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19세기 후반, 아르헨티나에는 라틴아메리카에서 최초로 조직된 사회주의 정당이 있었다. 이 정당의 활동가들은 유럽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가져왔지만, 점차 아르헨티나의 국가적 상황에 맞게 이를 적용하며 독특한 관점을 발전시켰다.

1916년경 촬영된 아르헨티나 사회당 지도자 후안 B. 저스토(Juan B. Justo). 출처: 아르헨티나 국회 도서관

1890년 5월 1일 목요일, 쌀쌀하고 비가 내리는 오후에 약 1,500명의 군중이 위장한 경찰관들의 감시와 수십 명의 경찰이 도로에 배치된 가운데 대형 회의장에 모였다. 대부분은 독일과 이탈리아 출신의 노동자들이었다.

스위스 출신의 조셉 위니거(Joseph Winiger)의 연설로 행사를 시작했고, 이어 조직위원회에서 지정한 여러 연사가 각기 다른 언어로 연설했다.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네덜란드어로 연설이 이어졌고, 몇 시간 후 군중은 평화롭게 해산했다.

그 다음 주, 독일어 신문 포르베르츠(Vorwärts)는 1889년 7월 파리에서 열린 제2차 인터내셔널 첫 회의에서 5월 1일에 국제회의를 동시에 개최하기로 해 열린 이 행사의 성공을 축하하는 기사를 실었다.

이 국제적인 모임의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메이데이의 노동계급 전통을 시작하는 전 세계의 수많은 회의 중 하나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자부심을 느꼈다. 특히 파리에서 약 7,000마일 떨어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회의가 열렸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가졌다.

세계주의적 역사

1890년 메이데이 회의는 아르헨티나 노동운동과 좌파의 역사에서 거의 신화적인 지위를 획득했다. 이는 그들의 운동이 국제 사회주의의 선봉에 있었다고 강조하는 사람들과 현지 좌파를 애국적인 전통과는 거리가 먼 '외국' 수입품으로 경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주로 언급된다.

어떤 평가를 받든 아르헨티나 좌파가 국가 역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들의 역사는 길고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중요한 사건들은 1890년에서 1914년 사이에 발생했으며, 이 시기에 지역 사회주의 정당은 제2차 인터내셔널의 비유럽 회원 중 하나로 등장했다. 아르헨티나는 미국 사회주의 조직과 경쟁하며 사회민주주의의 주요 대표자로 자리 잡았다.

아르헨티나 사회주의의 초기 단계를 재조명하는 것은 현대 학자와 활동가들에게 의미가 있다. 이는 현지 노동계급이 독립 정당을 처음으로 건설하려는 시도를 재구성하고 제2차 인터내셔널의 역사를 보다 광범위한 세계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유럽 사회주의와 아르헨티나의 연결은 1870년대 초 국제노동자협회(IWMA, International Workingmen’s Association)의 마지막 몇 년 동안 시작되었다. 파리 코뮌 몰락 후 추방된 공산주의자 그룹이 부에노스아이레스에 IWMA의 프랑스 지부를 설립했다. 1872년 헤이그 회의 이후, 칼 마르크스(Karl Marx)와 총회는 아나키스트의 확장을 막기 위해 벨기에 청년 레이몬드 윌마트(Raymond Wilmotte)를 대표로 파견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윌마트는 실패했고, 1873년 중반까지 아르헨티나 지부는 위기에 처했다.

1882년, 독일 사회주의 무장 세력은 오토 폰 비스마르크(Otto von Bismarck)의 억압적 법률을 피해 베린 보르바트(Verein Vorwärts)를 결성했다. 몇 년간의 고립 끝에, 그들은 1890년대 말에 일어난 노동 불안의 물결에 휘말리게 되었고, 스페인어로 신문을 발행하며 새로운 추종자들을 모집했다. 1890년 메이데이를 기념하는 공개 행사를 조직한 것이 1세대 사회주의 운동가들의 주요 이정표였다.

짧은 위기와 혼란의 시기를 거친 후, 1894년부터 새로운 단체들이 등장하여 노동 불안의 새로운 물결 속에서 진전을 이루었다. 여기에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사회주의자 그룹들이 포함되었으며, 이들은 자체적으로 협회를 결성하고 자국어로 신문을 발행했다.

