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세계 최고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미국 중부의 스키 리조트인 와이오밍주 잭슨홀(Jackson Hole)에 모여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of Kansas City)이 주최하는 '심포지엄'에 참석한다. 이 은행가들은 이 기회를 통해 통화 정책, 특히 인플레이션 관리와 금융 시스템에 적절한 양의 유동성 공급 등 통화정책을 통한 '경제 관리'를 논의한다.
미국 와이오밍주에 있는 휴양지 잭슨홀. 출처: Unsplash+ & Joshua Earle
올해 심포지엄은 경기 둔화의 신호가 보이지만, 물가 상승률이 연준 목표치인 연 2%에 고착된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가 정책 금리 인하 여부를 고민하는 가운데 열렸다. 소위 정책 금리는 미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가계와 기업의 모든 차입에 대한 이자율을 결정하며, 현재 2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8월 초, 연준이 7월 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인하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7월 일자리 지표에서 순 일자리 증가가 급격히 감소하고 실업률이 상승하자, 금융 시장은 패닉에 빠져 기업 주식을 팔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인플레이션 데이터에서 물가 상승률이 추가로 (완만하게) 하락하고, 특히 제롬 파월(Jerome Powell)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9월 회의에서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하면서 시장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파월 의장은 8월 24일, 잭슨홀 경제 심포지엄 연설에서 이러한 견해를 반복했다. "2% 목표를 향한 진전이 재개되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2%로 돌아가는 지속 가능한 경로에 있다는 확신이 커졌습니다. 노동 시장은 이전의 과열 상태에서 상당히 냉각되었습니다. 노동 시장이 조만간 물가 상승 압력의 원천이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우리는 노동 시장 여건의 추가 냉각을 추구하거나 환영하지 않습니다. 정책을 조정할 때가 왔습니다.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며, 금리 인하의 시기와 속도는 들어오는 데이터, 진화하는 전망, 리스크의 균형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파월 의장은 연준의 통화 정책 덕분에 미국 경제가 침체하지 않고 인플레이션이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우리의 제한적인 통화 정책은 총수요와 총공급 간의 균형을 회복하여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하고 인플레이션 기대가 잘 고정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파월 의장은 연설에서 진짜 원인을 암시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높은 인플레이션율은 상품 수요의 급격한 증가, 공급망의 긴장, 긴축된 노동 시장, 원자재 가격의 급격한 인상 등 공통된 경험을 반영하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었습니다." 이러한 요인의 반전이 인플레이션 하락의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팬데믹으로 인한 수요와 공급의 왜곡과 에너지 및 원자재 시장에 대한 심각한 충격은 높은 인플레이션의 중요한 동인이었으며, 이러한 요인의 반전은 인플레이션 하락의 핵심적인 부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파월은 중앙은행의 "제한적 통화정책"이 "총수요 조절"을 통해 효과를 냈다는 이야기를 계속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대'가 인플레이션에 거의 또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경제학자 크리스토퍼 러드는 최근 다음과 같이 결론지었다. "경제학자와 경제 정책 입안자들은 가계와 기업의 미래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가 실제 인플레이션의 주요 결정 요인이라고 믿습니다. 관련 이론 및 경험적 문헌을 검토한 결과, 이러한 믿음은 매우 불안정한 토대 위에 놓여 있으며, 이를 무비판적으로 고수할 경우 심각한 정책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례가 있습니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고 '제한적 통화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른 주류 개념도 제시했다. 첫 번째는 소위 '자연실업률(NAIRU)'이다. 이 이론은 인플레이션 없이 경제 성장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낮지만, 경기 침체를 나타낼 정도로 높지는 않은 실업률이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NAIRU는 측정할 수 없는 일시적이고 유동적인 개념일 뿐이다.
NAIRU는 노동 시장이 너무 '타이트'할 때(즉, 실업률이 NAIRU보다 낮을 때) 인플레이션이 과도한 임금 상승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케인즈주의적 소위 필립스 곡선(인플레이션과 실업률 사이의 역관계를 설명하는 경제 이론)과 관련이 있다. 이 이론은 1970년대 경제가 실업률 상승, 저성장, 물가 상승을 경험했을 때 경험적으로 반박당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실업률, 임금, 인플레이션의 움직임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여러 연구가 있었다. 실제로, NAIRU에 대한 파월의 발언은 2018년 잭슨홀 심포지엄에서 그가 말한 것과는 정면으로 모순되는 것이었다. 당시 파월 의장은 경제가 최적의 속도에 도달했을 때를 측정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별', 즉 NAIRU를 따르거나 자연 이자율(차입 비용이 적절한 시점을 측정하기 위해)을 따르는 것이 아무 소용이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지만, 경제 확장에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출 수 있는 자연 이자율이 있고 중앙은행이 이를 측정하고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은 자본주의 생산의 현실과 맞지 않는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강경파 이사벨 슈나벨(Isabel Schnabel)도 이를 인정했다. "문제는 이를 확신을 가지고 추정할 수 없다는 것, 즉 그것이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인플레이션이 없는 조화로운 성장을 위한 이러한 자연스러운 비율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 "별을 따라 항해하는 것은 간단하게 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별의 위치에 대한 우리의 최선의 평가가 크게 바뀌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별을 따라 정책을 안내하는 것은 최근 들어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슈나벨은 계속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경험을 통해 인플레이션과 실업의 관계에 대한 두 가지 현실이 밝혀졌고, 이는 제가 시작한 두 가지 질문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습니다. 첫째, 별은 때때로 우리가 인식하는 곳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입니다. 특히 실시간 추정치인 NAIRU 대비 실업률 수준이 경제 상황이나 향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잘못된 지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 알게 되었습니다. 둘째, 그 반대도 사실일 수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더 이상 타이트한 노동 시장과 자원 활용에 대한 압력 상승을 나타내는 첫 번째 또는 최고의 지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지표는 쓸모가 없어진다.
