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세상

[편집자 주] 윤석열 비상계엄 시기에 삼성을 주목하는 여성들이 있습니다. 윤석열은 애초 여성 혐오를 발판으로 집권했고, 대신 자본을 비호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여성파업을 준비해 온 2025년 3.8여성파업조직위원회는 자본에도 이 사태에 대한, 구조적 성차별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이에 조직위는 12월 말 문제의 첫 번째 기업인 삼성전자의 4차 배당일을 앞두고 여성 노동자의 목소리를 조명하는 오픈 마이크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현장에서 삼성전자의 성차별과 폭력을 규탄한 여성 노동자와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연재합니다.

총파업 당시 우하경 노동자. 사진 왼쪽에서 네 번째.

안녕하세요, 저는 삼성기흥캠퍼스 8인치 자동화가 안 된 매뉴얼 6,7라인에서 제조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우하경입니다.

저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여 모든 문제의 중심인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과 그로 인해 더욱 심화하는 여성노동 피해자들의 고통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삼성과 같은 대기업이 이러한 구조적 차별을 저지르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삼성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경제적 중심을 담당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소외와 차별의 문제들이 만연해 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습니다. 목소리를 높여야 합니다.

지금도 삼성 기흥캠퍼스 여성 노동자들은 5kg가량 런 박스를 들고 나르는 작업을 셀 수 없이 합니다. 그로 인해 손 마디는 굽어 휘어가고 퇴행성 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 허리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 하지정맥류 등 많은 질환에 당연하게 노출되었습니다.

우리의 아픔에 대해 삼성 블라인드(익명 커뮤니티)에는 ‘손가락이 어떻게 굽냐’ ‘장애인이냐’라며 여성에 대한 외모 비하와 장애인을 동시에 비하하는 말까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손가락은 원래 이렇지 않았습니다.

저는 30살에 손가락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아 손가락 변형 시작 단계에 있습니다. 손의 열감과 통증에 관절염 진통제를 복용해야 생활이 가능합니다. 또한 류마티스 관절염 수치가 경계에 이르렀습니다.

19살 삼성에 입사하여 기뻐하셨던 부모님은 1년 만에 저의 손 마디마디 박혀있는 굳은살과 변형된 손가락을 보시곤 눈물을 보이셨고, 못나버린 제 손을 꼭 잡고 마음 아파하셨던 모습이 아직도 잊히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매뉴얼 라인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소모품보다 못한 취급을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 사고를 아십니까?

지난 5월 삼성기흥사업장에서 방사선 차단장치 인터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작업 중이던 엔지니어 2명이 고선량의 방사선에 피폭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피폭 강도는 기준치의 188배가 넘었고 이로 인해 방사선 화상을 입었습니다. 이 피폭 사고가 일어난 곳이 바로 저희 여사원도 근무 중인 8인치 6, 7라인 같은 곳입니다. 저는 재해자분과 함께 10여 년을 같은 근무지에서 근무하였습니다. 동료였습니다. 한순간에 재해자가 되셨고 모든 세상이 멈췄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언론에서는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고 하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 국정감사장에 서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동료의 모습을 보며 충격을 금치 못하였습니다.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았던 피폭사고 설비 주변에서 작업 중이던 임신부와 여사원들, 방사선 피폭사고를 부상이라 인정하지 않고 질병으로 주장하는 회사. 앞으로 저희 여사원들은 과연 이 라인에서 화학노출 사고를 당해 병에 걸리면 삼성전자를 상대로 피해 사실을 증명할 수 있을까요? 언제까지 피해자가 사실을 증명해야 하나요? 저는 대기업을 상대로 싸울 힘도 증명할 자신도 없습니다. 저희에게 오픈되는 정보는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어느 날부터 출근하여 런박스를 들고 작업할 때마다 숨쉬기가 힘들고 현기증, 식은땀이 났습니다. 모든 세상이 저를 제외하고 움직이는 것 같았고, 아무것도 모르고 열심히 일하는 어린 후배들을 보며 정말 이건 우리가 일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닌 것 같다, 내가 후배들에게 잘못된 곳을 대물림하는 것 같은 죄책감이 옥죄어 왔습니다. 라인에서 죽을 것 같다는 압박감이 밀려왔고, 눈에 보이지 않았던 잘못된 환경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스 누출이 되었지만, 옆 베이(옆 작업 공간)로만 대피시키고 안일하게 대처하는 모습, 탄화 사고가 있었지만 쉬쉬하는 모습들, 탄화 흡입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여사원들을 아무렇지 않게 대처하는 회사의 모습. 이렇게 계속된 회사의 만행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결국 공황장애로 병가 중에 있습니다.

오른쪽 세번째 우하경 노동자

저는 정말 에너지가 많고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극심한 우울증세와 무기력함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간절히 하루라도 저의 남편, 아이들과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습니다.

병가가 끝나서 다시 라인으로 들어갈 시간이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하지만 두렵다고 피한다면 문제를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행동해야 합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모여 힘이 되고, 그 힘이 변화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서 우리는 결의하고, 함께 연대하여,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싸웁시다.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의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의 권리를 주장합시다. 삼성의 노동자에 대한 책임을 묻고,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나갑시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