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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뉴스 31호] 빈곤과 절망의 해방구,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 광화문 농성장

[다림질]은 홈리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확대하는 문화를 ‘다림질’해보는 꼭지입니다.

광화문역 지하도 농성장
광화문 역 지하도, 여타 지하철역과는 다른, 조금은 이색적 공간이 존재한다. 그곳은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의 농성장이라 불리는 곳이다. 2012년 8월 21일, 경찰들과 1박 2일의 사투 끝에 광화문역 지하도에 농성장은 자리했다. 그날 이후 그곳은 단 하루도 비워지지 않고 채워졌다. 서울에 있는 수급자, 홈리스,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대전, 대구, 부산 등 지역에 있는 장애인들이 순서를 정해 내려와 그곳을 지켜왔다.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서명 부탁드립니다.” 농성장을 지키는 동안의 주 업무는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한 서명을 받는 것이다. 낙인의 사슬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빈곤의 사슬 부양의무제 폐지하라! 1000일이 되어가는 시간동안 외쳐온 구호이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장애등급제란, 단어 그대로 장애인에게 등급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넌 혼자 걸을 수 있고, 손도 움직일 수 있으니 3급, 넌 걸을 수 없고 손도 움직일 수 없으니 1급.” 장애등급 판정은 의사로부터 받은 의학적 진단서를 국민연금공단에 제출하면, 국민연금공단 내 장애등급심사센터에서 직원들에 의해 결정한다. 왜 장애인에게 등급을 매길까? 간단하다. 장애인연금, 장애인수당, 활동보조인서비스 등 장애인복지서비스를 누구에게 줄 것인지 효율적으로 결정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장애등급제 문제는 없는 것인가? 아니다. 먼저 동물에게나 매기는 등급을 사람의 몸에 매긴다는 것 자체가 반 인권적인 문제이다. 또한 장애등급을 매기는 주체가 사람으로서, 판단의 기준이 애매할 수 있다. 많은 장애인들이 제공 받아야 할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사건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결론적으로 장애등급제는 장애인에게 효율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함이 아닌, 정해진 예산에 맞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행정편의적인 제도이며, 장애인들을 사회적으로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라 낙인찍는 사슬과 같다.
한국 사회에는 사고, 질병, 실업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가난한 상태에 처한 국민에게, 국가가 최소한의 생활에 필요한 돈을 지급하기로 약속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내가 집과 돈이 없다고, 나만 가난하다고 수급자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이다. 국가가 개인을 가난에서 구해주기 전에 가족이 먼저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언뜻 보면 맞는 말처럼 들리지만, 여기에는 많은 함정들이 있다. 실제 부양을 하고 있는 않은 자식과 부모, 몇 년 동안 왕래한번 없던 자식과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가 되지 못하는 이들이 무려 100만 명이 넘는 것이 한국사회 현실이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가난한 이들에게 받아야 할 복지제도조차 받을 수 없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빈곤/죽음의 사슬로서 작동한다. 이러한 부양의무자기준이야말로 한국사회 빈곤사각지대의 진짜 문제를 안고 있는 주범이다.

떠나간 사람들
현재 농성장 맞은편에는 11개의 영정이 놓여있다.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을 함께 외치던 동지들의 영정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로 인해 희생되신 이들의 영정이다. 농성 시작 당시 하나도 없던 영정이 하나씩 쌓여 간다.
- 2012년 여름, 거제 시청 앞 이씨 할머니는 독극물을 들이켜 자결했다. 할머니는 자신을 부양하고 있지 않은 사위의 소득증가, 부양의무자 기준 때문에 수급에서 탈락 됐다. 혼자 사는 셋방 월세조차 밀렸던 할머니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의 유서에는 ‘살아가기 힘든데 기초생활 지원금이 중단된 게 원망스럽다’. ‘법이 사람을 위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말이 쓰여 있었다.
- 2013년 7월 3일 故박주영씨는 주민센터에서 스스로 가슴을 찔러 자결했다. 어려서부터 간질장애를 갖고 있던 故박주영씨는 장애등급재심사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았다. ‘등급 외’ 판정은 장애인으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다시, 당시 받고 있던 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격이 정지 될 수 있는 위기에 놓인 것을 뜻했다. 권리구제를 위해 주민센터와 국민연금공단을 몇 번이나 찾아갔지만, 서로의 업무가 아니라며 책임을 떠 넘겼다. 결국 故박주영씨는 자결을 선택했다.
- 2014년 4월 17일 故송국현씨가 주택화재로 사망했다. 언어장애 3급, 뇌병변장애 5급으로 故송국현씨는 혼자 휠체어에 오르내릴 수조차 없었지만, 장애3급 판정을 받아 활동보조를 지원받지 못했다. 27년 만에 시설에서 나와 자립생활을 꿈꾸며 지내던 故송국현씨는 자립생활 6개월 만에 불이 난 방안에서 홀로 나올 수 없어 천천히 죽음을 맞아야 했다.

광화문 농성 1000일 + 95일 전투
총선과 대선 공약이었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정부는 2016년까지 장애등급제를 완전히 없앤다며 ‘장애종합판정체계’를 발표했다. 하지만, 그 내용은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현재 장애인에게 1-6급으로 등급 매기던 것을, 10-1점의 점수로 환산한다는 것이다. ‘등급제’에서 ‘점수제’로 탈바꿈하는 것에 불과하다. 기초생활보장법이 시행된 이래로 부양의무자기준의 범위와 그 소득기준은 계속해서 완화되어왔지만, 오히려 수급자수는 2009년 154만 명에서 2014년 135만 명으로 줄었다. 여전히 부양의무자기준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은 100만 명이 넘는다.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자 기준이 폐지되지 않는 이상 장애인들의 권리와 빈곤 사각지대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은 2015년 5월 17일, 농성 1000일을 맞는다. 1000일이라는 세월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죽어갔다. 더 이상 죽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5월 18일 오전 11시 광화문광장에서 진행하는 “농성 1000일 기자회견”을 기점으로 빈곤과 절망의 바다 위, 희망의 꿈을 상징하는 <분홍종이배 접기 행동>과 함께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100만인 서명 운동>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또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를 앞당기기 위한 적극적 행동 <1000+95일, 투쟁의 직진신호 그린라이트를 켜줘>에 돌입할 것이다. 이 적극적 행동은 농성 3주년이 되는 8월21일 까지 95일간 진행될 것이다. ‘더 이상 죽지 말자!’, ‘가난한 이들과 장애인도 인간답게 살아보자!’ 광화문 농성장으로 모여야 한다. 바라보아야 한다. 함께 외쳐야 한다. 우리가 함께하지 않는 이상 가난과 절망은 계속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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