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27과 미국의 개인 간 불평등>
유럽연합 내 소득 수렴 문제를 최근 들어 많이 논의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는 듯하다. 첫째, 1인당 GDP 같은 거시 지표나 SILC 같은 가계조사 자료를 사용하든 EU 27개 회원국 내 국가 간 불평등과 개인 간 불평등이 모두 감소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둘째, 이러한 수렴이 EU 전체(또는 주요 회원국들)와 미국 사이에서는 수렴이 나타나지 않는 상황에서 진행된다. 이 두 번째 문제는 특히 최근 서방 양 축 간 관계 긴장이 고조되면서 더 제기됐다. 처음에는 트럼프가 지속적인 미국의 우위를 보여주기 위해 이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에는 트럼프의 반대자들이 유럽에서 수렴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를 유럽인들이 선택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기 때문이며,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노동시간당 생산이 미국과 같거나 더 높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이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나는 이 두 번째 문제는 다루지 않는다(이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다뤘다). 대신 첫 번째 문제를 실증적으로 살펴본다. 유럽연합의 소득 분포를 수년간 연구해 온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riedrich Ebert Foundation)의 마이클 다우더슈테트(Michael Dauderstädt)가 최근 “소셜 유럽(Social Europe)”에 수렴과 결속 정책에 관한 간결한 논문을 발표했는데, 이 글이 계기가 되어 내가 보유한 글로벌 미시(가구 1인당) 소득 자료를 활용해 EU 내부 소득 수렴을 분석했다.
분석 기간은 1993년부터 2023년까지이며, 5년 단위로 살펴봤다. 이 기간 내내 현재의 EU27 구성원을 동일하게 적용했다. 당시의 EU 회원 구성을 사용하지 않고, 현재의 27개 회원국이 모든 기간에 존재했다고 가정하고 분석했다. 따라서 일부 연도에 특정 국가의 가계조사 자료가 빠진 경우를 제외하면 표본은 원칙적으로 동일하다. 다행히 이러한 누락은 초기 기간(1993~2003)에만 발생했고, 빠진 국가(주로 키프로스(Cyprus)와 몰타(Malta))는 규모가 작아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각국의 소득 자료는 룩셈부르크 소득연구(Luxembourg Income Study, LIS)가 조화시킨 전국 대표 가계조사 자료를 사용했고, LIS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세계은행의 빈곤·소득 플랫폼(Poverty and Income Platform, PIP; 구 POVCAL) 자료를 사용했다. 소득 개념은 항상 세후 가처분 가구소득을 가구원 수로 나눈 1인당 소득을 기준으로 삼았다. 또한 국가 간 물가 수준 차이를 반영하기 위해 국제달러(구매력평가, PPP 기준)를 사용해 소득을 조정했다. 즉, 각국의 명목소득을 해당 국가의 물가 수준으로 보정해 국민의 실질 복지를 비교했다. (물론 국가 간 소득이 비슷해지면 물가 수준도 수렴하는 경향이 있으며 EU27에서도 실제로 그렇지만, 이는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아래 그림은 주요 결과를 보여준다. 막대의 높이는 EU27 전체를 하나의 국가로 간주했을 때의 전체 지니계수를 나타낸다. 지니계수는 1993년 0.415에서 현재 0.35로 하락했다. 이것이 핵심 결과다. 개인 간 불평등이 6.5포인트(41.5에서 35) 감소했으며, 이는 초기 불평등의 약 15%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이 감소를 무엇이 이끌었을까? 각국 내부 불평등이 줄어든 반면 국가 간 평균소득 격차는 유지됐을까, 아니면 그 반대일까? 정답은 후자다. 국가별 평균소득(각국 인구로 가중)이 서로 더 비슷해졌다. 이를 ‘개념 2 불평등(Concept 2 inequality)’이라 부른다. 이 개념은 한 국가의 모든 사람이 해당 국가의 평균소득을 동일하게 가진다고 가정하고(즉, 국가 내부 불평등은 0으로 가정), 그 경우 EU27의 불평등 수준을 계산한다. 막대의 파란색 부분이 이를 보여주는데, 지난 30년 동안 거의 절반으로 줄어 0.25에서 0.14로 하락했다. 이는 국가 간(인구 가중) 평균소득 수렴을 명확히 보여준다. 다시 말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같은 저소득 국가의 평균소득이 이제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같은 고소득 국가의 평균소득에 30년 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반면 국가 내부 불평등과 국가 간 소득 분포의 겹침(평균소득이 낮은 국가와 높은 국가 국민의 소득이 서로 겹치는 현상)을 반영하는 두 번째 지니 구성요소(빨간색 부분)는 증가했다.
