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식단이다.

그리고 아마도 가장 오해받는 식단이기도 할 것이다. 나는 지금 오징어 먹물로 새까맣게 물든 ‘스파게티 알 네로 디 세피아’(spaghetti al nero di seppia)를 허겁지겁 먹으며, 라메치아(Lamezia) 레드 와인을 음미하고, 칼라브리아의 은두야(’nduja) 미트볼에 올리브 오일을 뿌리고 있다. 아래로는 코발트빛 바다가 찰랑이고, 가까운 시칠리아와 에올리안 제도의 바질빛 녹색이 그 위에 점점이 떠 있다. 나는 빠르게 씹으며, 내 식사 동반자가 또 한 차례의 역사 이야기를 들려줄 준비를 하길 기다린다.

“이 요리는 수천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 국제 지중해 식단 아카데미 회장인 안토니오 몬투오로(Antonio Montuoro)는 자랑스럽게 선언한다. 하지만 음식만이 전부가 아니다. “지중해 식단은 경치, 자연의 아름다움, 우리의 역사적 중심지와 문화유산까지 포함하는 개념이야.” 그는 감탄하며 포크를 감자 페페로나타(peperonata)에서 빼내어, 주변 풍경을 가리킨다.

“이 모든 것이 지중해 식단의 라이프스타일 일부야.” 72세의 안토니오 몬투오로는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하며, 두툼한 수제 빵으로 접시에 남은 토마토소스를 닦아낸다.

그럴듯한 이야기고, 식사에 훌륭한 양념이 되기도 한다. 단 하나의 문제는,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 생리학자 안셀 키스(Ancel Keys)가 "지중해 식단"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지 50년, 그리고 유네스코가 이를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 지중해 식단은 과장, 반쪽짜리 진실, 터무니없는 주장들이 뒤섞여 정치적·상업적 목적을 위한 도구로 변질되었다.

‘그린 딜’(Green Deal,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대규모 경제·환경 정책 패키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고, 유럽 전역에서 농업 보호주의가 강화되는 가운데, 남유럽 정치인들과 로비 단체들은 특정 요리와 재료를 무기로 삼아 유럽연합의 자유주의적 기후·무역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동시에, 미국과 아시아에 수익성 높은(그러나 종종 건강에 해로운) 수출품을 확대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치인들은 전통적으로 음식 문제에 민감했지만,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이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는 브뤼셀에서 육류 소비 감축 시도, 알코올 경고문 도입, EU 공통 전면 영양 라벨 도입 등의 움직임에 맞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극우 성향의 멜로니는 이러한 정책들이 자신의 조상 대대로 이어온 식문화를 낙인찍는 행위라고 주장하며, 이를 자신의 ‘이탈리아 형제들당’ 지지층을 확대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그 결과, 이탈리아의 공중보건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탈리아는 EU에서 아동 비만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국민 10명 중 1명은 매일 알코올을 섭취한다. 또한, 과도한 소금 섭취로 인한 건강 비용이 프랑스, 스페인, 그리스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최근 보고서는 지적하고 있다.

현대 이탈리아의 식습관과 지중해 식단의 원래 개념을 비교해보면, 부정할 수 없는 결론에 도달한다. 지중해 식단은 죽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여전히 지중해 식단 이야기를 듣고 있는가?

출처: Unsplash, Jez Timms

가난한 사람들의 요리(Cucina Povera)

지중해 식단의 기원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이론이 존재한다. 두 이론 모두 이 개념의 창시자인 안셀 키스(Ancel Keys)로부터 시작된다. 콜로라도 출신의 박식한 학자였던 키스는 생물학과 생리학 박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었다. 그는 1930년대 영양학 연구를 시작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대비하는 미군을 위해 휴대용 전투 식량(K-레이션, K-ration)을 개발했다.

K-레이션은 고열량 소시지와 단 음식이 들어간 식량 블록이었으며, 건강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당시 미국 음식도 건강과는 무관했다. 과도한 지방 섭취로 인해 미국 중산층 남성들이 심장마비로 떼죽음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의사들은 당황스러워했다.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에서 가장 잘 먹고 있는 계층이었는데,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키스와 그의 화학자 아내 마거릿 키스(Margaret Keys)는 원인을 음식, 특히 포화지방의 과잉 섭취로 보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1951년 이탈리아 남부로 향했다. 그들은 한 동료에게 “나폴리 노동자 계층은 심장마비를 거의 겪지 않으며, 미네소타의 기업 간부들보다 더 오래 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부부는 곧바로 나폴리 현지인들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측정했고, 미국인보다 훨씬 낮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러나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그래서 키스 부부는 이탈리아 부츠 모양의 "발끝"에 위치한 해안 마을 니코테라(Nicotera)에서 파일럿 연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들은 35개 가정을 연구 대상자로 모집한 뒤, 3년 동안 혈액 샘플을 채취하고, 체질량을 계산하며, 주민들이 실제로 어떤 음식을 얼마나 먹는지 관찰했다.

