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독 지역인 튀링겐과 작센의 지역 선거에서 우경화 현상은 오랫동안 예고된 일이었다. 이번 결과는 이미 올해 초 여름에 있었던 유럽 선거에서도 강하게 나타났던 동서독 간의 커지는 격차를 확인시켜 주고 있다.
9월 1일 튀링겐과 작센에서의 투표율은 거의 74%에 달했다. 동독 유권자들은 기존 정당들에 실망했을지 몰라도, 민주주의를 포기하지는 않고 있다.
튀링겐에서는 극우 성향의 비외른 회케(Björn Höcke)가 이끄는 AfD가 다른 모든 정당을 크게 앞서고 있다. 이 글을 작성할 당시에는 AfD가 33%의 지지율을 달성하여 비-AfD 연립정부의 운영을 방해할 수 있을지는 아직 불확실하다.
작센에서는 CDU가 근소한 우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내부 갈등이 많은 연립정부를 관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둔 다른 정당은 자라 바겐크네히트(Sahra Wagenknecht)가 새롭게 창당한 국가 좌파 정당 BSW로, 이 정당은 디 링케(Die Linke)의 표를 많이 빼앗았다.
다른 모든 정당, 특히 연립 여당인 SPD, 녹색당, FDP, 그리고 디 링케(Die Linke)에게 이번 결과는 굴욕적인 참사다. 동독의 많은 지역에서 베를린의 연립정부는 AfD는 물론이고 바겐크네히트(Wagenknecht) 신당에 대한 지지율조차 따라잡기 힘든 상황이다.
선거 사회학적으로 볼 때, 이번 결과는 지난 5년 이상 동안 나타나고 있는 패턴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AfD 지지층의 특징은 젊고, 남성이며, 교육 수준이 낮고, 스스로 "노동자"로 인식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있다고 선언하는 유권자들로 구성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단순 교육"(einfache Bildung)과 "고등 교육"(Hohe Bildung)을 받은 유권자들 사이에서의 정당별 득표 분포를 비교해 보면 이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동독에서 다른 주요 정당인 CDU는 고령층과 경제적으로 더 여유 있는 계층에 지지 기반이 집중되어 있다. 반면, 바겐크네히트(Wagenknecht)의 신당은 사회 전반에 걸쳐 비교적 고르게 지지층이 분포해 있다.
AfD 지지자들은 많은 경우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동독 주들은 여전히 서독으로 인구 유출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놀라운 점은 "사회적 고통"이라는 담론이 더 많은 국가 지출이나 복지를 지지하는 플랫폼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같은 문제에 대해 AfD 유권자들은 의견이 나뉘어 있다. 당의 공식 입장은 최저임금을 현재 수준에서 동결하자는 것이지만, YouGov 여론조사에 따르면 AfD 유권자들 중 상당수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종합적으로 볼 때, AfD 유권자들은 "더 많은 정부 개입"을 원하지 않는 듯하다. AfD 유권자 중 90%는 독일 국가가 "과부하 상태"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이는 시장 자유주의 성향의 FDP와 동일한 입장으로, 다른 동독 주민들보다 훨씬 앞선다.
전체적으로, AfD 유권자들은 공공 기관에 대해 깊은 회의감과 불신을 가지고 있다. 작센, 튀링겐, 브란덴부르크 인구의 68%가 경찰을 신뢰하지만, AfD 유권자들은 절반 정도만이 경찰을 신뢰한다. 법원 같은 법률 기관을 신뢰하는 AfD 지지자는 31%로, 전체 인구의 54%에 비해 낮다. 공영 방송과 TV를 신뢰하는 AfD 유권자는 9%에 불과하며, 전체 인구의 35%에 비해 현저히 낮다. 독일 연방의회를 신뢰하는 비율은 AfD 유권자가 7%, 전체 인구는 30%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AfD 지지자 중 세 명 중 한 명만이 동료 시민들을 신뢰한다고 밝혔으며, 이는 SPD 지지자 중 60%가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과 대비된다.
