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대홍수 참사,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다

출처: Getty Images & Unsplash+용

화요일(10월 29일) 스페인 동부에서 발생한 갑작스러운 홍수로 최소 95명이 사망했고, 국가의 동부 해안을 따라 파괴의 흔적을 남겼다. 수십 명의 실종자가 여전히 남아 있으며, 급류에 휩쓸린 차량과 다리의 처참한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널리 퍼지고 있다. 재난의 중심에는 스페인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권인 발렌시아가 있었는데, 이곳은 단 8시간 만에 1년 치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기상학자들에 따르면 이번 홍수는 DANA로 알려진 위험한 기상 현상으로 인해 발생했으며, 이는 찬 공기 전선이 지중해의 따뜻한 물과 만나면서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 몇 년간 바다 온도가 상승하면서 더 빈번하고 강해졌다. 일간지 엘 파이스의 전 편집장인 소레다드 갈레고-디아즈는 “해마다 따뜻해지는 바닷물로 인해 기후 변화가 지중해 지역의 강수 패턴을 지금까지 알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들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발렌시아에서 사망자가 급증한 이유는 우파 지역 정부의 재난 관리 실패와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출근을 강요한 맥락에서도 이해해야 한다. 스페인 최대 노동조합인 CCOO(Comisiones Obreras, 노동자 위원회)는 “사망하거나 부상당한 많은 사람들이 당시 일하고 있었다”“이미 홍수 위험이 알려진 상태에서 작업을 계속하게 한 것을 규탄한다”고 강조했다.

화요일 밤, 수백 명의 직원이 발렌시아에 있는 이케아 매장과 대규모 보나이레 쇼핑몰에 갇혔고, 물이 위험한 수준으로 상승했다. 한 직원은 소셜 미디어에 게시된 동영상에서 “우리를 여기서 일하게 하고 문을 닫지 않은 사람들은 바로 우리 관리자들이다”라며 “우리를 떠나지 못하게 했고, 우리 목숨을 도박에 걸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800명의 노동자들이 한 산업 단지에서 위험한 상태로 갇혔고, 많은 이들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창고 지붕 위로 올라가야 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마지막 순간이라 생각하며 가족에게 작별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이후 그들은 구조되었다. 또 다른 극적인 장면에서는 한 슈퍼마켓 배달 기사가 트럭이 물에 반쯤 잠긴 상태에서 헬리콥터에 의해 구조되었는데, 많은 언론은 스페인 회사 메르카도나의 평판 손상을 피하기 위해 사진 속의 잘 알려진 회사 로고를 흐리게 처리했다. 메르카도나는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국가 기상청이 이날 아침 극단적 기상 경보를 발표한 이후에도 직원들을 현장에 두기로 결정했다.

이와 같은 점에서 발렌시아의 홍수는 무책임한 고용주, 악랄한 신자유주의, 극우 부정주의 정책이 기후 재난과 교차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비극적 사례가 된다. 언론인 다니엘 베르나베는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으며, 이는 또한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원칙을 설명해준다”고 지적한다.

부주의한 대응

이 점은 외부에 위탁된 공립 요양원 내부의 이미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사진 속에서 노인들이 필사적으로 홍수 속을 걸어 다니고 있었지만, 직원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 요양원은 부패한 건설업자 엔리케 오르티스가 운영하는 22개의 요양원 중 하나로, 이곳에서만 여섯 명의 입소자가 사망했다.

이 외에도 왜 비상 프로토콜이 제때 실행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역 강경 우파 정부는 화요일 저녁 8시 15분까지 주민들의 휴대폰으로 시민 보호 경고를 발령하지 못한 것에 대해 강한 비판을 받고 있다. 그때쯤이면 이미 수천 명이 상승하는 홍수에 갇힌 상태였다. 전 좌파 장관 알베르토 가르손은 “발렌시아 정부가 경고를 발령하고 이를 휴대폰을 소지한 모든 시민에게 알렸다면 사망자가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파 국민당의 카를로스 마손 주지사도 오후 8시 30분까지 국가 군사 응급 부대의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하지 않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하지 않았다. 비상사태를 선포하게 되면 페드로 산체스의 좌파 연합이 이끄는 중앙정부에 권한을 넘겨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화요일 정오에 트위터에 폭풍의 최악의 상황이 오후 6시까지 지나갈 것이라고 게시했다.

