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대통령 선거, 압도적인 좌파의 승리

아일랜드의 새 대통령 캐서린 코놀리(Catherine Connolly)는 팔레스타인 인권을 옹호하고 유럽의 군사화 추진에 반대하는 공개적인 좌파 정치인이다그의 압도적인 승리는 보수 정치 기득권층에 거대한 충격을 안겼다.

출처: 캐서린 코놀리 인스타그램

아일랜드의 대통령 선거는 좌파의 압도적인 승리였다좌파 성향의 무소속 후보 캐서린 코놀리는 옅은 분홍부터 연한 녹색짙은 붉은색에 이르기까지 아일랜드 좌파 정당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63.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이는 중도우파 정당 피너게일(Fine Gael)의 후보 헤더 험프리스(Heather Humphreys)가 얻은 표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피너게일의 전통적인 경쟁자이자 현재 연립 파트너인 피어너팔(Fianna Fáil)도 짐 개빈(Jim Gavin)을 후보로 내세웠다(비록 개빈은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고 허망한 선거운동을 중도에 접었다). 험프리스와 개빈의 합산 득표율은 37%에도 미치지 못했다이는 2008년 경제 붕괴 이전까지 아일랜드 정치를 지배하던 두 정당에게 참담한 결과였다.

아일랜드 대통령직은 실질적 권한을 지닌 행정직이 아니다직설적인 발언을 하는 대통령이 공적 담론의 방향에 일정한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개혁을 실행하거나 정부 정책을 결정할 권한은 없다이러한 한계를 간과해서는 안 되지만코놀리의 이번 선거 승리가 아일랜드 좌파에게 중요한 전진임은 분명하며앞으로 몇 년 동안 좌파 진영의 입지를 강화시킬 것이다.

명백한 승리

선거운동의 구체적인 흐름을 살펴보기 전에투표율과 무효표 비율부터 언급할 필요가 있다최근 일부 논평가들은 이 두 수치를 근거로 코놀리의 성과를 폄훼하려고 한다전체 유권자의 절반도 되지 않는 이들이 투표에 참여했으며그중 약 13%의 표가 무효로 처리되었다투표율 자체는 이례적이지 않았지만무효표 비율은 분명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현대 아일랜드 대통령직의 역사는 1990년 피어너팔과 피너게일 후보들을 누르고 자유주의 페미니스트 메리 로빈슨(Mary Robinson)이 승리하면서 시작되었다그 이후 다섯 차례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는데그중 세 번은 투표율이 50% 미만이었으며 평균 투표율은 51.5%였다올해의 투표율은 45.8%, 2018년 지난 선거 때보다 높았다.

어느 후보도 1순위 선호 투표에서 50%를 넘기지 못하면최하위 후보가 탈락하고 그 후보의 2순위 표가 다른 후보에게 분배된다이 과정은 승자가 나올 때까지 반복된다. 1990년 이후 2순위 표를 필요로 하지 않고 바로 당선된 후보는 코놀리 외에 단 한 명뿐이었다바로 2018년 현직으로 출마했던 전임 대통령 마이클 D. 히긴스(Michael D. Higgins)였다코놀리는 이번과 같은 득표 수로 2011투표율이 56%였던 선거에서도 첫 집계에서 승리했을 것이다.

1990년 이후 당선된 후보 중, 2순위 표까지 모두 반영한 최고 득표율은 2011년 히긴스의 57%였다코놀리는 단지 1순위 표만으로 이 기록을 깨뜨렸으며작년 총선에서 피어너팔과 피너게일이 합쳐 얻은 표와 거의 맞먹는 표를 얻었다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는 대단히 인상적인 승리였다.

