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환⟫에서 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ć)는 신자유주의가 “국가 시장 자유주의(national market liberalism)”로 대체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체제가 국제주의를 버리고 국내에서는 자유주의 정책을, 대외적으로는 중상주의적 정책을 결합한 질서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부상과 새로운 엘리트 계급의 형성을 실증 연구로 분석하며, 이는 오늘날 자본주의의 변화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하는 강력한 분석이다.

브랑코 밀라노비치를 비롯한 많은 연구자들에게 중국은 현재 진행 중인 이데올로기적 패러다임 전환의 중심에 서 있다. 글로벌 신자유주의는 중국의 부상을 가능하게 했지만, 중국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미국과 그 동맹국이 만든 규칙에 기반한 세계 질서에 더는 자연스럽게 편입될 수 없게 됐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신자유주의의 종말 역시 불가피해졌다. 신자유주의를 무너뜨린 두 번째 요인은 서구에서 부상한 새로운 부유층 엘리트 계급이다. 이러한 두 변화는 서구 사회 전반에 큰 불만을 불러일으켰고, 그 결과 정치의 중심축이 우향으로 이동했다. 과거 신자유주의를 대표하던 무역 자유화나 국경 간 자유 이동 같은 아이디어들은 트럼프식 관세 전쟁과 광범위한 반이민 정책이 펼쳐지는 현재 크게 힘을 잃었다.
아시아의 부상과 그 영향
밀라노비치는 이 책의 다섯 개 장 중 첫 번째 장을 지난 100년의 핵심 사건인 아시아의 경제적 부상에 할애한다. 2016년 저서 ⟪왜 우리는 불평등해졌는가⟫(Global Inequality)에서 주장했듯, 아시아의 부상은 소득 재분배를 통해 세계 중산층(서구에서 말하는 중산층보다 가난하지만 세계 인구의 11%를 차지하며 1인당 소득 2,600~3,900 국제달러 수준)을 형성했다.
중국은 장기적 경제성장 덕분에 더 이상 세계 불평등 감소에 기여하지 않는다고 밀라노비치는 말한다. 그러나 이는 중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의 세계 GDP 비중도 증가하는 동시에 이들의 옛 식민 종주국(프랑스와 네덜란드)의 비중은 감소하고 있으며, 인도의 GDP는 영국의 네 배에 이른다. 이 나라들은 현재 그들의 “상대적 소득 정점”(21p)에 있다. 즉 1인당 GDP가 세계 평균 대비 비율로 표현했을 때 역사적 최고점에 도달한 상태다. 서구 국가들은 이 정점에 대략 20년 전(영국, 스웨덴, 호주), 30년 전(이탈리아, 일본, 독일), 그리고 심지어 60년 전(미국)에 도달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대중국 정책 변화의 맥락이다. 민감 기술 수출 통제 강화를 넘어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로 확대되는 흐름이다. 이러한 정책은 중국과 미국 모두의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중국의 성장률에 더 큰 타격을 준다면 중국의 ‘추격(catch-up)’ 속도를 사실상 늦추게 된다. 밀라노비치는 이것이 미국의 반세계화 정책의 논리라고 쓴다. 즉 중국의 성장을 둔화시키고, 자신의 경제적 우위를 연장하려는 것이다.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파키스탄과 같은 큰 아시아 국가들을 OECD 국가들과 비교하면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하지만 현재 이 두 그룹 간 중위소득 대 중위소득 격차는 미국과 중국 간 격차(4.6 대 1)보다 훨씬 크며 10 대 1 이상이다.
그러나 글로벌 소득 분포의 최상위 구간에서 중국 시민을 발견할 확률은 계속 상승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보다 연간 약 3% 높은 성장률을 유지한다면, 20년 후에는 그 확률이 같은 그룹에서 미국 시민을 발견할 확률과 비슷해질 수 있다.
새로운 지배계급 정의
40년에 걸친 과소규제 자본주의는 미국과 중국에서 새로운 지배계급을 만들어냈다. 이들은 노동소득과 자본소득 모두에서 부유한 사람들의 증가하는 집단이다. 그는 이 현상을 ‘호모플루티아(homoploutia)’라고 부르며, 이는 생산의 두 핵심 요소에서 동일한(homo) 부(ploutia)를 가진다는 의미다. 밀라노비치는 이 집단을 2019년 저서 ⟪홀로 선 자본주의⟫(Capitalism, Alone)에서 부분적으로 분석한 바 있으며, 이제 이 새로운 계급의 핵심 특징을 구체적으로 밝힌다. 이 계급 구성원들은 노동소득, 자본소득, 그리고 전체소득 기준으로 각 사회에서 상위 10%에 속한다.
미국과 다른 고소득 국가들에서 이 계급은 인구의 약 3%를 차지하며, 중국에서는 도시 인구 중 가장 부유한 5%를 구성한다. 미국에서 호모플루티아는 높은 부모 소득(이는 종종 상속으로 이어져 상향 이동 가능성을 높인다)과 상당한 저축을 가능하게 하는 양질의 교육, 운, 노력, 높은 임금의 결합을 통해 촉진됐다. 중국에서 가장 큰 이점은 중국공산당의 일원이라는 사실이다.
