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좌파, 엘리트주의 문화에 희생되다

10년 전 창당 당시 포데모스(Podemos, 2014년 창당한 포데모스 스페인의 좌파 정당)는 기성 정당에 맞서 대중을 결집시키겠다고 약속했다그러나 곧 고학력 진보주의자들이 주도하게 되면서 포데모스는 노동계급 일부에만 호소력을 발휘하게 되었다.

2014년 포데모스 창당을 주도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 2021년 선거에서 포데모스가 약진하자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출처 : 포데모스 facebook

올해는 포데모스(Podemos)가 창당된 지 10주년이 되는 해로이 정당은 스페인의 주요 도시 광장에서 긴축 정책에 맞선 15만 운동이 일어난 지 3년 후에 등장했다초창기에는 모든 것이 가능해 보였다포데모스는 창당 직후 전국 여론조사에서 20%가 넘는 지지율로 선두를 달리며 사회당(PSOE, Partido Socialista Obrero Español)을 추월했고, 1970년대 후반 민주주의로의 전환 이후 지속되어 온 정당 시스템에 지각 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많은 변화가 있었고오늘날 스페인 의회에서 포데모스는 단 4명의 의원만 가지고 있다전성기에는 71명의 의원이 있었다지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 포데모스와 그 분파인 수마르(Sumar, 스페인의 정치 플랫폼)는 각각 3.3%와 4.7%의 득표율을 얻었다.

포데모스(Podemos)는 10년 전 정치 이론가 에르네스토 라클라우(Ernesto Laclau)의 연구에서 영감을 받아 포퓰리즘 전략을 도입하며 등장했다이들은 좌파의 전통적인 논리와 담론상징에서 벗어나 '계급대신 '국민'을 대상으로 호소했다우파에 대항하는 새로운 프레임을 만들고자 했지만첫 번째 선거에서 지지율이 둔화되자 이 전략은 두 개의 반대 진영으로 갈라졌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Pablo Iglesias)가 이끄는 첫 번째 진영즉 파블리스모(Pablimismo)는 좌파 정체성으로 돌아갈 것을 주장했다반면포데모스의 2인자인 이니고 에레욘(Iñigo Errejón)가 이끄는 두 번째 진영 에레호니스모(Errejonismo)는 포퓰리즘 로드맵을 유지하려는 사람들을 모아 정치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다양한 부문을 포함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폭넓고추상적인 담론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다수를 구축하고자 했다에레호니스모(Errejonismo)는 결국 당을 떠나 독자적인 정당 마스 파이스(Más País)를 창당했으며현재 수마르의 일부가 되었다.

포데모스의 별은 밝게 빛났지만 너무 빨리 사라졌다물론 양당제에 유리하도록 설계된 의회 제도와 선거법가짜 뉴스와 경찰의 불법적인 감시 등 당의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전례 없는 언론 및 법률 캠페인 등 불리한 외부 조건이 있었다초기의 인상적인 성공에도 불구하고 곧 다른 우파 정당들이 등장해 스페인의 공공 생활에서 동일한 위기를 이용하려고 시도했다.

마침내 2017년 카탈루냐 독립 과정이 있었고 대중의 관심사가 경제 위기에서 영토 분리 독립 위기로 옮겨가면서대립 구도가 '민중 대 엘리트'에서 '카탈루냐 대 스페인'으로 바뀌었다포데모스의 쇠퇴에 대한 내부적 요인도 이미 널리 분석되어 왔다많은 사람들은 포데모스의 수직적 조직 모델끊임없는 선거주의리더십 숭배끊임없는 내부 갈등으로 인한 불신 등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간과된 한 가지 요소가 있다외부적내부적 요인 외에도 포데모스의 지속적인 성공을 방해한 또 다른 문제는 특정 문화적 엘리트주의였다초기부터 존재했던 이 문제는 포데모스가 '포퓰리즘진영에서 보다 전통적인 급진 좌파의 입장으로 돌아서면서 새로운 형태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이는 유럽 전역의 많은 현대 좌파 세력에게 다양한 정도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문제이므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 포데모스의 이론적 토대와 그것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간략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체성 감소정체성 강화