반면투표율과 달리 무효표 비율이 높았던 것은 과거와의 확연한 차이였다이전 선거에서 무효표는 약 1% 수준이었지만이번에는 훨씬 높았다유일하게 조직적으로 무효 투표를 선동한 세력은 극우 진영으로자신들의 후보를 내지 못한 데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아래에서는 이 정치 세력이 선거운동에 미친 영향과 향후 어떤 징조를 보여주는지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히긴스에서 코놀리로

1957년생인 캐서린 코놀리는젊은 세대의 지지를 얻기 위해 꼭 20대나 30대일 필요는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한 인물이다그는 아일랜드 서부의 중심 도시 골웨이(Galway)의 노동계급 가정에서 태어나시영주택 단지에서 성장했다아버지는 골웨이 조선소에서 목수로 일했고어머니는 그가 어릴 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학업을 마친 뒤코놀리는 심리학 자격을 취득했고, 30대에 변호사 자격 시험을 통과했다정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은 다소 늦은 시점이었다지방의회 의원으로 활동한 후, 2016년 58세의 나이에 처음으로 아일랜드 국회(다일, Dáil) 의원으로 당선되었다코놀리나 그의 선거운동팀은 출신 배경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았다만약 그가 중도나 급우파 정당의 후보로 출마했다면그 이야기는 선거 캠페인의 중심에 놓였을 것이다그러나 J. D. 밴스(J. D. Vance)처럼 자신이 속한 계급을 배신할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면굳이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를 과시할 필요는 없는 법이다.

정치적으로 보자면코놀리는 바로 직전 대통령이었던 마이클 D. 히긴스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히긴스와 마찬가지로 그도 골웨이 노동당(Galway Labour Party) 출신이지만다일(Dáil, 아일랜드 의회)에 입성하기 전 노동당과 결별했다또한 히긴스처럼그는 현실주의라는 이름 아래 신자유주의와 긴축정책을 받아들이라는 압력을 거부했다이런 태도는 아일랜드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중도좌파 정당들에 큰 타격을 준 적이 있었다그리고 히긴스처럼코놀리도 국제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서방 외교정책의 정설에 도전해 온 기록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코놀리는 2011년 첫 대통령 선거 당시의 히긴스보다 훨씬 더 거센 언론의 적대에 직면했다이는 부분적으로 많은 아일랜드 여론주도층이 두 차례 임기를 마친 히긴스 대통령의 성적표에 실망했기 때문이다그들은 2011년 히긴스의 주요 경쟁자였던 기업가이자 소규모 연예인 션 갤러허(Seán Gallagher)를 그리워하며 그때 그렇게만 됐더라면’ 하고 아쉬워했다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위험성이나 기후 위기의 시급함에 대한 히긴스의 연설을 또 들어야 하는 대신아일랜드판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혹은 도널드 트럼프의 부상을 기사화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히긴스는 또한 코놀리보다 훨씬 정치 내부자에 가까운 인물이었다그는 1990년대에 장관직을 지냈고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때까지 노동당 당적을 유지했다반면 코놀리는 대공황 시기 노동당이 긴축 정책을 주도하며 몰락했을 때 새롭게 부상한 좌파 세력에 속했다여기에는 신페인(Sinn Féin), 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s), 이윤보다인민(People Before Profit) 같은 정당들그리고 코놀리처럼 좌파 성향의 무소속 의원(Teachta Dála, TD)들이 포함된다이번 선거에서 코놀리를 지지한 광범위한 좌파 연합의 중심축도 이들이었으며노동당은 이미 소수 정당 수준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하지만 코놀리에 대한 적대감의 주된 요인은 히긴스가 처음 당선되던 시절 이후 국제 정세가 바뀌었다는 점이었다피어너팔피너게일 그리고 그들의 언론 동맹들은 아일랜드를 서방 군사 블록—나토의 정식 회원국이 아니더라도 그 위성국 정도로—단단히 묶어두려 했다이들은 이번 대통령 선거를 그 목표로 나아갈 기회로 보았다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선거 결과는 오히려 코놀리라는 새로운 장애물을 만들어냈다.

출처: 캐서린 코놀리 인스타그램

좋은 유럽인들

피너게일은 처음에 마리드 맥기니스(Mairead McGuinness)를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려 했다그러나 맥기니스는 올여름 건강상의 이유로 출마를 포기했다유럽의회 의원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위원을 거친 20년 경력의 맥기니스는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할 인물로 기대를 모았었다.

스트라스부르와 브뤼셀의 정통 노선은 그곳에서 일했거나(또는 앞으로 일하기를 간절히 바라는현 총리 미홀 마틴(Micheál Martin) 같은 아일랜드 정치인들에게 강력한 중력처럼 작용한다. 2019마리드 맥기니스(Mairead McGuinness)와 그의 피너게일 동료 유럽의회 의원들은 지중해를 건너는 난민들을 위한 수색 및 구조 임무에 반대하기 위해 극우 세력과 손을 잡았다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유럽국민당(EPP) 내 동료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EPP 의장 만프레드 베버(Manfred Weber)의 극우적 환경정책 노선을 따르지 않았다며피너게일 의원들을 질책한 것이다.

