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이 오늘 당장 끝나더라도 연료, 비료, 농약 가격 상승으로 인해 앞으로 몇 달 동안 식량 충격이 발생한다. 이를 쉽게 해결할 방법은 없지만, 탄소중립 전환을 가속하면 향후 충격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캄팔라(Kampala)의 과일과 채소 노점상 모습이다. 출처: 세계은행(World Bank) 사진 컬렉션(CC BY-NC-ND 2.0)
중동 분쟁으로 촉발된 1970년대 에너지 위기 이후, 물가를 반영했을 때 세계 식량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란 사태로 연료, 비료, 농약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새로운 기록, 즉 역사상 최악의 식량 충격으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비용이 급등하면서 많은 농민이 향후 몇 주 동안 파종을 줄일 가능성이 크고, 이는 올해 말 식량 부족과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으며, 상황이 얼마나 악화할지는 전쟁 지속 기간과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후가 작황에 미치는 영향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
독일 본대학교의 마틴 카임(Matin Qaim)은 “이 사태가 빈곤층과 기아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큰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영국 리즈대학교의 팀 벤턴(Tim Benton)은 “우리는 일종의 완벽한 폭풍 속에 있으며, 이를 쉽게 해결할 방법은 없다. 모든 문제가 내일 해결되더라도 코로나19 이후 재건 과정에서 보았듯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970년대 정점을 찍은 이후 수십 년 동안 하락하던 세계 식량 가격은 2000년대 이후 실질 기준으로 다시 상승하고 있으며, 그 수준은 1970년대 기록에 근접한다. 기후변화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며, 극심한 폭염, 홍수, 폭풍이 생산량을 감소시키고 때로는 2010년과 같은 글로벌 식량 위기를 초래한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도 큰 가격 상승을 유발했다.
바이오연료 생산 증가도 식량 가격을 끌어올린다. 현재 전체 식량 칼로리의 5% 이상이 소비가 아니라 연료로 전환된다. 일부 정부는 식량 기반 바이오연료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인정하지만, 최근 보고서는 2030년에도 바이오연료의 92%가 여전히 식량 기반일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식량 생산과 유통에 필수적인 원자재 부족을 초래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연료다. 디젤은 농기계뿐 아니라 식량을 운송하는 선박과 트럭을 움직이기 때문에, 유가 상승은 결국 소비자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비료도 중요한 요소다. 카임은 “전 세계에서 광물 비료 사용을 완전히 중단하면 세계 인구의 절반이 굶주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질소 비료는 수소와 대기 중 질소를 반응시켜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만들며, 이 과정에서 천연가스가 수소와 에너지를 모두 공급한다. 이후 암모니아는 운송이 용이한 고체 형태인 요소(urea)로 전환된다.
막대한 천연가스 자원을 보유한 카타르는 주요 비료 생산국으로 부상했다. 영국 셰필드대학교의 앤서니 라이언(Anthony Ryan)에 따르면 카타르는 전 세계 요소의 15%를 생산하며, 국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요소의 50%를 공급한다. 그러나 현재 이란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의 좁은 해협인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요소 물량이 크게 줄어든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인도,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등은 자체적으로 비료를 생산하지만, 페르시아만 가스를 사용해 왔다. 그러나 이제 이들 국가의 비료 공장이 가동을 중단한다. 걸프 지역의 가스 생산 시설이 전쟁으로 피해를 보면서 이러한 혼란은 수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동시에 호주에서도 대형 비료 공장이 사고로 가동을 중단했다.
그 결과 질소 비료 가격은 이미 3분의 1 이상 상승했으며 더 크게 오를 수 있다. 카임은 “비료 가격이 두 배로 오르면 식량 가격은 20~30% 상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요소뿐만이 아니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은 여러 지역에서 필요한 황 비료와 인산을 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데 필요한 황산의 주요 생산국이기도 하다.
농약도 중요한 변수다. 지구 온난화로 해충이 확산하면서 농약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농약 가격은 화석연료 파생물인 나프타(naphtha) 가격과 연동되며, 나프타는 식품 포장에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다.
영국 아거스 미디어(Argus Media)의 분석가 지데 티자니(Jide Tijani)는 “3월 현재 세계 주요 나프타 수출 거점 세 곳이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말한다. 여기에는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은 러시아 우스트루가(Ust-Luga) 항구와 카타르, UAE의 시설이 포함된다.
