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유시민칼럼]민족은 축구를 하지 않는다
지난 10일 민주당 정범구 대변인이 발표한 논평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오늘 벌어지는 한·미전이 재삼 우리 민족의 저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한나라당 남경필 대변인의 논평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다. “히딩크 감독과 선수들 모두 불굴의 투혼으로 반드시 승리해 16강 진출은 물론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드높여 줄 것으로 확신한다” 수백만명의 한국인이 ‘붉은악마가 돼라(Be the Reds)’는 ‘불순한 구호’가 새겨진 붉은 셔츠를 입고 경기장 스탠드와 서울 도심을 그야말로 시뻘겋게 물들였건만, 이날 시합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 무승부로 끝났다. 나는 두 대변인과 똑같은 심정으로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또 포르투갈을 꺾어 16강 토너먼트에 올라가기를 열망한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우리 민족의 ‘저력’이나 ‘우수성’과 관련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지난 대회까지의 성적을 보자. 65개국이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지만 그중 10개국은 단 하나의 승점도 얻지 못했다. 10점 넘게 승점을 올린 나라는 30개국에 불과하다. 세계 최강의 국력을 자랑하는 미국은 물론이요, 선진국으로 손꼽는 일본과 캐나다도 여기에 들지 못했다. 15억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4무10패, 다섯번 출전해서 겨우 4점을 챙겼을 뿐이다. 이것이 과연 ‘저력’이 없고
사회
클리핑기사
2002.06.17 1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