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브 메넌드(Lev Menand)와 조시 영거(Josh Younger)가 'Odd Lots'에서 소개한 유로달러의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 역사는 최근 가장 뛰어난 팟캐스트 중 하나다.
에피소드 1은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에피소드 2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설명과 이야기 전달 방식이 탁월한 걸작이었다. 하지만 세 개의 에피소드를 순서대로 듣는 것이 유익하다.
유로달러는 다른 통화 시스템과 마찬가지로 자생적으로 형성된다.
유로달러는 전 세계 기업들이 상품과 서비스 대금으로 미국의 법정 통화인 달러를 기꺼이 받으려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만약 이 달러가 수출국의 현지 통화로 교환되거나 미국의 은행 시스템에 예치된다면, 각국의 통화 시스템 간의 경계는 유지된다. 그러나 기업들이 이 달러를 미국 외부의 은행—미국 은행이든, 유럽 은행이든, 기타 다른 지역의 은행이든—에 예치하기로 결정하면, 유로달러, 즉 역외 달러가 생성된다. 이러한 은행들은 예금을 보유하는 데 따른 부채를 감당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투자 기회를 모색하게 된다. 이는 곧 미국 외부에서 달러를 빌리고자 하는 대상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역외 달러 예금은 역외 달러 대출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해서 미국 영토 밖, 그리고 미국의 통화·금융 당국의 직접적인 통제 범위를 넘어서는 달러 표시 비즈니스 세계가 형성된다.
이 시스템이 작동하는 이유는 달러가 국제 무역과 금융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달러 수익을 즉각 자국 통화로 환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동시에, 유로달러 시설의 가용성 덕분에 달러는 비미국인들 사이에서, 그리고 미국과 직접적인 연결이 없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대출과 차입 등 더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가 ‘달러 헤게모니’에 대해 이야기할 때, 이는 상당 부분 유로달러 시스템의 촉수처럼 뻗어나간 확장을 의미한다.
유로달러는 유럽연합이나 유로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1950년대 유로달러 비즈니스에 최초로 참여한 은행 중 하나의 텔렉스 주소가 "유로뱅크“(Eurobank) 였고, 이후 "유로뱅크 달러”(Eurobank dollars)가 간단히 "유로달러“(eurodollars)로 정착된 것이다. 오늘날 유로달러 시스템은 거대한 규모를 이루고 있다. 이에 대해 보스턴대학교와 옥스퍼드대학교 소속이며, 국제결제은행(BIS)과 뉴욕 연방준비은행(NY Fed)에서 근무했던 로버트 N. 맥컬리(Robert N. McCauley)가 애틀랜타 연준을 위해 작성한 최근 요약문이 있다.
달러의 글로벌 역할은 미국 외 거주자들이 매일 수조 달러를 결제해야 한다는 점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미국 외부의 비은행 기관들은 총 13조 달러에 달하는 달러 부채를 상환해야 하며, 이 부채의 대부분은 해외에서 보유되고 있다(그림 1).
그림 1: 미국 외부 비은행 기관에 대한 미 달러 신용
비은행 기관에는 비은행 금융 기관, 비금융 기업, 정부, 가계, 그리고 국제 기구가 포함된다. 출처: BIS 글로벌 유동성 지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결제 달러 채권의 증가 속도는 달러 은행 대출보다 더 빨라졌으며, 현재 이는 역외 달러 부채 총액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하디(Hardy)와 폰 피터(von Peter), 2023).
미국 외에 본사를 둔 은행들은 총 16조 달러에 달하는 예금 및 채권(그림 2, 왼쪽 패널)의 만기가 도래하는 달러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차환을 지속해야 한다.
그림 2: 미국 외부에 본사를 둔 은행들의 달러 부채
주: 데이터는 상대국과 관련된 모든 금융상품에서의 국경 간 및 현지 부채를 나타낸다. 데이터에는 그룹 내 거래는 제외되지만, 다른(비계열) 은행에 대한 부채는 포함된다. 2015년 말부터 데이터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보고한 수치가 포함되며(러시아의 경우 2021년 말까지), 데이터는 조(兆) 달러 단위로 표시된다. 출처: BIS 통합 은행 통계, BIS 현지 은행 통계, 저자 계산.
약 3조 달러에 달하는 이러한 부채는 미국 내 지점과 자회사에 회계 처리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미국 내 이러한 외국 은행 계열사는 필요할 때 연준의 할인창구에서 달러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외부에 본사를 둔 은행들은 추가로 13조 달러에 달하는 달러 부채를 미국 외부에서 회계 처리하고 있다. 연준의 할인창구는 이러한 부채에 직접적인 안전망을 제공하지 않는다. 2019년 말 13조 달러에서 증가한 수치다(알다소로(Aldasoro) 외, 2020).