2024년 잭슨홀 심포지엄에서는 여러 저명한 주류 경제학자들이 통화정책의 효과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한 논문에서는 2020년 팬데믹 침체 이후 미국의 인플레이션 급등을 설명하는 필립스와 베버리지 곡선을 재검토했다. 베버리지 곡선은 일자리가 증가하면 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것을 설명한다. 발표자들은 중앙은행가들에게 "두 곡선에 대한 급증 이전의 합의는 상당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즉, 최근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 급등은 기존의 주류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의 성공을 주장했다. "팬데믹 왜곡의 치유, 총수요를 조절하려는 노력, 기대심리 안정이 함께 작용하여 인플레이션을 2% 목표에 대한 지속 가능한 경로에 올려놓았습니다." 불과 3주 전만 해도 금융시장을 공포에 떨게 했던 경기침체가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 경제의 '연착륙'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견고한 경제 성장과 낮은 실업률, 낮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골디락스' 시나리오(경제에서 과열되지도 않고 너무 침체되지도 않은 이상적인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가 거의 우리 곁에 와 있다.
나는 이전 글에서 3주 전의 시장 붕괴가 아직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 핵심 지표는 첫째, 기업 이익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주요국 경제는 마이너스 영역으로 내려가지 않았다.
출처: 레피니티브(Refinitiv), 주요 5개국의 GDP 가중 기업 이익, 직접 계산
하지만 미국 경제와 다른 주요 경제도 결코 위험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물가 상승률은 여전히 '고착화'되어 있으며, 이는 중앙은행 목표치보다 최소 1%포인트 이상 높다.
이것이 심포지엄에 참석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들이 우려하는 부분이다. 영국은행(BoE) 총재인 앤드루 베일리(Andrew Bailey)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에 지속적으로 부합하는 수준으로 하락할 것인지, 그리고 이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에 직면해 있습니다.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충격이 완화되면서 인플레이션의 하락이 거의 끝난 것일까요? 아니면 마이너스 생산 갭이 커져야 할까요? 혹은 통화정책을 더 긴축적으로 유지해 가격, 임금, 마진 설정에 더 영구적인 변화가 일어나야 할까요?" 필립 레인(Philip Lane) 유럽중앙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통화정책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에서 '마지막 단계'까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같은 의구심을 나타냈다.
동시에 주요국의 실질 GDP 성장률(특히 1인당 실질 생산량 증가율)은 매우 미약하다. 미국만이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며, 수출과 비축분을 제외하면 매출 증가율은 1%를 넘지 않는다. 나머지 G7 경제는 침체(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또는 불황(일본, 독일, 캐나다)에 머물러 있으며, 다른 선진 자본주의 경제(호주, 네덜란드, 스웨덴, 뉴질랜드)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 거의 모든 주요 경제의 제조업 부문은 깊은 위축 상태에 있다.
게다가 곧 수입 관세를 기록적인 수준으로 인상하여 세계 무역을 위축시키고 수입 가격을 올리거나 기업 이익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려는 미국의 새 대통령이 등장할 예정이다. 어느 쪽도 미국 자본에 좋은 소식은 아니다.
잭슨홀 심포지엄은 성공을 축하했지만, 실제로 드러난 것은 중앙은행 통화정책이 2022년 정점에 달했던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거의 역할을 하지 못했고, 생산이나 투자 성장을 달성하는 데 거의 기여하지 못했으며, 앞으로 실업률 상승이나 생산 부진을 막을 힘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고금리는 많은 중소기업을 파산이나 부채 증가로 몰아넣고 주택 모기지 이자율과 임대료를 최고치로 끌어올릴 뿐이며, 지금 금리를 인하하면 경제가 아니라 주식 시장만 자극할 뿐이다.
[출처] Jackson Hole celebrates itself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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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