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 규제 완화 정책이 업계 투자를 더 부추기면서 JP모건이 다시 한번 ‘재난 자본주의’를 수용하는 은행 목록의 최상위에 올랐다.
2018년 텍사스(Texas)주 플래이노(Plano)에서 시위대가 JP모건체이스은행(JPMorgan Chase Bank)의 고오염 화석연료 사업 자금 지원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와 협력 단체들이 발간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JPMorgan Chase)는 2025년 화석연료 기업들에 582억 달러를 지원했으며, 이는 전년보다 12.6% 증가한 규모다. 출처: 열대우림행동위원회(Rainforest Action Committee)
지난해 세계 최대 65개 은행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지구 온난화를 심화시킬 탄소 배출을 초래할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 이들 은행은 화석연료 기업들에 총 9,060억 달러를 제공했으며, 이는 2024년보다 650억 달러 증가한 규모라고 새 보고서는 밝혔다.
이번 주 발표된 「2026 기후 혼란 속 은행(Banking on Climate Chaos) 보고서」는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와 협력 단체들이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로, 전 세계 은행들의 화석연료 금융 데이터를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JP모건체이스는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JP모건은 화석연료 기업들에 582억 달러를 지원했으며, 이는 2024년보다 12.6% 증가한 수치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미즈호파이낸셜그룹, 씨티그룹이 그 뒤를 이었으며, 이들 은행은 각각 전년도에 450~470억 달러를 지원했다.
2024년과 비교해 가장 두드러진 변화 가운데 하나는 중류(midstream) 부문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됐다는 점이다. 이 부문은 석유와 가스, 그리고 정제 제품의 운송·저장·거래를 담당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분야에 대한 금융 지원은 84% 급증해 2024년 이후 총 1,160억 달러에 달했다.
이 자금의 상당 부분은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에 투입됐다. 보고서 공동 저자이자 열대우림행동네트워크 연구 책임자인 니코 루시아니(Niko Lusiani)는 디스모그(DeSmog)와의 인터뷰에서 이것이 “2025년에 나타난 가장 충격적인 변화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화석연료 생산을 위한 신규 인프라 개발에 대한 은행들의 금융 지원도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65개 은행은 이 부문에 총 5,080억 달러를 지원했으며, 이는 2024년보다 약 27% 늘어난 규모다.
보고서 저자들은 “확장 금융은 특히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며 “이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의 탄소 배출, 지역적 오염, 공급 충격, 그리고 좌초자산 위험을 고착화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전쟁이 여전히 화석연료에 묶여 있는 세계 경제의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석유와 가스 공급 차질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가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대형 은행들은 계속해서 새로운 화석연료 사업 확장에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더티 더즌(Dirty Dozen)’
보고서가 검토한 약 2,000개 은행 가운데 상위 ‘더티 더즌’에는 웰스파고, 캐나다왕립은행, 바클레이스, SMBC그룹,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토론토도미니언은행 등이 포함됐다. 이들 12개 은행은 전체 화석연료 금융의 약 39%를 차지했다. 반면 상위 65개 은행 밖의 금융기관들은 전체의 26%만 담당했다.
또한 금융 지원은 점점 더 적은 수의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단 10개 화석연료 기업이 전체 화석연료 금융의 12.5%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자금을 받은 기업은 북미 지역에서 대규모 송유관 확장 사업을 추진하는 중류 부문 기업 엔브리지(Enbridge)였다. 엔브리지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총 1,230억 달러를 지원받았으며, 이는 전체 금융의 2.1%에 해당한다. 한편 2025년 한 해만 놓고 보면 상위 10개 기업이 전체 금융의 15.2%를 차지했고, 액화천연가스(LNG) 대기업 벤처 글로벌이 2.7%를 차지했다.