이것이 ‘소박한 요리’(쿠지나 포베라, Cucina Povera)이다. 이탈리아 국제 지중해 식단 아카데미 회장인 안토니오 몬투오로(Antonio Montuoro)는 연구 당시를 기억하는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들이 먹던 것은 전부 현지에서 생산된 유기농 식품이었고, 자급농업을 기반으로 한 전통 레시피에 뿌리를 둔 음식들이었다.”

키스의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심장 질환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암이나 퇴행성 질환도 극히 드물었다.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일곱 나라 연구’(Seven Countries Study)를 조직했다. 이는 세 개 대륙, 12,000명의 남성을 대상으로 한 인류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역학 연구였다. 이 연구 덕분에 키스 부부는 유명 인사가 되었고, 여러 권의 베스트셀러 요리책을 출간했다.

1975년 출간된 ⟪건강하게 먹고, 건강하게 사는 지중해 방식⟫(How to Eat Well and Stay Well the Mediterranean Way)은 전통적인 시골 요리를 과식하는 미국 산업사회 가정으로 들여왔다. 이 책은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 달콤한 인생)라는 이상향을 미국 사회에 퍼뜨렸고, 이탈리아 음식의 세계적인 유행과 심장마비 발생률의 급감에 기여했다.

지금까지는 괜찮았다. 하지만 키스 부부가 니코테라에서 실제로 발견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에서 두 가지 이론이 갈린다. 전통적인 해석에 따르면, 미국인 부부는 절제와 공동 식사를 중심으로 한, 영양적으로 뛰어나고 대부분 식물성 식품으로 이루어진 식단을 발견했다. 또한, 이 식단은 우리가 어릴 때 보았던 음식 피라미드와 유사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그들의 데이터에 따르면, 젊은 남성들의 일일 식단 구성은 다음과 같았다. 1/3이 곡물, 1/3이 과일과 채소, 1/5이 와인, 1/10이 동물성 단백질과 올리브 오일로 이루어져 있었다. 설탕과 소금 섭취는 미미했다. 이것이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해석이며, 오늘날 영양학자들이 지중해 식단이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식단이라고 주장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해석이 있다. 비판적인 학자들과 인류학자들이 지지하는 이 해석에 따르면, 안셀 키스의 책들은 사실을 쓴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상적인 식단을 제시한 것이었다. ⟪이탈리아 음식은 존재하지 않는다⟫(Italian Food Doesn’t Exist)의 저자이자 파르마대학교 교수인 알베르토 그란디(Alberto Grandi)는 이렇게 말한다. “이탈리아인들은 결코 지중해 식단을 실천한 적이 없다.”

그란디는 이렇게 주장한다. “키스의 목표는 미국인들의 식습관을 개선하는 것이었고, 그래서 그는 지중해 연안에서 재배되는 여러 식재료를 이상적으로 결합한 ‘이상적 식단 모델’을 만들었다.” 즉, 지중해 식단은 발견된 것이 아니라 창조된 것이며, 니코테라 주민들이 마른 체형을 유지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굶주림이었다.

그란디에 따르면, "키스가 사람들의 집을 방문했을 때, 주민들은 부끄러워했다. ‘오늘은 아무것도 먹을 게 없으니 내일 다시 오시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고, 겨우 폴렌타(polenta)나 밤가루(chestnut flour)밖에 없는 날도 많았다." 그는 "이런 사람들이 마치 어떤 고대의 특별한 미식을 즐긴 것처럼 말하는 것은, 우리 조부모와 증조부모들의 기억을 모독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굶주렸기 때문이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해석은 이탈리아에서 논란을 불러일으켰으며, 그란디를 악명 높은 인물로 만들었다. 내가 인터뷰한 몇몇 사람들은 그를 단순한 주목받기 좋아하는 선정주의자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그의 주장에 동의하며, 고고학적 증거, 키스의 연구에 대한 해석, 부모 세대의 기억을 근거로 들었다. 진실을 완벽히 규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어떤 면에서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지중해 식단이 다른 식단들보다 뛰어난 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반은 불확실함 속에 갇혀 있다. 그리고 이 모호성이야말로, 20세기 중반 니코테라의 투박한 농민 음식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세련된 마케팅 브랜드로 변모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상업적 요리(Cucina Commerciale, 쿠치나 코메르찰레)