EPP 주요 인사들은 특히 2024년 2피너게일 대표이자 총리였던 사이먼 해리스(Simon Harris)가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Pedro Sánchez)와 함께 “EU가 이스라엘과의 무역 협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을 때 극도로 불쾌해했다해리스는 가자지구에서 계속되는 학살에 대해 아일랜드 여론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었기 때문에어쩔 수 없이 이 입장을 취해야 했다그러나 EPP 내 그의 동맹들은 이를 배신으로 여겼고그가 산체스가 아닌 스페인의 트럼프식 강경 우파 야당 쪽에 서길 원했다.

피너게일과 피어너팔 모두 외교정책에서 국내 압력과 국제 압력 사이의 긴장을 후자에 유리하게 해결하길 간절히 원했다피너게일은 마리드 맥기니스의 대체 후보로 전 정부 장관 출신 헤더 험프리스(Heather Humphreys)를 지명했고피어너팔은 정치 경험은 전무하지만 게일릭 축구 감독으로 명성을 얻은 군인 출신 짐 개빈(Jim Gavin)을 후보로 내세웠다험프리스와 개빈 모두 아일랜드 군사 파병의 트리플 록(triple lock)’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다이 제도는 아일랜드 군대가 평화유지 임무에 투입되기 위해 내각다일(의회), 그리고 유엔의 승인이라는 세 단계를 모두 거쳐야 한다는 원칙이다.

트리플 록 제도의 반대자들은 영구 이사국들이 군사 임무를 승인할 때 행사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거부권을 회피함으로써 아일랜드의 주권을 회복하려 한다고 주장한다그러나 실제 목표는 도널드 트럼프를 달래려는 유럽 지도자들의 조급한 군사화 흐름에 아일랜드를 맞추는 것이다비록 대통령은 외교정책에 대한 공식 권한이 없지만현 정부는 험프리스나 개빈이 승리했다면 그것을 트리플 록 폐지와 군사비 증액에 대한 국민적 위임으로 포장했을 것이다.

복지와 전쟁

피너게일과 피어너팔이 코놀리의 외교정책 견해에 보인 공격적인 적대감은 바로 이 숨겨진 의제를 반영한다한 라디오 토론에서 험프리스는 코놀리를 네빌 체임벌린(Neville Chamberlain)에 비유하며, “프랑스독일영국을 모욕했다며 더블린과 주요 유럽 국가들 간의 관계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험프리스가 염두에 둔 것은 코놀리가 5월 유럽의 날을 맞아 다일에서 한 연설의 다음과 같은 발언이었다그 자리에서 코놀리는 유럽이 가자 파괴에 공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는 결코 유럽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선 것이 아니다유럽은 도덕적 나침반을 완전히 잃었다아니 처음부터 있었는지도 의문이다나는 스스로를 자랑스러운 유럽인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가족과 독일어를 통해 독일과도 깊은 인연이 있다나는 내가 유럽인임을 부정하려는 것이 아니다다만 현재의 유럽 지도부그리고 [우르줄라폰데어라이엔이 전범과 나란히 서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며 유럽인으로서 부끄럽다고 말하기 위해 이 짧은 시간을 사용하고자 한다나는 지금 이 연설문을 보며그리고 팔레스타인에 관한 소식을 읽으며 부끄럽다더 이상 내 말로는 충분치 않다적십자에 따르면가자에서 벌어지는 일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아무도 몰랐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코놀리의 캠페인을 지지자들에게 신선하게그리고 아일랜드 정치 기득권층에게 위협적으로 느껴지게 만든 이유였다그는 가자에서 벌어지는 집단학살과 같은 문제를 도덕적 분노에 걸맞은 무게로 다루었고책임이 있는 자들을 분명히 지목했다그것은 단지 이스라엘 국가의 수장인 수배 중인 전범뿐 아니라그를 뒷받침하는 서방의 공범들—예컨대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었다.

