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신>은 황해도에서 태어난 만신 김금화의 일생을 한국근현대사와 함께 다룬, 극영화 요소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만신은 무당을 높여 이르는 말로 김금화는 1985년 한국 중요무형문화재가 된 나라만신이다.
이 영화는 <써니>와 같은 그냥 성장영화도 회고 영화도 아니다. 매우 정치적인 영화다. 감독이 여성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 채기 어려울 만큼 이 영화는 여성억압에 유쾌하게 맞서는 소녀들의 아프고 뜨거운 이야기다. 그녀들은 부자들의 우아한 위선에 맞서고 나이에 맞선다.
영화는 내게 뜨겁게 가슴을 불살라 본적이 있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사회가 만들어놓은 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 사랑해본 적이 있는지 묻기도 하고, 평생을 현장에서 살고 싶은 그 마음을 들려주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영화가 보여주는 화려한 장면 속에 빨려 들어갔다.
영화의 리얼리티를 옆으로 살짝 밀쳐두고 코미디로 본다면 충분히 재미있다. 부패한 권력을 물리치는 통괘한 웃음은 아니더라도, 대안적 투쟁방식이나 삶의 방식이 보여주는 흐뭇한 웃음은 아닐지라도, 권력의 자중지란을 보여주는 풍자로 인한 웃음이 있지 않은가. 웃기는 등장인물의 설정도 있으니 요즘처럼 웃을 날이 별로 없는 날에 한 시간 넘게 웃을 수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얀 밤, 아파본 사람은 알지. 비틀거려본 사람은 하얀 밤을 알지. 그 밤이 정말 머리를 하얗게 만들 정도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밤을 밝혀놓는다는 것을... 그러한 밤을 함께 보낸 게이 두 명의 이야기가 영화 <백야>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며 마음을 달랬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한편으로는 놀라웠고, 한편으로 이해가 되었다. 누군가의 삶에서 우리가 ‘무엇’을 읽어낼 때 사실은 자신이 얻고 싶었던 ‘답’인 경우가 많이 있다. 몰랐던 게 아니라 알고 있었으나 그걸 말하기에는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그 답을 입 밖으로 선뜻 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은가.
아픔의 역사가, 개인의 고통이 모두의 어깨를 짓눌러 일어설 수가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영화를 본 후 술을 마시게 만든다. 나도 그랬고, 영화를 본 주변 사람들은 다 그랬다고 한다.
이제 에이즈감염인은 약만 제대로 먹으면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그야말로 만성질환과 같은 것이 되었지만 아직도 에이즈에 걸리면 모든 삶이 끝나는 양 여길 수밖에 없는 건 우리안의 편견 때문이다.
70년대 음반을 만들 때도 노동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고, 음반이 실패했을 때도 다시 막노동하며 삶을 이어갔다. 그리고 20년 뒤 남아공이 초청한 공연에 수만 명의 관객이 찾아올 정도로 다시 가수로서 자리를 찾았지만, 여전히 하수도를 수리하는 노동을 계속한다.
정신에 때가 켜켜이 쌓여가는 느낌이 들 때 그대들은 무엇을 하는가. 그 때가 녹슨 기계처럼 활동을 삐끄덕거리게 하기도 하고, 영롱한 감성을 서서히 숨죽이게 할 때 나는 무작정 떠난다. 사실 걷기란 인류의 오래된 습관이자 생존 본능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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