아이콘이 형성되는 데는 시간이 걸리며, 지중해 식단도 예외가 아니었다. 런던대학교 이탈리아학 교수이자 ⟪미식의 기쁨 : 이탈리아인과 그들의 음식에 대한 서사적 역사⟫(Delizia: The Epic History of Italians and Their Food)의 저자인 존 디키(John Dickie)에 따르면, 초기에는 부유하고 세련된 북이탈리아인들이 키스 부부의 주장을 비웃었다고 한다.

그들이 가난하고 낙후된 남부를 따라 해야 한다는 개념이 터무니없다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20년의 격동기를 거치며 상황이 바뀌었다. 먼저 1960년대의 경제 기적이 있었다. 이 시기 이탈리아는 산업화를 이루었고, 동시에 농업의 ‘녹색 혁명’이 진행되면서 사람들은 농촌을 떠나 공장으로 몰려갔다. 그다음으로 ‘납의 시대’가 찾아왔다. 무정부주의자들과 마피아가 국가를 상대로 폭탄 테러를 감행하며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그리고 1970년대 석유 위기로 인한 금융 붕괴가 뒤따랐다.

이 모든 것에 압도된 이탈리아인들은 신화적인 과거로 눈을 돌렸다. 사람들은 향토 음식을 이상화하며, ‘진정한 전통’을 찾기 위한 미식적 성전에 나섰다. “우리가 오늘날 ‘이탈리아 식단’과 연관 짓는 많은 전통들은, 사실상 이탈리아인들이 농촌 생활을 떠난 이후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은 과거의 농촌 생활을 낭만적으로 미화했다.” 존 디키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반미(反美) 정서가 확산되었다. 1986년, 로마 중심부에 맥도날드가 개점하자, 이에 반발한 슬로우 푸드(Slow Food) 운동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 이탈리아 슬로우 푸드 협회의 현 회장인 바르바라 나피니(Barbara Nappini)는 이렇게 말한다. “패스트푸드가 음식 문화를 단순화하는 것에 분노한 좌파 농민 연합은, 이탈리아의 미식 전통을 되찾으려 했다. 그 과정에서 ‘지중해 식단’도 점점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런데 이 흐름은 우파도 좋아했다. 곧이어 농민 조합과 식품 기업들도 이 개념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중해 식단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유럽경제공동체(EEC, EU의 전신)에 로비를 벌였고, 지적재산권 보호와 해외 홍보 지원을 받아냈다. 이 모든 일이 1990년대에 이루어졌다.

이 시기, 의학계에서는 여전히 채식 중심의 지중해 식단이 건강에 좋다고 강조했지만, 대중의 인식에서는 점점 그 개념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1990년대의 건강 열풍 속에서 지중해 식단은 피트니스 잡지에도 등장했으며, 이들은 동물성 단백질에 대해서는 그다지 엄격하지 않았다. 그 결과, 고기와 치즈의 비중이 점점 증가했고, 올리브 오일 소비도 늘어났다. 반면, 과일과 채소의 비중은 점점 줄어들었다.

와인 생산자이자 유럽법 교수인 미켈레 피노(Michele Fino)는 이렇게 회상한다. "이 시기에 유럽인들의 ‘유산 열풍(heritage fever)’이 시작되었지." "치즈, 염장육, 채소절임, 빵, 파스타...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들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제품들은 와인과 함께 지중해 식단의 주요 수익원이 되었고, 단순한 곡물, 과일, 채소보다 훨씬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엄청난 이윤을 남겼다. 그러나 이 제품들은 원래 지중해 식단의 ‘소량 섭취해야 하는’ 식품군이었고, 건강에 좋지 않은 요소들이 많았다. 실제로, 세계보건기구(WHO)는 이 시기에 알코올을 발암물질로 지정했으며, 2015년에는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 붉은 고기를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probably carcinogenic)로 분류했다.

