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처 알지 못하는 세상의 사각지대가 어디인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자.
2024년 글로벌 인도주의 현황(Global Humanitarian Overview for 2024)을 살펴보면, 우리는 문제의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시리아, 미얀마에서는 인도주의적 위기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중앙아메리카와 아이티 역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그러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시작해 부룬디, 차드, 수단, 남수단을 지나 케냐 북부, 에티오피아, 소말리아를 거쳐 홍해를 넘어 예멘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은 가장 크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위기 지역이다.
2023년 말 기준으로 이 거대한 지역에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약 1억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동아프리카와 인접한 콩고민주공화국을 포함하면,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총 1억 3,600만 명으로 증가하며, 이는 전 세계 인도적 구호가 필요한 인구의 37%에 해당한다.
인도주의적 필요를 통계로만 표현하는 것은 매우 복잡한 인간 경험을 단순화할 위험이 있다. 이러한 접근은 아프리카를 재난의 단면으로만 축소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치를 무시한다면, 이 지역과 그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광범위하고 다양한 위기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응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
물론, 하나의 지역을 일괄적으로 묶어서 말하는 것은 지나친 일반화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으며, 이는 극명한 차이를 간과할 수 있다. 이 지역에는 아랍과 아프리카, 기독교와 무슬림, 다양한 인종 그룹 간의 깊은 역사적 단층선이 존재한다.
노스모트 그바다모시(Nosmot Gbadamosi)가 최근 ‘아프리카 브리프 외교정책(Africa Brief for Foreign Policy)'을 분석하면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선거 주간 차드의 정치 엘리트 사이에서 나타난 행동은 민족, 지역, 그리고 글로벌 지정학적 세력이 놀라울 정도로 복잡하게 혼합되어 있다.
현재 과도 대통령인 마하마트 이드리스 데비의 부친은 수단 국경을 넘어 RSF(Rapid Support Forces)의 표적이 되고 있는 자그하와 종족 출신이다. RSF 내에는 차드 소수민족인 자그하와의 통치에 도전할 수 있는 수천 명의 차드 아랍인 전사들이 포함되어 있으며, 차드의 중앙 위치는 정치적 불안정을 촉발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한다. 과거 정치 엘리트들은 과도 대통령 데비가 20년 전 그의 아버지가 다르푸르에서 그랬듯이 자그하와 반군을 직접 지원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미국 정보기관은 데비에게 러시아 용병들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을 기반으로 한 차드 반군의 쿠데타 시도를 지원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1월, 데비는 러시아와의 안보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Source: HRW
이 복잡하고 거대한 지역의 사태를 이해하기 위해, 모든 요소가 서로 체계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동아프리카와 아프리카의 뿔 지역을 우리 지도의 중심에 두고 전체적으로 이 지역을 바라보자. 이렇게 하면 현재 일어나는 사건들의 진정한 규모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으며, 이는 우리의 인식적 실명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상호 연관성을 고려할 때, 국경을 넘어 이동하는 전사들, 노동자들, 난민들의 흐름을 살펴보는 것이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수단에서 발생한 난민 위기는 지역 전체로 확산해 2023년 4월에는 540만 명이 난민으로 집계되었고, 현재는 860만 명에 이르렀다.
모든 지도는 어느 정도 불완전할 수밖에 없고, 한계점을 발견하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CFR(Council on Foreign Relations)의 유용한 지도는 수단 난민 위기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어, 우간다가 이 지역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실제로 우간다는 동쪽으로 콩고민주공화국, 북쪽으로 남수단과 국경을 접하고 있어, 난민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인간개발지수(Human Development Index)에서 191개국 중 161위인 우간다는 남수단에서 온 93만 5천 명,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온 50만 명을 포함해 총 160만 명의 난민을 수용하고 있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Source: 유엔난민기구 UNHCR
이 지역은 국경을 넘나드는 경제 흐름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수공예 금광 채굴은 서부 사헬 사막을 가로지르는 거대 지역 전반에서 경제 활동의 주요 동력이자 지방세 부과와 지원 동원의 가능성을 형성한다. '차트북 2009호(Chartbook 2009)'에서 수단 위기가 시작될 때 이러한 연관성을 다룬 바 있다.
Source: Novarica
금은 아프리카에서 세계 시장으로 유입되는 주요 경로 중 하나로 에미레이트 각 주를 통해 이동한다. 예를 들어, 일부 금은 에미리트 국영 프리메라 광산 그룹과 콩고민주공화국 사이의 공식 거래를 통해 유통되기도 한다. 또 다른 상당량의 금은 비공식 채널을 통해 규제가 거의 없는 두바이 시장으로 유입된다.
