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공동의 감시로 식물 팬데믹을 막을 수 있다

식물 팬데믹(3)

카사바 갈색줄무늬병(Cassava brown streak disease)은 카사바 작물의 97%를 감염시킨다아프리카의 농부들은 이 질병이 아프리카 대륙에 광범위한 기아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 Angela Rwabose

식물 팬데믹은 인도주의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으며이는 사람들의 생계를 박탈하고 광범위한 기아로 이어질 수 있다세계는 과거에도 이러한 위기를 겪었다. 1845년에서 1852년 사이 아일랜드에서는 파이토프토라 인페스탄스(Phytophthora infestans, 토마토 및 감자 식물의 역병)가 감자 작물을 전멸시켜 대기근과 대량 이주가 발생했다영국 정부는 이로 인해 100만 명이 기아와 질병으로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산한다.

마찬가지로 1943년 벵골 기근 당시에는 쌀에 갈색 반점병을 일으키는 코클리오볼루스 미야베누스(Cochliobolus miyabeanus)로 인해 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다최근 몇 년 동안 중앙아메리카의 커피 노동자 40만 명이 커피 잎 녹병으로 인해 생계를 잃고 이주해야 했다이는 2021년에 <농업 과학>(Agricultural Sciences)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서 밝혀졌다영국 존 이네스 센터의 폴 니콜슨(Paul Nicholson) 교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은 전 세계 밀 공급의 교란에 우리가 얼마나 취약한지그리고 밀 부족이 무역에 영향을 미치며 급격한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식품 산업이 고성능 품종과 산업 생산성을 추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위기를 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이는 작물에 병원균에 대한 저항력을 부여하는 유전적 다양성을 상실하게 했다예를 들어바나나에는 1,000가지가 넘는 식용 품종이 있으며그중 일부는 캐번디시(Cavendish) 품종보다 훨씬 달콤하고 영양가가 높다그러나 균일한 노란색 바나나를 재배하려는 업계의 노력으로 인해 실험실에서 하나의 모식물로 생산된, 유전적으로 동일한 클론으로 가득 찬 농장이 생겨났다유전적 다양성이 없는 이러한 농장은 병충해가 발생하면 한꺼번에 전멸할 위험이 크다이러한 바나나의 특성은 그로 미셸(Gros Michel) 품종의 실패를 초래했으며현재는 캐번디시 품종에도 동일한 위협이 가해지고 있다.

마찬가지로대두와 밀도 고밀도 단일 재배로 광범위하게 재배되고 있으며수많은 해충과 병원균으로 인해 수확량이 감소하고 있다곰팡이 파코프소라 파키르지(Phakopsora pachyrhizi)에 의한 대두 녹병과, 곰팡이 지모세프토리아 트리티치(Zymoseptoria tritici)에 의한 밀 얼룩병은 이러한 작물에 가장 파괴적인 질병 중 하나다. 2023년 5월 <네이처 리뷰스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Reviews Microbiology)에 발표된 리뷰 기사에 따르면심각한 전염병이 발생하면 수확량이 50% 이상 손실될 수 있다.

미래의 기후 시나리오에 따라 식물 병원균의 부하와 질병 압력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식량 재배 방식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영국 세인스버리 연구소의 닉 탤벗(Nick Talbot)은 열대성 폭풍과 같은 기상이변이 질병을 확산시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예를 들어 방글라데시에서는 열대성 폭풍과 폭우 후에 밀병이 자주 발생했다. 2021년 5월 농업 과학에 발표된 세계 식량 안보에 대한 신종 식물 질병 전염병의 지속적인 위협’ 연구에서는 허리케인과 같은 극한 기상 현상이 병원균 포자를 대륙을 넘어 이동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2004년 허리케인 이반(Hurricane Ivan)은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대두 녹병균을 이동시킨 바 있다.

2024년 4월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지구 온난화가 1.5°C에서 4°C로 상승하면 남부 유럽특히 프랑스이탈리아포르투갈의 포도밭에서 피어스병(Pierce's disease, 포도나무에 영향을 미치는 세균병)이 유행할 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기온이 3°C 상승하면 이 질병이 지중해 지역과 그 너머로 확대될 수 있다기후가 온난화되면 밀마름병(Fusarium head blight)은 지금까지 영향을 받지 않았던 국가들로 확산될 것이다.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기온 상승이 식물의 면역력을 억제하여 병원균 감염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이는 <네이처 리뷰스 마이크로바이올로지>에 실린 기사에서 언급되었다예를 들어장기간의 가뭄은 식물에 수분 스트레스를 유발하여 병원균 감염에 대한 취약성을 증가시킨다기후 변화는 또한 새로운 병원균의 출현을 촉진하여 숙주 식물의 저항력을 무너뜨릴 수 있다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조롱박을 감염시키는 흰가루병과 같은 특정 병원균의 심각성도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의 위험을 완화하려면 식물 질병에 대한 효과적인 모니터링과 관리가 필수적이다과학자들은 게놈 감시를 통해 질병의 확산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의 사례를 들 수 있다고 제안한다예를 들어연구자들은 최근 밀 도열병 곰팡이에 대한 게놈 감시를 수행했다. 2023년 바이올로지>(PLOS Biology)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이 기술을 통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병원균을 식별할 수 있으며 발병 원점을 추적하여 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다방글라데시의 과학자들은 유사한 질병 감시 및 모니터링 메커니즘인 오픈위트블라스트(OpenWheatBlast)를 사용해 밀 도열병과 관련된 게놈 데이터와 분석을 공유하며이를 통해 남미에서 발생한 질병의 기원을 추적할 수 있었다.

멕시코의 국제 옥수수 및 밀 개량 센터(CIMMYT)도 밀병 조기 경보 자문 시스템(Wheat DEWAS)을 구축해 세계 최대 규모의 첨단 작물 병원균 감시 시스템에 새로운 분석 및 지식 시스템 역량을 도입했다이 프로젝트를 통해 연구자들은 남아시아와 동아프리카의 밀 생산성과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신종 병원균으로 인한 질병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확장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탤벗은 일본영국 및 기타 국가의 과학자들이 밀 도열병의 확산을 감시하고 잠재적인 돌연변이를 식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과학자들이 밀 도열병에 대항할 수 있는 균주를 몇 가지 확인했으며그중 Rmg8 유전자는 현재까지 가장 강력하다그러나 저항성 유전자를 식별하고작물에 여러 보호층을 추가하여 밀 도열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온난화되고 세계화된 세상에서 병원균을 이겨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공동의 노력과 적극적인 감시뿐이다.

[출처] Plant pandemics: Coordinated effort and active surveillance can forestall outbreaks

[번역] 이꽃맘

덧붙이는 말

필자는 히만슈 니트나와레(Himanshu Nitnaware), 키란 판디(Kiran Pandey), 메코넨 테쇼메(Mekonnen Teshome), 베넷 오기포(Bennett Oghifo), 토니 말레시(Tony Malesi), 뉴턴 시반다(Newton Sibanda)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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