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결혼, 사랑이 이길 때까지

성소수자 부부 11쌍 공개적으로 혼인평등 요구

우리 부부는 올해 6월 구청에 가서 혼인신고를 접수했다하지만 수리되지 않았고 20분도 채 되지 않아 불수리 처리를 통보받았다이성 간 비성소수자 커플들은 준비된 서류만 제출하면 너무나도 손쉽게 처리되는 것이우리는 12년째 서로를 돌보며 헌신하고 있는 부부이자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성별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거부를 당했다.

그러나 평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지구적 흐름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거스르랴지난 7월 18우리 부부가 약 4년 동안 지난하게 이어온 '동성배우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 소송'에서 최종 승소를 했다.

출처: 모두의 결혼

최종 판결을 앞둔 7월 18일 아침너무 긴장을 해서 잠을 설친 우리는 입이 바싹바싹 말라 대화도 많이 못 나누고 식사도 거른 채 전날 미리 골라둔 옷을 입고 빗길을 나섰다대법정에 도착하니 승리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함께 방청하러 온 수많은 사람들이 이미 대기하고 있었는데 너무 긴장한 탓에 기력이 없어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했다나중에 들어보니 그때 우리의 낯빛이 많이 창백했다고 한다.

대리인단 변호사 동료들과 함께 법정에 입장을 하고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은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가는 시간이었다우리 사건의 선고는 맨 마지막 순서여서 더 기다려야 했는데실제로는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었음에도 너무나도 길게 느껴졌다시간이 지날수록 입술은 더 마르고 심장은 벌렁거렸다마침내 우리 사건의 판결이 시작되었고이내 판사는 이렇게 말했다.

“(동성 동반자도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의 승리사랑의 승리평등을 바라는 모든 시민들의 승리였다우리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어 숨죽여 울었고방청에 함께하는 다른 우리들의 흐느끼는 소리도 들렸다.

후에 자세히 읽어본 판결문에는 감격적인 내용이 더 적혀 있었다특히 톨스토이의 단편소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인용한 내용은 여전히 기억에 선명하다.

이후 약 2주가 지난 때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전화가 왔다우리의 관계를 부양-피부양 관계로 등록 정리를 완료했다는 소식이었다전화를 끊자마자 부리나케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떨리는 마음으로 자격확인서 페이지를 확인했다.

관계남편(사실혼)”

주민등록등본에 동거인으로 표시되는 우리의 관계가 적어도 건강보험공단 체계에서는 배우자로 명확히 등록된 것이다이 기쁜 일은 최근 다른 성소수자 부부들도 건강보험공단에 부양-피부양 관계에 있는 배우자로 등록할 수 있게 되면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하지만 건강보험제도 안에서만 배우자그것도 사실혼이라고 표기되어 인정받는 것은 한계가 명확해 성별에 관계없이 혼인제도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혼인평등이 실현되는 것이 절실하다.

이윽고 오늘역사적인 소송이 시작됐다열한 쌍의 성소수자 부부들이 자신들을 당당히 드러내며 우리 사회에 혼인평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어혼인평등으로 가는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우리 부부를 포함열한 쌍의 다양한 성소수자 부부들의 평등을 향한 새로운 첫걸음이 내딛어졌다이 새로운 첫걸음은 비단 소송을 시작하는 성소수자들 뿐 아니라 평등을 간절히 바라고 염원하는 모든 시민들의 발돋움이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에 이어 네팔태국까지 혼인평등이 실현되어가고 있어 전 지구적으로 약 40개 국가에서 성별에 관계없이 혼인제도를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다한국도 이제 더 이상 가족을 이루고 살아갈 권리를 박탈당한 성소수자들의 어려운 현실을 외면해서는 안된다권리를 요구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때다.

모두의 결혼사랑이 이길 때까지

혼인평등소송혼인평등 기자회견(2024.10.10) 출처 : 모두의 결혼
혼인평등 기자회견(2024.10.10) 출처 : 모두의 결혼
혼인평등 기자회견(2024.10.10) 출처 : 모두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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