지금은 고전이 된 그의 저서에서 라클라우는 포퓰리즘을 하나의 적대즉 '국민 대 체계적으로 국민의 요구를 좌절시킨 혐의를 받는 적'을 중심으로 사회를 양극화하는 전선을 구축하는 것으로 정의했다이러한 포퓰리즘은 엘리트 집단과의 공통된 대립에서 서로 다른 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의미한다이렇게 다양한 집단이 공통의 적을 갖게 되면 서로를 다른 존재로 보지 않게 되고이전에는 내부 분열로 인해 불가능했던 새로운 정치적 주체성즉 새로운 대중적 정체성이 형성된다정치경제사회적 위기가 이 과정을 돕는다이러한 위기는 대중의 불만을 조장하여 기존 체제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 세력을 형성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제공한다.

이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첫째다양한 그룹의 특수성이 어느 정도 제쳐져야 새로운 공유된 정체성이 등장할 수 있다둘째사람들을 이끌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든 그들의 대표로 식별될 수 있어야 한다따라서 광범위한 공동체의 상징즉 라클라우의 용어로 '공허한 기표'가 되려면 자신의 특정 특성을 경시하고 어느 정도 모호성을 유지하며 자신이 채택할 특성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칼 마르크스는 이미 누군가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만으로는 그들이 당신과 당신이 대표하는 정치적 선택을 동일시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어떻게 하면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당신과 동일시하게 만들 수 있을까포데모스의 창립자들은 좌파가 아무리 사회적 다수를 옹호해도 스페인에서 좌파가 선택한 어휘와 동일시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민중 대 엘리트담론의 중심을 두었을 뿐만 아니라주먹을 들어 올린 모습을 V자로 바꾸고전통적인 사회주의의 상징인 빨간색 대신 보라색을 당의 색깔로 선택하는 등 전통적인 상징을 버렸다그들의 언어는 좌파의 전문 용어와 슬로건을 피하고 직접적이고 구어체적인 표현을 사용했다.

기존 좌파의 복잡한 스타일과는 달리포데모스는 폭발적인 정치 마케팅 캠페인을 만들고 매력적인 브랜드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그들은 선거 캠페인이 단순히 지난 수년간의 정치 조직화를 통해 뿌린 것을 '거두는단계가 아니라정치적 정체성을 더 빠른 속도로 구축할 수 있는 시기라는 것을 이해했다그들은 일반 대중과 거리를 두고 도덕적 청렴성에 대한 '증언역할만 하겠다는 생각을 거부했다.

동시에 포데모스는 사람들의 상식적인 요소에 다시 의미를 부여하려고 시도했다예를 들어프랑코 시대 이후 이 개념은 전통적으로 우파와 연관되어 왔지만포데모스는 나라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을 유일한 애국 운동으로 내세웠다목표는 국가적-대중적 정신에 뿌리를 둔 새로운 스페인 정체성을 확립하여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스페인 정체성을 진보적 관점에서 재해석하여 보수적인 서술로부터 되찾는 것이었다.

높음과 낮음?

'제도권'이라고 하면 카펫이 깔린 바닥잘 다려진 정장정중한 언어대통령에게 어울리는 완벽한 매너의 세계를 상상한다이것이 바로 피에르 오스티가이(Pierre Ostiguy)가 '높은차원의 정치라고 부르는 것이다정부가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될 만큼 대중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안정된 시기에는 이러한 화려함과 의전이 지도자가 국민과 관계를 맺는 방식이다그러나 오스티가이가 주장하듯이현상 유지가 정당성을 잃게 되면 새로운 리더는 이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대중적 차원을 구현하는 경향이 있다.

