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청교섭 원년, 초기업 교섭 돌파! 모든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 민주노총 총파업 선포 기자회견. 민주노총.
민주노총이 7월 15일 총파업을 선언한 가운데, 노동계 안에서 이번 총파업의 의미와 과제를 둘러싼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번 총파업의 핵심 요구로 원청교섭을 전면에 내세웠다. 원청에 교섭의무를 부여한 개정 노조법이 시행됐지만, 사용자성 판단 지연과 복잡한 교섭창구단일화 절차, 시행령과 해석지침이 원청교섭을 실질적으로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400여 개 원청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지만 “현재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단 4곳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제로가 유행이라더니… ‘원청교섭 제로’?
금속노조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섭 요구를 받은 24개 원청 대기업은 테이블을 열지 않고 있다”며 “원청교섭 제로”라고 비판했다. 일례로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와 웰리브지회는 노동위원회에서 한화오션의 사용자성을 인정받고 원청을 상대로 한 쟁의권까지 확보했지만, 한화오션은 여전히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김춘택 거통고지회 부지회장은 “제도가 원청교섭을 강제하지 못한다는 게 현실에서 드러난 것”이라며 “노동조합이 파업이나 쟁의행위를 통해 교섭을 강제할 수밖에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이김 부지회장은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교섭이 가능할 수 있다고 했지만, 그 말이 틀렸다는 게 드러났다”며 “제도로 교섭이 강제될 수 있도록 다시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한주 금속노조 대변인도 “개정 노조법이 시행됐는데도 원청 자본은 비정규직 노동자와의 교섭을 일체 거부하고 있다”며 “원청교섭뿐만 아니라 AI 대응, 최저임금, 업종별교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파업을 통한 대자본 압박이 필요하다”고 총파업의 중요성을 짚었다.

‘교섭 불응 원청기업 규탄’ 금속노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거통고지회 강인석 지회장. 참세상 박도형 기자.
정부가 모범사용자를 자처해온 공공부문에서도 원청교섭은 가로막혔다.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연합노조 최라현 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부처, 장관, 지자체장, 공공기관장 등 도합 138명의 계약외사용자들에게 일괄 교섭을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며, 정부가 개정 노조법에 따른 교섭에 응하거나 초기업단위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혜진 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정부가 얘기했던 교섭창구단일화의 긍정성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 이미 확인됐다”며, “정부는 교섭창구단일화에 대해 ‘이렇게 해야 기업들이 교섭에 응한다’, ‘문제가 발생할 경우에는 교섭단위 분리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은 정부조차 그 책임을 지지 않았다”고 했다.
또 ‘뻥파업’에 그칠까… “하반기 투쟁계획이 관건”
민주노총은 7월 15일 총파업을 통해 원청교섭을 현실화하고, 초기업교섭 체계 구축으로 나아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번 총파업도 실질적인 총파업의 내용을 갖추지 못한, 이른바 ‘뻥파업’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한 민주노총 지역본부 관계자는 “총파업을 일주일도 남겨두지 않았으면 분위기가 올라오고 보수 언론도 공격을 해야 하는데 조용하다”며 “매년 하는 연례행사처럼 된 지 오래됐다”고 비판했다.
총파업을 앞둔 현장의 긴장감도 크지 않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총파업이 사회적 파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주요 산업과 공공부문이 함께 멈추는 흐름이 필요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뚜렷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철도가 멈추고, 지하철이 멈추고, 완성차 라인이 서고, 물류가 멈추는 식이어야 총파업인데 그게 잘 안 된다”며 “총연맹 차원에서도 원청교섭을 현실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이번 총파업을 단순히 “뻥파업이냐 아니냐로만 볼 문제는 아니”라고 봤다. 김 위원은 “올해 원청교섭은 애초부터 늘어질 것으로 예상됐다”며 “교섭창구단일화나 해석지침 때문에 교섭이 복잡한 절차를 거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7월 15일 파업은 교섭을 마무리하면서 남은 곳을 집중시키는 파업이 아니라, 투쟁의 포문을 여는 파업이어야 한다”며 “문제는 이 파업을 계기로 이후 투쟁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계획이 나와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8일 기자회견에서 “비록 원청교섭을 요구하고 있는 사업장의 규모가 크지 않고 하청 노동자들의 조직률이 높지 않아서, 파업의 파괴력이나 규모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정진희 민주노총 부대변인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사측이 교섭을 해태하거나 각종 노동위원회에서 시간이 지체되다 보니 현장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며, “예상했던 것이나 준비했던 것만큼의 인원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은 솔직히 맞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정 부대변인은 “실제 하청 노동자 당사자들이 나오기 때문에, 그것으로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도 했다.

‘교섭 불응 원청기업 규탄’ 금속노조 기자회견. 참세상 박도형 기자.
‘뻥파업’ 우려를 넘어, 제대로 된 원청교섭 투쟁으로
금속노조는 지난 4월에 열린 대의원대회에서 7월 15일, 8월 26일, 9월 2일 세 차례 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금속노조는 이를 “시기 집중 파업”으로 설명하며, 원청교섭과 초기업교섭 요구를 사회적 쟁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 금속노조 관계자는 “7월 15일 민주노총 총파업은 하는 것이고, 그 이후 원청교섭 사업장들이 어떻게 쟁의권을 가지고, 쟁의권이 없어도 하반기 투쟁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혜진 철폐연대 상임집행위원은 7월 15일 이후 민주노총의 과제로 고용노동부와 정부를 향한 압박, 원청교섭 요구 사업장들의 공동투쟁 조직, 대기업 그룹사에 대한 집중투쟁을 꼽았다. 김 위원은 “공공부문부터 어떻게 교섭에 책임 있게 나서게 할 것인지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면서도 “현대차그룹 등 대기업 그룹사들이 교섭을 하지 않고 버티는 데 대해 민주노총 차원의 집중투쟁 구상도 제출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희 민주노총 부대변인은 7·15 총파업의 성격과 하반기 투쟁계획에 대한 질문에 “8월, 9월, 10월에도 하반기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번 총파업은 “투쟁을 이어가는 시작”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7월 15일 총파업 이후 상반기 평가와 총파업에 대한 진단”을 거쳐 “하반기 투쟁계획이 논의되면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번 총파업의 성패가 오는 15일을 계기로 원청교섭 사업장들을 얼마나 하나의 전선으로 묶어내고, 정부와 원청을 상대로 어떻게 하반기 투쟁을 전개해 갈지에 달렸다고 봤다. 총파업 이후 민주노총이 어떤 하반기 투쟁 구상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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