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납치됐던 평화 항해 활동가, “한국 정부, 한국석유공사 등 집단학살 공모 끊어야”

“이 대통령, 국무회의 발언 부디 실천하길”...여권 실효된 활동가, 병원 진료도 어려워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집단학살과 봉쇄에 맞서 평화 항해에 나섰다가 이스라엘 점령군에 나포됐던 해초·동현 활동가가 22일 한국으로 돌아왔다. 함께 항해했던 승준 활동가도 같은 날 석방돼 튀르키예에 도착했다.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항해 한국본부(KFFP)와 시민사회는 이날 저녁 서울 이스라엘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세 활동가의 석방과 해초·동현의 귀국을 환영하는 한편 이스라엘의 공해상 민간 선박 나포와 구금 폭력을 규탄했다. 이들은 또한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에 대한 “수사적 규탄”을 넘어 집단학살 공모를 끊고, 실효성 있는 압박과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두 활동가는 이스라엘군이 나포와 구금 과정에서 자행한 폭력으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에서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나포 당시 상황과 구금 중 겪은 폭력, 그리고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가 마주해야 할 과제를 이야기했다. 동현 활동가는 “아슈도드 항구에 내리기 전 감옥선에서도, 감옥선에서 내리는 과정에서도 이스라엘군에게 몸이 포박된 상태로 여러 차례 구타를 당했다”며 “장시간 고문과 비슷한 자세를 유지해야 했기에 근육이 많이 파열된 상태”라고 말했다. 병원에서는 장기 입원이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고 했다. 해초 활동가 역시 이스라엘 점령군의 구타로 한쪽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가 해초 활동가의 출국 이후 여권 효력을 정지한 조치는 귀국 뒤에도 기본권을 제약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민사회는 그동안 이 조치가 활동가를 보호하기보다 해외에서 더 취약한 처지로 내모는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동현 활동가는 “해초 활동가가 현재는 무사히 귀국한 상태이지만 (여권이 실효돼) 법적으로도 아직 완전히 입국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면서 “그래서 귀국 후 방문한 병원에서 건강보험 처리가 되지 않고 진료를 받는 데도 문제가 있었다”고 밝혔다. 보호를 명분으로 한 여권 무효화 조치가 귀국 이후에도 보편적 권리 행사를 제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해초 활동가는 자신이 탑승했던 ‘리나 알 나불시’호가 “평화로운 항해를 이어가던 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경고나 체포 절차 없이 접근했고, 배의 무전 채널에 음악을 틀어 긴급 상황이 외부에 전달되지 못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돛을 자르고 선체를 파손하며 배가 뒤집힐 정도로 위협한 뒤 활동가들을 “바다 위에 만들어진 감옥”으로 끌고 갔다고 증언했다. KFFP는 성명에서 활동가들이 테이저건과 고무탄, 결박, 모욕과 성희롱 등 신체적·심리적 폭력을 겪었다고 밝혔다.

가자지구를 향하다 이스라엘 점령군에 납치되었던 활동가 해초와 동현(오른쪽 부터). 참세상 류민.

해초 활동가는 자신들이 겪은 폭력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매일 겪는 폭력과 연결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머문 감옥과 군사 수용소가 “지금 9천여 명의 팔레스타인이 감금되어 있는 감옥과 시설과 비슷한 곳”이었다며, 활동가들이 구타와 테이저건, 고무탄을 겪었지만 “저희보다 훨씬 더 가혹한 절차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해초의 증언은 항해 활동가들이 겪은 폭력을 고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스라엘의 봉쇄와 점령 아래 놓인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현실을 향했다.