같은 연설에서 코놀리는 <파이낸셜 타임스칼럼니스트 자난 가네시(Janan Ganesh)의 글을 언급했다그 글은 더 큰 군사 기계를 구축하기 위해 유럽의 복지국가들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 내용이었다이것은 앞으로 유럽 정치의 핵심 분열선 중 하나가 될 사안이며코놀리는 전쟁이 아니라 복지의 편에 확고히 깃발을 세웠다.

미홀 마틴(Micheál Martin)은 그가 친유럽주의(pro-European)”라는 이름으로 군국주의를 세탁하려는 자신의 계획을 어렵게 만든 데 분노했다마틴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코뱅 혁명가 울프 톤(Wolfe Tone)의 무덤 옆에서 연설을 하며, 21세기 들어 유럽연합이 걸어온 노선에 완전한 복종을 요구했다.

우리는 나는 친유럽주의자다라고 말하면서동시에 아일랜드의 주권이 끝났다고 거듭 주장하는 사람들을 이제 지목해 비판해야 한다지난 25년 동안 유럽연합을 구축해 온 모든 조약에 반대한다면 당신은 친EU가 아니다우리의 중립성을 파괴하고 군산복합체의 손아귀에 있다고 계속 주장한다면 당신은 친EU가 아니다.”

선거운동 막바지 텔레비전 토론이 열릴 즈음마틴이 내세운 후보 개빈은 부진하고 추문으로 얼룩진 캠페인 끝에 중도 하차했다정치 기득권 진영의 입장을 방어할 책임은 험프리스에게 남겨졌다진행자들이 코놀리의 미국이 집단학살을 방조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고 묻자험프리스는 먼저 트럼프 행정부가 가자에서 휴전 협정을 중재했다고 치하한 뒤 1분 넘게 아무런 비판 없이 두루뭉술한 답변만 늘어놓았다.

험프리스를 듣고 있으면, 2023년 10월 이후 가자에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점은 인정하지만서방의 누구도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바로 이런 입장 위에서 피너게일과 피어너팔은 이제 다 잊고 넘어가자는 식으로 상황을 봉합하려 한다지난 2년간 미국과 주요 유럽 국가들이 보여준 행태로부터 아무 교훈도 얻지 않겠다는 것이다이들은 또한 이스라엘 정착지와의 교역을 금지한 점령지법처럼 아일랜드를 서방 국가들 중 예외적인 위치에 두는 조치들을 완화하려 한다그런 계획 앞에서 코놀리가 팩트를 있는 그대로 말하는” 태도는 실질적인 도전이 되고 있다.

같은 토론에서 진행자들은 험프리스에게 코놀리가 니스 조약과 리스본 조약에 반대표를 던진 일(두 번 모두 국민투표에서 아일랜드 유권자 다수가 반대했지만이후 재투표가 강요되었다)을 두고 비판받고 있는 점을 언급하며, “그처럼 EU에 비판적인 발언을 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험프리스는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가 결국 지나친 규제가 가끔 자신을 걱정하게 만든다고 답했다이건 우연한 선택이 아니었다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아일랜드 정부 내 일부 피너게일 인사들에게 로비를 벌이며, EU의 AI 및 디지털 광고 규제 체계를 약화시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굽히지 않기

보수 정당들의 큰 불만은어떤 공세도 코놀리에게 타격을 주지 못했다는 점이었다그들의 주요 공격 포인트 중 하나는 그의 팔레스타인 관련 입장이었다. 9월 BBC가 하마스는 향후 팔레스타인 정부에 어떤 역할도 해서는 안 된다는 키어 스타머(Keir Starmer)의 발언에 대해 의견을 묻자코놀리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주권 국가의 국민에게 그들의 나라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를 지시하는 데 매우 신중할 것이다팔레스타인인들은 자신들의 나라를 이끌 인물이 누구인지 민주적으로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다른 인터뷰에서 코놀리는 하마스가 점령지에서 치러진 마지막 선거에서 승리했으며 팔레스타인 시민사회의 일부라고 지적했다이상하게도 인터뷰어는 북아일랜드의 가톨릭 공동체의 일부로 아일랜드 공화군(IRA)이 있었다고 말하겠느냐고 물었다마치 그런 말을 하는 게 논란이 될 일이라도 되는 듯했다그러나 북아일랜드에서 신페인은 IRA의 무장투쟁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시기에도 민족주의 진영 표의 30~40%를 확보했었다평화 프로세스가 시작된 이후에도 민족주의 유권자들은 마틴 맥기니스(Martin McGuinness), 제리 켈리(Gerry Kelly), 마르티나 앤더슨(Martina Anderson)처럼 IRA 출신이자 활동 경력이 있는 후보들을 신페인 소속으로 꾸준히 선출해 왔다.