포퓰리즘은 나라마다 그 특성이 다르더라도 '낮은 자', 즉 평민을 자랑스럽게 내세운다따라서 포퓰리즘 전략에는 충족되지 않은 요구를 새로운 정체성으로 표현하고 공동의 적을 명명하는 등 설명적 층위뿐만 아니라 '국민'이 담론의 문자적 내용뿐만 아니라 지도자의 태도말투행동에서 자신을 대변하는 모습을 보아야 한다는 수행적 층위도 포함된다도널드 트럼프자이르 보우소나루하비에르 밀레이와 같이 거칠고 직설적인 태도로 유명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발언을 주저하지 않고 직설적으로 말하는 현직 지도자들에게서 이러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도자 또는 정치 프로젝트와의 동일시는 프로이트의 초자아에 대한 성찰을 떠올리게 한다우리가 정치적으로 동일시하는 대상은 도달할 수 없는 동시에 모방할 수 있어야 하는 이중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그것은 항상 도달할 수 없는 곳에 있으며이런 의미에서 도덕적 이상으로 작용한다그러나 모방이 가능하고 동일시를 통해 나르시시즘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우리와 충분히 가까워야 한다반대로 모델이 달성할 수 없게 되면 열등감과 좌절감을 불러일으키는 억압적인 요소가 되기 시작한다장기적으로는 이 모델을 모방하려는 욕구가 사라지고 ''의 우월한 상황이 공정하다고 인식되지 않게 된다그러면 새로운 리더를 위한 정치적 공간이 생긴다.

프로이트에 따르면이는 대중의 심리를 설명하는 것으로사람들은 집단 속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에게 일종의 외재화되고 구체화된 공통의 초자아를 발견한다이 카리스마 있는 리더는 모방의 대상이 되며그를 따를 때 사람들은 이전의 도덕적 기준에 비해 더 나은 기분을 느낀다. 2008년 경제 위기와 그로 인한 경기 침체로 인해 수백만 명이 갑작스러운 실패와 파멸의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게 되었다정치적 스펙트럼의 양쪽에서 새로운 틀을 제시하는 지도자들이 등장해 사람들이 죄책감과 좌절감을 덜 느끼며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시간 문제였다.

노동계급이 투표를 포기하게 한 문화적 엘리트주의

토마 피케티(Thomas Piketty)가 그의 저서 <자본과 이데올로기(Capital and Ideology)>에서 주장했듯이서구 좌파의 사회 인구학적 구성은 1970년대 이후 크게 변했다그 전까지는 주로 주요 선거 지지층인 노동계급을 대상으로 담론을 펼쳤고우파는 경제 엘리트와 문화 엘리트 모두에게 호소하고 이들에게 의존했다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트렌드가 바뀌었다좌파는 점점 더 문화 엘리트에게 어필했고노동 계급은 점점 더 투표를 포기했으며최근 몇 년 동안 우파 포퓰리즘이 그 포기한 표를 거두어들이기 시작했다.

스페인에서는 정확히 이런 식으로 진행되지는 않았다사회노동당(PSOE)은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을 포함한 노동자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도를 유지하고 있다그러나 이즈키에르다 우니다(Izquierda Unida, 1986년에 결성된 스페인의 좌파 연합 정당)와 포데모스의 유권자들은 대부분 대학을 졸업하고 문화적 자본이 더 많은 사람들이다. '스페인 좌파'라는 고정관념은 이러한 문화적 자본과 일치하는 일련의 특징즉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말투이념적 입장을 과시하는 미학고급 문화 소비 습관 등을 지니고 있다.

이를 우리는 문화적 엘리트주의라고 부른다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와 장 클로드 파세론(Jean-Claude Passeron)이 주장한 것처럼엘리트는 독점성과 차별성을 부여하는 '엘리트화 상품'을 축적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유지한다이는 물질적 측면에서는 높은 가격을 통해문화적 측면에서는 제한된 접근성을 통해 보장되지만문화 엘리트가 의도적으로 접근을 제한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렵게 만드는 문화의 의식화는 모든 엘리트들이 특정 언어 레지스터(register, 특정 상황이나 사회적 맥락에서 사용되는 언어), 틈새 문화 참조신분증과 같은 특정 형태 등을 익히면서 학습된다이러한 방식으로 문화 자체의 습득과 함께 그들의 정체성이 형성된다부르디외(Bourdieu)는 이를 '아비투스(habitus)'라고 부른다물론문화적 엘리트주의가 경제적 엘리트주의와 동일하지는 않으며특히 오늘날의 세계에서 문화적 엘리트에 속한다고 해서 경제적 부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하지만 경제적 수단이 똑같이 부족한 상황에서도문화적 자본은 다른 사람들과의 신분 차이를 만들어내는 장벽으로 작용한다.

