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민주노총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11일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로드맵에 △사업장 변경 자유 보장 △미등록 이주노동자 체류 안정화 △임금체불·산재 대책 △가족동반과 정주권 보장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최근 잇따른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노동계는 지난달 경기 화성에서 태국인 노동자에게 에어건을 발사한 사건과 베트남 노동자 폭행 사건 등을 언급하며 현행 제도가 폭력과 착취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정부가 발표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대책은 익명신고 시스템 구축과 특별감독 확대 등 사후 대응에 머물러 있다”며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주노동자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가 없기 때문에 악의적인 폭력이 반복된다”며 “맞기 전에, 범죄 피해자가 되기 전에, 산업재해를 당하기 전에 위험한 일터를 떠날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 노동·인권단체들이 가장 강하게 문제 삼은 것은 고용허가제를 비롯한 사업장 변경 제한 제도다. 단체들에 따르면 고용허가제(E-9), 계절근로제(E-8), 선원취업(E-10), 일반·숙련기능인력(E-7) 등 대부분의 이주노동 비자는 원칙적으로 사업장 변경을 제한하고 있으며, 일부 비자에서는 기존 사업주의 이적동의서까지 요구된다. 노동계는 이 제도가 노동자를 사업주에게 종속시키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위원장은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을 선택하거나 변경할 권리가 없고 고용연장 여부도 사업주가 결정한다”며 “사업주가 재고용이나 재입국 신청을 취소하는 방식으로 보복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임금체불과 산재사망이 내국인의 세 배 수준인데도 노동자들은 부당한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거나 일터를 떠날 수조차 없다”며 “더 이상 이주노동자에게 강제노동을 시켜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사업장 변경 제한이 단순한 이동권 문제가 아니라 임금체불과 산재, 주거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주노동자 임금체불액은 1,600억 원을 넘어섰고, 이주노동자의 68.2%가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집중돼 산업재해 위험에 노출돼 있다. 농어업 노동자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63조 적용으로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이 제도적으로 용인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윤성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이주노동팀장은 사업장 변경 제한이 헌법과 국제협약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직장을 선택할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이주노동자만 이직을 제한하는 것은 인종차별철폐협약과 ILO 강제노동 금지 협약에도 위반된다”며 “이 제도는 이주노동자를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대표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로드맵의 방향 자체도 문제 삼았다. 고기복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노동부가 약속했던 외국인력 통합지원 로드맵은 상반기가 지나도록 나오지 않고 있다”며 “그 사이 법무부는 통제와 단속 중심의 이민행정을 확대하고 있지만 노동권과 인권 보장은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필요한 것은 인력 수급 대책이 아니라 사업장 변경 제한 폐지와 미등록 이주노동자 정규화 등을 포함한 인권 중심 로드맵”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과 이주노동자평등연대는 정부 로드맵에 △사업장 변경 자유 전면 보장 △강제단속 중단과 미등록 이주노동자 양성화 △임금체불·산재 대책 △브로커 개입 차단 △주거권 보장 △체류기간 연장과 영주권 기회 확대 △고용노동부 중심의 정책 일원화 등을 담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현재 법무부와 고용노동부로 분산된 이주노동 정책을 노동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는 오는 28일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이주노동자 피해사례 증언대회를 열고 사업장 변경 제한이 초래한 강제노동과 인권침해 실태를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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