AfD는 문화 전쟁을 벌이는 정당이다. AfD 유권자의 86%가 독일어를 덜 성차별적으로 만들려는 최근의 노력("젠더링")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는 동독 전체 인구 평균 71%보다 높은 비율이다. 또한 AfD 유권자 중 3분의 2는 독일에서 여성이 차별받고 있다는 생각을 거부한다.
그들이 가장 비판하는 대상은 녹색당이다. 녹색당은 여성주의와 이민, 시민권, 범죄에 대한 자유주의 정책을 옹호하는 전형적인 "서구" 정당이다. AfD는 이러한 문제들, 특히 이민 문제를 중심으로 단결하고 있다.
작센에서 AfD 유권자의 42%에게 이민은 가장 중요한 문제였으며, 이는 해당 주의 평균 유권자 비율의 두 배에 달한다.
범죄 문제는 더욱 결정적인 이슈였다. 작센에서 AfD 유권자의 98%는 범죄가 미래에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두려움을 표출했다.
그러나 AfD의 문화 전쟁은 이민과 범죄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AfD 유권자의 75%는 기후 정책을 경제 성장보다 우선시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으며, 이는 튀링겐, 작센, 브란덴부르크 전역의 전체 인구 중 46%와 비교된다.
AfD만이 녹색당에 반대하는 정당은 아니다. 야당에 있는 CDU도 메르켈 이후 새로운 지도부 하에서 녹색당에 대해 강력한 비판을 펼치고 있다. 이는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작센, 튀링겐, 브란덴부르크 전역에서 동독 유권자의 약 70%가 녹색당에 투표할 가능성을 배제하고 있으며, 오직 14%만이 녹색당에 투표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출처 : YouGov
AfD가 반(反)이민과 반(反)녹색당 성향을 가지고 있다면, 많은 이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AfD가 얼마나 '나치'적인가?"이다.
2023년 인프라테스트 디맙(Infratest Dimap)의 조사에 따르면, 독일 유권자 중 약 20% 이상이 인종차별적, 국수주의적, 권위주의적, 친나치적 견해를 가지고 있으며, 이들은 극우 또는 대안 우파 성향을 띤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AfD 지지자들 중 이러한 견해를 가진 비율은 50%를 훨씬 넘었다.
하지만 당의 회원 수 측면에서 보면, AfD는 "대중 정당"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동독 전역에서 당 회원 수는 통일 이후 급감했으며, CDU, SPD, 심지어 녹색당조차도 AfD보다 더 많은 등록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AfD가 대중 정당이 아니라 하더라도, 협회와 비공식적인 연결망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점점 더 동독에서 정치적 정상성을 정의하고 있다.
튀링겐과 작센에서의 결과는 이들 주에 국한된 것이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독일 정치의 우경화는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Election.de는 개별 선거구 수준에서 독일 정치를 추적하는 웹사이트인데, 2021년 9월 연방의회 선거를 앞두고 왼쪽에 보이는 예상 득표 분포를 예측했다. 실제 결과는 오른쪽에서 볼 수 있다. 이 데이터는 독일의 이중투표제에서 1차 투표로 인한 의석 분포를 보여준다. 대략 말하자면, 독일이 현재의 6~7개 정당 체제로 미국/영국식 승자독식 제도를 운영한다면 독일의 정치 지도가 이와 같을 것이다. (물론 웨스트민스터 제도를 채택할 경우, 정당의 급속한 통합이 예상될 것이다.)
Election.de가 2024년에 예상하는 지도는 아래와 같다. 2019년 이후의 변화가 분명히 극적이다.
만약 독일이 승자독식 제도를 운영했다면, CDU는 독일 서부 대부분을 휩쓸고 AfD는 동부 전역을 차지했을 것이다.
작센에서 실시된 가장 의미 있는 조사 중 하나에 따르면, AfD와 바겐크네히트(Wagenknecht) 당 지지자들이 공통으로 느끼는 한 가지는 동독 주민들이 여전히 "2등 시민"이라는 감정이다.
[출처] Chartbook 314 Analyzing the right-wing swing in Germany (substack.com)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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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