 단지 여성이라는 사실만으로 비하적인 표현에서부터 성적 모욕감을 주는 메일과 쪽지들을 받는 등 폭력적인 상황을 겪게 될 지도 모른다. 하물며, 조금이라도 여성주의적 입장을 표명하거나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일정한 논쟁에 참여하면 어떤가. 아무리 정연한 논리를 전개하고 화려한 수사를 구사한다 하더라도, 당신은 이미 “꼴페미”이고, 당신의 입장은 우습고 무시할 만한 것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언니네가 여성들이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여성배제적인 웹 문화로부터 자유로운, 여성들에게 안전한 공간이라는 점이 주요했다. “1999년 말 헌법재판소의 군가산점 위헌 판결 이후 폭력적인 사이버 테러로 잔뜩 위축되어 있는 여성 네티즌들이 자신이 여성임을 당당하게 드러내면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13)하는 것이 언니네를 설립하고 운영한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던 것이다.

“여자들이 모여 진지를 구축할 때 언제나 나타나는 방해꾼이 있으니 바로 사이버 마초들이다. 사이버 공간 속에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려는 여성들의 희망은 익명성을 무기로 휘두르는 사이버 마초들의 테러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기도 한다. 그 속에서 여성들은 현실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불안감을 느끼게 되고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한계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때문에 안전한 여성들의 커뮤니티의 필요성은 더욱 절박하다.”
(강소현, 2001, 언니네 웹진 24호)

여성이 폭력적 상황에 노출되지 않고 편안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하는 운영진과 회원의 고민은 언니네 운영원리에 반영되어 있다. 회원가입을 위해 동의해야 하는 약관에서부터 명시적으로 사이버성폭력 등의 행위를 금지14)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폭력적 내용을 담은 게시글이나 문제적 태도를 보이는 회원에 대한 내부적인 규제 문화가 작동하고 있다.15)

이러한 운영원리가 운영규범과 회원들의 활동문화를 통해 작동함으로써, 언니네는 여성이 자신의 내밀한 경험을 꺼내놓고 소통할 수 있는 자유와 편안함이 있는 공간으로 유지될 수 있었다. 또한 여성주의에 대해서 자신 있게 발언하고 적극적으로 논쟁, 학습할 수 있는 장이다. 이는 여성주의적 공동체로서 언니네가 유지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지만 중요한 전제이다.

여성주의적 커뮤니케이션 문화: 일상의 경험이 존중되고 확장됨

언니네가 구현하고 있는 여성주의적 문화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강화하면서도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전제에서 멈추지 않는다. 앞서 여성주의 공동체의 커뮤니케이션 원리로 언급한 ‘차이를 존중하고 배려하면서도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소통을 추구’하는 문화가 언니네 전반에 흐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언니네의 일종의 회원 규약인 ‘언니네에서 지켜야 할 약속’을 통해 이미 명문화 되어 있기도 하다.

‘언니네에서 지켜야 할 약속’
여성으로서의 다양한 경험을 드러내는 일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격려함으로써, 서로의 성장과 치유를 돕습니다. 남들과 ‘다르게’ 살아가는 이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들을 존중합니다. 따라서 서로의 정체성을 존중하고 장애를 배려합니다. 성, 지역, 나이, 학력을 이유로 다른 구성원을 차별하지 않으며, 모든 종류의 폭력을 거부합니다. 자유롭고 치열한 논쟁을 환영합니다. 그러나 타인에 대한 비판은 성찰과 책임을 전제로 합니다. 자신이 가진 정보와 자원을 공유함으로써 여성주의 네트워크를 확장하기 위해 함께 노력합니다.

이 글에서 보듯, 언니네는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장려하고 차이를 존중하고 수평적이고 비폭력적인 소통을 추구한다. 이는 운영진의 태도만이 아니라 이 공간이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말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 역시 그렇게 이야기되어지기를 바라는 많은 여성들에 의해서 구현되고 있다.

