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흐메드(가명)와 그의 누나는 해가 진 뒤 이스탄불 카라쾨이에서 카바타슈로 가는 트램에 몰래 오른다. 그들의 손에는 산처럼 쌓인 빈 플라스틱 병 자루가 들려 있다. 관광객과 현지인 사이에서 아무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는다. 그들의 존재가 너무나 ‘일상적’이기 때문이다. 맨발에 누더기를 걸친 두 아이는 아무리 많아도 열 살이 채 되지 않아 보인다. 부모는 어디 있는가? 어린 소년은 어깨를 으쓱하고 어른들 사이로 몸을 숨긴다. 플랫폼에 도착하자마자 누나는 질문을 피하듯 달아난다.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다른 시리아 소년이 거대한 천 바구니 무게에 짓눌려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데, 그의 어머니는 이스탄불 혼란한 교통의 흐름 속에서 그를 꾸짖으며 앞서 걸어간다.
튀르기예 연구자 오즈귀르 휘세인 아크으쉬(Özgür Hüseyin Akış)는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에서 2년 동안 현장 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저서에서 터키의 아동노동 문제가 사회적 불평등으로 인해 확대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는 시리아 난민 아동이 150만 명 있는데, 그중 절반만 학교에 다닌다. 나머지 절반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아크으쉬는 되묻는다.
데이터는 명확하다. 아동노동은 성인 임금이 지나치게 낮고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비공식 경제가 지배하고 법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발생한다. 출처: 마르가 삼브라나/F. 도나이레 for ET
티후아나에서 레이노사까지의 여정(멕시코 북부 국경)은 그 자체가 하나의 노동시간과 같다. 멕시코 북부 국경을 따라 이동하는 보호자 없이 이동하는 아동과 청소년을 조사한 플랜 인터내셔널(Plan International)과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의 연구는 생존을 위해 택하는 다양한 비공식 노동을 기록한다. 물건 판매, 심부름, 잡일 등이 여기에 포함되며, 이러한 업무는 이동 과정뿐 아니라 후아레스를 비롯한 국경 도시에서도 반복된다. 멕시코 노동조합에 따르면 보호시설과 검찰청의 구조적 조정 실패(불규칙한 절차, 지연, 재피해 사례 등)와 학교 복귀 지원의 취약성은 조직범죄가 강한 지역에서 아동이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에 노출될 위험을 더 키운다.
이들 중 수천 명의 아이들이 북부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도 건강과 안전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하는 산업에서 착취에 노출된다. 특히 육류와 금속 산업에서 그러하다.
미국의 육류·가금류 가공 공장은 모든 노동자에게 가혹하고 위험한 환경에서 운영된다. 심각한 부상, 절단 사고, 유독 화학물질 노출이 빈번하며,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에 따르면 2015년에서 2018년 사이 절단·입원·시력 상실 사고가 770건 보고되었다. 이런 고위험 환경에는 미성년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미국 노동부는 한 위생관리 하청업체에서 100명 이상의 10대 노동자가 위험한 장비를 청소하고 있음을 적발했다. 기업의 과점 구조와 속도 압박은 하청과 비공식 노동을 양산하는 문화를 만들어내며, 바로 그 틈새로 이주 아동들이 밀려난다.
세상의 다른 한쪽에서는 케냐, 에티오피아, 탄자니아 등에서 모집된 13~14세 소녀들이 나이를 조작하고 높은 임금을 약속하는(실제로는 허위인) 네트워크를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의 가사노동자로 보내진다. 이러한 착취가 가능해지는 이유는 현지의 카팔라(kafala) 후견인 제도 때문이다. 이 제도 아래에서 노동자의 이주 신분과 노동권은 전적으로 고용주(카필, kafeel)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통제와 착취가 훨씬 쉬워진다.
국제노총(ITUC)과 국제 아동노동 반대 연대(Global March Against Child Labour)가 현대적 노예제 형태에 대해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공동 제출한 보고서는 성폭력, 임금 갈취, 감금 등의 사례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성인 노동자뿐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케냐는 2019년에서 2023년 사이 걸프 지역에서 사망한 자국 가사노동자가 최소 283명에 달한다고 기록했으며, 이는 사적 공간인 가정 내부에서 벌어지는 은폐된 착취 체계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이 체계에는 미성년자도 연루될 수 있다.
서아프리카에서 코코아 산업은 여전히 큰 “보이지 않는 장소”(blind spots)를 안고 있다. 수십 년간의 노력과 각종 공약에도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는 아동노동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미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콩고민주공화국에서는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코발트 광물 채굴이 아동노동에 체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독성 먼지, 붕괴 사고, 고된 작업시간 등 극도로 위험한 노동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OECD의 <실사 가이드라인>(2016)은 이러한 불투명한 공급망 문제를 다루기 위한 기준을 제시한다.
