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발견된 은하 사이의 가스 다리가 우주의 물질 순환에 대해 알려주는 것

복합 이미지에는 두 왜소은하를 잇는 희미한 가스 다리가 나타나 있다출처: ICRAR, N. Deg, Legacy Surveys (D. Lang / 퍼리미터 연구소)

우주에 존재하는 일반적인 물질 대부분은 수소로 이루어져 있다그러나 놀랍게도이 수소의 20%도 채 되지 않는 양만이 은하 내부에 존재한다나머지는 은하들 사이의 광대한 공간이른바 은하간 물질(intergalactic medium) 속에 분포한다.

이러한 우주의 저장소는 수십억 년에 걸쳐 가스가 천천히 은하로 유입되면서 새로운 별을 탄생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으로 여겨진다하지만 그 물질의 상당 부분은 그대로 머물지 않는다초신성 폭발과 초거대질량 블랙홀에서 분출되는 강력한 바람이 가스를 다시 은하간 공간으로 밀어내기도 한다.

이처럼 가스가 은하로 들어오고 나가는 유입(inflow)과 유출(outflow)의 균형은 은하가 우주 시간에 따라 어떻게 성장하고 변화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이 균형을 탐구하는 것이 바로 오스트레일리아 서부에 있는 CSIRO 머치슨 전파천문대(Inyarrimanha Ilgari Bundara, CSIRO’s Murchison Radio-astronomy Observatory)의 호주 SKA 패스파인더(ASKAP전파망원경을 활용해 수행되는 WALLABY 탐사의 주요 목표 중 하나다.

오늘 《왕립천문학회 월간 공보》(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발표된 WALLABY 탐사의 새로운 발견은은하로 들어오고 통과하고 빠져나가는 물질의 우주 순환(cosmic cycle of matter)에 대해 새로운 통찰을 제공한다.

WALLABY란 무엇인가?

이름과 달리 WALLABY는 동물과는 관련이 없다이 명칭은 다소 억지스럽게 만들어진 약어로, "Widefield ASKAP L-band Legacy All-sky Blind surveY"의 줄임말이다이는 남반구 하늘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영역을 대상으로 중성 수소(원자 상태의 수소)를 대규모로 탐사하는 프로젝트다. ASKAP 전파망원경은 최대 10억 광년 거리까지 은하 내부와 주변의 수소를 탐지할 수 있을 만큼 민감하다.

ASKAP 전파망원경은 최대 10억 광년 거리까지 수소를 탐지할 수 있다출처알렉스 체르니(Alex Cherney) / CSIRO

WALLABY는 블라인드(blind)” 탐사 방식으로이미 알려진 은하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대신 매일 밤하늘에서 보름달의 약 150배에 달하는 넓은 영역을 스캔하며 관측을 수행한다.

은하 간 다리

연구진은 자동화된 알고리즘을 이용해 관측 데이터에서 수소의 흔적을 탐색했다그중 하나의 탐색에서눈에 띄지 않는 두 은하를 잇는 특이한 가스 다리가 드러났다이 은하들은 처녀자리(Virgo)자리 방향에 있는 처녀자리 은하단(Virgo Cluster) 외곽에 있다이 가스 다리는 최소 16만 광년에 이르며, NGC 4532와 DDO 137로 알려진 두 왜소은하 사이에서 중력 조석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석력은 지구의 바닷물에 작용하는 조석과 유사하지만훨씬 거대한 규모로 수소로 구성되어 있다은하에서 당겨진 가스가 지금은 두 은하 사이를 가로질러 뻗어 있으며그 주변의 은하간 공간을 채우고 있다.

왼쪽은하 NGC 4532 / DDO 137 내부와 주변의 중성 수소 가스를 보여주는 전파 천문 이미지오른쪽해당 은하들의 광학 이미지출처: ICRAR, D. Lang (퍼리미터 연구소)

이런 가스 다리는 별이 거의 없기 때문에 검출하기 어렵다하지만 우리은하 근처에도 유사한 예가 있다바로 우리은하를 공전하는 두 왜소은하대마젤란은하와 소마젤란은하 사이를 잇는 길이 7만 광년의 가스 다리가 그것이다.

특이한 꼬리

이번에 새롭게 발견된 가스 다리는 오래전부터 풀리지 않던 수수께끼를 해명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바로, 30년 전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을 통해 처음 발견된, NGC 4532와 DDO 137에서 멀리 흘러 나가는 거대한 가스 꼬리다이 꼬리는 가스 다리보다 10배나 더 길며지금까지 은하계에서 관측된 것 중 가장 거대한 구조다.

새로운 관측 결과에 따르면조석력은 은하 사이의 가스 다리와 주변을 감싸는 가스 외피(envelope)를 형성했지만이처럼 장대한 꼬리는 전혀 다른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두 은하가 처녀자리 은하단 안으로 빠르게 진입하면서은하단을 채우고 있는 고온·저밀도의 가스와 마주하게 된다이 매질을 가로지르는 은하의 운동은 마치 강한 맞바람 속에서 자전거를 탈 때 느끼는 저항처럼램 압력(ram pressure)을 발생시키며이 힘이 은하의 가스를 벗겨내어 뒤로 길게 휩쓸어낸다.

놀랍게도이러한 효과가 발생하는 데 필요한 가스 밀도는 세제곱미터당 약 10개의 원자에 불과하다이 수치는 X선 우주망원경 eROSITA의 새로운 관측 결과와도 일치한다두 은하가 초당 800킬로미터를 넘는 빠른 속도로 낙하하고 있기 때문에이처럼 희박한 매질조차도 거대한 가스 꼬리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하다.

더 큰 그림

이 두 은하는 WALLABY 탐사에서 최종적으로 검출할 것으로 기대되는 약 20만 개 은하 중 일부에 불과하다각 발견은 가스가 은하로 유입되고 다시 유출되며 은하간 물질을 풍부하게 만들고 은하의 진화를 형성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 이바지한다.

이러한 발견들은 궁극적으로 천문학자들이 이른바 바리온 순환(baryonic cycle)’—즉은하와 그 주변 공간 사이에서 물질이 끊임없이 재활용되는 과정—을 해명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출처] What a newly discovered gas bridge between galaxies tells us about the cosmic cycle of matter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리스터 스테이블리-스미스(Lister Staveley-Smith)는 서오스트레일리아대학교 국제전파천문연구센터(ICRAR) 교수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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