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자 너무 많은 우크라이나, 그래도 확전 꾀하는 미국

최근 들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 양상이 러시아 쪽으로 급격히 기우는 모양새다그 점을 보여주는 한 지표가 최근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 수가 아닌가 싶다. 2024년 5월 510일 6일 동안 6,460, 5월 1117일 1주일 동안 9,565, 5월 18일 하루 1,725, 19일 1,880, 20일 1,260, 21일 1,660, 22일 1,330, 23일 1,740이상은 텔레그램 채널 슬라비안그라드에 올라온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 관련 보도를 종합한 통계다.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가 많아도 너무 많다. 5월 510일 사이는 하루 평균 1,077, 1117일의 1주일은 하루 1,366그리고 5월 18일 이후 6일간은 하루 1,600명 수준인 셈이다우크라이나의 사상자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여기는 사람은 통계를 발표한 것이 러시아 국방부임을 문제로 삼을 수도 있다자국의 전과를 내세우느라 국방부가 사상자 수를 부풀릴 가능성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러시아 측은 자국의 전과를 축소하는 경향은 있어도 과장하는 경우는 드문 편으로 알려진다(러시아는 미국 등 서방 제국주의가 오판해서 확전하지 않도록 전쟁을 매우 조심스럽게 수행하는 경향이 있다). 관련 보도를 한 슬라비안그라드는 친러시아이기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신뢰를 인정받는 매체다.

러시아군의 사상자는 어떨까러시아측 사상자가 많이 나온다는 보도는 드물다러시아의 사상자는 2022년 2월에 시작된 전쟁의 초기에 좀 많이 나왔고, 23년 초 바흐무트 공방이 진행될 때 증가했는데그 외에는 많았던 적이 별로 없었다고 알려진다특히 최근에는 전쟁 개시 이후 사상자가 최저라는 것이 정설이다이런 점은 영국의 BBC 방송국과 협동으로 러시아의 전사자 수를 확인해 오고 있는러시아 반정부단체 미디어조나의 발표로도 확인된다미디어조나는 2022년 2월 24일〜2024년 5월 10일 사이 확인된 러시아측 전사자가 52,789명이며올 4월 29일〜5월 3일 사이 5일간 전사자는 최소 10명이라고 본다사상자는 전사자의 세 배 정도로 잡기도 하니 지금까지 러시아측의 사상자는 15만 명 안팎일 가능성도 있다우크라이나는? 100만 명을 육박하거나 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출처: hyser.com.ua

최근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의 신경질 또는 울화 행동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군 장성들을 만나면 전황 보고가 정확하지 않다고 화를 벌컥 낸다 하고, 6월 1516일 예정으로 스위스에서 열릴 우크라이나라이나 평화 회의와 관련해 키이우(키예프주재 외국 대사들과 준비 모임을 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지지해 달라고 히스테릭하게’ 요구했다는 전언도 있다젤렌스키의 그런 태도는 우크라이나가 대 러시아 전쟁에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을 반영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2년 반의 전쟁 중에 우크라이나군이 그래도 승기를 잡은 것처럼 보였던 것은 2022년 가을에 하르키우(하르코프지역과 헤르손 지역을 탈환했을 때뿐이다당시 서방 언론은 러시아군이 와해하는 듯 호들갑을 떨었으나 우크라이나가 거둔 승리는 자국군의 피해가 너무 큰 피루스의 승리였다그래도 그때 우크라이나군이 공세를 펼쳐 일정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병력이 러시아군에 비해 훨씬 더 많았고미국과 EU 등 나토국가로부터 무기를 많이 공급받았던 덕분이다그러나 2022년 겨울 이후 우크라이나군은 계속 열세를 면치 못했다고 해야 한다.

러시아군은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동원령으로 30자원입대로 월 4만 이상의 병력을 확보해 지금은 우크라이나군보다 훨씬 더 많은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그뿐 아니다전쟁 기간 광범위한 제재를 받으면서도 러시아 경제는 서방 어떤 나라보다 큰 성장세를 기록했고특히 군수산업이 눈부시게 발전한 것으로 평가된다러시아의 방위산업이 예상보다 빨리 발전한 것은 미국의 합동참모의장 찰스 브라운도 최근에 인정한 바 있다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 등이 우크라이나군에 제공한 탱크나 자주포미사일 등은 모두 고가로 처음 제공될 때는 경이의 무기인 양 선전되었으나 전장에서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던 반면에 러시아의 탱크미사일드론대포 등은 가격은 훨씬 싸면서도 성능은 나토군 무기를 능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는 지금 특히 병력이 절대로 모자란 것으로 알려진다최근에 동원령을 내려 대포 밥이 될 사람들을 찾고 있으나 나라의 부름에 응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다그동안 징병관들의 무자비한 납치 행위를 목격한 남성들이 숨어서 나오지 않아 도시 거리가 텅 빌 정도라고 한다병력만이 아니라 무기가 부족한 것도 큰 문제다그동안 무기를 대주던 나토도 이제는 재고가 바닥난 상황인 것으로 알려진다최근에 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 수가 급증한 것도 그런 점과 무관할 수 없다전투 유경험 병력은 오랜 복무로 다수가 희생되었고 생존해도 피로와 부상이 쌓였을 것이며새로 투입된 병력은 훈련과 경험 부족으로 전쟁 능력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우크라이나군의 사상자가 늘고 있는 것은 열악한 조건으로 군 사기가 크게 떨어진 가운데 갈수록 막강해지는 러시아군을 맞아 싸워야 하기 때문 아닐까 한다.