<EU27과 미국: '개념 2 불평등'과 전체 개인 간 불평등>
참고로 파란색과 빨간색 막대를 합하면 EU27의 개인 간 불평등이 된다. 이는 초록색 선으로 표시한 미국의 불평등과 비교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EU27의 개인 간 불평등이 많이 감소한 이유는 국가 평균소득의 수렴 덕분이며, 국가 내부 불평등 감소 때문이 아니다. 예를 들어 EU27 국가들의 평균 지니계수는 2023년 0.31이었고, 2008년에는 0.30, 1993년에는 0.29였다. 국가 내부 불평등은 평균적으로 소폭 증가했다.
그렇다면 EU27의 개인 간 불평등은 미국과 비교해 어떤 수준일까? 이를 확인하려면 그림에서 막대의 높이와 동일 기간(1993~2023) 미국 지니계수를 나타내는 선을 비교하면 된다. 분석 시작 시점에는 EU27의 불평등이 미국보다 약간 높았다(EU27 0.415, 미국 0.395). 그러나 이후 30년 동안 EU27의 불평등은 감소했지만, 미국은 증가했다. 그 결과 현재 EU27의 불평등은 미국보다 6포인트 이상 낮다. 크게 보면 EU27을 하나의 국가로 간주할 경우 과거에는 미국보다 약간 더 불평등했지만, 현재는 훨씬 더 평등해졌다. 다만 이 결과는 주의해서 해석해야 한다. 미국 자료에서는 지역 간 생활비·물가 차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뉴욕과 아이오와에서 동일한 1,000달러 소득을 동일하게 취급한다. 만약 주별 물가 수준을 반영해 소득을 조정하면 미국의 불평등은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약 2~3 지니포인트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현재의 EU27과 미국 비교는 완전히 동일한 기준으로 비교한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자. EU27 모든 국가가 동일한 평균소득 수준을 달성하고, 각국 내부 소득 분포는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즉, 국가별 지니계수는 그대로이고 룩셈부르크(Luxembourg)와 불가리아 간 평균소득 격차가 사라진다면), 개인 간 불평등은 어떻게 될까? 그 결과 지니계수는 약 0.32가 된다. 이는 현재 개인 간 불평등(0.35)보다 겨우 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이는 유럽에서 평균소득 수렴이 앞으로 달성할 수 있는 불평등 감소의 한계를 보여준다. 앞으로 유럽연합의 불평등을 더 줄이려면, 향후 수십 년 동안 대부분의 감소는 국가 간 평균소득 수렴이 아니라 국가 내부 소득 격차 축소에서 나와야 한다. 이는 유럽 정책 결정자들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출처] The facts of the European (EU27) income convergenc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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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랑코 밀라노비치(Branko Milanovic)는 경제학자로 불평등과 경제정의 문제를 연구한다. 룩셈부르크 소득연구센터(LIS)의 선임 학자이며 뉴욕시립대학교(CUNY) 대학원의 객원석좌교수다. 세계은행(World Bank) 연구소 수석 경제학자로 활동한 바 있으며, 메릴랜드대학과 존스홉킨스대학 초빙교수를 역임했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