같은 인터뷰에서 기자는 하마스가 10월 7일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느냐고 물었고코놀리는 동의했다. “그들의 행위는 전적으로 용납할 수 없었다양측 모두 전쟁범죄를 저질렀으며두 쪽 모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그는 또한 이스라엘이 테러리스트 국가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마틴은 이런 발언들이 대선 후보로서 자격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생각한 듯했고분노 섞인 어조로 코놀리를 비난하며 하마스는 가자의 미래의 일부가 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사이먼 해리스(Simon Harris)도 여기에 가세했다.

하지만 마틴은 리쿠드당(Likud)이 이스라엘의 미래 정부에 참여할 수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낸 적이 한 번도 없다하마스는 절대 용납될 수 없지만 리쿠드는 그렇지 않다는 발상은 마틴이 자주 참석하는 EU 정상회의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질지 모르나지난 2년 동안 실시간으로 집단학살을 목격해온 많은 아일랜드 시민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코놀리는 물러서지 않았고이 논란은 여론에 아무런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그의 지지율은 오히려 계속 상승했다.

또 다른 공격 시도도 있었다코놀리가 공화주의 단체의 일원이자 총기 관련 범죄로 복역한 적이 있는 어슐라 니 시오닌(Ursula Ní Shionnain)을 국회 보좌관으로 채용하려 했다는 이유였다그러나 이 사안에 대한 마틴의 분노는 공허하게 들렸다같은 피어너팔 소속 정치인 에이먼 오 퀴브(Eamon Ó Cuív)가 코놀리를 전폭적으로 옹호했기 때문이다그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캐서린이 판단력을 잃었다면 나도 똑같이 그랬던 셈이다왜냐하면 그가 니 시오닌에 대해 나에게 의견을 물었고나는 그가 이미 과거를 털어냈다는 점에 개인적으로 만족한다고 대답했기 때문이다.” 코놀리는 또다시 굴하지 않았다오히려 역공을 취하며공개되지도 않았던 니 시오닌 관련 정보가 언론에 유출된 경위와 그 배후를 추궁했다.

코놀리의 반대자들은 그의 선거운동을 뒷받침한 광범위한 좌파 연합을 분열할 것이라는 기대를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지난 10년간 중도우파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집권에 참여했던 노동당(Labour)과 녹색당(Green Party)은 신페인사회민주당(Social Democrats), 이윤보다인민(People Before Profit)보다 이탈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다그러나 코놀리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눈에 띄는 인물은 오직 전 노동당 대표 앨런 켈리(Alan Kelly)뿐이었다그는 정치인으로서의 재능보다 과도한 자만심으로 더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

5개 정당으로 구성된 이 연합은 코놀리의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그리고 그 단결은 최소공배수적 타협’ 위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었다코놀리는 노동당이나 녹색당의 지지를 얻기 위해 자신의 핵심 입장을 포기하거나 완화하지 않았다오히려 그 결과로 두 정당이 이번 선거 기간 동안 피너게일과 피어너팔이라는 기존의 우파 동맹에서 벗어나 코놀리의 진영에 합류했다물론 이것이 그들이 장기적으로 좌향화된다는 것을 의미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맥그리거와 스틴

극우 진영의 기표 거부” 캠페인은 극우 정치계가 독자 후보를 내는 데 실패한 뒤에야 현실화됐다후보가 투표용지에 이름을 올리려면 총 234명의 다일 의원(TD)과 상원의원 중 20명 혹은 전국 31개 지방의회 중 4곳의 지명을 받아야 한다한때 종합격투기(MMA) 스타였다가선수 생활이 끝난 뒤 극우 인플루언서로 변신한 코너 맥그리거(Conor McGregor)는 자신이 대통령이 될 자질이 충분하다고 확신했다백악관 초청과 일론 머스크의 아부성 찬사가 맥그리거의 자기 확신이라는 불길에 더 많은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맥그리거가 의존하던 다일의원상원의원지방의원들은 그와 손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그가 후보 추천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던 바로 그때, 2018년에 니키타 핸드(Nikita Hand)라는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와 관련해 내려진 민사판결에 대한 항소가 기각됐다법정에서는 응급실 의사가 핸드가 겪은 공격의 잔혹한 정도에 대해 증언했다사건의 끔찍한 세부 내용은맥그리거와 그의 지지자들이 마치 이민자들이 아일랜드 여성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주장하며 여성의 수호자를 자처해 온 행태를 더욱 역겹게 만들었다.