루시아니는 디스모그와의 인터뷰에서 “자금 조달을 주도하는 기관들, 자금을 받는 기업들, 그리고 금융이 공급되는 금융 중심지들이 점점 더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흐름이 초래하는 재정적·경제적 위험은 전반적으로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보고서는 이러한 금융 증가가 2050년 탄소중립 달성과 지구 평균기온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려는 파리협정 목표와 “직접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협정 체결 10년이 지난 현재, 많은 은행이 기후 관련 정책을 후퇴시키고 있으며, 보고서는 이러한 추세가 3년 연속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더티 더즌’에 포함된 모든 은행을 비롯해 수많은 은행이 넷제로은행연합에서 수개월에 걸쳐 대거 탈퇴했고, 결국 이 연합은 2025년 10월 사실상 붕괴했다. 보고서는 이로 인해 “은행들이 기후 목표와 기타 기후 전략 요소들로부터 더욱 자유롭게 이탈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기존의 기간 및 비율 기준 배출 감축 목표에서 벗어났다고 밝혔다. 웰스파고는 ‘부문별 2030년 중간 금융배출 목표’와 2050년까지 금융배출 순제로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폐기했다. 또한 최근 캐나다왕립은행도 2030년 배출 감축 목표를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보고서는 지난해 나타난 정책 변화 대부분이 “기존 정책의 개선이 아니라 후퇴”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 반기후 정치적 압력이 이러한 흐름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트럼프 효과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몇 달 동안 미국 에너지부는 일련의 규제 완화 조치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화석연료 에너지 개발에 대한 장벽을 낮춘 ‘미국 에너지 해방’ 행정명령이 포함됐다.
보고서 공동 저자이자 뱅크트랙(BankTrack)의 캠페인 책임자인 디오고 실바(Diogo Silva)는 성명을 통해 “은행들은 계속해서 기후 대응에 전념하고 있다고 말한다”며 “그러나 정치적 압력이 커지는 순간 스스로 세운 정책을 포기한다. 자발적 공약은 이미 충분한 기회를 얻었다. 이제는 약속이 아니라 구속력 있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루시아니는 화석연료 금융을 주도하는 은행들이 원래부터 그러한 자금 지원을 지속해 왔다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최근 증가세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미국이 점점 더 예외적인 존재가 되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며 “미국 은행들은 전체 금융 지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고, 현재의 정책 및 규제 입장도 다른 지역과 비교하면 균형을 잃은 상태”라고 말했다.
JP모건체이스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금융기관 가운데 하나로서 우리는 신뢰성, 경제성, 에너지 안보, 장기적 회복력을 중시하며 다양한 에너지 해법과 기술을 지원한다”며 “우리의 데이터가 제3자 추정보다 우리의 활동을 더 포괄적이고 정확하게 반영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은행들이 보고서 발간 전에 데이터를 검토하고 정확성을 확인할 기회를 제공받는다고 설명했다.
씨티그룹은 성명을 통해 “현재 필요한 안전하고 저렴하며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의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고객들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고 있다”며 “2050년까지 금융배출 순제로를 달성하고 1조 달러 규모의 지속가능 금융 목표를 추진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논평을 거부했고,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과 미즈호파이낸셜그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65개 은행 전체의 금융 지원 규모는 증가했지만, 이 가운데 26개 은행은 지난해 화석연료 금융 규모를 줄였다.
화석연료 금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금융 중심지 가운데 캐나다 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은 약 2% 감소했다. 유럽연합(EU) 은행들의 점유율은 거의 1% 줄었고, 영국 은행들의 점유율도 소폭 하락했다. 반면 미국, 일본, 중국 은행들은 모두 시장점유율을 늘렸다.
보고서는 이러한 감소 추세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당한 부분이 화석연료 금융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스탠드.어스의 기후금융 책임자 리처드 브룩스는 캐나다 은행들이 “자산 규모에 비해 화석연료 금융에 과도하게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들 은행이 “특히 새로운 오염 유발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대한 자금 지원에 집중하고 있으며, 과거의 에너지원인 화석연료에 금융을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청정에너지 전환을 가속하는 데 필요한 노력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룩스는 “전반적으로 볼 때 글로벌 은행권 전체가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고, 최악의 형태의 재난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모습을 보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적 불확실성
보고서는 액화천연가스(LNG) 수출 터미널이 일반적으로 15~20년짜리 판매 계약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새로 금융 지원을 받는 LNG 터미널 하나하나는 수십 년에 걸친 화석가스 사용을 약속하는 셈이다.
