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에 실린 토머스 엣설(Thomas Edsall)의 칼럼은 짜증을 넘어서 분노를 유발할 정도다. 이 글은 현재 세대의 기술 과두들이 가진 철학(그걸 철학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과 권력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들의 ‘철학’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으며, 자신들이 나라와 세상을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걸 단순한 허튼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일론 머스크 같은 인물은 그런 현실을 실제로 만들어낼 수 있는 돈과 권력을 갖고 있다. 이 이야기의 한 축은 그들이 사실상 무한에 가까운 돈을 선거 캠페인에 쏟아부어 자신들과 가까운 인물을 당선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또 다른 축은 그들이 소통 수단을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상하게도 진보 진영은 이 부분에 대해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선거 자금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인식하고 있지만, 사람들이 선거 전후에 어떤 미디어를 소비하느냐가 그들의 투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는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 진영은 이 사실을 훨씬 더 잘 파악하고 있다. 그들은 루퍼트 머독의 폭스뉴스와 뉴욕포스트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더 주류적인 언론 매체들의 의제 설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런 매체들 또한 부유한 이들에 의해 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동안 이런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LA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의 억만장자 소유주들이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지지 선언을 막은 일이 대표적이다. ABC와 메타는 터무니없는 소송을 마무리하기 위해 도널드 트럼프에게 수백만 달러를 건넸고, CBS도 같은 절차를 따르려 하고 있다. 물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에는 훌륭한 기자들이 성실하게 취재하고 보도하고 있지만, 결국 이 언론사들을 통제하는 사람들이 ‘부자 편’에 서 있기 때문에, 이들을 온전히 신뢰할 수는 없다.
나는 오랫동안 언론을 위한 대체적인 자금 조달 방식으로 ‘개인 세액공제’ 모델을 주장해 왔다. 이 방식은 자선 기부금 공제와 유사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한 금액(예: 100달러)을 제공해 자신이 선택한 언론사를 후원할 수 있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부유층의 통제에서 벗어난 거대한 자금 풀이 조성될 수 있다. 또한 이 시스템은 연방 정부 차원이 아니라 주나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시행 가능하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내에 전국 단위로 통과되긴 어렵더라도 현실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이 모든 이야기만큼이나 화나는 또 다른 측면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거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통제하는 것이 막대한 정치 권력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이다. 겉보기엔 당연해 보이는 이 사실에 대해, 진보 진영은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이를 활용해 극우적, 인종차별적, 반유대주의적인 정치 견해를 퍼뜨리기 전까지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엣설도 이번 칼럼에서 이러한 권력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만,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다. 나를 포함한 몇몇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지만,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은 이런 경고에 공간을 내주지 않았고, 진보 진영조차 별다른 경계심을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섹션230의 보호 조항을 재구성하자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미국 통신품위법 조항. 온라인 플랫폼이 이용자들이 올린 콘텐츠에 대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규정). 그 이유는 일론 머스크가 수억 명에게 명예를 훼손하는 콘텐츠를 무책임하게 퍼뜨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동시에 이 조항을 재구성함으로써 거대 소셜미디어 기업의 몸집을 줄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의회에서 이런 재구성을 추진할 여지가 있었다. 당시에는 보수 의원들조차 섹션230의 보호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일론 머스크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머스크-트럼프 체제 속에서도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킬 방법을 모색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
[출처] Hey, Owning a Huge Social Media Platform Gives You Massive Political Power. Who Knew? – CEPR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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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베이커(Dean Baker)는 1999년에 경제정책연구센터(CEPR)를 공동 설립했다. 주택 및 거시경제, 지적 재산권, 사회보장, 메디케어, 유럽 노동 시장 등을 연구하고 있으며, '세계화와 현대 경제의 규칙은 어떻게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가' 등 여러 권의 저서를 집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