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사이드, 특별 범죄로 규정해야 하는 이유

1782년 영국의 한 판사는 남편이 사용하는 도구가 엄지손가락보다 두껍지 않다면 아내에게 폭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권리를 부여했다이 측정 기준은 '엄지의 법칙'이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다행히도 사회는 이러한 구시대적 발상이 혐오스럽다는 걸 알 만큼 충분히 발전했다하지만 전 세계에서 매년 수만 명의 여성이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하고 있다유엔 데이터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매시간 5명의 여성 또는 소녀가 가족 중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하고 있다일부 국가에서는 젠더 기반 폭력의 극단적인 표현인 여성 살해를 구체적으로 범죄화하는 법을 통과시키고 있다.

'페미사이드'1801년 아일랜드 작가 존 코리가 쓴 '19세기 초 런던의 풍자적 견해'라는 책에서 여성 살해를 지칭하는 용어로 처음 사용되었다이 용어는 1970년대에 여성 폭력 전문가인 다이애나 E.H. 러셀이 남성 폭력과 여성 차별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다시 사용되기 시작했다.

여성 살해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존재하지 않지만여성 살해는 성별을 이유로 여성이나 소녀를 살해하는 행위로 폭넓게 정의된다예를 들어 친밀한 파트너의 폭력이나 '명예'라는 명목의 살인이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특정 법률 만들기

유엔이 2013년 여성과 소녀에 대한 젠더 관련 살인에 대해 각국이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 68/191호를 채택한 이후많은 고소득 국가들이 여성살해법을 도입했다.

2022년 키프로스는 여성 살해를 별도의 범죄로 형법에 통합하고 성별 관련 살인을 형을 부과할 때 가중 요소로 삼았다같은 해 몰타의 형법에도 여성 살해가 도입되었다이제 여성 살해는 살인 범죄의 동기로 간주될 수 있으며이러한 경우 판사는 최고형인 종신형을 고려할 수 있다.

파리에서 여성들이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여성 살해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다. 출처 : EPA

크로아티아는 가장 최근에 여성 살해 전용법을 채택한 국가로, 10년 이상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독립된 범죄다.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은 소녀와 여성에 대한 증오 살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다이에 따라 이 지역 33개국 중 18개국에서 여성 살해를 명백한 증오 범죄로 분류하는 새로운 법률을 제정했다.

코스타리카는 2007년에 여성 살인을 법적으로 범죄로 규정 하는 법을 통과시킨 최초의 국가가 되었다아내나 파트너를 살해한 남성은 20년에서 35년 사이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또한 파트너가 여성을 조종하여 떠나지 못하게 하는 신체적 학대 및 이동 제한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규정도 있다. 

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런던 퀸메리대학교의 한 보고서는 멕시코의 사례 연구를 통해 법만으로는 멕시코에서 여성 살해를 줄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이 보고서의 주요 연구 결과는 젠더 기반 폭력의 극단적인 형태인 여성 살해의 복잡성을 이해할 뿐만 아니라 이에 더 잘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주요 문제 중 하나는 통계의 오류다많은 경우 친밀한 파트너나 가족 구성원이 저지른 성 관련 살인만 여성 살해로 집계된다.

이로 인해 여성 생식기 절단성적 지향과 관련된 증오 범죄원주민 여성 살해갱단 및 기타 조직 범죄와의 연계와 같은 유해한 관행의 일환으로 발생하는 여성 살해가 제대로 보고되지 않고 보이지 않게 된다.

코스타리카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뢰우정권위 또는 권력 관계에 기반한 사람들에 의한 여성 살해를 포함하는 여성 살해에 대한 확장된 정의를 법으로 제정하고자 노력했다이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연인 관계'가 없더라도 여성에 대한 범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오늘날 코스타리카는 이웃 국가인 과테말라엘살바도르멕시코에 비해 여성 살해 비율이 낮다.

전 세계 각국의 사회적정치적 상황은 다를 수 있지만여성 살해에 대처하는 데 있어 보편적인 몇 가지 교훈이 있다.

'여성 살해'라는 용어에는 정치적 의미도 내포되어 있다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여성과 소녀 살해에 대한 정부의 대응 부족을 지칭하는 데 사용된다.

여성 살해라는 개념은 이러한 젠더 기반 폭력에 대한 국가의 과실과 부적절한 대응을 강조한다특히 여성과 소녀에 대한 강간과 살인이 가증스러운 분쟁의 도구로 흔히 사용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데예를 들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 이러한 사실이 입증된 바 있다.

대부분의 여성 살해가 현재 또는 전 남편이나 친밀한 파트너에 의해 자행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유해한 남성성에 대응해 성 평등을 증진하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에 맞서기 위해서는 법적인 틀을 넘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여성 살해의 장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지지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원문] https://theconversation.com/femicide-many-countries-around-the-world-are-making-the-killing-of-women-a-specific-crime-heres-why-its-needed-227526

[번역] 신현원

덧붙이는 말

마두미타 판데이(Madhumita Pandey)는 셰필드할람대학교 범죄학 강사다. 전문 분야는 성폭력, 성범죄, 인도 인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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