밀라노비치가 지적하는 핵심 변화는 이 새로운 엘리트가 자본가들과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과 동맹을 이루는 계급이라는 점이다. 그는 이 계급의 세 가지 특징을 기술한다. 자본가들과의 결합에서 드러나는 사회학적 차원, 증가하는 호모플루티아에 대한 데이터에서 드러나는 경제적 차원, 사유재산의 중요성을 진지하게 수용하는 데서 드러나는 이념적 차원이다. 마지막 특징은 고소득이 ‘자격주의’와 함께 등장하기 때문에 최상위 계급이 이전보다 더 엘리트주의적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미국에서는 교육적 지위, 중국에서는 당원 자격이 그것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노동과 자본에서 동시에 높은 소득을 얻으면서, 구식 자본가 계급은 소멸될 운명에 놓여 있다. 밀라노비치는 이러한 새로운 발전이 최소한 호모플루티아 엘리트에게는 자본과 노동 간의 영원한 갈등을 해결했다고 보고, 이 계급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국가 시장 자유주의의 부상
신자유주의는 2002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했을 때 정점을 찍었고, 2008년 금융위기는 그것에 죽음의 타격을 가했다. 이는 정치적 혼란, 부채와 이주 위기, 대중적 시위가 뒤섞인 과도기를 의미했으며, 2016년 두 가지 주요 사건—트럼프의 첫 대통령 임기와 브렉시트—이 새로운 국면을 열기 전까지 이어졌다. 그때부터 신자유주의가 금융 신흥 부유층을 만들고 불평등을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낮은 사회 이동성, 빈곤층과 중산층의 높은 사망률과 질병률, 낮은 경제 성장, 일자리 불안정이라는 악성 사회적 결과도 초래했다는 인식이 커져왔다.
서구에서는 이러한 불안정에 대한 반응이 대중주의(populism)의 부상이었고,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강화였으며, 러시아에서는 안보기관의 강화였다. 이 세 가지 모두 축적된 엘리트의 권력을 되돌리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이는 아이러니한 면이 있다. 트럼프, 시진핑, 푸틴 모두 신자유주의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들 모두 유산과 기업가 정신(트럼프), 당에서의 부친 영향력(시), 올리가르히에 대한 통제(푸틴) 등 부와 권력의 축적에 의해 권력을 잡았기 때문이다.
더욱 자본주의적인 질서
밀라노비치는 신자유주의의 두 가지 구성 요소를 설명하며 시대의 변화를 분석한다. 하나는 ‘정치적 서구’가 부과한 규칙에 구현된 ‘글로벌’ 요소이고, 다른 하나는 국가의 경제적·정치적 질서에 구현된 ‘국내’ 요소다. 첫 번째 구성 요소는 사라지고 있다. 그는 “새로운 다극 체제는 개별 국가들이 다른 국가들의 국내 권력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특징을 가진다”고 쓴다. 브릭스(BRICS)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확산되고 유엔 같은 오래된 플랫폼이 실패하고 있지만, 새로운 체제의 정확한 규칙은 아직 작성되지 않았다.
그러나 밀라노비치가 네 번째 장에서 쓰듯이 국가 시장 자유주의는 시장에 관한 고전적 및 신자유주의적 사고의 일부를 포함하지만, 시민적 평등을 포함하는 자유주의 프로젝트의 다른 일부를 거부한다. 이는 다문화주의, 세계주의, 노동의 자유 이동은 배제하면서도 규제 완화, 낮은 세금, 전체적으로 ‘사업가적’ 경제 접근을 유지한다는 의미다. 자본주의는 더욱 자본주의적으로 변하고 있다.
다시 대안은 없는가?
이 책의 몇 가지 전제가 부정확하거나 틀렸다고 간주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가 자유무역 원칙에 따라 작동했다는 전제(그렇지 않았다), 또는 신자유주의 시기에 경제가 정치로부터 격리됐다는 전제(사실 경제는 민주주의로부터 격리됐다) 등이 있다. 이러한 전제는 인간 본성과 자본주의에 대한 책의 특정 존재론적 전제, 그리고 역사의 결정론에 대한 저자의 신념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그는 국가 시장 자유주의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그리 낙관적이지 않은 예측을 내놓는다.
그럼에도 이 책은 연구할 가치가 있다. 밀라노비치의 분석은 역사와 사회학, 특히 레닌, 로자 룩셈부르크, 칼 폴라니 같은 고전적 저자들, 그리고 경제학자들에게 필수적인 조지프 슘페터의 통찰로 더욱 풍부해졌다. 어떤 전제에서 출발하든, 이 책은 경험적 데이터에 대한 성실한 작업을 기반으로 하며, 중국과 서구 엘리트에 대한 강력한 사회경제적 분석을 생산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그가 제안한 ‘순환 이주’(외국인이 임시적으로 이동하도록 허용하는 것)라는 개념으로, 세계화, 높은 소득 불평등, 구조적 이주 부재라는 ‘불가능한 삼위일체’를 해결하려는 것이며, 그리고 호모플루티아라는 개념이다. 두 개념 모두 사회과학자들이 자본주의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독창적이고 유용한 분석 도구다.
[출처] Branko Milanović – is neoliberalism being replaced by something more capitalist?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
이반 라다노비치(Ivan Radanović)는 세르비아 국립은행의 경제학자이자 베오그라드에 기반을 둔 경제 전문 기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