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성장 세계에서 농업은 어떻게 변화할 수 있을까?

탈성장또는 우리 경제를 축소함으로써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더 이상 주변부 개념이 아니다지난 몇 년 동안유럽연합(EU) 전역의 녹색 정치인들은 점점 더 이 학설이 생태 위기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주장해 왔다. 

일부 영역에서는 과학도 그런 주장에 신뢰를 더하고 있다기후 붕괴와 생물다양성 감소를 측정하는 임무를 맡은 유엔(UN) 과학 패널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와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가 각각 정부에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 탈성장 정책을 고려할 것을 제안했으며학자들 또한 과학 모델에 탈성장 시나리오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탈성장 세계에서의 기술 상상하기 

이러한 개념들이 실제 생활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아직 연구 중이다. 대안 시장에서의 기술 활용에 대해 연구하는 학자로서 나는 특히 탈성장이 기술과 맺는 관계를 탐구하는 데 관심이 많았다.

일반적인 인식과는 다르게탈성장론자들은 기술을 반대하지 않는다사실 제이슨 히켈(Jason Hickel)과 같은 이 운동의 주요 사상가들은 반기술(anti-technology)”이라는 꼬리표를 거부하며이 운동이 경험적으로 실현 가능하고생태학적으로 일관되며사회적으로 정의로운 범위 내에서 변화와 효율성 개선을 우선시한다고 강조해 왔다이 기준에 따라 어떤 기술이 적격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내 연구에서 나는 수직농법(vertical farming)즉 빌딩 옥상이나 공터에 세운 탑 모양의 구조물 안에 화분을 쌓아올려 작물을 재배하는 방식이 탈성장 친화적 기술의 교과서적 사례라고 주장한다. 

탈성장에 관한 학술 문헌을 살펴보면이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농식품 시스템을 검토하는 한 논문에서 탈성장론자들은 "식용 도시 공유지"와 절제 및 재생의 원칙을 강조했다거대 기술 기업들(tech giants)이 만든 실내 수직농장과는 달리도시 옥상 농장은 에너지 집약적이지 않다개인과 소규모 기업이 도시 지역의 야외에서 식량을 재배할 수 있게 함으로써도시 거주민들이 시골에서 식량을 재배해야 하는 필요성과 점점 더 불안정해지는 글로벌 식량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모두 줄일 수 있다. 

기술 기업들이 만든 실내 수직농장과 달리도시 옥상 농장은 에너지 집약적이지 않다개인과 소규모 기업이 도시 지역의 야외에서 식량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도시 거주자들이 시골에서 식품을 재배할 필요성과 점점 더 변덕스러워지는 글로벌 식품 공급망에 대한 의존도를 모두 줄이는 것이다. 

파리의 도시 농장

농부의 나라’, 그 심장부인 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직농법의 사례들 중 일부를 보여준다파리 엑스포 파빌리옹 6(Paris Expo's Pavillon 6) 건물 옥상에 위치한 네이처 어바인’(NU, Nature Urbaine)은 유럽 최대 규모의 도시농장으로, 1만 4천 제곱미터의 공간을 수직농장으로 개조했다모든 센티미터를 활용하여 주의 깊게 고안된 기술로 이 공간의 생산력을 여섯 배까지 늘릴 수 있었다수백 개의 탑에 과일과 채소가 공중에 매달려 있고그 뿌리에는 주기적으로 영양분 용액이 분무된다빗물받이도 사용되어 뿌리에 영양분이 섞인 물을 뿌려 준다. 

이런 기술들은 우리 식재료들이 어디서 오는지에 대한 인식을 높이면서 동시에 지역 주민들이 서로 더 가까워지고자신의 식량을 기르는 노하우를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네이처 어바인은 도시 식량 재배와 환경 지킴이 활동에 관한 개인커뮤니티지역 기업 대상 교육 워크숍을 개최하고 있다. 