그림 1은 거주지 기준 부채를, 그림 2는 국적 기준 부채를 나타낸다. 맥과이어(McGuire) 외(2024)를 참조하라.
이러한 명시적인 부채 외에도, 외환(FX) 스왑과 선물환 계약, 장기 통화 스왑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규모의 장외(off-balance sheet) 달러 지급 의무가 존재한다. FX 스왑에서 한 거래 상대방은 동일한 가치의 다른 통화를 담보로 달러를 차입한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 연금 펀드나 일본 생명보험사는 달러를 차입하고 유로 또는 엔화를 "현물 구간(spot leg)"에서 대출한 후, 나중에 "선물 구간(forward leg)"에서 달러를 상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달러로 매입한 달러 채권은 다시 유로 또는 엔화로 헤지된다.
달러 위험을 피하고자 하는 투자자는 반드시 달러를 차입해야 한다. FX 스왑은 단순한 일방적인 파생상품 거래가 아니라, 1억 달러 규모의 FX 스왑이라면 전체 금액이 차입되고 이후 상환된다. 이러한 장외 달러 부채는 명시적인 대차대조표상의 달러 부채를 훨씬 초과한다.
2022년 중반, 미국 외부의 비은행 기관들은 이러한 선물환 거래에서 약 26조 달러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이는 대차대조표상 달러 부채의 약 두 배에 해당한다. 미국 외부의 은행들은 추가로 39조 달러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었으며(보리오(Borio) 외, 2017, 2022), 이는 대차대조표상 부채의 두 배 이상이다.
FX 스왑 시장은 가장 큰 규모의 달러 신용 시장이지만, 장외(off-balance sheet) 특성으로 인해 자주 간과된다(증권 담보 달러 차입, 즉 레포(repo) 시장과는 대조적으로).
2022년 4월 기준, 달러 FX 스왑 거래 규모는 하루 3.5조 달러에 달했으며, 대부분 만기가 일주일 이내였다(BIS, 2022). 이 시장에서 달러는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FX 스왑 거래의 약 90%에서 한쪽이 달러로 거래된다. 또한, 미국 은행들은 이 자금 시장에서 비정상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유럽 은행들이 유로를 엔화로 교환할 때 미국 은행을 통해 달러를 매개로 거래하며, 일본 은행들이 엔화를 유로로 교환할 때도 마찬가지다(Kloks 외, 2023).
따라서 이 시스템의 역사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우리가 그 역사를 어떻게 서술하느냐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메넌드(Menand)와 영거(Younger)가 제시한 이야기는 상업적 필요, 거시경제, 지정학을 결합하고 있어 매우 흥미롭다.
메넌드와 영거의 설명에 따르면, 유로달러 비즈니스는 1950년대에 처음 등장했으며, 이는 달러를 벌어들이는 수출업자들이 미국 당국의 제재를 회피하는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특히 공산주의 국가들의 수출업자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비즈니스의 대출 측면은 유럽 기업들이 현지에서 달러를 차입하여 무역 금융(예: 원자재 대금 지급)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지를 받았다. 미국 기업들에게는 유럽 및 기타 지역에서 벌어들인 이익을 본국으로 송환하지 않는 것이 매력적이었는데, 이는 미국 내 금리 규제로 인해 미국 내 달러 예금에 대한 이자율이 제한되었기 때문이다. 반면, 유로달러 예금에 대한 경쟁은 은행과 예금자 모두에게 더욱 자유로웠다. 런던은 유로달러 시장의 중심지였으며, 리보(LIBOR)는 런던 은행들이 서로 대출 및 차입할 때 적용하는 금리를 평균한 지표였다.
초기에는 이 비즈니스의 규모가 크지 않았다. 결국 이는 불규칙한 형태의 은행업, 즉 섀도우 뱅킹(shadow banking)이었으며, 미국 은행에 달러를 예치할 때 제공되는 보증이나 감독을 갖추지 못했다. 유로달러 비즈니스에 참여한 은행들은 미국 당국의 규제를 받지 않았으며, 연준의 지원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보장도 없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달러 시장은 유럽에서 달러를 활용한 비즈니스를 수행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했으며, 당시 유럽은 여전히 전후 세계 경제의 두 번째 주요 중심지였다. 런던 금융가에게는 이는 달러가 파운드를 대체하여 주요 통화가 된 이후에도 월가와 경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메넌드와 영거가 주장하듯, 유로달러는 19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는 브레턴우즈 체제를 지탱하는 효과적인 방어벽 역할을 하면서 확장되었다.