가부장적 담론과 문화가 절대적 헤게모니를 가지고 있는 다른 공간에서는 이야기하기 힘든 문제들―여성의 섹슈얼리티, 여성으로서 당하는 폭력, 여성주의에 대한 고민 등―이 언니네에서는 ‘자기만의 방’을 통한 자기 고백으로, ‘지식놀이터’의 질문과 답변으로, ‘채널[넷]’에서의 특집과 칼럼들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된다. 이런 이야기들을 한다고 해서 다른 가부장적 문화가 관철되고 있는 공간에서처럼, 멋쩍거나 부담스럽다는 반응, 감추어야 할 것을 드러냈다는 비판, 나쁜 여자라고 낙인찍히는 상황을 직면하게 될 부담이 없다. 같은 여성이고 여성으로서의 경험과 여성주의적 의제들을 이야기하는 기회를 찾아온 언니네 회원들은 오히려 ‘자기만의 방’의 추천수를 높여주거나 지지와 공감의 의사를 쪽지로 전달하거나 게시판에 글을 쓰는 형태로 표현해주기도 한다. 이러한 지지와 공감은 말하는 사람 개인에게 힘을 줄 뿐 아니라, 언니네 시스템16)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됨으로써, “다른 이용자들이 먼저 서술한 그들의 경험들이 자신이 혼자 고민하던 경험과 다르지 않다는 것들을 보면서, 그리고 그들의 경험이 비난받거나, 공격받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새로운 ‘자기만의 방’ 주인들은 자신의 경험을 올릴 용기를 얻기도17)” 하면서 개개인의 임파워먼트를 가능하게 하며 “여성의 가시화되지 않은 경험을 담론화 할 수 있는 가능성”18)을 가지게 된다.

이같이 언니네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찾고 수용하며 전달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남의 말을 듣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이해하고, 학습하고, 창조하며, 반응하는 과정”19)은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확보하여 사람들 사이의 긍정적 상호작용의 사이클을 완성해내고 있다는 점에서도 무척 중요한 지점이다.

<각주>

1) 언니네를 운영하는 활동가들과 언니네에 참여하는 많은 여성들의 활동에 대한 분석과 평가는 이미 다양한 연구자들에 의해 수행되었으며 이 글 역시 이들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작성되었다. 특히, 언니네의 역사와 회원 공간에 대한 탐구를 통해 언니네를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여성의 영역을 확장해 낸 여성주의 온라인 미디어로 분석한 최이숙과 김수아 (2005)의 논문, 언니네 ‘자기만의 방‘에 글을 쓰고 있는 여성들의 자기고백적 글쓰기와 이를 통한 치유와 담론형성의 가능성을 밝힌 송난희(2002)의 논문이 주요한 참고가 되었다. 또한, 여성운동과의 관계 속에서 웹 공간의 의미를 짚어내면서 주요한 사례로 언니네를 언급한 신희선(2005)의 연구 역시 참고하였다. 하지만, 이 글에서 가장 많이 의지한 참고자료는 주로 채널[넷]을 통해 발표된 언니네 운영진들의 고민이다. 웹진 24호(2001.8)와 29호(2001.12), 33호(2002.7)를 통해 볼 수 있는 언니네의 자기반성적 고민과 평가, 계획들은 현장에서 활동가들에 의해 직접 기록된 문제의식과 전망이며,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의사결정과 운영을 중시하는 여성주의적 공동체의 운영원리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매우 의미 있다고 생각된다.

2) 언니네가 어떤 고민을 가지고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언니네 대표인 조지혜님의 2002년 글, “그래서 사이버스페이스로 간 그 여자아이는 어떻게 되었나?”와 언니네 ‘채널[넷] 칼럼에 연재중인 창립멤버 이다의 글 “언니네―처음 만들어진 스토리, 궁금하세요?”에서자세히 볼 수 있다.

3) <언니네> 웹사이트 중 ‘언니네 소개’, https://www.unninet.net/unnineti/ui_about_info.asp

4) ‘들꽃소리’는 대학의 여성주의 언론이나 비영리단체의 소식지 등 다양한 여성주의 매체들을 담으려고 했으나, 현재는 언니네 회원들을 중심으로 제작되고 있는 마포공동체FM의 라디오방송 ‘야성의 꽃다방’만이 제공되고 있다.

