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최신 대통령 지시문은 제국, 자본주의, 기독교 민족주의, 국가의 권력 남용을 비판하는 이들, 그리고 인종차별과 성차별에 맞서 싸우는 이들을 범죄자로 만든다.
명령에 의한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 by Decree). 출처: Mr. Fish
역사적으로 파시스트들은 자신들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에 놀라울 만큼 솔직했다. 반면, 그들이 표적으로 삼은 이들은 이러한 투명성에도 다가오는 현실에 놀라울 정도로 둔감했다.
우리 내부에서 자라난 파시스트들이 지금까지 내놓은 가장 불길한 경고는 최근 발표된 대통령 지시문 ‘국내 테러와 조직적 정치 폭력 대응’(Countering Domestic Terrorism and Organized Political Violence)이다. 이 문서는 법 집행기관, 이민세관단속국(ICE), 미국 제국, 자본주의, 기독교 우파, 이민자 박해를 비판하는 자들, 그리고 인종과 성별에 따른 차별을 규탄하거나 백인 남성 가부장제를 의심하는 자들을 “가족, 종교, 도덕에 대한 전통적 미국적 관점”을 공격하고 “폭력 혁명을 선동하는” 존재로 규정한다.
이 지시문은 이른바 “급진 좌파”에 대한 전쟁 선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들을 “극악한 암살과 기타 정치적 폭력 행위”의 배후로 지목한다. 여기에는 우익 논객 찰리 커크(Charlie Kirk)의 살해, 2024년 한 고위 의료산업 임원의 암살, 2022년 브렛 캐버노(Brett Kavanaugh) 대법관 암살 미수 사건 등이 포함된다. 지시문은 이어 트럼프 자신에 대한 두 차례의 암살 시도도 나열한다.
이 지시문은 트럼프가 늘 즐겨 사용하는 자기합리적 서사의 전형을 보여준다. 민주당 소속 미네소타 주 하원의원 멜리사 호트먼(Melissa Hortman)과 그의 남편을 살해한 기독교 민족주의자, 그리고 존 호프만(John Hoffman) 주 상원의원 부부 살인미수 사건은 의도적으로 무시한다.
백악관 지시문은 불길하게 경고한다. 이른바 “반파시스트”들이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폭력을 수용하고 고양하는 운동을 만들었으며, 추가적인 암살을 정당화하고 있다”고 말이다.
지시문이 규정한 국가의 적은 애초부터 모호하게 설계되었다. 그것은 살인과 반역을 꾀하는 유령 같은 허구적 조직들에 기반하고 있다. 그 주장은 터무니없다. 증거나 검증 가능한 사실에 기초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전체주의 체제에서 ‘진실’은 권력을 쥔 자들이 선언하는 것이 곧 진실이 된다. 이 ‘진실’이 바로 그들의 성전을 정당화한다.
이 지시문은 법의 지배를 노골적으로 전도한다. 법을 정의가 아닌 부정의의 도구로 전락시킨다. 연방기관, 법원, 재판의 외형적 절차를 이용해 국가 범죄를 합법화한다. 이 문서는 마법적 사고, 기괴한 음모론, 그리고 가장 온건한 반대나 비판조차 반역으로 간주하는 편집증 위에 세워져 있다.
국가에 저항하는 이들은, 나는 예상하건대, 하나씩 제거될 것이다. 순종하면 용납될 것이라는 헛된 희망은 이미 사형선고를 받은 많은 이들의 입을 침묵시킬 것이다.
알렉산드르 솔제니친(Aleksandr Solzhenitsyn)은 ⟪수용소 군도⟫(The Gulag Archipelago)에서 이렇게 썼다. “보편적 무죄는 보편적 무행동을 낳았다. 어쩌면 너는 잡혀가지 않을지도 몰라? 어쩌면 모든 것이 그냥 지나갈지도 몰라.”
그는 이렇게 썼다. “대다수는 조용히 앉아 희망을 품는다. 네가 죄가 없다면, 어떻게 너를 체포할 수 있겠는가? 틀림없이 실수야!” “희망은 인간을 강하게 하는가, 아니면 약하게 하는가?” 솔제니친은 묻는다. “감방마다 있던 사형수들이 집행자가 들어올 때 달려들어 목을 졸랐다면, 전러시아중앙집행위원회(All-Russian Central Executive Committee)에 호소하는 것보다 더 빨리 처형을 끝낼 수 있지 않았을까? 이미 무덤의 가장자리에 서 있다면, 왜 저항하지 않는가?”
“그러나 체포되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이미 예정된 것이 아니었던가?” 그가 다시 묻는다. “그러나 체포된 모든 이들은 마치 다리가 잘린 사람처럼, 희망이라는 길 위를 무릎으로 기어갔다.”
전체주의 정권은 스탈린의 형법 제58조 10항에서부터 나치의 ‘악의적 행위 방지법’(Malicious Practices Act)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안보 관련 법령을 제정해, 누구든 무차별적으로 표적 삼을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스스로에게 부여한다.
이번 지시문은 내가 칼럼 ‘이제 우리가 모두 안티파다’(We Are All antifa Now)에서 추측했던, 트럼프 행정부가 안티파(antifa)를 테러 단체로 지정한 의도를 섬뜩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이 지정은 국가가 모든 반체제 인사를 안티파 지지자로 낙인찍고, 그들을 테러리스트로 기소할 수 있도록 만든다.
