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자주] 4일(현지 시간) 치러진 미국 뉴욕시장 선거에서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맘다니는 자신을 '민주 사회주의자'라고 밝히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시장이었던 앤드루 쿠오모를 적극적으로 지지한 가운데, 맘다니는 유권자의 50%가 넘는 지지를 받았다. 특히 이번 투표에는 사전 투표를 포함해 227만 명이 넘게 참여했다. 이는 2021년 치러진 선거 대비 100만 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뉴욕 시민들의 뜨거운 투표 참여 열기를 보여준다.
이글은 베네수엘라 라라주 토레스시 시장이었던 훌리오 차베스가 했던 정책들과 실험을 통해 맘다니가 해야 할 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베네수엘라의 작은 지방 자치단체인 토레스(Torres)는 여당과 야당의 뜻 모두에 반해 급진적 민주주의 실험을 진행했다. 주민들에게 예산에 대한 직접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그 실험은 성공했다.
출처: 조란 맘다니 인스타그램
지방 사회주의의 성공적인 사례를 찾고 있다면, 베네수엘라 라라(Lara) 주의 토레스 시는 반드시 그 목록 상단에 올려야 한다. 2005년부터 2016년까지 토레스는 세계에서 가장 민주적인 도시 중 하나였다. 이 기간 동안 평범한 시민들은 지역 정치적 의사결정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수준의 통제권을 행사했다. 그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도구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주민참여예산제였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시의 전체 투자 예산에 대해 구속력 있는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구(區) 단위 회의에서 주로 노동계급으로 구성된 참여자들(농업 노동자, 가사 돌봄 노동자, 소농, 학생, 교사 등)은 한정된 재원을 여러 사업에 어떻게 배분할지를 신중하게 논의했다. 계급, 인종과 민족, 성별, 종교, 정치적 견해에 따른 배제는 없었고, 여당과 야당 지지자 모두가 참여했다. 참여율은 매우 높았으며, 인구 18만 5천 명의 토레스 주민 중 8%에서 25%가 이 과정에 참여했다. 주민참여예산제는 단지 의사결정에 대한 실질적인 대중 통제권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실제로 효과적으로 작동했다. 결정은 결과로 이어졌고, 전체 사업의 85% 이상이 제때 완료되었다. 또 이 과정은 현직 지방 여당에도 이익이 되어, 이후 여러 차례 재선으로 이어졌다.
토레스의 성공과 그 성취 방식은 다른 지역의 민주적 사회주의자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제공한다. 여기에는 뉴욕시의 차기 시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인물도 포함된다. 실제로 조란 맘다니(Zohran Mamdani)의 부상과 토레스 시장 훌리오 차베스(Julio Chávez)의 부상 사이에는 놀라운 유사점이 있다. 토레스에서 ‘훌리오’로 불리는 그는 2004년 시장 선거에 사회운동 정당의 지지를 받는 급진좌파 후보로 출마했으며, 우고 차베스(Hugo Chávez)의 집권 여당과 지역 엘리트가 모두 지원하는 현직 시장 및 유력한 경쟁자들과 맞섰다. 맘다니와 마찬가지로 훌리오 역시 승산이 거의 없다고 여겨졌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승리했다.
취임 후 훌리오는 선거운동 당시의 약속, 즉 “대중 권력을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실현하려 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이 목표를 사회주의와 연결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모든 형태의 사회주의가 국민의 참여 위에 기초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참여는 관료주의를 막는 참여여야 한다. … 사회주의는 대중 권력의 건설이라는 발상에서 출발해야 하며, ‘국민을 위한’ 통치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하는’ 통치의 과정을 드러내는 프로젝트에 기초해야 한다. … 우리는 국민 없이 옳은 것보다, 국민과 함께 틀리는 편을 택하겠다.”