이 모든 요인은 앞으로 수개월, 수년 동안 식량과 기타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의 제이슨 힐(Jason Hill)은 “영향받는 시장의 규모가 매우 광범위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농민들이 연료, 비료, 농약 비용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카임은 농민들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면 다른 작물을 재배하거나 아예 재배를 포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시에 투기와 이윤 추구가 가격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상황이 얼마나 악화할까.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의 제니퍼 클랩(Jennifer Clapp)은 1970년대 식량 가격 급등이 세계 식량 비축량 감소와 관련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현재는 비축량이 충분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고 이상기후가 작황에 영향을 미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클랩은 “상황이 통제 불능 상태로 치닫고 과거와 같거나 더 심각한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기후 재해가 발생하면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카임은 “결국 가격은 세계적으로 결정되며, 비료 가격과 식량 가격 모두 전 세계에서 상승한다. 소득 분포의 하위 계층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 이들은 식비 비중이 높으므로 식량 가격 상승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또한 국제 원조는 이미 많이 감소했으며 추가 감소가 예상된다. 벤턴은 “식량 가격이 상승해 원조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가용 재원은 줄어들고, 그 재원이 구매할 수 있는 양도 감소한다”고 말한다.
옥스퍼드대학교의 폴 베렌스(Paul Behrens)는 이러한 상황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국가들에서 사회적 불안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과거 식량 가격이 급등할 때마다 사회적 불안이 발생했다”고 설명한다.
식량 충격을 예방하는 방법
피해를 줄일 방법은 있다. 옥스퍼드대학교의 폴 베렌스는 “유럽에서는 매일 약 1,500만 개의 빵을 바이오연료 생산에 태우고 있다. 이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매우 비합리적인 방식이다”라고 말한다.
바이오연료 생산은 주로 보조금과 정부 의무 규정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부는 이를 줄여 시장에 더 많은 식량을 공급할 수 있다. 마틴 카임은 “분명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식량 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할 경우 식량 기반 바이오연료 생산을 자동으로 제한하는 국제 협정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각국은 개별적으로도 이러한 조처를 하지 않는다. 그는 “과거 위기에서도 그런 조치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각국은 연료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바이오연료 생산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카임은 이러한 조치가 다른 요인에 더해 식량 가격 상승을 크게 부추길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시작됐다. 미국은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연료 내 바이오에탄올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호주도 이를 검토한다.
문제는 식량 기반 바이오연료 생산을 늘려도 연료 가격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하지만, 식량 가격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옥수수의 3분의 1이 바이오에탄올로 전환되지만, 이 에탄올은 휘발유 공급의 몇 퍼센트만을 차지한다. 미네소타대학교의 제이슨 힐은 “식량 시장에는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사이먼 도너(Simon Donner)는 “휘발유에 에탄올을 더 혼합하는 정책은 1990년대의 유산으로, 대기오염이나 기후변화 대응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 유가 급등은 미국이 전기차 같은 더 청정하고 발전된 기술로 전환할 기회가 될 수 있었지만, 정부는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세계는 같은 상황을 반복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힐은 “이번 사태는 시스템에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설령 해상 운송이나 생산이 정상으로 돌아가더라도 모두가 ‘더 회복력 있는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히트펌프 등 탄소중립 전환에 필요한 기술로의 전환을 가속하면 경제가 유가 충격에 훨씬 덜 취약해진다. 또한 셰필드대학교의 앤서니 라이언은 화학 산업 전체를 화석연료에서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질소 비료의 경우 천연가스 대신 전기를 이용해 생산해야 한다. 라이언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암모니아 생산은 충분히 가능하다. 기술은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전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라고 말한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 문제가 단기간에 개선될 가능성은 낮다.
한편, 비료 사용을 줄일 방법도 많다. 실제로 많은 지역에서 비료를 과다 사용하며, 잉여분은 하천과 해양으로 유출되거나 강력한 온실가스인 아산화질소로 전환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정밀 농업 기술, 콩과 작물과의 윤작, 가축 분뇨 활용, 비료 효율이 높은 작물 품종 개발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카임은 “지속가능한 농업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지속가능성이 곧 유기농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유기농으로 전환하면 생산량 감소로 인해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더 많은 농지가 필요해 산림 파괴가 확대된다고 설명한다.
베렌스는 “식량 시스템 전반의 전환이 필요하며, 그 목적으로 식단 변화도 요구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곡물을 먹여 키운 육류 대신 스스로 비료를 생산하는 콩과 식물에서 단백질을 얻어야 한다. 그는 “이 변화는 매우 큰 차이를 만든다”고 강조한다.
[출처] Food Shock Is Inevitable Due to the Iran War – and It Could Get Bad | Portside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
마이클 르 페이지(Michael Le Page)는 『뉴 사이언티스트(New Scientist)』의 환경 전문 기자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