출처: https://regenvillages.com/ (화면 갈무리)

미래의 자급자족 에코커뮤니티 

2016년에 시작된 네덜란드 프로젝트 리젠빌리지(ReGenVillages)는 전 세계에 에너지와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생태 마을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가능한 한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계획자들은 조립식 주택(prefabricated Housing)을 제공하려고 한다리젠빌리지의 특허 받은 머신러닝 소프트웨어인 빌리지OS(VillageOS)는 커뮤니티의 에너지 사용폐기물식량 재배 관행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하여 주민들이 자원을 더 잘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이 데이터는 클라우드로 전송되어 비슷하거나 다른 기후대에 있는 커뮤니티가 서로의 관리 및 재생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다.

현재 개념 단계에 있는 오스트리아 건축 회사 프레히트(Precht)의 프로젝트 팜하우스(Farmhouse)는 조립식 구조물을 통해 건축과 농업을 다시 연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언뜻 보기에 이 모형 건물은 삼각형 평면과 녹지로 덮인 셀이 번갈아 가며 균형 잡힌 젠가 게임과 비슷하다거주자건물농작물의 수명 주기는 서로를 지원한다열을 발산하여 감자견과류콩과 같은 식물이 자랄 수 있도록 한다수처리 시스템은 빗물과 중수를 걸러내고 영양분을 풍부하게 하여 온실로 다시 순환시킨다음식물 쓰레기는 건물 지하실에서 수거하여 퇴비로 만들어 더 많은 식물을 재배하는 데 재사용할 수 있다. 

출처 : https://architizer.com/projects/farmhouse-7 (화면 갈무리)

팜하우스네이처 어바인리젠빌리지의 수직 농업 기술은 집약적인 산업 농업으로 황폐화된 자연과 토양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실제로 도시 농업을 통해 식물을 재배하면 탄소 집약적인 식물(carbon-intensive plants)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은 공간을 확보하는 것 외에도 집약적인 농업 생산에 필요한 물에너지토양화학물질과 같은 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또한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질을 개선하여 여름철에 오븐으로 변할 위험이 있는 도시에 더 나은 온도 조절을 위한 녹색 피난처를 만들어준다. 

도시농업의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시 농업의 탄소 발자국은 여전히 중요한 우려를 남긴다도시 농업으로 재배한 과일과 채소 한 접시는 420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이는 기존 농업(70g CO2)보다 6배나 많은 탄소 배출량이다반대로도시농업은 탄소 집약도가 낮은 토마토 등의 작물을 생산할 때에는 기존 농업을 앞선다도시 농장과 개인이 관리하는 텃밭도 마찬가지다중요한 것은 도시 농장에서 덜 에너지 집약적인 기술과 기후 친화적인 작물을 사용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을 확대해 전 세계 도시인에게 식량을 공급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생산량이 적고 공급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은 기존의 글로벌 식량 공급망이 도시인의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면서지역 식량 자급의 중요성을 보여주었다.

또 다른 논쟁의 포인트는 이러한 기술이 사회적 약자들도 스스로 식량을 재배할 수 있도록 충분히 포용적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교도소 수감자와 교도관이 직접 식량을 재배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지도하는 일부 비정부기구(NGO)의 수직 농업 프로젝트들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이러한 프로젝트는 공정한 식량 시스템을 향한 지역 연대 계획을 장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도시 거주자들의 시간 제약과 농업 기술 부족 문제도 잊지 말아야 한다도시인들이 식량을 재배하도록 장려하려면 일과 개인 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사회적 변화가 필요하다예를 들어공유 텃밭이나 주 4일 근무제와 같은 탈성장 노동 정책 제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지역사회와 함께 식량을 직접 재배하는 방법을 배우는 데 시간을 투자할 수 있다.

[출처] How farming could change in a post-growth world(The Conversation)

[번역] 참세상 번역팀

덧붙이는 말

한단 빅단(Handan Vicdan)은 이엠리옹 경영대학 마케팅 부교수(EM Lyon Business School, Associate Professor of marketing)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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