2010년, 유네스코가 지중해 식단을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으로 인정했을 때, 이미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큰 변화가 일어나 있었다. 이론적으로 유네스코의 지정은 상업적 이익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결정이 지중해 식단을 세계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 중 하나로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지중해 식단(The Mediterranean Diet)"은 "지중해 음식(Mediterranean Food)"과 동일시되었으며, 이탈리아인들이 먹는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건강한 것처럼 인식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해 이탈리아의 농식품 수출은 총 270억 유로에 불과했으며, 그중 신선한 과일과 채소가 40억 유로 이상으로 가장 높은 가치를 기록했다. 이는 고기, 치즈, 가공된 파스타를 합한 가치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뒤, 수출 규모는 세 배로 증가하여 지난해 700억 유로를 넘어섰다.

구성도 변화했다. 와인이 수출 목록에서 최상위를 차지하며 80억 유로에 달했고, 그 뒤를 이어 파스타와 반죽 기반 제품이 70억 유로, 유제품이 60억 유로, 가공된 채소(토마토 소스 등)가 뒤를 이었다. 신선한 농산물 수출도 증가했지만, 염장육과 올리브 오일만큼은 아니었으며, 이들 각각이 이제 수십억 유로에 달하는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이탈리아인들의 식습관 변화와도 맞물려 있다. 이탈리아의 슈퍼마켓에는 반죽 간식과 가공 소스가 넘쳐나고 있으며, 이는 비만과 과체중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남부 지역과 어린이들이 특히 큰 영향을 받았으며, 어린이 비만율에서 키프로스에 이어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그리스, 크로아티아, 스페인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초가공 식품과 설탕이 첨가된 음료가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지역 고유의 식습관도 문제의 일부를 차지한다. 비만을 외국 수입품 탓으로 돌리는 것이 편리할지 모르지만, 이탈리아의 통계청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은 고기, 유제품, 파스타, 디저트를 가장 많이 소비하며, 소금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가장 낮고, 과일과 채소 섭취량이 가장 적은 그룹에 속한다.

오늘날 니코테라 어린이들의 접시에는 토마토보다 젤라토가 올라갈 가능성이 더 크다. 하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지중해 식단이라는 개념을 앞세워, 그들의 조부모 세대조차 알아보지 못할 음식을 판매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지중해 식단이 세계 식탁에서 기록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고 이탈리아 최대 농민 조합인 콜디레티(Coldiretti)는 이번 달 보도자료에서 밝혔으며, 이들은 상표권이 등록된 와인, 올리브 오일, 공장에서 생산된 파스타의 판매량 급증을 축하했다.

이탈리아에서 세 번째로 큰 농민 조합인 콩파그리콜투라(Confagricoltura)의 대표 마시밀리아노 잔산티(Massimiliano Giansanti)는 이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내가 지중해 식단이라는 개념이 혼란스럽게 사용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그럴 위험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라고 인정하면서도, “어차피 사람들에게 뭘 먹으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지중해 식단의 제품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을 뿐이다.” 그는 자랑스럽게 그렇게 결론지었다.

정치적 요리(Cucina politica, 쿠지나 폴리티카)

이탈리아인들은 축구와 음식을 두 가지 집착의 대상으로 삼는다고 알려져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Silvio Berlusconi) 전 총리는 첫 번째를 이용했다. 그는 축구에 대한 열광을 정치적으로 조작하여 큰 선거적 이익을 얻었고, 그 결과 자신의 정당을 ‘포르차 이탈리아’(Forza Italia, 힘내라! 이탈리아)라고 명명했다. 조르자 멜로니는 두 번째를 활용했다. 그는 농업부 장관이자 전 매형인 프란체스코 롤로브리디다와 함께 강력한 미식 민족주의를 조장했다.

멜로니는 집권하기 전부터 브뤼셀을 상대로 식품 정책을 공격했으며, EU의 ‘농장에서 식탁까지’ 전략을 반대하는 것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전략은 유럽 그린 딜의 농업 부문 정책으로, 축산업 배출량 감축과 식물성 식단 장려를 포함하고 있다. 2021년, 당시 야당 정치인이었던 멜로니는 유럽의회 행사에서 “육류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EU가 축산업 배출을 줄이고 식물성 식단을 장려하는 것이 이탈리아 전통 식문화를 공격하는 행위라는 논리였다.

EU 집행위원회는 소비자들이 더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EU 공통 식품 라벨을 도입하려 했다. 그 유력한 후보는 프랑스의 뉴트리-스코어(Nutri-Score)였다. 뉴트리-스코어는 식품에 A~E 등급을 부여하고, 녹색부터 빨간색까지 5단계 색상으로 표시하는 방식이었다. 멜로니는 이를 “미친 짓”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그는 이 시스템이 프랑스 제품을 유리하게 만들고, 이탈리아의 대표 식품(살라미,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올리브 오일)을 부당하게 불이익 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는 프랑스 제품도 동일한 평가를 받았다.)

