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기후위기, 폭염과 재난이 일상이 된 지금, 에너지 전환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전환 방식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는 다시 물어야 할 때다. 지금의 에너지 전환은 민간 투자와 시장 논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막대한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서도 소유와 통제권은 민간에 집중되고, 비용은 사회 전체로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와 저조한 민간 투자는 에너지 전환 속도마저 뒤처지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은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라 재생에너지 투자와 소유, 통제권의 귀속, 그리고 일자리와 사회적 배분을 둘러싼 정치·경제적 전환이다. 특히 2050년까지 약 1,550조 원에 이르는 투자 규모는 이 전환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질 것인가를 결정짓는 핵심 쟁점이다. 본 연재는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를 밝히기 위해 발전공기업 통합부터 해상풍력, 지역분산에너지, 태양광, 그린수소 및 녹색공공은행 설립까지, 에너지 공공성을 노동자와 시민의 손으로 되찾기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
한편, 이 글은 2023년 발간된 <공공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에 이어, 전력과 가스 등 에너지 체계 전반에서 통합적인 공공적 경로를 구상한 연구보고서 <에너지 전환의 공공적 경로>(사회공공연구원 외, 2026)를 요약·소개하는 글이다.
출처: 장혜경의원실
지난 2025년 8월 13일 이재명 대통령은 ‘나라 재정 절약 간담회’에서 “공공기관이 너무 많아서 숫자를 못 세겠다”며 공공기관의 대대적인 통폐합을 주문했고, 이러한 통폐합 대상 공기업 1순위로 발전공기업이 거론되었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2월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발전자회사를 두고 “왜 이렇게 나눠놨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한국전력 발전 부문이 5개 자회사로 나뉜 것에 의문을 표했다.
20여 년 전 발전공기업 분할 당시의 목적은 경쟁을 통한 효율화였으나, 지금의 발전공기업들에서는 지역적·기술적 차별성을 기반으로 한 건전한 경쟁을 찾아보기 어렵다. 발전공기업 간의 비용절감 경쟁은 편익을 발생시키기는커녕 위험의 외주화로 인한 비정규직 양상, 노동권과 노동조건의 악화 등의 문제를 낳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발전공기업 통합방안과 이에 병행되어야 하는 민주적 개편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정의로운 노동전환을 위한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 전략 또한 검토해야 한다.
발전공기업 통합·개혁이 필요한 이유
지금 시기 발전공기업 통합·개혁이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공공개혁의 일환으로 발전공기업의 통합이 필요하다. 이재명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은 공공기관 알박기 인사 근절을 명목으로 공공기관 기관장·임원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연계시키는 방안에 중점을 두고 추진되고 있을 뿐 구체적인 개편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발전공기업 통합·개혁 과정에서 공공기관 전반의 개혁을 추동해낼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발전사들의 경쟁 종식과 통합은 지난 20년간 이루어졌던 분할, 경쟁 구조의 폐해를 일소하고, 발전공기업을 개혁할 수 있는 커다란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발전공기업 통합 과정에서 공공기관 전반의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촉발되고, 통합 발전공기업 지배구조의 구성과 운영을 통해 공공기관 전반의 지배구조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셋째, 발전공기업 통합은 공공재생에너지 전략, 즉 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다.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효율성 향상에 더하여 발전공기업들이 공공기관으로서의 사명을 재정의하는 계기로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넷째, 현행 발전공기업 체제가 가진 문제점과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행 발전 5사 경쟁체제는 구조적 한계 및 비효율성을 지니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5년 12월 17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업무보고에서 “경쟁시키다 보니 인건비를 줄이려 하고, 그 결과 발전사에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한 것 아니냐”며 경쟁 중심 체제의 문제점을 짚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발전공기업 통합이 요구된다. 또한 발전공기업들이 공공기관 경영평가의 압박 속에서 해외진출 경합, 신재생에너지 등 유사사업 중복투자를 하면서 단기적 성과 추구에 매몰되고 있는 상황을 해소할 필요도 제기된다.