1억 3,760만 명 이상의 아동이 노동에 착취되고 있다
2024년 ILO–유니세프 글로벌 추정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1억 3,760만 명의 아동이 노동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 중 5,400만 명은 위험 작업에 노출되어 있다. 전체 아동노동 중 61%가 농업, 27%가 서비스업(가사노동 포함), 13%가 산업(건설·제조·광업) 분야에서 발생한다. 성별 격차도 뚜렷해, 남아는 산업 분야에 더 많이 집중되어 있고 여아는 서비스업과 가사노동에 더 많이 종사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현재까지 가장 최신 자료이며, 2020년 이후 감소 추세였지만 여전히 속도가 매우 더딘 상태다.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아동노동을 근절하려면 현재보다 몇 배는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해야 한다.
분쟁 지역에서도 아동노동 문제는 극적으로 악화된다. 수단과 팔레스타인과 같은 지역에서 ILO가 수집한 증거는 전쟁과 강제이주가 학교, 노동 감독, 사회보호 체계를 파괴함으로써 아동노동과 최악의 착취 형태를 급증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 노동조합운동은 평화와 시민사회 공간의 보호가 아동노동 문제 해결의 필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한다.
수단에서는 전쟁이 무장단체에 의한 아동 사용(짐 나르기, 감시, 전달 등), 인신매매, 위험 노동 등 최악의 형태의 아동노동을 부추기고 있으며, 이는 학교·노동감독·사회보호 체계의 붕괴와 맞물려 있다.
ITUC가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제출한 바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22년 사이 분쟁 당사자들에게 모집·사용된 아동이 전 세계적으로 10만 5천 명을 넘는다.
ITUC는 폭력을 억제하고 시민적 공간을 보호하며, 교육·노동·사회보호를 담당하는 공공기관 간의 조정을 바탕으로 전용 예산, 명확한 지표를 갖춘 연계·재통합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팔레스타인도 같은 분쟁 역학 속에 놓여 있다. 전쟁과 봉쇄는 교육과 여러 서비스 체계를 약화시키고 빈곤과 강제이주를 심화시키며, 아동노동과 그 ‘최악의 형태’-ILO 협약 182호가 규정하는 노예제·인신매매·강제노동·무장세력에 의한 아동 모집 및 이용, 상업적 성 착취(매춘·포르노), 불법 활동 참여(마약 운반 등), 건강·안전·도덕을 해치는 위험 노동-의 위험을 높인다. 정량적 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ITUC는 사회보호(현금지원, 학교 급식, 심리사회적 지원)를 강화하고, 탄력적 조치를 통해 아동이 다시 교육 체계로 복귀할 수 있게 하며, 노동조합·시민사회와 협력하는 지역사회 모니터링을 도입하고, 분쟁 지역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연루된 기업에 대해 의무적 실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한다.
ITUC와 시민사회가 제시하는 대응은, 법이 존재하더라도 집행이 부실하고 비공식 경제와 교육·사회보호의 격차가 특히 농촌과 이주 경로에서 광범위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누가 이 ‘법적 공백’에서 이익을 얻는가
아동노동의 70% 이상은 농업에서 발생하며, 이 부문은 비공식 고용·하청 구조·제한된 감독이 겹치는 영역이다. ILO가 2026년 마라케시(모로코 중부에 있 도시)에서 개최할 아동노동 철폐 글로벌 회의를 앞두고 국제 노동조합들은 의무적 실사, 효과적 제재, 기업 계획 수립 및 감시 과정에서의 노동조합 참여, 개발은행의 금융 지원을 아동노동 근절의 검증 가능한 성과와 연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코코아 산업에서는 일부 브랜드가 ‘아동노동 모니터링 및 개선 시스템(CLMS)’을 구축해 가나와 코트디부아르에서 수만 명의 아동을 대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수백만 명의 아동이 적정 임금 없이, 제대로 된 감독 없이, 산업 전체의 단체교섭 부재 속에서 일하고 있어 진전은 매우 제한적이다.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자료에서 미국의 육류·가금류 산업에서는 고위험 작업환경과 빠른 생산라인 속도가 노동자들의 부상으로 직결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노동조합들은 비용 절감에만 집중하는 산업 구조가 하청과 비공식 노동을 계속 확대시키고 있으며, 바로 이런 구조가 이주 아동이 착취되는 환경을 만들어낸다고 경고한다.
성인 빈곤과 낮은 임금, 비공식 경제, 사회보호 부재, 접근 불가능하거나 질 낮은 학교, 약한 노동 감독, 기업의 책임 회피가 아동 착취의 근원이다.
여기에 기후 위기, 경제 위기, 무력 분쟁 같은 가속 요인이 더해지면 더 많은 가정이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 ITUC의 자료에 따르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다섯 아이 중 한 명이 노동에 종사한다.
인도와 방글라데시에서는 부모의 낮은 임금 때문에 아이들이 농업과 섬유 공장에 들어가게 된다. 과테말라와 온두라스에서는 커피·사탕수수 수확의 계절성이 아동노동을 부추긴다.