훌리오의 말은 그의 행정부 성공의 두 가지 핵심 요인 중 하나를 보여준다. 첫째는 집권당의 담론, 법, 제도적 형태를 변형하고 재활용한 점이다. 다시 말해, 여당의 정치적 도구상자 — 즉 그들이 통치에 사용하는 아이디어, 법, 관행 — 를 다른 방식과 다른 목적에 맞게 활용한 것이다. 우고 차베스 시기에는 ‘참여’, ‘대중 권력’, ‘사회주의’라는 개념이 베네수엘라 전역에서 담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중심이 되었다. 훌리오 차베스가 시장으로 선출될 당시 그는 집권당인 제5공화국운동(Fifth Republic Movement)의 당원은 아니었지만, 참여예산제, 공동체 평의회, 사회주의 등 차베스주의와 관련된 아이디어와 제도적 형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훌리오의 행정부는 이러한 아이디어와 제도적 형태를 전국적 틀과는 중요한 면에서 다른 지역적 구조 안에 뿌리내렸다. 여기에는 정치적 다원주의에 대한 강한 존중, 의사결정에 대한 대중의 실질적 통제에 대한 진정한 헌신(이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포함), 그리고 지방정부가 실제로 약속을 이행하는 제도적 효율성이 포함되었다.
토레스의 성공에서 두 번째 핵심 요인은 행정부가 강력히 조직되고 동원된 대중 계급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훌리오 차베스는 계급투쟁에서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명확히 했다. 그는 “과두계급이 40년 동안 이곳을 지배하며 항상 지방 권력을 장악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그의 행정부는 대중 계급과 자랑스럽게 연대하며, 부유층으로부터 가난한 이들에게 부와 자원을 재분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훌리오가 시장으로서 취한 첫 조치 중 하나는 지역 교회 수장에게 지급되던 종신연금을 폐지하고, 그 재원을 빈곤한 노인들에게 재할당한 것이었다. 해당 교회는 매우 보수적이었고 과두계급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국가토지연구소와 협력하여 토레스 시청은 총 1만 5천 헥타르가 넘는 다섯 개의 대농장을 수용했다. 훌리오는 “우리는 [토지를] 원래 그 땅의 주인인 농민들의 손으로 되돌려주길 바란다. … 우리는 라티푼디오(대지주제)와의 전쟁, 토지 쟁취 투쟁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박람회장을 시 소유로 전환했다(‘시유화했다’)”는 점을 자랑스럽게 언급하며, 이전에는 “그곳을 오직 과두계급만이 이용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이제는 소농들이 염소를 자랑스럽게 전시할 수 있다. 그들은 그동안 대지주들에게 ‘염소나 키우는 하찮은 놈들’이라 불리며 멸시받던 농민과 염소 사육자들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중 민주주의적 헌신은 되돌리기 어렵기로 악명 높다. 실제로 훌리오의 후임 시장 에드가르 카라스코(Edgar Carrasco) 역시 “소규모 및 중간 규모 생산자들에게 무조건적인 지원을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토레스 시청은 시민참여국을 중심으로 주민 조직화와 동원을 위한 대규모 노력을 주도했다. 이러한 노력의 성공은 행정부에 합류한 핵심 공직자들의 사회운동 경력이 크게 기여했다. 이들은 수년, 때로는 수십 년 동안 사회운동의 지도자이자 조직가로 활동해온 인물들이었다. 시장과 마찬가지로 여러 고위 공직자들처럼 사회운동 지도자 출신이었던 랄로 파에스(Lalo Paez)는 시민참여국을 이끌었다. 이 부서는 최근 시유화된 박람회장 내에 위치해 있었다. 랄로와 그의 팀은 먼저 지역 공동체위원회를 조직했고, 이후 공동체평의회와 코뮌을 조직하고 등록했다. 이 과정은 토레스에서 시민 결사체 활동의 폭발적 증가를 촉진했으며(그림 1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중 권력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었다.
그림 1
훌리오 차베스가 시장으로 재임한 첫 2년 동안, 그는 자신의 출마를 반대했던 집권당인 제5공화국운동의 지속적인 저항에 직면했다. 그러나 이 전략은 곧 역효과를 냈다. 훌리오는 대중계급 기반을 동원해 그들의 방해 공작에 맞섰고, 그 결과 시청과 대중계급 간의 연대는 더욱 공고해졌다.