한편후보 추천에 훨씬 더 근접했던 마리아 스틴(Maria Steen)은 극우 진영의 기수로서 맥그리거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다맥그리거와 달리 스틴은 단정한 토론 스타일과 조직적 기반을 갖춘 진지한 정치 행위자였다그는 극보수 가톨릭 로비 단체 아이오나 연구소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아일랜드 헌법상의 낙태 금지를 유지하려던 실패한 운동에서도 활발히 활동했다그가 술 한 잔을 거절한 남자를 펀치로 가격하거나 더블린의 범죄 조직 인사들과 어울려 파티를 벌일 것이라고 상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이는 맥그리거의 유명한 일탈 행위’ 중 단 두 가지를 언급한 것에 불과하다.

스틴이 후보 명단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그가 맥그리거처럼 우스꽝스러운 인물이거나 유독한 폭력배였기 때문이 아니었다단지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선출직 인사가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아온투(Aontú), 인디펜던트 아일랜드(Independent Ireland) 같은 우파 정당들에서 신파시스트 주변부에 이르기까지지난 2년 동안 주류 합의의 오른쪽에 위치한 세력들은 지방선거와 총선에서 실제로 성과를 거두어왔다그러나 스틴은 여전히 필요한 추천 기준을 넘지 못했다이 실패는 그가 캠페인에 임하는 태도즉 당연히 자신이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여긴 특권 의식을 반영했다그는 선거일 불과 두 달 전에 대통령 선거에 뛰어들었다.

만약 그가 간신히 최종 후보 명단에 올랐다면스틴과 코놀리의 인생 경로는 흥미로운 대비를 이루었을 것이다스틴 역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지만이후 자신의 자녀를 홈스쿨링하기 위해 법률 업무를 중단했다그러나 유사점은 거기까지였다가톨릭 우파의 챔피언으로서 스틴은 더블린의 부유한 도심 지역인 볼스브리지(Ballsbridge)에서의 유년 시절을 지나지금은 외곽의 최고급 주거지 블랙록(Blackrock)에 위치한 대저택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다.

그가 추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할 당시스틴은 수만 유로 상당의 명품 핸드백을 들고 있었다이 패션 선택이 조롱의 대상이 되자그는 그것이 의도적인 도발이었다고 주장했다. “나는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지 않고단지 부자를 미워할 뿐인 좌파의 위선을 폭로하고 싶었다.” 정치인들이 왜 그를 지지하려 하지 않았는지는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스포일러 경고(Spoiler Alert)

기표 거부’ 운동을 주도한 핵심 인사들 중 상당수도 사치스러운 삶에 익숙한 이들이었다그중에는 미국 군산복합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기업인 덱클런 갠리(Declan Ganley)가 있다공화당 전략가 칼 로브(Karl Rove)와 마이크 폼페이오(Mike Pompeo),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전직 장성들이 갠리의 회사 리바다 네트워크(’Rivada Networks)의 이사회에 합류했다.

<선데이 타임스>(Sunday Times)에 따르면리바다 네트워크의 주요 프로젝트는 정부와 군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 불가능한 위성 통신망’, 즉 아우터넷(OuterNet)’ 구축이다갠리는 유럽연합 국민투표 운동에서의 역할과 유럽의회 의원(MEP) 선거 출마 실패로 인해 아일랜드에서 꽤 잘 알려진 인물이다그는 올해 초에도 대통령 출마를 모색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또 다른 주요 스포일러였던 에디 홉스(Eddie Hobbs)는 한때 아일랜드 국영방송 RTÉ에서 금융 프로그램을 진행하던 유명한 돈 전문가’ 출신이다그러나 그의 명성은 디트로이트 부동산 시장의 고위험 투자에 손댔다가 금융위기 당시 투자금의 90퍼센트를 날려버린 투자펀드와의 연루 이후 완전히 추락했다현재 홉스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또 다른 형태의 뱀 기름(snake oil, 사기성 상품)’을 팔고 있으며자칭 격렬한 반유대주의자이자 백인 민족주의자인 키스 우즈(Keith Woods) 같은 인물들을 게스트로 초대하고 있다우즈는 일론 머스크가 특히 좋아하는 인물 중 하나다.