효과적인 대응—노동조합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것
수사적 표현과 달리, 노동조합이 제시한 2025–2026년 로드맵은 실제적이며 측정할수 있다.
노동자 대표들은 성인에게 체결된 단체교섭과 정규 고용을 기반으로 한 적정 임금과 디센트 워크(decent work, 인간답고 존엄한 노동)를 요구한다. 특히 농업·서비스 분야가 중요하다.
이들은 보편적 사회보호 체계를 요구하며, 이는 공정한 조세로 재정 조달되어야 한다. 아동수당, 부모휴가, 의료서비스 등이 포함되며, 특히 농촌 지역과 비공식 노동자에게 초점을 둔다.
무상·의무·고품질 교육을 요구하며, 교육을 중단한 아동의 복귀를 위한 탄력적 경로와 공교육 체계가 민영화로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할 것을 촉구한다.
이들은 또한 강력한 법과 집행을 요구하는데, 농촌·가사노동까지 포함한 감독 범위 확대, 청소년 노동자 보호 강화, 의무교육 연령과 일치하는 최저 고용연령 설정(위험 업무의 경우 18세) 등을 포함한다.
마지막으로, 농업·비공식 경제를 포함한 전체 공급망에 대한 의무적 실사, 실효적 구제 조치, 노동자·지역사회 모니터링을 요구한다. 이들은 현재 제동이 걸린 유럽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 그리고 캐나다·독일·영국·미국의 유사 체계를 언급한다. 이 모든 조치는 노동조합과 지역사회가 평시와 분쟁 이후 상황 모두에서 착취를 감시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평화·민주주의·시민적 공간이 보장된 환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2022년 5월 채택된 ‘더반 행동 촉구(Durban Call to Action, 아동노동을 전 세계에서 근절하기 위한 공동 행동 계획)’를 포함한 Alliance 8.7(ILO가 주도하는 아동노동, 강제노동, 인신매매를 근절하기 위한 국제 협력 플랫폼)의 중간 보고서는 아동노동 철폐를 목표로 하지만, 진행 상황이 고르지 않으며 특히 자금, 데이터, 정치적 의지, 기업 책무성의 격차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보고서는 정부·기부자·기업을 위한 구체적 권고도 제시한다. 데이터를 공공재로 다루고, 농업 분야의 법적 공백을 해소하며, 지역사회 개선과 학교 복귀를 지원하고, 자발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넘어 독립적 감시를 갖춘 의무적 실사 체계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
시민사회와 ITUC가 제시한 권고는 명확하다.
정부는 개발·무역·교육 계획에 아동노동을 통합해야 하며, 전용 예산을 갖춘 공식적인 연계·재통합 경로를 마련하고, 노동·교육·농업·사회보호 부처 간 조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세분된 데이터를 공개해야 한다.
국제 지원 기구들은 단기 프로젝트에서 벗어나 지역 조직을 위한 장기적·유연한 재정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는 감독, 참여, 시민적 공간 보호를 위한 인센티브와 연계되어야 한다. 또한 데이터 구축, 재통합 프로그램, 지역사회 모니터링을 지원해야 한다.
기업은 모든 부문—농업과 비공식 경제 포함—에서 실사를 시행하고, 독립적 검증을 위해 공급망을 공개하고, 구제 조치를 마련하며, 가정 소득과 교육 접근성을 개선하고, 위험·성과 지표를 공개하고, 노동조합과의 교섭에 참여해야 한다.
ITUC 부총장 요르다니아 우레냐(Jordania Ureña)는 이렇게 말한다. “아동노동의 최악의 형태가 지속된다는 것은 정치와 기업의 책임이 얼마나 심각하게 실패했는지를 보여준다. 노동조합은 최전선에 있지만, 구조적 변화는 조정된 행동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와 기업은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이윤보다 아이를 우선하고, 근본 원인을 해결하며, 권리를 집행하고, 모두에게 존엄한 노동을 보장해야 한다. 기부자는 단기 처방을 넘어 지역사회를 강화하고 재통합·감시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장기적·유연한 재정 지원으로 나아가야 한다.
데이터는 명확하다. 아동노동은 성인 임금이 너무 낮고,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비공식 경제가 지배하고, 법이 도달하지 못하는 곳에서 발생한다.
아동노동을 근절하는 데 필요한 해결책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부족한 것은 결단이다. 적정 임금, 공교육과 사회보호, 효과적인 감독과 제재를 갖춘 실사 체계, 그리고 감시자가 탄압받지 않을 시민적 공간—이 모든 것이 필요하다. ‘더반 행동 촉구’는 2022년에 방향을 제시했고, 2026년 마라케시는 선언에서 실천으로 나아갈 것을 요구한다. 필요한 권고와 기준은 이미 갖춰져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증거를 따르는 의지와 아동 착취를 끝내기 위한 비용을 감수하려는 결단이다.
[번역] 이꽃맘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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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가 삼브라나(Marga Zambrana)는 이스탄불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비디오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