스페인어로 된 새로운 조직 라 뱅가디아(La Vanguardia)는 여러 그룹을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중앙집권화와 통합의 과정은 1896년 6월 열린 전당대회에서 아르헨티나 사회당(Partido Socialista, PS)을 공식 창당하면서 절정에 달했다.

많은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초기 페미니즘 운동과 여성 참정권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출처: 아르헨티나 사회당 공식 홈페이지

의회에 사회주의를 도입하다

1900년대 PS는 몇 차례 위기와 생디칼리즘 파벌의 이탈에도 불구하고 1917년 친볼셰비키 세력이 분열하기 전까지 단결된 조직을 유지했다. 이는 다른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달성하지 못한 성과였다. 1896년 창립 당시 당원은 약 3~400명이었으며 이후 수십 년간 천천히 성장했다.

1910년대 초, 부에노스아이레스와 그 외 지역에서 약 1,200명의 당원을 확보했다. 당 지도부는 남성이 많았지만, 여성 사회주의자 센터(Centro Socialista Femenino) 같은 여러 여성 단체를 만들었으며 많은 여성 사회주의자들이 초기 페미니즘 운동과 여성 참정권 투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PS의 주요 지도자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의사 후안 바우티스타 저스토(Juan Bautista Justo)로, 1890년대 초에 의사 생활을 포기하고 1928년 사망할 때까지 사회주의 정치에 전념했다. 그의 지도력 아래 PS는 온건하고 진화론적이며 실증주의적인 관점을 발전시켰고, 의회 활동에 전념하며 소비자 협동조합의 발전을 지원했고, 노동자 파업 등에 우려를 표명했다.

과학과 '진화의 법칙'에 대한 확신은 문명화 과정과 진보, 궁극적으로 사회주의를 사회 발전의 필수 단계로 보는 역사 해석으로 이어졌다. 칼 마르크스, 프리드리히 엥겔스, 찰스 다윈, 허버트 스펜서의 사상을 결합한 독특한 이념적 혼합주의가 이 세계관의 특징이었다.

'정치적 행동'의 필요성을 주장하며 당시 무정부주의자 및 생디칼리스트들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아르헨티나에서 사회주의 사상을 전파하기 위해 당을 만들고,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교육하며, 의회 대표를 선출하기 위해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정치적 행동의 의미였다.

아르헨티나는 제한적 참정권이나 재산에 따른 선거권 제도가 있었지만, 1909년까지 전체 인구의 15%만이 선거권을 가졌다. 이는 여성과 18세 미만의 어린이뿐만 아니라 외국인도 투표 참여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대규모 이주 노동력에 의존하는 아르헨티나에서 이는 노동계층의 상당수가 선거권을 박탈당한 것을 의미했다.

아르헨티나 사회당(PS)은 이민자들이 아르헨티나 시민이 되어 투표권을 얻도록 촉구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PS는 이민자들이 부패한 원주민 정치인들이 장악한 부정한 과두제 선거 시스템과 싸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친유럽 입장을 내세웠다.

젊은 변호사 알프레도 팔라시오스(Alfredo Palacios)가 1904년부터 1908년까지 하원 의원으로 선출된 것은 당의 초기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온건 개혁주의 노선을 강화했다. 그는 '아메리카 최초의 사회주의 의원'으로 알려졌으며, 노동 보호 입법의 기초를 마련했다.

