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는 단순히 은하가 존재하는 장소가 아니다. 이 거대한 우주 무대에서는 환경이 은하를 시간에 따라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물질 밀도가 낮은 필드(field) 영역에 고립된 은하는 느린 속도로 진화한다. 반면, 필드보다 밀도가 높은 은하군 내에 위치한 은하는 가스를 잃고 별 형성을 줄이거나 중단하며, 결국 형태까지 바꾸게 된다. 이렇게 변한 은하는 점차 물질 밀도가 훨씬 높은 은하단을 구성하는 나이든 은하들과 유사한 모습을 띠게 된다. 출처: CTIO/NOIRLab/DOE/NSF/AURA
은하는 수십억, 때로는 수조 개에 이르는 별과 행성, 가스, 먼지, 암흑물질로 이루어진 거대한 계로, 이 모든 구성 요소는 중력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관측 가능한 우주에는 2조 개가 넘는 이러한 우주 구조물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은하는 다양한 형태를 띤다. 회전하는 팔을 중심으로 둥글게 말린 나선은하(우리 은하인 은하수 포함), 가스와 먼지가 거의 없는 오래된 타원은하, 그리고 충돌이나 상호작용의 결과로 형성된 불규칙은하 등이 있다.
약 2년 전,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교의 발롱구 천문대(Observatório do Valongo)와 산타크루스 주립대학교 연구팀은 왕립천문학회(Monthly Notices of the Royal Astronomical Society)에 은하의 진화 과정에서 은하군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를 발표했다. 마치 ‘환경’이 은하의 행동을 실제로 좌우하는 듯한 결과였다. 이 연구는 과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고, 그럴 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전에, 은하가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는지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은하는 어떻게 형성되고 진화하는가
현재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우주론 모형에 따르면, 우주 초기에 가장 먼저 형성된 구조는 주로 암흑물질과 가스로 이루어진 작은 구조체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구조들이 서로 합쳐져 점점 더 거대한 체계를 이뤘고, 이로 인해 수백에서 수천 개의 은하가 중력으로 연결된 은하단이 만들어졌다. 은하단은 우주에서 알려진 가장 거대한 구조다.
은하의 거동은 그 은하가 놓인 ‘환경’에 크게 좌우된다. 물질 밀도가 낮은 ‘필드(field)’라 불리는 영역에는 가스가 풍부하고 별 형성이 활발한 푸른 은하들이 주로 분포한다. 반면, 우주에서 가장 밀도가 높은 영역인 은하단 중심부에서는 새로운 별이 거의 형성되지 않는 나이든 붉은 은하들이 주를 이룬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주변에 물질이 풍부한 곳일수록 은하 간 상호작용이 활발하기 때문이다. 은하는 주변의 다른 은하들과 충돌하거나, 은하단 내부를 채우고 있는 뜨거운 가스로부터 영향을 받아 가스를 잃게 된다.
하지만 은하단은 한 번에 형성되지 않는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성장하며, 작은 은하군을 끌어들여 흡수하게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야기가 더욱 흥미로워진다.
선처리(Pre-processing): 예상보다 이른 노화
은하의 운명은 그 주변 환경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필드’에 고립된 은하는 느리게 진화한다. 반면, 은하군처럼 필드보다는 밀도가 높지만 은하단만큼 극단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가는 은하는 은하단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변화를 겪기 시작한다. 이 중간 환경에서 은하는 가스를 잃거나, 별 생성이 줄어들거나 완전히 멈추기도 하며, 형태까지 변하게 된다.
이 과정을 ‘선처리(pre-processing)’라고 부른다. 즉, 은하군이 은하를 조기에 ‘노화’시키며 진화를 앞당기는 셈이다. 결국 은하단에 도달할 즈음이면, 그 은하는 이미 본래의 모습을 잃고 변해 있다.
수년간 여러 연구가 이 선처리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어떤 연구는 작은 은하군이 언제, 어떻게 은하단으로 유입되는지를 살폈고, 또 어떤 연구는 활동적인 초대질량 블랙홀, 국지적 밀도, 은하 질량 등의 요인이 선처리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분석했다. 별 형성 활동이 은하단 중심에서의 거리와 관련이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일수록 별 형성이 더 활발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대부분의 연구는 은하군 출신 은하와 독립적으로 은하단에 유입된 은하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았고, 은하단 중심에서 충분히 먼 영역까지 살펴본 연구는 거의 없었다.
패러다임 전환: 우리의 연구
우리의 연구가 주목받은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서다. 우리는 은하가 은하단에 들어가기 전에 이미 은하군 환경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직접적이고 설득력 있는 증거로 제시했다. 이는 명백한 선처리의 효과를 보여준다.
우리는 다음의 두 주된 집단을 비교 분석했다.
은하단 내 또는 근처의 하위 구조에 속하는 ‘은하군 소속 은하’
은하군에 소속되지 않고 단독으로 은하단에 유입된 ‘개별 은하’
분석은 은하단 중심으로부터 약 5배 거리까지, 소위 ‘역전반경(radius of turnaround)’이라고 불리는 범위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 지점은 은하단의 중력이 외부 은하를 끌어들이기 시작하는 경계이다. 또한 우리는 이 은하들을 은하단과 멀리 떨어진 고립된 은하군 속 은하 및 필드 은하와도 비교했다.
변화하는 우주의 무대
연구 결과, 은하는 은하단의 밀도 높은 중심부에 도달하기도 전에 이미 변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은하군 환경은 이러한 거대 우주 구조물의 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많은 은하의 역사는 은하단에 도달하기 한참 전부터 시작되는 셈이다.
우주는 단순히 은하가 존재하는 공간이 아니다. 환경이 은하를 변화시키는 역동적인 무대다. 관측망원경과 수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 효과가 확인되었다. 은하단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은하들도, 고립된 은하들과는 이미 다르게 변해 있었다. 은하가 지나온 ‘환경적 이력’은 그 진화에 깊은 흔적을 남긴다.
요약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은하단에 유입되는 은하들 중 은하군에 소속된 은하들이 그렇지 않은 은하들보다 더 이른 시점에서 변화의 징후를 보인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 은하들은 주변에 더 많은 이웃 은하가 있는 환경에 놓여 있기 때문에, 진화 속도가 빠르다. 별 형성이 더 이른 시기에 멈추고, 시간이 지나면서 형태도 변하게 된다. 반면, 단독으로 은하단에 도달한 은하는 비교적 밀도가 낮은 영역을 지나기 때문에 더 오랫동안 본래의 특성을 유지한다.
또한, 우리의 자료는 별 형성의 중단이 형태 변화보다 더 이른 시점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는 은하가 어떻게, 언제 변화하는지를 더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우리는 은하의 선처리 과정을 분석함으로써, 은하의 진화가 은하단에 들어가면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그 훨씬 이전부터 이미 시작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발견은 은하군 환경이 우주 진화에서 지니는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며, 은하와 우주의 역사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
[출처] No palco dinâmico do universo, o ‘ambiente’ influencia no comportamento de cada galáxia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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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아프라니우 아우구스투 로피스(Paulo Afrânio Augusto Lopes)는 리우데자네이루 연방대학교(UFRJ) 발롱구 천문대 조교수다. 안드레 루이스 바티스타 히베이루(André Luís Batista Ribeiro)는 산타크루스 주립대학교(UESC) 정교수다. 두글라스 브람빌라 도스 산투스(Douglas Brambila dos Santos)는 상파울루대학교(USP) 파페스피(Fapesp) 장학생이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