브레턴우즈 체제에서는 미국 금융 시스템 내에 보유된 ‘온쇼어(onshore, 해당 국가의 법적·제도적 관할권 내에 있는 경제활동이나 금융거래) 달러’가 미국의 금 보유량에 대한 청구권을 의미했다. 이는 법정화폐 체제가 아니었으며, 온쇼어 달러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없고 금에 1:1로 연동되었다. 이를 다르게 표현하자면, 금이 궁극적인 ‘본토(mainland)’였다면, 미국의 금 보유고(포트 녹스(Fort Knox))에 연계된 달러 지폐는 ‘역외(offshore)’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체제에서는 달러가 금에 고정되어 있어 가치를 유지했으며, 금 1온스를 35달러에 교환할 수 있었다.
1960년대에는 달러에 대한 미결제 청구권이 증가하면서 금 보유량을 초과하기 시작했다. 미국 당국은 달러의 금 태환이 냉전 시기 서방 경제의 신뢰성을 유지하는 핵심 요소라고 인식했으며, 따라서 미국의 제한된 금 보유량에 대한 글로벌 청구권을 관리할 방법을 모색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 외부에서 자생적으로 유지되는 유로달러 시스템을 통해 미국의 금 보유고에 대한 압박을 완화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유로달러 시스템의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보다 안정적으로 만드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투자자들이 달러를 다시 미국으로 돌려보낼 유인을 줄이고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유로달러를 최대한 미국 내 달러와 유사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에 따라 미국 금융 당국은 국내 금융 시스템에 제공했던 지원과 유사한 방식으로 유로달러 시스템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메넌드와 영거의 설명에 따르면, 중앙은행 및 미국 외 은행에 최종적 유동성을 제공하기 위한 스왑라인(swap lines)은 1960년대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이는 외환시장 개입을 지원하는 동시에 유로달러 시스템을 뒷받침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연준이 글로벌 달러 시스템에 제공했던 거대한 스왑라인 및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의 전초전이었다. ⟪붕괴⟫(Crashed)에서 내가 보여준 바와 같이, 연준은 미국 금융기관보다 미국 외 은행들에게 더 많은 유동성을 제공했다. 일부는 미국 내 해당 은행들의 지점을 통해 ‘온쇼어(onshore)’ 방식으로 제공되었고, 일부는 중앙은행 스왑라인을 통해 ‘역외(offshore)’ 방식으로 제공되었다. 2020년 시장이 붕괴했을 때도 스왑라인이 다시 가동되었으며, 온쇼어 및 오프쇼어 섀도우 뱅킹 시스템을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개입이 이루어졌다.
안타깝게도, 메넌드와 영거는 이 흥미로운 이야기를 1970년대 후반을 다룬 에피소드 3에서 멈춘다. 나는 에피소드 4, 5, 6을 원했다.
더 최근의 내용을 갈망하며, 'Odd Lots'의 다음 에피소드 중 하나를 들었다. 그런데 그 내용은 암호화폐가 트럼프 행정부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것이었다.
이 자체로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였다. 만약 암호화폐가 실제로 워싱턴 DC에서 거대 자본과 정책에 있어 중요한 진전을 이루고 있는 이유를 알고 싶다면, 뉴욕대학교 스턴 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스테이블코인(stablecoin) 기업 WSPN USA의 CEO인 오스틴 캠벨(Austin Campbell)의 이야기를 들어보라. 그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옹호자다. 그러나 내가 특히 귀를 기울이게 된 순간은 조(Joe)와 스테이시(Stacey)가 캠벨에게 던진 질문이었다. “좋아.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은 그 자체로 괜찮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의 사용 사례는 무엇인가? 이 복잡한 구조물들이 어떤 용도로 유용한가?” 캠벨의 대답은 의미심장했다. “유로달러다.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유로달러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갈망했던 메넌드 & 영거 쇼의 속편이었다. 사실, 이 말을 듣자마자 내 기억 속에서는 메넌드 & 영거의 대화 중 한 순간이 떠올랐다. 그들은 유로달러 시장의 규모를 논의하면서, 마치 허공에서 숫자를 꺼내듯 당시 선도적인 스테이블코인인 테더(Tether)의 시가총액을 비교 기준으로 삼았다. 그때는 이 비교가 다소 이상하게 느껴졌었다. 그러나 캠벨이 대담하게 스테이블코인이 곧 유로달러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자,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만약 유로달러가 달러의 역외 예금 및 대출을 의미한다면, 스테이블코인은 무엇인가? 그리고 왜 이 두 시스템이 서로 중첩되거나, 하나가 다른 하나를 대체할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유로달러가 역외에서 유통되는 달러라면, 스테이블코인은 기존(즉, 오프체인(offchain)) 금융 시스템에 연결된 온체인(onchain) 암호화폐 자산이라는 점에 있다. 기존 금융 시스템에서 달러가 주요 통화이므로, 스테이블코인은 유로달러처럼 일종의 하이브리드(hybrid) 역할을 한다. 즉, 온체인 암호화폐 세계와 오프체인 달러 시스템을 연결하는 매개체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암호화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 그러나 그 대체 가능성 덕분에 거래에서 지배적인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스테이블코인은 글로벌 무역 금융에서 유로달러가 수행했던 역할과 유사한 기능을 하고 있다.