아르헨티나와 사회주의 인터내셔널

1890년 메이데이 집회에서 알 수 있듯이 아르헨티나에서 활동한 사회주의 단체들은 유럽 사회주의자들의 활동을 면밀히 따랐고, 스스로를 세계의 외딴 곳에서 사회주의 운동을 하는 선구자라고 여겼다. 1880년대 후반부터 '인터내셔널'에 대한 언급은 현지 사회주의 언론의 지속적인 특징이었다. 1890년대 중반, 라 뱅가디아가 아르헨티나 사회주의 활동을 중앙집권화하면서 국제 사회주의의 영향은 외국 자료의 출판과 유럽 문학의 유통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당과 제2인터내셔널이 성장하면서 상호 관계는 더 유기적으로 발전했다. 1889년 제2인터내셔널 창립 회의에서 빌헬름 리프크네히트(Wilhelm Liebknecht)가 공식적으로 독일어를 사용하는 지역 그룹을 대표했으나, 당시 아르헨티나의 존재는 상징적인 역할에 그쳤다. 인터내셔널 회의는 모두 유럽에서 열렸으며, 먼 거리와 높은 여행 비용으로 인해 이 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은 젊은 당이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20세기 초, 파리에 거주하던 아르헨티나 사회주의 지식인 마누엘 우가르테(Manuel Ugarte)와 부에노스아이레스에 거주하던 프랑스 사회주의자 아킬레 캄비에(Achille Cambier)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PS는 더 많은 영향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10년 동안 국제사회주의국 회의에서 당을 대표했다.

1904년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제2차 인터네셔널에서 아르헨티나가 이주 문제에 대한 입장을 논의하기 위해 보낸 제안이 의제에 포함되었다. 이 논의는 1907년 슈투트가르트에서 진행되었으며, 아시아 이민자 제한을 지지하는 측과 국제주의 입장을 옹호하는 측이 대립하는 흥미로운 논쟁이 벌어졌다.

1910년 코펜하겐 대회에서 아르헨티나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당은 처음으로 아르헨티나에서 대표단을 파견했으며, 후안 B. 저스토가 직접 참석해 정부의 총파업 탄압을 규탄하는 선언문을 승인했다.

전반적으로, PS는 인터내셔널을 다양한 캠페인을 홍보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했으며, 특히 현지 부르주아지의 억압적인 관행을 비판하는 데 주력했다. PS는 인터내셔널에 정기적으로 회비를 납부하고 국제 사회주의 사무국에 자리를 가진 몇 안 되는 비유럽 그룹 중 하나로, 이 회원 자격은 자부심의 원천이었으며 정치적 기반과 정당성을 축적하는 수단이었다. 이러한 정당성은 초국적 사회민주주의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외부적 정당성과, 아르헨티나 내 다른 정치 및 지식인 그룹과의 관계에서 비롯된 내부적 정당성을 모두 포함했다.

아르헨티나 사회주의

아르헨티나 사회당은 라틴아메리카에서 최초로 조직된 사회주의 전통의 정당이며, 사회주의노동당(Socialist Labor Party), 미국사회당(American Socialist Party)과 함께 제2인터내셔널에서 아메리카 대륙을 대표하는 몇 안 되는 정당 중 하나였다. 아르헨티나의 1세대 사회주의자들은 대부분 유럽 이민자들로, 아르헨티나에 오기 전부터 급진적 사상에 익숙해져 있었다.

1890년대, 사회주의 조직이 성장하고 중앙집권적인 당을 형성하면서 운동은 보다 뚜렷한 '아르헨티나적'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스페인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새로운 세대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 새로운 세대 또한 유럽 출신으로, 유럽 사회주의를 주요 참고 자료이자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이들은 유럽에 뿌리를 둔 자본주의 체제에 맞서 투쟁하는 유럽 중심 운동의 선구자라고 인식했다. 아르헨티나 사회주의자들은 남미 다른 지역보다는 유럽과 미국, 백인 정착민 식민지에서 일어난 사건에 더 많은 관심을 가졌지만, 인터내셔널 내에서 자신들을 이 지역 사회주의의 선봉으로 자랑스럽게 내세웠다.

1900년대에 접어들어 당이 통합되고 성장하면서, 아르헨티나 사회당은 유럽 사회주의자들과 더 "성숙한"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PS는 여전히 인터내셔널의 충성스럽고 자랑스러운 회원으로 남아 있었지만, 점차 자신감을 얻어 당의 주요 과제에 대한 독자적인 경제적, 사회적 해석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해석은 항상 온건하고 점진적이며 진화론적인 성격을 띠었지만, 국가의 전통과 정치적 상황의 특수성을 더 잘 인식하게 되었다.

[출처] Argentina Was the Pioneer of Latin American Socialism

[번역] 이꽃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