이는 부분적으로 그의 행정부가 기후 변화에 대해 더 자유방임적인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었다. 마손의 2023년 극우정당 복스와의 연정 합의에는 최근 설립된 발렌시아 응급 대응 부대를 해체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언론인 안토니오 마에스트레는 수요일에 마손의 첫 번째 행정 조치 중 하나가 해당 부대를 해체하는 것이었다면서, 이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기후 위기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며 수천 명의 생명에 큰 변화가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필요 없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복스는 올여름 스페인 내 치안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되는 미성년 무슬림 이민자 문제로 마손의 행정부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홍수를 앞둔 며칠 동안 극우 온라인 여론은 기상청이 예고한 극단적 폭우 경고를 조롱했다. 심지어 재난 직후에도 복스 관계자들은 사회적 미디어에서 떠도는 음모론에 목소리를 냈다. 그 음모론은 현재 좌파 연립 정부가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 시절에 지어진 수백 개의 댐을 철거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자본주의가 죽인다

수마르(급진좌파 선거연합·정당)의 좌파 노동부 장관 욜란다 디아스는 직원들에게 출근을 강요한 기업들은 법적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들이 법을 준수하고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 라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스페인 기업들은 자연재해 발생 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보호 장치가 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팬데믹 때와 마찬가지로, 위험을 부담하는 데 있어 명백한 계급적 차원이 존재했다. 소매 및 블루칼라 노동자들 중 많은 이들이 일찍 퇴근할 선택권을 부여받지 못했다. “우리는 단지 몇 개의 얼리버드 메뉴를 팔기 위해 목숨을 내걸었다,” 한 웨이트리스가 스페인 공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휴대폰 경보를 받을 때까지 나가지 못하게 했고, (경보를 받은) 그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알베르토 가르손은 혼란을 가중시킨 다른 구조적 요소들도 지적했다. 예를 들어 발렌시아 주변의 홍수 위험 지역에서 대규모 건축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 등이 있다. “적어도 1960년대 이후로 투기적 도시 개발과 부동산 거품이 일던 시기에 도시 계획 정책은 생태학자, 지리학자 및 자연 주기와 그 혼란을 이해하는 다른 전문가들의 조언을 무시해왔다”라고 그는 말했다. “일반적으로 쉬운 경제적 이윤과 관광객 유치 등이 자연을 존중하는 자세보다는 우선시되었다.”

이러한 문제는 환경운동 단체인 에콜로히스타스 엔 악시온(Ecologistas en Acción)이 언급한 바와 일치한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기후 위기는 수십 년 전 설계된 인프라를 재고하도록 요구하며, 이 인프라는 갈수록 빈번해지고 강해질 이와 같은 비상사태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약 우파가 이러한 사건에 대응하는 방식으로 국가 역량을 계속 해체하고, 기후 변화 부정주의에 빠지며 이주민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면, 진보주의자들은 사회 대다수에게 실질적 안전과 사회적 보호를 제공할 대안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스페인 연립 정부는 2020년 집권 이후 가끔 그런 방향으로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이들의 개혁적 의제는 내부 위기와 약해진 의회 다수로 인해 점차 소진되는 모습을 보였다. 발렌시아의 홍수는 급진화된 우파 연합이 향후 몇 년간 거대한 기후 관련 도전에 직면할 국가에 어떤 의미를 가질지 보여준다. 그것은 재난 민족주의의 수용이다. 

[출처] The Mass Deaths in Spain Aren’t Just a Natural Disaster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오언 길마틴(Eoghan Gilmartin)은 마드리드에 거주하는 작가이자 번역가, 자코뱅(Jacobin)의 기고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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