우크라이나군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남은 길은 항복이나 협상밖에 없는데 젤렌스키의 태도를 보면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다더 큰 문제는 우크라이나군을 내세워 대리전을 치르는 미국에서 나온다최근에 미국의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이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를 다녀갔다젤렌스키는 블링컨에게 미국이 제공한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그동안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면서 러시아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게 러시아 영토 공격은 금지해 왔다우려스러운 것은 본국에 간 블링컨이 에이태큼스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선택이라고 말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5월 6일 러시아 외무부는 모스크바 주재 영국 대사 나이젤 케이시와 프랑스 대사 피에르 레비를 차례로 초치한 바 있다그것은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이 자국군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한 것과 영국 외무장관 캐머런이 자국이 제공한 스톰쉐도우 미사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타격할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발언한 것을 두고 경고를 하기 위함이었다지금 블링컨이 미국의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의 선택이라고 하는 것은 러시아가 영국과 프랑스에 제기한 경고를 무시한 것인 셈이다.

블링컨만도 아니다미국에는 지금 우크라이나가 미국 미사일로 러시아를 타격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는 강경론자가 많다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하이마스 로켓포와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등 뒤로 손을 묶는 셈이라고 하는 하원의 외교위원장 마이클 매콜이 한 예다하원의장 마이크 존슨의 태도도 비슷하다최근에 그는 나는 우크라이나가 그들이 적합하다고 보는 대로 전쟁을 수행하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관찰해 온 전문가들은 지금 미국을 위시한 나토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아무리 무기를 많이 제공해도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에 아무리 효율적 공격을 가하더라도 전세가 뒤집힐 일은 없다고 본다그런데도 젤렌스키가 미국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하는 이유가 있다그것은 미국을 전쟁에 직접 개입시키기 위함일 공산이 높다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미사일로 자국 본토를 공격하면 러시아는 미국이 전쟁에 직접 개입한 것으로레드라인을 넘은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 무기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고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가 위험하고 무모하다라며 경고하고 나섰다. “정치인과 의원이 우리의 인내를 계속 시험하고 있다우리는 키이우 정권에 군사원조를 확대하라는 새로운 제안을 매일 듣는다키이우의 주안점은 미국과 다른 나토국가들이 성급하게 행동하도록 부추겨 러시아와 나토 간의 정면충돌을 일으키려는 것임이 분명하다.”

현재 전황으로 봐서는 우크라이나군의 패배는 비가역적으로 보인다최근의 전선 상황으로는 여름 지나고 가을쯤 되면 우크라이나는 무조건 항복해야 할 것 같기도 하다우크라이나로서는 나라 전체가 초토화하는 것을 면하려면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러시아와의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그런데도 젤렌스키를 위시한 우크라이나의 지도부는 이기지 못할 전쟁을 종식해 평화를 얻을 생각은 전연 하지 않는 것 같다우크라이나가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2014년 우크라이나에 마이단 쿠데타를 일으켜 러시아와의 전쟁을 유발한 서방특히 미국 때문이기도 하다미국의 바이든 행정부는 우크라이나가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러시아와의 전쟁을 멈추라고 하지 않는다오히려 국무장관이 미국의 무기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할 것을 부추기려는 형국이다.

우크라이나가 과연 미국의 장거리 미사일 에이태큼스로 러시아 본토를 공격할는지는 알 수 없다하지만 그런 일이 생긴다면 러시아는 미국이 자국을 공격한 것으로 간주할 것이고맞대응할 공산이 있다핵무기로 무장한 두 초강대국이 서로 맞붙는다면너무나 위험한 시나리오가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말

강내희는 한국의 비판적 지식인으로 중앙대학교 교수, '문화/과학' 발행인, '문화연대' 공동대표를 역임했다. 현재 참세상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서울의 생김새』, 『길의 역사』, 『신자유주의 금융화와 문화정치경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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