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노라, 또는 그가 선호하는 이름인 애니는 뉴욕의 젊은 스트리퍼로,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아들과 만나 결혼하게 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동화가 아니고 해피엔딩도 없다. 그렇다고 비극도 아니다.
나는 여성 웹캠 퍼포머들이 어떻게 성적 상업의 한 형태로 웹캠 활동에 참여하는지 연구해왔다. 내가 인터뷰한 여성들과 애니 사이에서 많은 유사점을 발견했다. 똑똑하고 강인하며,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성적 상업을 경제적 선택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슷했다.
애니(Mikey Madisonm, 마이키 매디슨 분)는 러시아 억만장자의 버릇없는 아들인 반야(Mark Eydelshteyn, 마크 아이델슈타인 분)를 위해 스트립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단 한 번뿐인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자신의 협상 능력을 발휘한다. 애니는 첫 만남을 훨씬 더 많은 돈으로, 결국 결혼으로 바꿀 수 있었다.
성노동자는 오랫동안 페미니스트 운동에 의해 주류 노동계급과 분리되어 왔으며, 이 운동은 그들을 특별히 착취받고 구조가 필요한 존재로 위치시켰다. 그러나 아노라는 성노동자를 나머지 노동계급과 분리하는 이러한 관점에 도전하며, 이 점이 영화의 특별함을 더한다.
영화에서 성노동은 반야와 애니가 서로의 궤도에 들어서게 하는 매개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새롭게 다가오는 점은 이를 본질적으로 착취적이라고 설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성노동이 다른 서비스업과 마찬가지로 단지 하나의 직업으로 제시되며, 대부분의 직업보다 높은 수입이 있지만, 동료들과의 관계에서 지지받을 수도 있고 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는 직업으로 그려진다.
아노라는 올리가르히 가족의 요구나 착취에 다른 등장인물들보다 더 취약하지 않다. 사실, 애니는 버릇없는 반야의 행태 뒤처리를 맡는 청소부들보다 훨씬 더 자율성을 지닌 인물로 보인다. 어쩌면 가족의 경호원인 이고르, 토로스, 가르니크보다도 더 그렇다.
원칙을 지키는 노동자들
비록 이야기의 배경이 스트립 클럽이고 성과 돈의 교환이 노골적으로 등장하지만, 아노라는 성노동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계급을 다룬 도덕적 우화다.
몇 주간의 파티 끝에 라스베이거스에서의 즉흥적인 결혼으로 절정을 맞이하면서, 아노라는 약간 프리티 우먼의 분위기를 풍긴다. 젊은 성노동자가 부유한 고객을 만나 성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도움을 받는 또 하나의 영화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영화는 제3막에 접어들면서 이와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반야의 부모가 그가 애니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들에게 성노동자를 며느리로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로 여겨진다.
결혼 무효 소송이 시작되면서, 아노라는 부유층의 피상성과 도덕성 부족, 그리고 노동계층의 정직함과 강인함을 드러내는 이야기로 발전한다. 반야는 유아적이고 소심하며, 무의미한 쾌락을 추구하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존재로 그려진다. 그의 부모는 대부분 부재하며, 마침내 등장할 때는 냉혹하고 교활한 모습으로 묘사된다. 가장 원칙적인 행동은 애니와 반야와 이혼을 강요하려고 보내진 러시아의 해결사 이고르에게서 나온다.
아노라는 버릇없는 러시아 올리가르히의 아들 반야와 결혼한다. 출처: NEON
매디슨은 아노라 역할에서 탁월한 연기를 펼친다. 그는 강인함과 취약함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표정 연기를 통해 관객을 사로잡는다. 이고르와 애니 사이의 케미스트리는 은은하면서도 강렬하며, 그들의 연기 타이밍은 절묘하고 감동적이다.
러시아 배우 유리 보리소프(Yuriy Borisov)가 연기하는 이고르는 처음에는 다소 폭력적인 인물로 보이지만, 얄팍한 반야와 괴팍한 토로스(Karren Karagulian, 카렌 카라굴리안 분)와 대조되는 건강한 남성성을 대표한다. 그는 반야의 가족과 싸우는 애니를 부드럽고 세심하게 지지하며,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초부유층의 냉혹한 현실이 애니에게 닥쳤을 때 위로해준다.
이 영화는 성을 판매하는 사람의 삶을 매혹적으로 담아낸 순간들로 가득하다. 애니는 현실적이고 기회를 잘 잡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희망과 낭만을 잃지 않는다. 애니는 성공하는 선택도, 실패하는 선택도 한다. 아노라는 성노동을 애니에게는 빈곤에서 벗어나는 수단으로, 반야에게는 억압적인 부와 기대에서 벗어나는 탈출구로 제시한다. 결말에서 애니는 훨씬 더 자유로운 삶을 살아가며, 반야는 얻지 못한 자유를 가지고 있기에 더 나은 모습으로 마무리된다.
[출처] Anora: a refreshing depiction of sex workers as part of the working class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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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스튜어트(Rachel Stuart)는 런던 브루넬대학교 범죄학 및 일탈 정체성 수석강사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