출처: 캐슬 아일랜드(Castle Island)
결정적으로, 유로달러와 마찬가지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와 1:1로 교환될 것을 약속한다. 즉, 패리티(parity)를 유지한다. 비트코인 등과 달리,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대비 가치 상승 가능성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적어도 그들이 주장하기로는) 평가절하의 위험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판매 포인트는 그것이 암호화폐 세계에 속해 있으면서도 달러처럼 작동한다는 점이다.
핵심 질문은 바로 패리티의 문제다. 유로달러가 달러와 유사한 이유는 1:1 교환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유로달러와 달러 간 패리티를 유지하는 것은 메넌드, 영거 그리고 많은 연구자들이 설명해 온 전체적인 제도적 헌신과 역사적 과정이다. 이 헌신은 수 차례 시험을 거쳤으며, 유로달러 시스템이 너무 거대하여 실패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음이 분명해졌다. 다시 말해, 패리티 유지 약속은 결코 장기간에 걸쳐 위험한 방식으로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
스테이블코인의 역사는 훨씬 짧지만, 이를 패리티에 고정하기 위한 시도는 수 세기 동안 이어진 은행업의 기법을 차용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예금이나 부분 지급준비제(fractional reserve)를 통해 1:1로 뒷받침된다. 이는 안정적인 통화위원회(currency board)와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며, 여기서 특정 국가의 통화가 달러에 고정되는 것과 같다. 동시에 유로달러 은행과도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이러한 명백한 구조적 유사성을 고려하면, 스테이블코인과 유로달러를 비교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 개념을 처음 제시한 사람은 <파이낸셜 타임스> 알파빌(Alphaville, 금융 및 경제 관련 섹션) 블로그의 이자벨라 카민스카(Izabella Kaminska)일 가능성이 있다. 2017년 9월의 일이었다. 혹시 더 먼저 이 개념을 제시한 사람이 있다면 양해를 구한다.
2021년 8월, 나이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블룸버그에서 1971년 브레턴우즈 체제 붕괴의 교훈은 미국 당국이 금융 혁신을 허용하는 한 달러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서방 당국이 반세기 전 유로달러 혁신을 허용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제 암호화폐 실험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두고 중국과 경쟁하려는 시도는 패배가 예정된 내기였다.
2022년에는 암호화폐 지지자들, 특히 닉 카터(Nic Carter)와 같은 인물들이 스테이블코인이 달러 시스템의 미래임을 강조하는 발표 자료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당국이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를 탐탁지 않게 여겼기 때문에,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더욱 거셌다. 금융안정위원회와 국제통화기금은 스테이블코인을 경계하는 시선을 유지했다. 핀테크 혁신 관점에서 당국은 스테이블코인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선호했다. 그러나 CBDC는 암호화폐 지지자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개념이었다.
2024년, 레브 메넌드(Lev Menand) 본인이 루스벨트 연구소(Roosevelt Institute)를 위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통화 시스템 전면 개편을 주장했다. 그는 스테이블코인과 유로달러의 유사성을 인정하면서도 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2023~2024년의 경험은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암호화폐 시장 내 충격(예: 비트코인 가격 변동)에만 취약한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은행 시스템에서도 위기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핀테크 및 암호화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실리콘밸리은행 뱅크런 사태가 그러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로달러 시스템 전체가 그렇듯이 스테이블코인 시스템 역시 연준의 금리 정책에 의해 심각한 압박을 받았다는 점이다. 예상대로, 달러 시스템의 중심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자금이 미국으로 흡수되는 경향이 있다. 알다소로(Aldasoro), 코르넬리 미네소(Cornelli Minesso), 감바코르타(Gambacorta) 등이 작성한 유럽중앙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이는 글로벌 달러 사용자 전체와 역외(offshore) 시스템(즉, 스테이블코인)에 압력을 가했다. 그 결과, 2023년 스테이블코인은 일종의 후퇴 국면에 들어갔다.