콜디레티와 콩파그리콜투라 같은 로비 단체들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과학자들이 “전통적인 지중해 식단(거의 채식 위주)”이 세계에서 가장 건강한 식단 중 하나라는 사실을 증명해 왔다. 이탈리아의 돈벌이 식품들(고기, 치즈)도 이 식단에 포함되어 있긴 하다. 그렇다면? “뉴트리-스코어가 지중해 식단과 충돌한다”고 주장하면 된다.

멜로니는 그렇게 했다. 그는 2022년 총선에서 압승한 후, 브뤼셀에서 전방위적인 로비전을 벌였다. 롤로브리디다는 EU 농업 장관 회의에서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고, 멜로니의 의원들은 “이탈리아 식품 = 품질” “뉴트리-스코어 반대”라는 구호를 들고 플래시몹과 시위를 벌였다.

거기에서 콜디레티와 콩파그리콜투라 직원들은 "이탈리아산 농산물 = 품질", "뉴트리-스코어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한편, 이탈리아 대사는 농업 담당 EU 집행위원인 야누시 보이체호프스키(Janusz Wojciechowski)와 비공식적으로 만났다. 그는 조르자 멜로니가 속한 유럽 보수 개혁당(ECR) 정치 그룹의 일원이었다. 이탈리아 측은 식품 라벨링 법안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며칠 후, 보이체호프스키의 비서실장은 해당 법안을 담당하던 EU 보건 집행위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그 이메일에서 그는 프랑스의 뉴트리-스코어 시스템에 반대하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 모든 사실은 최근 정보공개법을 통해 NGO들이 확보한 문서에서 밝혀졌다.

"이건 지중해 식단의 납치였다." 뉴트리-스코어 개발자이자 소르본 대학교 교수인 세르주 에르크베르그(Serge Hercberg)는 내게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몰랐을 리 없다.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속 반복하면 사람들이 결국 믿게 될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300명이 넘는 과학자들이 2023년에 뉴트리-스코어 반대 주장에 대한 반박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EU 집행위원회는 결국 해당 법안을 보류했다. "이건 괴벨스의 방식이다." 에르크베르그는 덧붙였다. "거짓말도 충분히 자주 반복하면 결국 진실이 된다.“

이 전략은 너무나 효과적이어서, 로마는 알코올 규제 논쟁에도 같은 수법을 적용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EU가 술에 암 경고를 부착하려는 계획이 지중해 식단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사적으로 보면, 니코테라 주민들은 엄청난 양의 술을 마셨으므로, 이 주장은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보면, 연구는 이미 다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제 해안 지역 공동체가 건강했던 이유가 와인을 마셔서가 아니라, 그럼에도 건강했던 것임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EU 집행위원회는 알코올 경고 라벨 계획도 철회했다. 결국, 아일랜드가 단독으로 경고 라벨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이탈리아는 이에 대해 거센 비판을 퍼부었다.

롤로브리디다(Francesco Lollobrigida, 이탈리아 극우정치인)는 아일랜드가 자국 위스키를 보호하려고 이탈리아 와인을 공격하는 보호무역적 음모를 꾸미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일랜드 위스키도 같은 라벨을 부착해야 했다.)

롤로브리디다는 실험실에서 배양한 고기와 채식 소시지도 강하게 비난하며, 스페인, 프랑스, 헝가리, 폴란드의 극우 정당들과 연대해 브뤼셀을 공격했다. 그는 EU가 전통적인 국가 식문화를 해체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와 상관없이, 결국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는 이 기사에서 인터뷰한 거의 모든 이탈리아인이 브뤼셀의 농식품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좌파든 우파든 상관없이, 그들은 자신들의 요리가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다고 확신했고, 비만 문제는 외국 기업들이 들여온 음식 때문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 말은 일부 사실이지만, 일부는 사실이 아니다. 이탈리아인들이 더 이상 조상들과 같은 방식으로 먹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그 피해는 결국 그들 자신과 그들의 아이들이 감당해야 할 몫이 될 것이다.

지중해 식단은 죽었다. 누가 이탈리아인들에게 좀 알려줘라.

[출처] The Mediterranean Diet Is a Lie

[번역] 이꽃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