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과 따뜻한 온기를 나누어야 할 크리스마스이브 밤, 최종범 열사 아내인 별이 엄마가 다시 서초동 삼성전자 본관 앞을 찾았다. 혹한의 추위 속에서 20여 일간 노숙 농성 이어온 자리였다. 충돌과 몸싸움이 일어났던 그 자리에는 별이를 위해 준비된 조용한 ‘별이크리스마스’ 행사가 열렸다.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 최종범 열사 전국민주노동자장이 24일 오전 8시 천안의료원 장례식장 발인제를 시작으로 엄숙한 분위기 속에 치러졌다. 삼성전자서비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회사의 노동탄압을 폭로한 열사가 사망한 지 55일 만이다.
아빠의 빈소를 돌아다니며 누구에게나 살갑게 다가서는 별이를 처음 보았을 때, 곁에 선 이들이 차라리 미웠다. 목놓아 펑펑 울어버렸으면 좋으련만 그마저 가로막는 뭔가가 되어있기 때문이었다.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전자서비스 측과 20일 밤 협상한 결과 최종범 열사 유족과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에게 사과, 노동조합 활동을 보장 등 6개 항에 대해 합의했다고 21일 밝혔다.
저 오만한 밤의 대통령이 사는 궁전, 삼성전자 본관 전체를 노동자민중의 촛불로 뒤덮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무노조의 신화로 헌법조차 부정하는, 이 시대 자본권력의 핵심 골리앗 삼성에 맞선 수많은 다윗들의 촛불이 타올랐으면 좋겠습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 AS기사 최종범 씨가 표적감사에 시달리다 목숨을 끊고 장례도 치르지 못하는 가운데 회사 측이 표적감사를 강행,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서비스센터 노조 조합원의 표적감사를 통해 노조파괴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금 별이 엄마는 서초동 삼성 본관에 앞에 있습니다. 젖먹이를 재워놓고 떠나온 지 열흘, 삼성 본관은 황망하고 쓸쓸하고 서러웠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초미세먼지로 눈앞이 흐려져도 자리를 떠날 수 없었습니다. 눈이 내리고 한파와 강풍이 몰아치고 있는 길바닥에서 상복을 입고 견디고 있습니다.
최종범 열사의 부인 이미희 씨는 “찬 서리 내리는 긴 겨울밤에 남편의 고통을 함께 하고자 이 자리를 지켜주시는 별이 아빠의 동료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내가 포기하지 않도록 지켜주기 바란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힘이 세다는 금속노조는 내가 별이 아빠의 유언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삼성전자서비스 김해센터 외근기사 김정훈 씨는 지난 2010년 고객 집에 방문하던 중 차량 접촉사고가 났다. 이 때문에 3주간 입원치료를 했으나, 산재 및 보상을 받은 적이 없다. A씨는 2012년 6월 출근 중에도 차량 접촉 사고로 10일간 입원치료를 받았다. 산재는커녕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동료들은 아무 말 없이 영정 사진으로 남아있는 최 씨를 바라보는 일이 어색하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종범아’ 하고 부르면 ‘형’이라고 대답할 것만 같다. 그는 업무에서나 노조 활동에서나 누구보다도 열정적이다. 그와 함께 술 잔 기울이며 노조 활동에 나섰던 AS기사 김배성, 김용구 씨는 동생 최종범이 무척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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