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힘 손잡고 반도체특별법 2월 통과 의지...현장 노동자 반대에도 강행하나

이재명, 주52시간 적용 제외 반대하는 노동계에 거듭 설득 요구해

정부・여당과 재계가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게 주52시간 노동상한제 적용을 제외하는 반도체특별법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입장을 바꿔, 국민의힘과 손을 잡고 2월 중 국회 통과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현장 노동자들은 "주52시간제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삶의 질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면서 근로기준법의 기초를 흔들고 "경영실패의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시대착오적인 개악"을 철회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4일 오전 '반도체 특별법 주52시간에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주52시간제의 경직된 운영으로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날로 약화고 있다"면서 "반드시 2월 중에 반도체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도 발을 맞추는 모양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미래 먹거리를 위한 반도체특별법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적용 제외 관련 민주당 정책 토론회. KNN NEWS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앞장서 반도체특별법 통과에 힘을 싣고 있다. 이 대표는 3일 오전 민주당 정책 토론회를 주재하며 "중요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 중에서도 고소득 전문가가 동의할 경우, 몰아서 일할 수 있게 해주자, 이걸 왜 안 해주냐라고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면서 주52시간제 적용 제외에 반대하는 현장 노동자들에게 거듭 설명을 요구했다. 윤석열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장시간 노동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생각은 시대착오”라고 비판했던 과거 행보와는 사뭇 다른 태도다. 

금속노조는 이날 논평을 내고 "이재명 대표는 노동시간 적용 예외가 왜 안 되는지 설득되지 않는다며 사실상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면서 "반도체 노동자 당사자가 법의 문제점을 밝히고, 논거를 들어 재계 입장을 반박하는데도 이 대표 본인만 의문을 거듭 제기한다. 이는 종국에 자본의 편을 들기 위한 전형적인 물타기"라 지적했다. 

양대 노총도 이날 토론회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는 제1야당 대표로서 노동시간 적용제외와 같은 반노동, 반인권적 논의에 헛된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시급히 우리 사회 저임금, 장시간 노동관행 근절, 우리 노동자의 일과 삶의 균형, 생명‧안전 확보를 위해 조속한 논의에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면서 "반도체특별법안 노동시간 적용제외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2일까지 연구개발직군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904명의 설문 참여자 중 90%(814명)가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또한 응답자 중 88.2%(797명)가 주52시간 적용 제외가 연구개발직군의 업무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노동시간 상한 예외 조치가 노동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묻는 질문(복수선택)에서는 워라벨(일・생활 균형) 저하(769명), 업무 스트레스 증가(697명)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현장 노동자는 서술형 답변에서 “연구 개발직으로 3년 연속 상위 고과를 받았지만, 월 초과 근무 시간은 평균 5시간을 거의 넘지 않았고,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가 바로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52시간 초과 근무를 통해 혁신적인 연구를 이루어내겠다는 것은 연구 업무의 성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 짚었다. 

또 다른 노동자는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연구개발 직무는 현재의 주 52시간 근무 제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업무와 유관한 사항들이 365일 밤새 연중무휴로 지속되기 때문에 휴식 시간에도 해당 업무들의 압박과 긴장 상태에서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근무 시간의 제약마저 없어져 버리고, 일상 속 지속적인 압박과 긴장감 속에 가끔 취하는 휴식마저도 없어져 버리면 사람이 어떻게 되겠는가, 연구개발직군에 한해 근무 시간 제한을 예외로 한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연구개발자들의 숨통을 끊어버리겠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반도체 연구개발 노동자에 대한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 도입이 산업과 직종을 넘어 전체 노동자들에게로 확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도입된 특별연장 근로제도와 다양한 유연근로시간제가 불러온 현장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문제를 먼저 바로 잡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종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활동가는 반도체 산업 연구개발 노동자에 대한 노동시간 상한 적용 제외 도입은 "유관 산업과 연구개발직 외 생산직 등 여러 현장 노동자에게도 확대 적용되는 흐름으로 이어지는 일종의 테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미 무리하게 확대된 특별연장 근로제도와 다양한 유연근로시간제로 인해 현장 노동자들이 장시간 노동을 감수하고 있는 현실을 먼저 바로 잡지 않고, 더 큰 재앙을 불러오려는 흐름을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이 활동가는 한편 "반도체 특별법은 주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뿐만 아니라, 환경 영향 등을 고려하는 각종 인허가 규제를 풀고, 대규모의 공적 자금을 투입해 기업 경영진에게만 온갖 특혜를 베푸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서, "미래 먹거리라 치장된 반도체 산업은 전 세계적 공급 과잉 상태로 경제적 효과를 쉽게 장담하기 어렵고, 이미 산업 전반에 자동화가 많이 이루어져 고용 창출의 효과도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여럿 존재한다"고 짚었다. 그는 "반도체 산업의 반경제적, 반환경적, 반노동적 효과에 대한 객관적 검증과 사회적 토론 없이 이러한 대규모 공적 투자와 규제 완화를 강행하는 것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했다. 

반올림을 비롯한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주52시간제 적용 제외 조항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의 철회를 촉구하며 공동의 논의와 행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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