2005년 6월, 집권당이 장악한 토레스 시의회는 토레스의 헌장을 다시 작성하기 위한 참여적 과정이었던 ‘토레스 시 제헌의회’의 결과를 승인하는 조례를 거부했다. 이에 훌리오 시장은 수백 명의 지지자들을 동원해 시청을 점거하고, 의회가 결정을 번복하도록 압박했다. 결국 2005년 말, 훌리오에게 우호적인 시의원들이 다수파가 된 선거 이후 해당 조례는 통과되었다.
2005년 12월, 시의회가 주민참여예산제를 지지하지 않자 훌리오는 다시 지지자들을 동원해 대응했다. 2008년 5월에는 주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베네수엘라통합사회주의당(United Socialist Party of Venezuela, PSUV) 공천을 시도했으나, 지역당 지도부가 이를 차단했다. 훌리오는 이에 대응해 수백 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당의 지역 사무소로 몰려가 항의했다. 이 전략은 성공했고, 결국 당은 훌리오의 출마를 허락했다.
이 사례들은 대중의 조직화와 동원이 토레스의 지방 사회주의 실험을 문자 그대로 떠받치고 가능하게 했음을 보여준다.
토레스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
토레스의 경험은 맘다니 행정부에 두 가지 주요한 교훈과 세 가지 부차적 교훈을 제시한다. 첫 번째 주요 교훈은, 지방의 야당이 전국적 집권당의 정치적 도구상자를 재해석하여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맘다니는 이미 이 교훈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24년 선거 공약—생계비를 낮추겠다는 약속—과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수많은 정책 실패를 자주 언급한다. 그리고 나서 맘다니는 자신의 핵심 정책들—임대료 동결, 빠르고 무료인 버스 운행, 보편적 아동 돌봄 제도 확립—이 트럼프가 약속했지만 전혀 실현하지 못한 일들을 실제로 이행할 것임을 강조한다.
두 번째 핵심 교훈은 넓은 의미에서 이해되는 노동계급의 조직화와 동원의 중요성이다. 토레스가 지방 정치 결정 과정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대중 통제력을 실현하고, 부유층으로부터 빈곤층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노동계급의 조직화와 동원에 기반하고 있었다. 이 과정은 매우 포용적이고, 의도적으로 초당파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접근은 훌리오 차베스가 지방 및 지역의 정치 엘리트들의 저항을 극복하는 데 결정적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베네수엘라 전국 집권당의 지도자들이기도 했다. 이 엘리트들이 시장의 참여적·재분배적 정책을 가로막으려 할 때마다, 훌리오는 반복적으로 자신의 노동계급 기반을 동원해 대응했다.
당선 가능한 후보로 부상한 이후, 조란 맘다니는 트럼프 행정부뿐 아니라 지방, 주, 그리고 전국 차원의 민주당 지도부로부터 상당한 저항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실제로 취임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트럼프, 다른 공화당 인사들, 그리고 많은 민주당 인사들 역시 맘다니의 핵심 정책들과,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방안—즉, 기업과 부유층에 대한 소폭의 증세—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다.
이러한 저항을 극복하기 위해, 맘다니는 노동계급과 중간계급 기반을 조직하고 동원해야 하며, 국가 내부와 외부 양쪽에서 투쟁을 벌여야 한다. 에릭 블랑(Eric Blanc)과 같은 학자-활동가들이 이미 그 구체적인 방법을 제안한 바 있다. 토레스의 경험은, 시민들을 초당파적으로 조직하고 그들의 삶에 실질적 영향을 미치는 결정들에 대해 진정한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토레스의 사례는, 개혁 성향의 공직자들이 주도하는 노동계급의 직접행동이 완강한 엘리트의 반대를 효과적으로 제압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세 번째이자 부차적인 교훈은 ‘사회운동 경력’을 가진 공직자들의 중요성이다. 다시 말해, 사회운동 조직과 리더십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이 공직에 진입하는 것이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토레스의 성공에 핵심적이었다. 첫째, 이러한 공직자들은 대중 조직화의 중요성과 그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둘째, 그들은 대중 조직들과 오랜 유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셋째, 이들은 훌리오 차베스가 말했듯 “모든 결정을 인민이 내리는” 민주적 사회주의 비전에 이념적으로 헌신하고 있었다.