포데모스의 역사를 통틀어 일부 지도자들은 강력한 문화 엘리트주의를 보여 왔다오스티가이의 용어에 따르면이러한 지도자들은 처음에는 좌파가 일반적으로 동일시하는 특정 태도와 거리를 둘 수 있었지만진정으로 '높은 것'을 버리고 '낮은 것'을 구현할 수 없었다이로 인해 많은 노동자가 그들과 동일시하기 어려웠다역설적이게도 에레욘의 파벌은 포퓰리즘 전략을 표방했음에도 접근하기 어렵고 불투명하며 배타적인 것으로 인식되는 폐쇄적인 클럽을 결성함으로써 문화적 우월감을 드러내는 태도를 주로 드러냈다.

에레욘과 그의 주요 동맹국 지도자들은 연설할 때 자신과 국민 사이에 참호를 파는 듯한 지성과 문화말투와 옷차림을 보여주었다포데모스의 포퓰리즘 성향 지도자들은 영감을 받았다고 주장한 라틴아메리카 좌파 포퓰리즘과는 달리결국 고학력 도시 엘리트들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했다.

이런 점에서 라틴아메리카 포퓰리즘(그리고 유럽 우파)의 활기찬 분위기와는 달리포데모스의 포퓰리즘은 때로는 무질서하고 혼란스럽고 '더러운것처럼 보였다포퓰리즘은 학자들이 고안한 전략이라는 기원을 지울 수 없는너무 똑똑하고 너무 무균적인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포퓰리즘'이었다이러한 태도는 마스 파이스-마스 마드리드(Más País-Más Madrid, 예레욘이 주도한 스페인 정치연합)의 정치적 실험에서 계속 복제되고 증폭되었다.

이로 인해 '국민'이 이 프로젝트와 동일시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다리더는 사람들에게 모방의 대상으로 여겨져 이끌어야 하지만그들과 너무 동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그러나 포데모스(Podemos)의 지도자들은 문화적 엘리트주의로 인해 일반 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없는 존재로 인식되었다그들은 지적 존경은 받았지만정치적 동일시는 얻지 못했고결국 포퓰리즘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포데모스가 처음 떠오를 때는 포퓰리즘 전략이 이러한 모순을 성공적으로 덮어주었으나당이 중대한 정치적 도전에 직면하여 전략적 담론의 모호성을 버려야 했을 때포데모스의 정체성을 명확히 드러내지 않는 것이 필수적이었다.

이는 포데모스가 분열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에레호니스모는 명목상으로는 포퓰리즘 전략에 충실했지만실제로 '낮은 자'와 민중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파블리스모는 포퓰리즘적 정치적 도박을 포기하고 급진 좌파의 정체성으로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이미지어휘상징성 측면에서 먼저 이러한 변화를 시도했으며이글레시아스가 직접 홍보한 충성스러운 공산주의 청년 간부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낡은 이데올로기 도식으로는 포데모스를 무력화하기 어려웠던 초기의 신선함에서 벗어나당은 두 주요 지도자인 이오네 벨라라(Ione Belarra)와 아이린 몬테로(Irene Montero)가 사용한 수사가 잘 보여주는 전형적인 급진-시위 세력의 정형화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돌아갔다.

둘째새로운 사회 정의 운동과 연결하려는 시도에서 이러한 변화는 새로운 급진 좌파의 핵심 주제즉 정체성 정치와 소수자 권리 옹호도덕적 미시 정치에 초점을 맞추게 했다이로 인해 급진적 진보주의의 다양한 교리가 보편주의보다 특수주의를 우선시하게 되었고유권자가 참여하려면 높은 수준의 문화적 자본을 요구하는 담론이 선호되었다이에 따라 민중부패사회경제적 이슈를 중심으로 한 포퓰리즘적 호소가 점점 파편화된 소수자를 기념하는 일종의 행동주의적 순수주의로 옮겨갔다특히스페인의 국가 정체성을 재정의하려던 과거의 시도들은 부분보다는 전체를 대표하려는 열망과 함께 포기되었다.