발전공기업 통합·개혁 방안
그렇다면 발전공기업 통합·개혁은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 발전공기업 통합은 정의로운 전환에 기반해야 하고, ‘공공재생에너지’에 기반하여 추진되어야 하며, 발전공기업 체제 개편, 나아가 전력산업 구조개혁과 함께 가야 한다. 발전공기업 통합은 발전공기업 체제의 개혁과 병행되어야 실효성이 확보된다.
기후위기 대응에 따른 에너지 전환과 같은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제안들이 제시되었다. 기존의 발전공기업 통합방안을 살펴보면, 발전공기업 통합을 넘어 전력산업구조의 전면적 개편을 도모하는 방안과 발전공기업 통합에 초점을 둔 방안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전력산업의 전면적인 개편을 주장하는 제안들은 지금껏 추진해왔던 민영화 정책의 폐해를 반성하고 재공영화 정책으로 주장되기보다는, 민영화를 더욱 진척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제시되고 있다. 한전의 재공영화와 함께 정의로운 전환 논의를 반영하여 공공성 강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된다면 이를 고민해볼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발전공기업 통합방안은 발전 5사를 통합하여 1개의 발전공사를 설립하거나, 일부 발전사는 민영화하고 나머지 발전사를 통합하는 방안, 2개로 통합하여 중부발전과 남부발전을 설립하거나 한수원까지 포함하여 3개 권역의 발전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과 발전 6사를 통합하는 방안 등이 제시되어 있다. 정부는 발전 5사를 통합하되, 별도 재생에너지공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는 발전 5사를 통합하여 한국발전공사를 설립하는 안을 제시한다. 재생에너지공사를 별도 설립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 발전공기업이 재생에너지 사업도 담당하고, 현재의 쟁점을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에 따른 발전공기업 재편으로 국한시켜 우선은 한국수력원자력은 제외하고 발전공기업 통합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발전공기업 통합 과정에서 구조조정이 발생할 수도 있으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불필요하다. 본사 통합, 유사·중복업무 통폐합으로 남은 인력은 사업소의 부족 인원을 채우고 신규 재생에너지 개발사업에 투입하면 구조조정의 여지는 최소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 발전5사 본사 거점 지자체와 지역주민의 반발 문제의 경우 정치적인 사안이므로 이에 적극 대응하여 공공이 주도하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발전5사 본사 거점 지자체의 반발을 이유로 통폐합을 미루고 억지로 본사만 남겨두는 비효율성을 감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발전공기업 통합·개혁을 위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도 모색되어야 한다.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개혁으로, 이는 공공기관운영법의 대폭 개정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관련하여 수익성 위주의 평가지표를 개편하여 공공기관 본연의 사회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전공기업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지표 개선도 필요하다. 그리고 통합된 거대 발전공기업에 대한 우려도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사회적 통제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발전공기업 통합·개혁에 따른 정의로운 노동전환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은 노동전환을 “산업전환에 따라 직업 또는 직무가 다른 산업·업종 또는 같은 산업·업종 내의 다른 직업 또는 직무로 전환하는 과정”으로 규정한다. 석탄화력발전산업의 전환이 노동자와 지역사회를 보호하고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정의로운 전환이 되기 위해서는 전환의 과정과 결과가 모두 정의로워야 한다. ‘고 김충현 사망사고 재발 방지를 위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가 2026년 2월 10일 합의하여 발표한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석탄화력발전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 강화 종합방안은 노동전환의 구체적인 방안이라 할 만하다.
발전공기업 통합·개혁에 따른 노동전환을 위해서도 정의로운 전환과정에 이해관계자들의 실질적 참여가 보장되는 의사결정구조 마련이 중요하다. 다만,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민주적 거버넌스 구축이 공공의 역할 강화가 아니라 기업과 시장 영역 확장에 활용될 수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정의로운 전환은 민주적 거버넌스의 구축, 민주적·참여적 통제에 기반해야 한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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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은 사회공공연구원의 선임연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