아르카드 은도리심파(Arcade Ndoricimpa)는 '리소스 정책 2024' 저널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최근 세계 금 거래의 새로운 주요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20년 전만 해도 UAE는 세계 100대 금 수입국에도 들지 못했으나, 지금은 세계 주요 금 거래 허브 중 하나가 되었다. 2000년에는 금 수입액이 3,680만 달러였지만, 2021년에는 482억 달러에 달했다. 전통적인 금 수입업자는 금의 출처와 생산 방법에 관한 기준을 따르지만, UAE는 이러한 기준을 거의 따르지 않는다. 2021년에는 주로 아프리카, 남미, 남아시아에 위치한 110개국에서 970.4톤의 금을 수입했다. 이 중 57.0%인 553톤은 아프리카에서 공급되었다. 우간다는 오대호 지역에서 활동하는 반군 그룹이 소유한 2톤의 금이 실린 화물선을 나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의 출처를 확인하는 검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UAE는 분쟁 및 밀수 금의 목적지가 되어 출처가 의심스러운 금을 받는다. 이후 이 금은 정련소를 통해 세탁되어 UAE의 금이 된다. 정제된 골드바는 이후 다른 세계의 금 허브로 수출되어 UAE의 금으로 ...
아랍에미리트는 이 지역의 지정학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검색하던 중, 2017년에 '세계 정세에 대한 메모'라는 블로그에 처음으로 올린 글이 에미리트의 지정학에 관한 것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지난 10년 동안 아랍에미리트는 중국, 유럽연합, 미국 다음으로 아프리카에서 네 번째로 큰 외국인 직접 투자국이었다." 아랍에미리트의 가장 중요한 공헌 중 하나는 아마도 아프리카 해안선을 따라 산재한 현대식 항만 및 물류 시설을 만든 것이다.
Source: Economist
에미리트는 예멘, 수단, 에티오피아에서 벌어진 이 지역의 세 가지 주요 군사적 대치 상황에 모두 관여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에미리트는 미국의 상당한 지원을 받으며, 예멘에 대규모로 개입했다. 그러나 후티 반군에는 승리하지 못했고, 사우디와 에미리트의 지원을 받는 세력 간에도 내부 전쟁이 벌어져 분쟁을 더욱 악화시켰다. 수단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에미리트가 개입하고 있다. 탈랄 모하마드(Talal Mohammad)는 ’외교정책‘이란 중요한 글에서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2019년 바시르가 축출된 이후, 걸프 국가들은 수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아부다비와 리야드는 곧바로 과도군사위원회에 30억 달러 상당의 원조금을 지원했다. 당시 수단에 대한 사우디와 에미리트의 이해관계는 대체로 일치했다. 두 국가는 하르툼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냈다: 수단은 예멘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군사 지원을 제공했고, UAE는 하르툼의 아브라함 협정 가입을 중재했다. 2018년 기준, 아부다비는 누적 76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바시르가 몰락한 이후에는 농업 프로젝트와 홍해 항구에 60억 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2022년 10월, 리야드는 수단 경제 부문에 최대 240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리야드와 아부다비는 신흥 중동의 패권 국가로서 부르한과 헤메티와 함께 수단의 자원, 에너지, 물류 관문을 장악하려 하면서 서로 대립하고 있다. UAE는 2015년부터 예멘 남부에서 활동한 RSF 전사들을 지원하며, 이 전사들은 2019년에 리비아로 파병되어 칼리파 하프타르 장군을 지원하기 위해 확대되었다. 이에 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집트와 협력하여 부르한을 지원하고 있으며, UAE는 러시아와 협력하여 준군사조직인 바그너 그룹을 통해 RSF를 지원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헤메티는 수단에서 에미리트 국익을 대변하며 바그너가 관리하는 금광을 보호하고 있다. 이 광산에서 생산된 금은 러시아로 가는 도중 UAE로 운송되고 있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수단의 평화 조성자이자 인도주의자로서 자신을 브랜드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리야드는 미국과의 휴전 회담을 후원하고 수단 안팎의 국민에게 원조를 제공하며 많은 민간인을 하르툼 밖으로 대피시키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집트 시시 대통령도 수단 군에 항공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수단이 부르한이나 헤메티의 지배하에 놓이게 되면 사우디나 에미리트의 영향권으로 이동하여 걸프 지역의 힘의 균형이 바뀔 것이다. 그러나 전쟁의 결과가 명확하게 드러날 것 같지는 않으며, 리비아와 마찬가지로 수단은 인종과 부족을 따라 더욱 분열될 가능성이 높다.
세계식량계획은 적대 행위가 계속되면 수단이 "세계 최대의 기아 위기" 현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단 동쪽의 에티오피아에서도 비슷한 거대한 위기가 발생하고 있다. 몇 주 전인 2024년 4월, 'Foreign Affairs'에 실린 알렉스 드 발과 물루게타 게브레히워트 베르헤의 글을 읽고는 잠시 의문이 들었다.
