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사람

[특별기회] 동성애자는 정신질환자이자 예비 범죄자?

저급한 인권의식을 들이대며 억압만 일삼는 군대

지난 2월 8일 동성애자인권연대로 한통의 상담메일이 도착했다. “2005년 6월에 입대를 했으며 훈련소에서 비밀이 보장된다고 약속받고 말한 자신의 성정체성이 훈련병들에게 퍼져나갔고 그로 인해 훈련소 생활이 어려웠었다.”고 시작하고 있었다. 훈련소를 나와 의무대로 옮겨갔지만 정신과 군의관은 어떠한 치료도 없이 피해 당사자에게 “헌혈했느냐?”고 물으며 동의 없이 강제로 에이즈 검사를 했다고 한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군 병원에 입실했음에도 군 간부는 동성애자임을 입증하라며 동성과 키스하는 사진과 성관계 사진을 요구했다. 글을 읽어 내려가면서 이 일이 거짓말 이길 바랐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터질 것이 터지고 말았다는 것은 이번 사건이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동성애자인권연대 활동가 중 한 명은 자신에게 온 편지를 선임병이 뺏어 읽는 바람에 아웃팅이 되어버렸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군병원 정신과로 옮겨져 1개월 반 동안 생활했지만 ‘호모가 왔다!’는 식의 폭언과 괴롭힘은 그치지 않았다. “맘에 드는 간호장교 없냐, 제대하고 싶으면 한 명 건드려라.”는 식의 모욕적 언사를 퍼붓는 군의관의 말은 더욱 이 활동가를 힘들게 만들었다. 더욱 힘들었던 것은 병원원칙으로 인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일방적으로 부모님께 성정체성이 알려진 것이었다. 이처럼 군대 내에서 남성동성애자들이 겪는 ‘인권침해’는 드러나지 않을 뿐 흔한 일이다.


19세 이상 남성이면 누구나 가야하는 ‘곳’으로 되어있는 군대. 하지만 남성 동성애자들에게 군대는 ‘성군기’ 위반자로 낙인찍힐까봐 자신의 성정체성을 부정해야 하는 곳이며 아웃팅을 당하면 정신병원으로 끌려가야 하는 곳이다. 설사 전역을 하게 된다 하더라도 ‘현역부적합’이란 낙인은 이후 취업에서 대기업이나 공기업에는 원서조차 넣지 못하게 만들어 버린다. 또한 군대는 동성애자를 피해자로 만들어 버리는 것도 모자라 예비 가해자로 규정한다. 군형법 ‘계간금지’ 조항으로 범죄자로 동성애자를 내몰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월 15일, 3월 22일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침해 사건 규탄과 군대 내 동성애자 차별조항 삭제 기자회견이 열린 후 국방부는 ‘병영 내 동성애자 관리지침’을 4월 1일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4월 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밝혀진 이 관리지침은 오히려 국방부의 동성애, 동성애자에 대한 이해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동성애자를 병영 내에서 동성애를 확산시키는 주범으로 낙인찍고, 이성애자로 ‘전환 희망’시 ‘적극 지원’이란 말로 동성애 성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다. 또 성적욕구를 해소할 수 있도록 “체육, 동아리 활동을 적극 권장”한다고 하며 저급한 인식을 마구 들이대고 있다.


국방부는 지금의 관리지침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착각을 버리고 군형법, 군인사법, 징병신체검사 등 시행 규칙 등 관련 조항에 대한 개정 및 폐지에 힘을 실어야 할 것이며 이와 병행되어야 할 것이 관련 당사자들과 함께 군대 내 동성애자 인권지침, 인권가이드라인, 장병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감수성 훈련 등 군 복무 중 동성애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세밀한 지침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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