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지난달 28일, 한국지엠(GM) 세종물류센터에서 부품물류업무를 담당해온 우진물류 소속 하청노동자 120명 전원이 해고를 통보 받았다. 노동시민사회에서는 이번 집단해고 사태가 올해 7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물으며 투쟁에 나선 하청노동자들에 대한 “보복성 탄압”이자 “노조파괴 행위”라 짚고 있다. 또한 이는 원청 한국지엠이 발표한 국내 직영 정비 서비스를 모두 폐쇄하겠다는 등의 계획과도 맞물려 더 많은 원하청 노동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 대규모 구조조정의 일환일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에 노동·인권·사회단체 및 정당들은 지난 12월 4일 ‘GM부품물류지회 투쟁승리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구성하고, 원청과 정부의 책임있는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참세상은 이번 집단해고 사태의 근본적 원인과 문제해결 방안에 대한 공대위 활동가들의 분석을 4회에 걸쳐 연재한다.
GM부품물류지회 투쟁승리! 공동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현장. 민주노총 충북본부 제공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었다. 그러나 원청의 탄압은 너무 심각했다. 하청노조 간부와 조합원이 있는 업체와는 계약을 해지하고 하청업체는 폐업해 노동자들은 해고되었다. 심지어 원청은 해고 절차도 밟지 않고 전산자료를 말소시켜서 하청노조 간부의 현장 출입을 봉쇄하기도 했다. 그 극심한 탄압 속에서 박일수 열사는 “하청노동자도 사람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유서를 남기고 분신했다. 2010년 3월 25일, 노동자들이 해고된 지 7년이 되어서야 대법원 특별2부는 현대중공업의 이런 행위가 부당노동행위라고 판결했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실질적으로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자가 사용자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의 이 판결은 투쟁해 왔던 노동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판결 이전에도, 이후에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진짜 사장’이 사용자책임을 인정하고 교섭에 나오라고 요구하며 투쟁했다. 2022년 거통고조선하청지회 노동자들이 원청이 빼앗아 간 상여금을 되찾기 위해 도크를 점거하고 투쟁했다. 윤석열정부는 공권력 투입 협박을 하며 이 투쟁을 탄압했고, 파업이 끝난 후 원청인 대우조선은 거통고조선하청지회 간부들에게 47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과정을 지켜본 노동자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은 더 이상 원청의 무책임을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를 만들었고, 3년간의 투쟁을 통해 노조법 2·3조를 개정했다. 이 개정안에는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에 대한 대법원 판결문이 반영되어 있다.
그런데 2003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벌어졌던 일이, 22년이 지난 2025년 12월, 한국GM 물류센터 사내하청 노동자들에게 또다시 벌어지고 있다. 한국GM 부품물류를 담당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2025년 7월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했다. 그러자 원청인 한국GM은 물류센터 전체를 외주화할 것이며, 업체와 계약갱신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했다. 결국 오랫동안 계약이 유지되어 왔던 하청업체 우진물류와 재계약을 하지 않고, 우진물류는 노동자 12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현대중공업이 저질렀던 일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2010년 대법원 판결도 있었고, 2025년 노조법 2조도 개정되었지만, 한국GM은 이런 변화를 무시하고 노동자들을 거리로 내몰고 있다.
문제는 고용노동부의 태도이다. 2026년 3월 10일이면 이 법이 시행된다. 고용노동부는 노조법 2조가 현장에 정착되도록 하겠다면서 현장간담회도 진행하고 가이드라인도 준비한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노동자들은 “중요한 것은 노조법 2·3조 개정 취지에 맞게 원청이 교섭에 나서도록 하고, 계약해지 등 부당노동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고용노동부가 그런 역할에 힘써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것은 기업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대응방안이 아니라, ‘교섭창구 단일화’를 강제하여 노조법 개정의 취지를 훼손하는 시행령이었다. 고용노동부가 노조법 2·3조 개정이 취지를 훼손하려고 드니, 기업들도 마음 놓고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늘 그랬다. 한국GM 물류센터의 사내하청인 우진물류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든 이유는 강제잔업과 상여금 폐지, 연월차 휴가 미보장 등 최소한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런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120명 집단해고가 예고된 후 지회가 대전노동청장과 면담을 했는데, 대전노동청장은 ‘원청과 하청업체는 사적인 계약이라 노동부가 직접 개입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늘어놓았다고 한다. 하청노조를 탄압할 목적으로 업체와 재계약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이다. 이미 15년 전에 대법원이 확인해준 내용이다. 그런데 원청이 사용자책임을 지도록 강제해야 할 고용노동부가 ‘사적 계약’ 운운하고 있으니 참으로 위험하다.
심지어 한국GM은 자신들이 사용자라고 직접 언급했다. 지회가 11월 17일 파업을 하기 전 한국GM 본사 노사협력팀 상무가 직접 내려와 ‘정규직 전환에 대한 승인이 났고 이것은 불가역적인 결정’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한다. 어떻게 해서라도 파업을 막아보려는 꼼수였다. 그 이후 원청인 한국GM은 노조의 협의 요청에 답을 하지 않고 시간만 끌다가 120명 해고 통보를 보낸 것이다. 그 이후 원청은 다시 물류센터에 내려와서 ‘불법파견 소송을 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한국GM에 발탁채용과 위로금 보상을 제안하기도 했다. 120명 해고를 무기로 삼아 불법파견 소송을 막고, 노동자들을 원청 마음대로 부리겠다는 태도이다.
이런 일을 막자고 노조법 2·3조를 개정한 것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기까지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거리로 쫓겨나고 거리에서 농성하고, 고공에 올라가고, 단식하고, 오체투지를 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법을 무력화하고 비웃는 한국GM과 고용노동부의 태도를 우리는 용서할 수 없다. 해결은 간단하다. 원청인 한국GM은 ‘발탁채용’ 협박을 집어치우고, 직접 나서서 GM부품물류지회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에 대해 교섭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한국GM의 불법행위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제대로 처벌해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원청이 노조법 2·3조 개정을 회피하지 못하도록 자신의 책임을 다하라.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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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진은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