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신인민전선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다

프랑스 총선은 마린 르펜의 극우에게 승리를 가져다 줄 셈이었다. 그러나 신인민전선(Nouveau Front Populaire, NFP)이 사회 변화를 위한 좌파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결집하여, 새 국회에서 가장 큰 세력이 되었다. 

[출처] Guardian News, 유튜브 화면 갈무리 

극우의 부상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 유권자들은 7월 7일에 다시 압도적으로 극우파를 거부했다. 지난 밤, 프랑스의 조기총선에서 신인민전선(NFP) 연합은 역사적인 이변을 일으키며, 일요일 결선 투표에서 차기 국회의 가장 큰 세력으로 떠올랐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서둘러 결성된 정당 연합인 NFP는, 마린 르펜의 국민연합이 거둘 임박한 승리에 대한 예상을 무너뜨렸다.  6월 9일 국회를 해산한 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이제 야당 내각과 '동거'하는 정부를 꾸려야만 할 수도 있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France Insoumise), 사회당(Parti Socialiste), 에콜로지스트(Écologistes), 공산당(Parti Communiste Français)이 모인 NFP의 지도자들은, 차기 정부를 구성하고 마크롱 시대와의 '결별'을 위한 공동 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는 권리를 요구하고 있다. 6월 중순에 공개된 NFP의 정책 공약에는, 마크롱의 인기 없는 2023년 연금개혁안 폐지, 부의 재분배, 공공 서비스에 대한 투자,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등이 포함되어 있다.

"우리 국민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분명히 피했다. 오늘 밤 국민연합은 불과 일주일 전 전문가들이 예측했던 절대 다수를 확보하는 것과 거리가 멀다." 오후 8시, 1차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몇 분 후, 환희에 찬 장 뤽 멜랑숑이 말했다. "이번 선거의 교훈은 분명하다. 공화국 대통령과 그의 연정의 패배가 명백히 확인되었다는 것이다." 신인민전전선의 최대 정당인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의 창립자인 그는 계속해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회피하지 말고, 고개를 숙이고 패배를 인정해야 한다."

국회에서 가장 큰 정당 또는 연합은 관례적으로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첫 번째 기회를 얻는다. 하지만 일요일 투표 결과, 의회는 절대 다수당 없이, NFP, 마크롱의 중도 블록, 르펜이 주도하는 우파 세력, 이렇게 세 정치적 영역으로 나뉘었다. 이러한 결과는 특히 집권 연립정부에게, 정치적 항해가 매우 어려운 극심한 의회 불안정기를 겪게 될 것임을 시사한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신인민전선은 새 하원에서 182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2위 마크롱의 세력이 168석을 차지했고, 중도우파 공화당에서 이탈한 소수와 연합한 르펜의 국민연합이 143석으로 그 뒤를 이었다. NFP의 성공은 2022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결성된 신생태사회인민연합(NUPES)에서 선출된 142명의 하원의원들을 기반으로 한다. 국민연합 역시 의회 내 의석수가 지난 총선에서 차지했던 88석에서 크게 늘어났다.

마크롱의 중도 연합인 앙상블(Ensemble)은 완전한 선거 패배는 피했지만, 80석 가까이를 잃었다. 지난 2년 격동의 시기 동안 마크롱의 소수 정부를 지탱해 온 중도 우파 공화당의 다수파는 당 대표 에릭 시오티(Éric Ciotti)와 르펜의 연합에 반대하며, 2022년에 선출된 61명의 의원보다 줄어든, 4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공화주의 전선

좌파 연합은, 몇 주 동안 예상되었던 르펜의 임박한 승리를 막는 데 필수적이었다. 전국적으로 좌파 유권자들과 진보주의자들은 노골적인 환희까지는 아니더라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결과를 맞이했다. 밤이 깊도록 프랑스 수도 전역에서는 좌파의 승리를 축하하는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렸다. 파리의 레퓌블리크(Place de la République) 광장에는 많은 인파가 모여 신인민전선을 응원하고, 반파시스트 노래와 구호를 외쳤다.

"프랑스는 피부색이 아니며, 앞으로도 결코 아닐 것이다. 모든 피부색이 프랑스의 피부색이다."파리 19구 빌레트 운하(Villette Canal) 근처 원형 건물 밖에 모인 수천 명의 지지자들 앞에서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간부 마틸드 파노(Mathilde Panot)가 말했다. 

그것은 국민연합 지지자들과 간부들 사이의 침울한 분위기와는 극명하 대조를 이루었다. 국민연합은 도심 동쪽, 잎이 우거진 부아 드 뱅센(Bois de Vincennes) 공원에 있는 파빌리온으로부터 몇 마일 떨어진 곳에서 시청 모임(선거결과의)을 가졌다.