5) 언니네의 페미딕은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참여로 만들어지는 웹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와 닮아있는데, 여성주의자들의 여성주의 사전이라는 면에서 차별성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6) 지식창고에 올라오는 자료들은 다음의 항목에 따라 분류하여 공유된다. 노동/가사노동, 정치/정책/법, 과학/기술/환경, 사이버/사이버성폭력, 가족/결혼/육아, 문화/미디어/비평, 성/육체/성교육/의학, 섹슈얼리티/동성애, 성폭력/가정폭력, 성매매/성노예/포르노, 역사/여성사, 여성운동/진보운동, 페미니즘이론, 국제/해외여성, 기타

7)“지식창고는 좋은 자료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한 곳이지만, 저작자의 권리도 존중하는 공간입니다. 제목과 저자, 출처를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라며, 특히 논문, 단행본 등을 첨부파일로 업로드할 경우에는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 언니네 지식창고 http://www. unninet.net/know/know_data_list.asp

8) 최이숙, 김수아, 앞의 글

9) 최이숙, 김수아, 앞의 글

10) ‘디딤회원’의 이용이 제한되는 서비스는 다음과 같다. 노천카페, 영상카페 글쓰기 제한, 자기만의 방 개설 및 글쓰기, 살롱 개설 제한, 자기만의 방 중 각 회원들의 설정에 따른 글 읽기 부분 제한, 의자매 맺기 신청 제한 (신청 수락은 가능). 실제로 필자는 유료화 전부터 <언니네>의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자기만의 방을 운영해왔는데, 한동안 참여를 등한시 하는 동안 회원 체계가 변화되었다. 현재는 디딤회원 수준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디딤회원으로서의 제약은 자기만의 방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다는 점 외에는 별로 없다. 채널[넷]의 컨텐츠를 보거나 다른 회원들의 반응을 살피고 전부터 활동하던 살롱에서 다른 회원들을 만나고 대화하는 것은 가능하다.

11) “‘페너지(Fenergy)’란 언니네에서 사용되는 내공 점수이자 일종의 e-money로서, 언니네 사이트 내의 곳곳에 글을 쓰며 많이 참여할수록 그 점수가 쌓이게 됩니다. 사이트 내에서 화폐처럼 사용되는 교환페너지의 경우에는 ‘페너지랜드’의 다양한 전자 결제 수단을 이용해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페너지(Fenergy)’라는 단어는 ‘Feminism’과 ‘Energy’의 합성어로서, 여성의 긍정적인 힘을 나타내는 단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2) “언니네 운영진은 언니네가 온라인 상의 여성주의 미디어가 처할 수밖에 없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를 ‘회원커뮤니티의 힘’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즉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사이트 구조가 ‘언니네’를 지속시켰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 최이숙, 김수아 (2005)

13) 조지혜(2002), <그래서 사이버스페이스로 간 그 여자아이는 어떻게 되었나?>, 연세여성연구 제8호, 연세대학교여성연구소, 평민사

14) <언니네> 약관 제4조(회원 탈퇴 및 자격 상실)
② 회원은 다음 각 호의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회원 자격을 제한, 정지 및 상실 할 수 있습니다.
2. 사이버 성폭력, 사이버 스토킹에 해당하는 행위를 한 경우 (사이버 성폭력이란, 사이버 공간상에서 발생하는 폭력행사의 행위로서 성적인 메시지 전달, 성적 대화 요청 및 성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개인 신상에 관한 정보 게시 등의 방식을 통하여 상대방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괴롭히는 행위)
3. 폭력적이거나 반여성, 반인권적인 내용의 글을 게시한 경우
4. 게시자의 동의 없이 게시물을 옮겨감으로써 다른 회원의 권리를 침해하고, 정신적 물리적 피해를 입히는 경우
5. 일방적으로 공동체를 비방하고 회원들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6. 그 외, 공동체 질서를 해치는 행위를 하여 그 일원이라 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15) 이러한 고민은 언니네 웹진 33호, “언니네, 오겡끼데스까?―사이버 전략과 공동체 질서”를 통해서 다각도로 다루어지기도 했다.

16) ‘자기만의 방’에서 많은 추천수를 기록한 게시물, 조회 수가 많은 ‘지식놀이터’의 질문, 새로 올라온 칼럼 등은 더 많은 사람이 읽을 수 있도록 메인 페이지에 노출된다.

17) 송난희(2002), 앞의 글

18) 송난희(2002), 앞의 글

19) CRIS 캠페인(2005),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부록 2>을 참고하기 바란다.


출처: 웹진ActOn
덧붙이는 말

이진행 : 전 <미디액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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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 공동체 , 여성주의 , 언니네 , 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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