아일랜드의 노동자 계층 출신 인사들이 이런 사기꾼들과증오를 돈벌이로 바꾸려는 정치 장사꾼들의 생태계로 빨려 들어가는 것은 참으로 우울한 일이다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이 문제를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무효표의 총수는 약 21만 4천 표였다설령 그 모든 유권자가 극우 성향을 공유한다고 가정하더라도그 수치는 지난해 총선에서 인디펜던트 아일랜드(Independent Ireland), 아온투(Aontú), 그리고 그보다 더 오른쪽에 있는 소규모 세력들이 얻은 득표수보다 약간 많을 뿐이다게다가 불과 몇 달 전 유럽의회 선거에서 이 세력들이 얻은 표보다도 약 5만 표가 적다.

지난 몇 년간 피너게일과 피어너팔의 우측에 새로운 의견 블록이 형성된 것은 분명한 문제다팬데믹 이전과 달리 극우의 주장과 음모론이 훨씬 널리 퍼졌으며신파시스트 성향의 선동가들이 여러 차례 폭력적 소요를 일으킬 수 있을 정도로 결집력을 보여주었다가장 최근에는 더블린 시티웨스트의 망명 신청자 숙소 앞에서 폭동을 선동했다이런 현상이 초래할 위험은 결코 가볍게 여겨선 안 된다그러나 거리에서든투표함에서든아일랜드의 극우 세력은 여전히 소수 세력에 불과하며서유럽 다른 나라들의 극우가 확보한 지지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새로운 공화국?

사실 코놀리에게 쏟아진 지지 물결의 한 배경에는 정치 담론의 초점을 이민 공포 조장과 아일랜드 문화에 대한 허구적 위협 논의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바람이 있었다. (그들이 말하는 아일랜드 문화란 자세히 들여다보면오히려 최악의 앵글로아메리칸 문화와 구분이 되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아일랜드 극우는 대서양 건너 친구들의 지원을 받으며 마이크를 독점해 왔지만그들이 아일랜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는 주장은 허황된 것이다.

승리 연설에서 코놀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이는 음모론적 공포 선동이 아니라 진짜로 중요한 의제들에 집중하길 바라는 아일랜드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한 말이었다.

나는 듣고성찰하며필요한 때 말하는 대통령이 되겠다평화를 위한 목소리중립 정책 위에 서는 목소리그리고 기후 변화라는 실존적 위협을 분명히 전달하는 목소리가 되겠다함께 새로운 공화국을 만들어가자모두를 존중하고다양성을 옹호하며우리의 정체성과 아일랜드어영어그리고 새롭게 이 땅에 온 사람들을 모두 포용하는 공화국을 만들자나는 모든 이를 위한 포용적 대통령이 될 것이다.”

코놀리가 이런 메시지를 전하는 방식 또한 그의 매력의 일부다자신감 있고 또렷하지만공격적이거나 과장되지 않은 어조였다트럼프에서 맥그리거에 이르기까지 남성성의 기능 장애적 전형들이 정치를 오염시키는 시대에코놀리의 목소리는 대조적이었다지금까지의 10년은 아일랜드를 포함한 세계 여러 나라의 좌파에게 좋은 소식이 많지 않았다그러나 코놀리의 승리는 분명 기뻐할 만한 일이며올바른 방향으로 키워낸다면 앞으로의 승리를 예고하는 씨앗을 품고 있다.

[출처] Ireland’s Presidential Election Was a Left-Wing Landslide

[번역이꽃맘 

덧붙이는 말

다니엘 핀(Daniel Finn)은 <자코뱅>의 특집 편집자이며, ⟪한 사람의 테러리스트: IRA의 정치사⟫(One Man’s Terrorist: A Political History of the IRA)의 저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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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좌파 아일랜드 대통령 캐서린 코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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