문화 엘리트주의의 문제는 포데모스의 양 날개에 모두 영향을 미쳤다파블리스모는 에레호니스모보다 미학적 수준이 덜 높았지만반대자들이 '각성'의 스페인 수입품이라고 열렬히 비난한 것을 공개적으로 수용하면서 상당한 문화적 자본이 있어야 접근 가능하고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담론으로의 전환을 가져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국민적-대중적 좌파를 위하여

지금은 유명한 구절이 된 아르헨티나 작가 에르네스토 사바토(Ernesto Sabato)는 후안 도밍고 페론(Juan Domingo Perón) 대통령의 몰락 속에 지식인들의 반응과 가난한 아르헨티나 국민들의 반응 사이의 간극을 생생하게 회상한다.

“1955년 9월 그날 밤한 홀에서 의사지주작가들이 폭군의 몰락을 시끄럽게 축하하는 동안부엌 한 구석에서 일하던 두 원주민 여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았다이 이중적이고 거의 모범적인 장면보다 우리 조국의 드라마를 더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그 순간 수백만 명의 실향민과 노동자들이 가혹하고 침울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살타의 부엌에서 울고 있는 두 원주민 소녀의 모습에는 수많은 겸손한 동포들이 상징되어 있었다.”

이는 유럽과 서구 좌파가 자신들이 대표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동등한 입장에 서서 그들의 욕망좌절삶의 방식과 연결하지 못하는 상황과 유사하지 않은가?

이탈리아 지식인들이 국민과 동떨어져 있고이탈리아 서민들의 삶의 경험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추상적 모델과 동일시한다고 비난한 안토니오 그람시(Antonio Gramsci)의 저서에서도 비슷한 성찰을 발견할 수 있다사르디니아 사상가(Sardinian thinker, 안토니오 그람시를 뜻함)는 "새로운 유형의 지식인 엘리트를 양성하려면이들이 대중으로부터 직접 나오되 대중과의 연결을 유지하여 마치 코르셋의 고래수염처럼 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체로 이러한 접근 방식은 이탈리아 공산당(PCI)을 서구에서 가장 인기 있고뿌리를 내리고선거에서 성공한 정당으로 만들었다대중에 대한 이러한 관심은 부분적으로 사라지고좌파의 많은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의식적으로 문화 엘리트로서의 지위를 영속화하는 데 집중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포데모스의 궤적은 이 문제가 좌파 정치를 개혁하려는 가장 성공적이고 흥미로운 시도조차 어떻게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극심한 양극화가 가능했던 2010년대 포퓰리즘의 순간은 지나갔고이제 좌-우 축의 구조적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그러나 포퓰리즘의 경험은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을 주었다좌파는 오스티가이가 말한 '낮은'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서는 안 되며높은 문화적 자본을 가진 사람들만 참여하거나 동일시할 수 있는 틈새의 수행적 좌파주의를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적-대중적 좌파즉 널리 공유되는 정신에 뿌리를 두고 좌파의 가장 자연스러운 대화 상대가 될 수 있는 사람들즉 일하는 사람들 또는 사회적 다수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될 수 있는 좌파를 향해 노력하는 것을 의미한다이는 사람들을 경제적 고통에서 해방시킬 사회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화적 자본에 관계없이 개인이 공감할 수 있는 정치적 미학을 제안하는 것을 의미한다이는 쉬운 일이 아니며실제로 최근 수십 년 동안 고착화된 트렌드에 반하는 것이기도 하다하지만 어렵다면 이 또한 시급히 필요한 일이다.

[출처Podemos’s Left-Populism Fell Victim to Its Elitist Culture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라울 로하스-안드레스(Raúl Rojas-Andrés)는 스페인 라코루냐 대학교에서 사회학 강사로 일하고 있고, 사무엘레 마졸리니(Samuele Mazzolini)는 베니스의 카 포스카리 대학교에서 정치학과 철학을 연구하는 연구원이다. 또한 야코포 쿠스토디(Jacopo Custodi)는 스쿠올라 노르말레 수페리오레에서 정치학자로 활동하며, 조지타운 대학교에서 비교 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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