이 침체에 대응하여, 스테이블코인과 유로달러의 유사성에 대한 가장 심층적인 분석이 2023년 11월 BIS(국제결제은행,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보고서에서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는 알다소로(Aldasoro), 메얼링(Mehrling), 닐슨(Neilson)이 공동 저술했다. 이들은 메얼링의 ‘통화 시스템에 대한 시각(so-called "money view")’을 바탕으로 스테이블코인과 유로달러의 유사성을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유로달러 시스템을 떠받치는 심층적인 유동성 네트워크와 스테이블코인을 유지하기 위해 구축된 조악하고 때때로 자기참조적이며 부실한 시스템 간의 거대한 격차도 강조했다. 2022년 봄의 테라USD(TerraUSD) 폭락 사태는 이러한 문제의 대표적인 사례였다.
스테이블코인과 유로달러의 관계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2022~2023년 금리 인상과 암호화폐 불황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러나 이후 암호화폐 시장이 회복하면서 스테이블코인도 다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2024년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스테이블코인 활동이 급증하며 새로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출처: 코인데스크(Coindesk)
이러한 배경 속에서 오스틴 캠벨(Austin Campbell)은 에 다시 등장하여 스테이블코인을 유로달러의 대체재로 내세운다.
캠벨은 현대 화폐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인물이다. 방송에서 그는 반(反)국가적 자유지상주의자들이 국가 비트코인 준비금을 지지하는 것이 얼마나 모순적인지에 대해 훌륭한 분석을 내놓는다. 대화 중 특히 인상적인 순간은, 미국이 경쟁국의 ‘마이너(miner)’를 드론 공격할 가능성을 논의하는 장면이다. 여기서 마이너란 점점 더 어려워지는 수학적 문제를 풀어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컴퓨터 서버들을 의미한다. 그는 조심해야 한다며 경고한다. “어떤 것을 전략적 대상으로 규정하면, 국가는 국가의 방식대로 움직인다.”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면, 스테이블코인의 미래에 대해 캠벨이 보다 온건한 기술 및 소셜미디어 분야에서 비유를 가져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현재 인터넷이 AOL이 주된 브라우저였던 시점, 또는 소셜미디어에서 ‘마이스페이스’(MySpace)가 주류 플랫폼이었던 시대에 해당한다고 말한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이 ‘페이스북 시대’로 진입할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이 비유는 야심을 드러낸다. 페이스북의 성장 속도는 매우 빨랐으며, 그 영향력은 방대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메넌드와 영거가 유로달러의 부상을 설명하면서 강조했던 정치적, 역사적 문제를 회피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암호화폐는 딜레마에 빠져 있는 듯하다. 현재의 암호화폐 붐은 정치적 요인, 특히 트럼프 2.0의 당선 덕분이다. 트럼프의 암호화폐에 대한 입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암호화폐 업계의 ‘제도권’ 지지자들은 이제 공화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규제의 명확성이 회복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그리고 바이든 시대 규제 당국이 벌인 ‘법적 전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순간이 되면 이 정치적 배경을 부인해야 한다.
이러한 ‘베일의 춤’은 통화 역사에서 낯선 일이 아니다. 유로달러의 역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유로달러는 사적으로 운영되는 상업적 기제였지만, 본질적으로 지경경제적이고 때로는 지정학적 기능까지 수행했다. 그러나 현재의 흐름은 분명하다. 스테이블코인이 진정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점은, 그 지지자들이 더 이상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등장했던 탈정치화된 시대로 회귀하는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을 멈추고, 유로달러 비유와 그에 수반되는 정치경제적 의미를 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할 때일 것이다.
[출처] Chartbook 348 Dollar-like: eurodollars, crypto and the future of global money.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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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투즈(Adam Tooze)는 컬럼비아대학 교수이며 경제, 지정학 및 역사에 관한 차트북을 발행하고 있다. ⟪붕괴(Crashed)⟫, ⟪대격변(The Deluge)⟫, ⟪셧다운(Shutdown)⟫의 저자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