민주적 사회주의자연합(DSA)과 다수의 대중 조직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맘다니는, 자신의 행정부 내 주요 직책에 이러한 운동 지도자들을 임명할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그는 이미 전통적인 정치 지도자들을 고위직에 기용하라는 강한 압력을 받고 있다. 따라서 사회운동 경험을 가진 지도자들이, 특히 행정부의 상층부 전반에 자리하도록 보장하는 일은 여전히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또 하나의 교훈은 제도 설계, 특히 참여 제도의 설계와 관련되어 있다. 다른 연구자들이 보여주었듯이, 참여 제도들은 항상 시민들의 삶에 실제로 중요한 결정들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며, 때로는 그러한 결정들에 대해 시민들이 실질적인 통제권을 전혀 가지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토레스의 참여 제도는 단순히 작동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민주적 사회주의를 촉진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a) 이 제도는 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문제들에 초점을 맞췄고, (b) 시민들에게 그 결정들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권을 부여했으며, 심지어 공직자들이 종종 결정을 좌우하려고 할 때조차 제도적 장치가 이를 제어해 시민들이 최종 결정권을 갖도록 보장했다. (c) 시민들이 숙의적 토론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토레스의 공직자이자 사회운동 지도자인 랄로 파에즈의 말처럼 “인민이 곧 정부가 되는” 학습 과정을 만들어냈다.
조란 맘다니는 아직 참여적 의사결정 체계를 어떻게 발전시킬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계획이 공개될 때에는 제도 설계의 문제가 가장 중심적인 과제로 다루어져야 한다.
마지막 교훈은 바로 맘다니가 토레스의 사례에서 배워야 할 이유를 정확히 보여준다. 참여 제도는 제도적 효율성에 기여할 뿐 아니라, 동시에 정치적 효율성 또한 촉진할 수 있다. 나는 토레스에서의 연구를 통해 이를 분명히 확인했다. 시민들은 처음에는 주민참여예산제에 회의적이었지만, 해마다 실제 결과를 확인하면서 점차 신뢰하게 되었다. 토레스의 주민참여예산제는 대중적 동의를 형성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인 도구이기도 했다. 나는 주민참여예산 회의에서 “이런 일들을 그냥 시장에게 맡기면 안 되나요?”라고 도발적으로 질문하곤 했다. 그러면 주민들은 종종 이렇게 대답했다. “예전에는 공무원들이 하루 종일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 앉아서 결정을 내렸어요. 그 사람들은 우리 지역에 한 번도 발을 들인 적이 없어요. 그러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게 뭔지 누가 더 잘 알겠어요? 우리 마을에 한 번도 와본 적 없는 공무원이겠어요, 아니면 우리 마을 사람 중 한 명이겠어요?”
전국적으로,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가 부상하는 이 시점에서, 맘다니의 성공은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토레스와 다른 지방 사회주의 사례들의 교훈을 고려하는 것은, 맘다니와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이 전례 없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단순히 뉴욕시를 더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드는 것을 넘어, 맘다니가 선거운동 마지막 집회에서 말했듯 “우리 스스로를 해방시킬”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출처] Mamdani Can Learn From Latin American Municipal Socialism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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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 헷랜드(Gabriel Hetland)는 뉴욕주립대학교 올버니 캠퍼스(SUNY Albany) 라틴아메리카·카리브해·라틴계(라티넥스) 연구학과 부교수이며, ⟪현장의 민주주의: 라틴아메리카 좌파 전환기의 지방정치⟫(Democracy on the Ground: Local Politics in Latin America’s Left Turn, 2023)의 저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