21세기 최악의 무력 분쟁은 가자지구나 우크라이나가 아닌, 18개월 전에 종결된 에티오피아의 내전이다. 티그레이 전쟁으로도 알려진 이 분쟁은 50만 명이 넘는 군인과 36만 명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으며, 냉전 이후 가장 치명적인 충돌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전투원들은 티그레이 지역의 많은 부분을 파괴하고, 지난 30년간 에티오피아를 아프리카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빠르게 발전하는 국가 중 하나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경제에 엄청난 피해를 주었다. 그러나 오늘날 에티오피아가 직면한 위기는 마찬가지로 끔찍하다. 2022년 11월, 에티오피아 정부와 티그레 인민 해방 전선은 티그레이 전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휴전에 돌입했지만, 진정한 평화는 회복되지 않았다. 그 이후로 정부는 암하라 지역에서 새로운 반란에 직면해 있으며, 이 지역을 빠르게 통치할 수 없게 만들었다. 에티오피아에서 가장 크고 인구가 많은 오로미아에서도 다른 반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의 광대한 지역이 출입금지 구역이 되었다. 한편, 티그레이를 포함한 북부의 많은 지역이 기근에 빠져 있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3천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긴급 식량 지원이 필요하며, 상당한 인도주의적 구호 없이는 많은 사람들이 기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국내 문제만으로도 부족한 것처럼, 최근 몇 달 동안 아비 아흐메드 총리는 이웃 소말리아와의 새로운 긴장을 유발하고, 수단의 내전에 개입하며, 심지어 티그레이 전쟁에서 아비의 동맹이었던 에리트레아에 대한 위협적인 제스처를 취했다. 한편, 정부의 주요 외국 후원자인 UAE는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터키와 마찬가지로 에리트레아, 소말리아, 수단 군대에 똑같이 하면서 이 지역을 대리 분쟁으로 끌어들이겠다고 위협하면서 에티오피아에 무기와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
페르시아만에서 이집트, 모스크바에 이르는 이 지정학적 연결의 거대한 규모는 이 지역을 강타한 큰 생태학적 충격으로 인해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10년 동안 에티오피아는 남수단, 소말리아, 케냐와 함께 기후 충격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었다.
2020-2023년 아프리카의 뿔 지역을 덮친 사상 최악의 가뭄
Source: Earth Observatory
릴리프 웹의 최신 호소문에는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아프리카 뿔 지역의 수백만 명이 2021년부터 2023년에 걸친 40년 만에 최악의 가뭄과 2023년 하반기에 발생한 홍수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홍수는 가뭄에서 겨우 살아남은 쇠약해진 가축이 죽는 등 추가적인 생계 손실을 일으켰고, 비옥한 땅이 침식되어 농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생계 수단의 80%에서 100%를 잃은 사람들은 회복하는 데 반년에서 거의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위치한 소말리아는 기후 위기의 영향을 특히 심하게 받고 있다. 릴리프 웹이 2024년 2월에 아래와 같이 보도했다.
재앙적인 기후 변화와 지속되는 분쟁으로 인해 소말리아의 400만 명 이상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 소말리아 국민 5명 중 1명은 적절한 식량을 구할 수 없으며, 170만 명의 어린이가 급성 영양실조로 생명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 있다. 한편, 2024년 인도주의적 대응 계획(HRP)은 2월 27일 현재 단 1.6%만 자금 지원을 받아 가장 취약한 계층이 생명줄을 잃은 채로 방치되어 있다. 2023년에는 소말리아가 기근의 정점에 도달했다. 5번의 연속된 우기 실패와 극심한 홍수로 인해 690만 명이 어려움에 처했으며, 290만 명이 식량과 물을 찾아 고향을 떠나면서 전례 없는 수준의 난민이 발생했다.
산적한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지역 내외의 주체들이 협력해야 하지만, 이 지역의 위기에는 구호 활동이 심각하게 부족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놀랍게도 기아 위기가 심화하는 와중에 소말리아의 인도주의 계획에 대한 자금 지원은 2021년부터 2023년 사이에 50% 감소했다.
이 지역과 그 주민들은 다른 분쟁 지역과 마찬가지로 부유한 세계의 관심 부족이라는 결론 외에 무엇을 도출할 수 있을까? 몇 달 동안 전 세계는 홍해의 해상 교통을 위협하는 후티 반군의 로켓 공격과 이 지역을 휩쓸고 있는 거대한 인도주의적 위기를 방치한 채로 후티 반군에 대한 논의에만 집중했다.
충격적인 사실은 이 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인도주의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필요한 금액이 200억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2023년에 전 세계 모든 인도주의적 긴급 상황을 위해 요청된 금액은 567억 달러였다. 이는 미국 의회를 통과한 긴급 구호 예산의 절반도 되지 않으며, 유럽의 대국의 국방 예산보다도 적다. 전 세계 GDP의 0.05%에 불과한 이 금액으로는 3억 6,300만 명의 가장 시급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자금조차 충분히 모으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은 부유한 세계가 이 지역에 제대로 된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출처] Chartbook 281 137 million people: From DRC to Yemen - a megaregion in polycrisis. (substack.com)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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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