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노동자의 힘] 기권에 의한 심판과 비례대표제의 파괴력
정병기(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연구기획실장, 노동자의 힘 회원) 6월14일 밤거리는 대형승용차와 트럭 위에서 개선 장군처럼 환호하는 청년들과 태극기를 어깨와 허리에 두르거나 기수처럼 휘날리며 ‘대~한민국’을 외치는 청년들로 가득 찼다. 그들의 붉은 가슴에는 한결같이 ‘Be the Reds’가 선명하게 써 있었다. 붉은 색은 슬라브어로 아름다움을 뜻한다. 누군가는 ‘붉은 악마’로부터 레드 콤플렉스가 사라지는 모습을 상상한다지만, 지방선거 결과는 레저스포츠적 향락계층의 단면을 보여 주는 듯했다. 48%의 낮은 투표율은 한나라당에 유리하게 작용했으며, ‘애국심’으로 치장된 16강의 광기는 대중적 ‘반미’ 감정을 보수주의로 왜곡시켰다. 그리고 붉은 악마와 월드컵 열기는 홍3의 비리로부터 국민들의 눈을 돌리려 했던 민주당과 정부의 의도를 무산시켰다. 6·13 지방선거는 모든 정당과 정치관심층에게 커다란 충격을 준 일대 사건이었다. 민주당은 혼란에 빠져들고 노무현 후보는 대통령후보직에 대해 재신임을 받겠다고 하며 최고위원들은 총사퇴를 준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역풍을 조심하며 말을 아낀다. 자민련의 정치적 자연사가 예고되고 있다. 그리고 민주노동당은 진보정당의 제도권 진입을 즐긴다. 민주 참패와 한나라 압승, 자민련 몰락과 민주노동당 약진 6·13 지방선거의 결과는 한마디로 민주당의 참패와 한나라당의 압승, 그리고 자민련의 몰락과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요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