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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호-기고] 사랑하는 딸들에게

[기고]


※이 글은 지난 8월 21일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광화문 농성투쟁 3주년 맞이 '삶삼한 연대' 투쟁결의대회에서 홈리스행동 정○○님의 연대 발언 전문입니다.

안녕하세요? 정○○입니다.
저는 홈리스행동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가족과 헤어진 지 13년이 되었고, 현재 건강문제로 일반수급을 받고 있습니다. 저에겐 15살, 17살, 18살인 3명의 딸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빠노릇을 못하는 신세입니다. 부양의무제도가 너무 무서워서 막내가 아파도 옆에서 지켜주지도 못한 아빠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세 딸에게는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차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편지로 써보려 합니다.

사랑하는 딸들에게
강원도의 날씨도 서울만큼이나 덥겠구나. 이런 날이면 잠을 설치던 너희들이 생각나 나도 덩달아 잠을 설치는구나. 너희들이 보고 싶어 아주 가끔 만나러 갔지만 지금은 그것도 여의치 않구나. 그래도 만날 때만큼은 잘 지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마음을 놓지만, 돌아오는 길은 가슴 한 구석이 항상 텅 비어버리는구나. 아빠 자격이 없는 줄 알면서도 너희를 사진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내가 너무나 한심스럽구나.
아직 너희들은 아빠가 왜 이렇게 사는지 잘 모를 거야. 너희들에게 이런 상황을 설명하기엔 때가 아닌 것 같아 미루고 미루고 있었지만, 언젠가 해야 할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렇게 펜으로라도 전달하니 이해해주기 바래. 아직 부양의무제도가 무언지 잘 모를 거야. 우리나라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돈을 주는 제도가 있단다. 이 돈을 최저생계비라고 하는데 나도 이 돈을 받고 있단다. 하지만 이 돈은 가난하다고 다 주는 것은 아니야. 가난한 사람에게 부모나 자식이 있다면 우선 가족이 그 사람을 책임지도록 되어있단다. 그게 부양의무제라는 거야.
아직은 우리 세 딸이 어려서 아빠를 부양하지 않아도 되지만 성인이 되거나 돈을 벌면서 아빠와 연락을 하고 있다면 아빠에 대한 부양을 요구하는 것이 이 제도란다. 결국 너희들과 편하게 만나게 되면 너희들이 아빠를 부양해야 해. 아빠 역할도 제대로 못한 나를 위해 너희들에게 그런 짐을 지게 할 수 없구나. 정말 말도 안 되지? 하지만 나라의 법이 그렇다는 구나. 그래서 너희들과 편하게 전화도 하고 만나는 세상을 꿈꾸며 이 아비는 부양의무제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단다.
언젠가는 만나리라 생각하지만 그 날이 하루 빨리 오기를 손꼽아 기다린다.

2015년 8월 21일
언제나 너희들을 그리워하는 아빠가

저는 한 달에 1번이나 2번 정도 농성장 지킴이를 하면서 부양의무제폐지, 장애등급제폐지를 외치고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장애인분들이 열심히 하는 것을 보고 나도 더 배워서 해야겠다 생각합니다. 곧 자녀들이 커서 부양의무제에 걸릴 것 같아서 더욱더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하지만 장애등급제폐지 부양의무제 폐지를 외치면 모른척하고 외면하는 사람들을 볼 때 너무 너무 서운했습니다. 좀 더 관심을 갖고 서명 좀 해주고 가길 마음속으로 빕니다.


저 뿐만 아니라 저와 비슷한 처지의 다른 분들도 계시겠죠. 딸들에게 준 것도 없는데 가난을 대물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양의무제, 장애등급제폐지를 위해 열심히 투쟁하겠습니다.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