두 항해 활동가는 귀국 이후에도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한 실천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나포됐던 자신들의 석방과 귀국을 위한 외교적 조치를 넘어, 이스라엘이 자행하는 팔레스타인 점령과 집단학살과 관련한 한국 정부의 과제를 묻는 참세상의 질의에, 한국 정부와 기업의 국제적 책임을 환기했다. 동현 활동가는 우선 해초 활동가에 대한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가 “활동가가 스스로 활동할 수 있는 자유를 막는 처사”라며 그 부당성을 계속 제기하겠다고 했고, 이재명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이 이스라엘과 공모하는 한국석유공사와 무기 수출 기업들에  대한 실질적 규제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해초 활동가도 “대통령께서 팔레스타인을 다시 한 번 언급해 주시고 또 우리가 왜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범죄 국가로 설정하고 팔레스타인과 함께 연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잘 말씀해 주셨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발언이“부디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국이 집단학살에 가담하는 공모 구조를 끊기 위해 이스라엘 전쟁범죄에 공모하는 한국석유공사와 한화 같은 기업들에 대한 국가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초, 동현 활동가 귀국 기자회견 현장. 참세상 류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서 이스라엘의 구호선단 나포와 한국 활동가 구금 문제를 두고 “우리 국민을 국제법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사유로 잡아간 것은 너무 심하고 비인도적”이라고 비판했다. 또 활동가들이 나포된 곳이 이스라엘 영해인지 물으며 “교전하면 제3국 선박을 나포하고 잡아가도 되느냐”고 지적했고,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해 발부한 체포영장의 집행 여부도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KFFP는 이 같은 발언과 한국 정부의 대응이 “수사적 차원의 규탄”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성명은 한국 정부가 “가해 방조국”으로서의 책임을 밝히고, 이스라엘과의 협력 관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점령 경제의 공범이 되기를 멈추고, 실효성 있는 외교·경제적 제재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홍명교 플랫폼C 활동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정부다운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계기”로 평가하면서도, 그것이 정부의 언행 일치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무회의에서 드러난 외교·안보 라인의 인식이 활동가들이 향한 곳이 이스라엘이 아니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였다는 사실조차 정확히 짚지 못했고, 이스라엘이 자행해 온 봉쇄와 점령의 역사를 묻기보다 이스라엘의 입장에서 사안을 설명하는 데 머물렀다고 비판했다. 또한 활동가들의 석방을 대통령 발언의 성과로만 해석하는 언론 보도 흐름에도 선을 그으며, 외교부가 해초 활동가의 출국 직후 여권 효력을 정지시킨 것은 “정부가 외면해온 집단학살 상황에 대한 구호 활동을 외교부가 가로막은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활동가도 한국 정부와 기업이 이스라엘과 맺고 있는 협력 구조를 환기했다. 그는 한국석유공사 자회사 다나페트롤리엄이 가자지구 앞바다 천연가스 탐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는 점령과 집단학살 속에서 팔레스타인 해역의 자원을 수탈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과 이스라엘 사이의 무기 거래와 군사기술 협력,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가옥과 삶터를 파괴하는 데 한국산 굴착기가 사용돼 온 문제도 지적했다.

유지 활동가는 “우리 모두가 가자행 배를 탈 수는 없겠지만”, 양심 있는 시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이스라엘의 범죄에 맞서는 행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팔레스타인 연대 총파업이 정부의 이스라엘 군사협정 연장을 막고, 한국석유공사 자회사 다나페트롤리엄도 참여하고 있는 가자지구 가스전 개발 사업에서 에너지 기업 에니(ENI)가 철수하도록 압박한 사례를 들며, 이스라엘에 맞선 보이콧·투자 철회·제재 등의 사회운동이 실제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자회견에는 권영국 정의당 서울시장 후보도 참석했다. 권 후보는 외교부의 여권 무효화 조치가 해초 활동가를 더 큰 위험에 놓이게 했을 뿐 아니라, 평화 항해에 나선 활동가의 자유로운 실천을 가로막은 것이라며 여권 복권을 촉구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전쟁범죄를 지속하는 이스라엘을 한국 정부가 “더 이상 정상 국가”로 대우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 당장 관계 단절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자지구 구호 선단의 일원으로 평화 항해에 나섰던 동현, 해초, 승준 활동가(왼쪽부터). KFFP

KFFP 소속 해초와 동현, 승준 활동가는 가자지구로 향하는 국제 구호선단의 일원으로 항해에 나섰다. 해초 활동가는 지난해에도 가자지구로 향한 평화 항해에 참여한 바 있다. 이번 항해에서 해초와 승준 활동가는 지난 5월 2일 ‘리나 알 나불시’호에, 동현 활동가는 5월 8일 ‘키리아코스 엑스’호에 올랐다. 동현 활동가가 탄 배는 18일, 해초와 승준 활동가가 탄 배는 20일 새벽 이스라엘 점령군에 의해 공해상에서 나포됐다. KFFP에 따르면 이들은 가자지구로부터 최대 480km 이상 떨어진 공해상에서 나포돼 아슈도드 항구와 구금시설 등으로 이송됐으며, 해초와 동현 활동가는 태국 방콕을 거쳐 22일 오전 6시 35분 한국에 도착했다. 승준 활동가도 크치오트 군사 수용소와 라몬 공항을 거쳐 같은 날 튀르키예에 입국했다.

KFFP는 세 활동가의 석방과 귀국이 항해의 끝을 뜻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명은 동현·해초·승준의 항해가 소수 활동가의 용기 있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2008년 ‘자유 가자’호 이후 각국 시민들이 이어온 비폭력 평화운동의 일부라고 설명했다. 또한 64개 이상 한국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의사를 세계에 전하고, 40여 개국 430명 이상의 활동가들이 함께한 국제적 흐름이었다고 밝혔다.

KFFP는 이 항해를 움직인 근본 원인이 식민지배와 집단학살 속에서도 생존과 존엄, 자유를 위해 이어온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의 국제범죄를 “수사적”으로 규탄하는 데 그치지 말고, “가해 방조국”으로서의 책임을 밝히며 팔레스타인 집단학살과 점령 경제의 공범이기를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성명은 이를 위해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과의 협력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고, 실효성 있는 외교·경제 제재로 봉쇄와 식민지배, 군사점령, 집단학살,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압박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초 활동가에 대한 여권 무효화 조치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FFP는 “해방된 팔레스타인 땅에 닻을 내리는 순간까지” 항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국가와 자본이 설정한 경계를 넘어 국제주의적 연대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정부가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9가지. 팔레스타인평화연대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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