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활동가들은 미국 국무부가 이스라엘이 인도주의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린 것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가자 지구를 파괴하고,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거주 지역에 대한 지원을 차단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나온 결정이었다.
지난달 바이든 행정부는 2023년 10월 이후 이스라엘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을 승인하고 거의 무조건적인 외교적 지원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부에 서한을 보내, 30일 이내에 가자 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긴급하고 지속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국의 무기 지원을 중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기자회견에서 이스라엘 정부가 해당 서한의 요구를 충족했는지 묻자, 국무부 대변인 베단트 파텔(Vedant Patel)은 "우리는 그들이 미국 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자 지구의 전반적인 인도주의 상황은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하지만 이 문제는 우리가 만족스러운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조치를 보고 있는가에 관한 것이다”라고 파텔 대변인은 덧붙였다.
또한 그는 가자와 이스라엘 간 에레즈 국경 검문의 제한적인 재개를 언급하며 “우리가 본 이러한 조치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 단계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더 많은 조치를 보고 싶다. 우리는 이러한 조치들이 상당 기간 지속되길 원하며, 궁극적으로 이러한 조치들이 상황에 결과를 가져오길 원한다.”고 말했다.
파텔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을 봐주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도주의 단체들은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북부에 "종말론적인"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 지역에서는 수천 명의 민간인, 특히 많은 여성과 아이들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고, 다른 사람들은 기아 상태로 몰아넣어 이 지역을 인종 청소하려는 계획 하에 심각한 기근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처 : Unsplash, Emad El Byed
지난 11월 12일, 옥스팜 인터내셔널(Oxfam International), CARE,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orwegian Refugee Council), 세이브 더 칠드런(Save the Children) 등을 포함한 8개의 국제 인도주의 단체 연합은 <가자 성적표: 이스라엘, 가자 지구에서 미국의 인도주의 접근 요구를 준수하지 못함>(The Gaza Scorecard: Israel Fails to Comply With U.S. Humanitarian Access Demands in Gaza)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이스라엘이 바이든 행정부 서한에 명시된 19개의 구체적인 요구사항 중 어느 것도 완전히 준수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유엔 상임기구(Inter-Agency Standing Committee)의 주요 관계자들은 현재 "가자 북부의 모든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질병, 기아, 폭력으로 인해 즉각적인 생명의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번 성적표의 결과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요구와 국제적 의무를 준수하지 못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필요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식량, 의료, 기타 물품의 제공을 보장하지 못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이스라엘이 시한을 앞두고 다른 가자 지역으로 일부 구호 트럭의 진입을 허용하며 미국에게 잘 보이려 했지만, 이러한 보여주기식 행위는 포위된 가자 북부 지역에는 어떤 인도주의적 지원도 전달하지 못했다”고 ‘민주주의를 위한 아랍 세계 지금’(Democracy for the Arab World Now, DAWN)의 책임자인 라에드 자르라(Raed Jarrar)가 말했다. 그는 “더 우려스러운 점은, 가자 북부 지역에서 강제 이주된 팔레스타인인이 단 한 명도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받지 못했다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스라엘 방위군(IDF)은 "가자 북부 주민들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허용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동시에 구호 활동가들은 가자 지구 북부를 탈출하려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겪는 치명적인 위험을 묘사하고 있다. 특히 전쟁 중 가장 끔찍한 학살이 발생한 곳으로 알려진 자발리아 난민 캠프(Jabalia refugee camp)에서는 이스라엘군이 연령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표적으로 삼고 있다.
헤이그에 위치한 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이스라엘의 만행이 집단학살 방지 협약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긴 과정을 진행 중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이 주도한 소송의 증거를 검토하는 동안, ICJ는 이스라엘에게 집단학살 행위를 방지하고, 라파(Rafah)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며, 가자 지구로의 인도적 지원 차단을 멈출 것을 명령하는 일련의 잠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비평가들은 이스라엘이 이 세 가지 명령을 모두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DAWN은 "미국은 집단학살 방지 협약(Genocide Convention)의 서명국으로서, 집단학살 행위를 방지하고 그러한 행위에 공모하지 않을 의무가 있다"라며 "미국은 협약 의무를 준수하고 국제법적 규범을 지키기 위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것은 바이든 행정부가 가자 전쟁 중 이스라엘의 인도주의 법 위반을 부인한 첫 사례가 아니다. 지난 3월, 국무부는 이스라엘이 미국에서 제공받은 무기를 국제법에 따라 사용하고 있다는 이스라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이는 당시 가자 지구에서 1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상황에서도 내려진 결정이었다. 이후 사상자 수는 약 50% 더 늘어났다.
의회 내 진보파와 인권 단체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주장에 반발했다. 지난 4월, 유출된 한 메모에사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관계자들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에게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로의 지원을 차단하며 실제로 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경고했음이 드러났다. 유출된 또 다른 국무부 메모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인도주의 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이스라엘의 미국 무기 사용의 합법성에 대한 주장은 "신뢰할 수 없고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팔레스타인 옹호자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1961년 '대외원조법'(Foreign Assistance Act)과 '리히법'(Leahy Laws)에 따라 이스라엘로의 무기 수송을 중단하지 않음으로써,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서안지구를 포함한 팔레스타인 영토 병합 등 이스라엘의 범죄를 지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까 우려하고 있다.
2024년 11월 12일, 국제정책센터 부회장 매트 더스(Matt Duss)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미국 법을 무시하고 1년 넘게 무기를 공급한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에게 법을 무시할 구실을 줬다"고 비판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결정을 두고 "예상 가능하면서도 한심하고, 명백히 불법적"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Global Fury After State Dept Claims Israel Not Violating US Law by Blocking Gaza Aid
[번역]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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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렛 윌킨스(Brett Wilkins)는 <커먼 드림스>(Common Dreams)의 스태프 작가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