루시아니는 “기후 관점에서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새로운 금융 지원이 최소 20년, 어쩌면 그 이상 동안 탄소배출 증가를 고착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LNG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이 급증하면서 경제적 문제도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화석연료 수입국들을 변동성이 크고 비용 부담이 높은 가스 수입 중심 에너지 체제에 묶어 두기 때문이다. 많은 국가가 원하지 않지만 사실상 이를 떠안도록 압박받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주요 은행들이 LNG 부문에 금융 지원을 집중하면서 앞으로 이 가스를 어디에 판매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루시아니는 “특히 LNG 수출업체들이 판매를 확대하려는 시장에서 태양광과 에너지 저장장치를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브룩스 역시 LNG 중심의 확장 금융이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공급 과잉을 예상하는 분석이 이어지는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동 전쟁으로 인해 LNG의 신뢰성이 크게 훼손됐다고 평가했다.
브룩스는 “그 결과 유럽과 아시아의 주요 시장에서 LNG와 가스에 대한 수요 파괴가 영구적인 형태로 가속화하고 있다”며 “그런데도 은행들은 계속해서 이 부문, 특히 엔브리지, 에너지 트랜스퍼, 벤처 글로벌 같은 소수 기업들에 과도한 자금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 거래 이익만을 좇아 장기적 파급효과를 무시하는 이러한 태도는 금융위기를 초래할 위험을 키우며, 글로벌 에너지 시스템의 현실도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에 따르면 석탄 확장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도 2025년에 크게 증가했다. 석탄 채굴 부문 금융은 2024년보다 77% 늘었고, 석탄화력발전 부문 금융도 40% 증가했다.
보고서는 석유와 가스 확장 사업에 대한 금융 지원 대부분이 미국에서 이뤄지지만, 석탄 확장 금융의 대다수는 중국 기업들이 받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이 초래한 공급 차질과 비용 상승은 현재 에너지 체제의 경제적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보고서는 이러한 사례가 화석연료가 더 이상 에너지 안보의 원천이 아니라 불안정성의 원천이 됐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루시아니는 “에너지 비용과 생활비 문제를 생각해 보면, 은행들이 화석연료 기반의 매우 취약하고 신뢰성이 낮으며 비용 부담이 큰 에너지 체제를 유지하고 장기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3월 “중동 전쟁이 글로벌 석유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차질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5월에는 “호르무즈 해협의 공급 감소가 확대되면서 전 세계 석유 재고가 기록적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며 “여름철 수요 증가를 앞두고 가격 변동성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브라운대학교 기후해법연구소의 추적 자료에 따르면, 미국 가계는 2월 28일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현재까지 연료비 상승으로 총 560억 달러를 추가 부담했다. 이는 가구당 약 432달러에 해당한다.
보고서 공동 저자이자 에너지·생태·개발센터(Center for Energy, Ecology and Development) 사무총장인 게리 아란세스(Gerry Arances)는 성명을 통해 “2020년대의 두 차례 화석연료 에너지 위기는 한 가지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화석연료 의존은 에너지 안보가 아니라 구조적 취약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도 화석연료 확장 사업으로 흘러가는 모든 자금은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밝혔다.
[출처] Fossil Fuel Financing Surges as Big Banks Retreat From Climate Pledges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사라 호프만(Sarah Hofmann)은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NYU) 과학·보건·환경보도 프로그램(Science, Health and Environmental Reporting Program·SHERP) 대학원생이자 기자다. 그는 2026년 여름 동안 디스모그(DeSmog)에서 인턴으로 활동하고 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