지시문은 “새로운 법 집행 전략”을 채택한 연방 및 주 기관들이 “정치적 폭력을 조장하는 네트워크, 단체, 조직을 조사하고 와해시켜, 법 집행 기관이 폭력적 정치 행위로 이어지기 전에 범죄적 공모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다. 이 “조직화된 구조, 네트워크, 단체, 조직, 자금원”들은, 지시문이 약속하듯, 해체되고 뿌리째 뽑힐 것이다.
이는 선제적 전쟁이다. 이 전쟁은 제임스 코미(James Comey), 존 볼턴(John Bolton), 조지 소로스(George Soros), 리드 호프먼(Reid Hoffman) 같은 개인들뿐 아니라, 스티븐 밀러(Stephen Miller)가 “테러 조직”으로 규정한 민주당, 그리고 트럼프의 절대적 권력 장악을 위협하는 대학과 언론 같은 제도들을 상대로 수행될 것이다.
이는 단순히 미국 사회에서 주변적이고 비효율적인 세력인 좌파에 대한 전쟁이 아니다. 자유주의 제도와 그것을 지탱하는 세력의 잔존에 대한 전쟁이다. 일단 이 제도권 세력과 그 대표자들이 무력화되면, 그다음은 우리 좌파의 차례가 될 것이다.
지시문은 연방 법 집행 기관에 “정치적 폭력이나 무법 행위”가 의심되거나 혐의가 있는 개인들을 “구금하고 심문하며 조사”하라고 지시한다. 또한 국세청(IRS)에, 국가가 “정치적 폭력이나 국내 테러를 직간접적으로 자금 지원”한다고 판단한 단체들의 면세 지위를 박탈하고, 이를 “법무부에 보고해 조사 및 기소 가능성”을 검토하도록 요구한다.
나는 ⟪아메리칸 파시스트들: 기독교 우파와 미국에 대한 전쟁⟫(American Fascists: The Christian Right and the War on America)을 집필하며, 새로 떠오르는 파시즘의 설계자들과 2년을 함께 보냈다. 그들은 미국에 대한 비전을 숨기지 않는다. 그들의 계획은 법 체계를 교리에 종속시키는 것이다. 그들은 과학과 이성에 기반한 “세속 인문주의” 사회를 증오한다. 십계명을 법체계의 기초로 삼길 원하며, 공립학교에서 창조론 또는 “지적 설계(Intelligent Design)”를 가르치고 교육을 노골적으로 “기독교화”하려 한다.
그들은 LGBTQ 공동체, 이민자, 세속 인문주의자, 페미니스트, 유대인, 무슬림, 범죄자, 그리고 성서의 근본주의 해석을 받아들이지 않는 “명목상의 기독교인”을 일탈자로 낙인찍는다. 이 일탈자들은 침묵당하거나, 투옥되거나, 죽임당할 가치밖에 없다. 그들은 특히 빈곤층을 위한 정부 복지 프로그램을 비난하고, 기후 위기를 “사기”라고 주장한다. 그들이 원하는 정부는 재산권 보호, ‘국토’ 안보, 그리고 전쟁 수행에만 집중하는 최소국가다. 복지기관과 학교는 교회가 운영해야 하며, 배교, 신성모독, 동성애, 마법행위 등 ‘도덕적 범죄’에 사형을 적용하자고 요구한다. 임신중지는 살인으로 간주한다.
그들은 과거를 신화화하며 백인 남성 가부장제로의 회귀를 부르짖는다. 여성은 피임과 임신중지, 법적 평등에서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적 담론과 언론에서 정당한 목소리는 오직 “기독교적” 목소리뿐이며, 미국은 신의 대리자로 신성화된다. “기독교” 권위에 맞서는 자들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탄의 하수인으로 간주한다.
이런 기독교 파시스트들은 아이디어, 미묘함, 복잡성을 다룰 능력이 없다. 감정적 무감각과 형체 없는 분노에 사로잡혀, 위협과 강압 외의 언어로는 소통하지 못한다. 외교, 학문, 문화, 언론은 그들에게 혐오 대상이다. 오직 복종만이 의무다.
이것이 바로 이번 지시문의 이데올로기적 토대이며, 그들이 만들고자 하는 사회의 청사진이다.
트럼프 시대의 권력은 맹목적인 개인 충성에 기반한다. 권리는 언제든 철회될 수 있는 특권으로 변한다. 거짓이 진실을 대체하고, 의견이 사실을 대신한다. 역사는 지워지고 다시 쓰인다. 정치 대신 ‘지도자 숭배’가 자리한다.
음모론에 사로잡힌 통치 엘리트는 자기중심적 광대와 깡패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들은 사방에서 죽음의 적을 보고, 현실과 단절된 밀폐된 세계에 산다. 그들이 만드는 것은 유사-민주주의다. 유사-입법자, 유사-법원, 유사-언론, 유사-지식인, 유사-기독교인, 유사-시민으로 채워진 허구적 국가다.
파시스트들은 말한 대로 실행한다. 그들이 우리를 비난하는 수사는 과장이 아니다. 그들과는 논리로 설득하거나 대화로 타협할 수 없다. 우리의 빈혈적이고 경직된 민주주의, 그리고 파산한 자유주의 제도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파시스트들은 실패한 민주주의에서 솟아나는 늪의 괴물들이다.
우리의 적들은 이 디스토피아를 실행에 옮기려 한다. 문제는 ‘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언제인가’이다. 철창이 내려와 우리가 아는 미국이 사라지기까지 얼마나 남았는가? 국가가 우리를 체포하고 끌고 가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정확히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출처] Trump’s War on America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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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 헤지스(Chris Hedges)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스트로, 15년 동안 뉴욕타임스의 해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중동 지국장과 발칸 지국장을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