마린 르펜은 기자들에게, 이번 선거 결과는 극우 세력을 강화할 뿐인 의회 혼란의 해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르펜은 지지자들이 "마린 대통령"을 외치는 배경에서, "나는 화를 내기에는 너무 많은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1년을 더 잃게 될 것이다. 통제되지 않은 이민의 1년, 구매력 상실의 1년, 폭발하는 불안의 1년." 국회는 2025년 6월까지 해산할 수 없다.

지난달 대부분 동안, 이번 선거의 지배적인 이야기는 극우 세력이 국가 권력의 정점에 서 있다는 것이었다. 거의 모든 여론조사와 의석 전망은 국민연합과 그 동맹 세력이 절대 과반수는 아니더라도 의회에서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6월 9일, 마크롱의 국회 해산은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가 1위를 차지한 직후에 이루어졌다. 그들의 힘은 6월 39일 조기 총선 1차 투표에서 확인되었는데, 르펜의 당이 33%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 신인민전선과 마크롱의 세력보다 각각 5%포인트와 13%포인트 앞서 있었다. 

일요일 저녁, 국민연합의 공식 대표이자 추정 총리 후보인 조르당 바르델라(Jordan Bardella)는 프랑스 결선투표제의 특수성을 탓했다. 바르델라는 "프랑스인들이 정치적 대안을 자유롭게 선택하지 못하도록 어떻게든 설계된 부자연스러운 정치적 동맹"에 의해 결선 투표가 왜곡되었다 비난했다. 

극우의 승리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소위 '공화주의 전선'의 부활이었다. 7월 7일 결선 투표를 앞두고 신인민전선과 마크롱 진영은 200명이 넘는 경쟁 후보들을 철회했다. 비록 세 블록 중 의석 수로는 다시 3위에 그쳤지만, 국민연합은 결선투표에서 유권자 투표 수로 1위를 차지했고,  프랑스 전역에서 천만 명 이상이 그들의 투표용지를 선택했따. 이는 르펜의 당이 결선 투표에 가장 많은 후보를 내보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신인민전선은 700만 표 이상을 얻었고, 마크롱 진영이 약 630만 표로 그 뒤를 바짝 쫓았다. 7월 7일, 유권자의 참여가 다시 한 번 크게 증가했으며, 1997년 이후 의회 선거로는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권력의 균형 

차기 의회의 권력 균형은 신인민전선에게 복잡하다. 국회에서 절대 과반을 차지하려면 289석이 필요한데, 이는 의회가 여전히 우파에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NFP 지도자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생필품 가격 동결 등 일부 안건은 정부 법령으로 제정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안건은 의회에서 과반수를 확보해야 한다. 한편 상원 상원은 중도 우파인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

마크롱의 또 다른 기습적인 묘책이 없다면, 신인민전선은 연합 야당의 불신임 투표라는 거의 상시적인 위험을 극복하면서 동맹의 프로그램을 방어할 수 있는 총리 후보를 제안해야 할 것이다. 올리비에 포르(Olivier Faure)사회당 대표는 일요일 승리 연설에서 "우리의 유일한 나침반은 신인민전선의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라고 확언한 뒤, 마크롱주의 중도파에 "패배를 인정하고, 내년에는 신인민전선의 집권을 막기 위해 극우와 표를 합치는 일이 절대 없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가 동맹의 주도 세력으로 남아 '단절'을 위한 프로그램의 선거적 성공을 짚어낼 수 있다면, NFP의 무게 중심은 전술적 통치 양보로 기울어 질 수 있다. 이번 선거는, 지난 국회에 비해,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와 중도 좌파 사회당 사이의 균형을 후자에게 유리하게 약간 이동시켰다. 신인민전선 연합의 주도 세력인 두 정당은 각각 77석과 59석을 차지했다.

지난 6월, 멜랑숑의 영향력에서 벗어나 새로운 좌파 동맹을 지향하는 인사들에 대한 숙청으로 공천에서 탈락한 여러 현직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의 의원들이, 당의 공식 후보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로 재선에 성공했다. 일요일 솜므 선거구에서 접전 끝에 재선에 성공한 프랑수아 루팡(François Ruffin)은 지난주 말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를 떠나면서 멜랑숑주의 세력과의 균열을 마무리했다. 지난주 루팡은 좌파를 포함하는 국가 통합 정부를 위한 세 가지 조건으로, 마크롱의 연금 개혁 폐지, 부유세 부활, 국민투표 실시를 위한 개헌을 제시했다.

마크롱은 시간을 끌며 좌파 연합을 분열시킬 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월요일 아침, 마크롱은 가브리엘 아탈 총리의 사임 제안에 대해 "얼마간" 반발했으며, 대통령 연합의 인사들은 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과 작전이 몇 주 동안 지속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미 국회 해산으로 국가에 충격을 준 대통령은, 의심할 여지 없이 또 다른 비장의 속임수를 찾고 있을 것이다.

[출처] France’s New Popular Front Has Won a Historic Victory

[번역] 류민

덧붙이는 말

해리슨 스테틀러(Harrison Stetler)는 파리에 거주하는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이자 교사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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