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오르반 시대의 종말

페테르 마자르(Peter Magyar, 왼쪽)가 빅토르 오르반(Viktor Orbán, 오른쪽)을 공식적으로 꺾고 헝가리 총리로 당선됐다출처브릭스 뉴스

헝가리는 12일 총선을 치른다(역주-페테르 마자르가 총리로 당선됐다)헝가리는 인구 1,000만 명 미만국내총생산(GDP) 2,200억 달러 규모의 비교적 작은 국가이며유권자는 약 820만 명이다이번 선거는 헝가리뿐 아니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U Commission)와 주요 유럽 국가들에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빅토르 오르반(Viktor Orban) 총리가 이끄는 집권 피데스(Fidesz) 정부는 수년간 EU의 골칫거리였다오르반은 러시아 제재에 반대해 왔으며최근에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가스 수입을 차단하고 있다는 이유로 EU가 합의한 960억 유로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금 집행을 막았다이에 대해 EU는 헝가리에 배정된 구조기금과 지원금 지급을 보류했다.

국내적으로 오르반의 정당은 16년간 집권했으며, 2022년 선거에서는 압승을 거뒀다그러나 집권 기간 동안 독립 언론과 사법부 등 민주주의 제도를 점진적으로 약화하고정부 지출과 외국인 투자 유치에서 연고주의적 정책을 채택하며 높은 수준의 부패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EU는 헝가리를 민주국가가 아니라 권위주의 국가로 규정한다.

이러한 정책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와 마가(MAGA) 운동의 강한 지지를 받았다선거 기간 동안 미국 부통령 밴스는 헝가리를 방문해 오르반을 공개 지지했다트럼프는 특유의 방식으로 투표장에 나가 빅토르 오르반에게 투표하라그는 진정한 친구이자 투사이며 승자다나는 전적으로 그를 지지하며 끝까지 함께한다라고 게시했다.

EU 지도자들은 오르반을 패배시키고 우크라이나 전쟁 자금과 EU 정책 전반에서 그가 만들어낸 교착 상태를 해소하기를 원한다이들은 페테르 마자르(Peter Magyar)가 이끄는 주요 야당 티서(Tisza)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마자르는 한때 피데스 충성파였으며가족과 지인이 여전히 정부에 속해 있다그는 2년 전 오르반과 결별하며 부패와 연고주의를 비판했다그는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피데스가 수개월 동안 자행한 선거 부정과 범죄 행위정보 작전허위정보가짜뉴스에도 불구하고 티서는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라고 주장했다.

부패 문제에 대한 마자르의 메시지는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2024년 3월 약 3만 5,000명이 참여한 시위를 계기로 그는 정치 운동을 시작했다현재 독립 여론조사는 티서가 앞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헝가리는 국제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다시 EU 최하위를 기록했다이는 법치주의 결함을 개선하지 못하고 조직적인 공공자금 횡령 형태의 구조적 부패를 억제하지 못한 결과를 반영한다.

 <부패인식지수>

EU 경제학자들과 마자르는 부패가 현재 지속되는 경제 침체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그러나 실제로는 구조적 경제 문제가 더 중요하다. 2019년 이후 헝가리의 실질 GDP 성장률은 큰 변동성을 보였으며팬데믹으로 인한 급격한 침체 이후 단기간 반등이 있었지만 지속되지 못했다. 2022년 중반 이후 경제는 정체 상태에 머물며 사실상 무성장 구간에 들어섰다.

<헝가리 GDP 연간 성장률(%)>, 출처: tradingeconomics.com, 헝가리 중앙통계청

자본 투자와 생산성은 정체됐고실업률은 2016년 이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헝가리 생산성(지수)>, 출처: tradingeconomics.com, 유로스타트(EUROSTAT)

1990년대 초 소련 통제에서 벗어난 이후 유럽과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헝가리에 대거 투자하며 자동차와 전자 산업 공장을 설립했다이에 따라 자본 수익성이 크게 상승했다그러나 이러한 투자는 21세기 초 세계화 둔화와 함께 감소했다특히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10년대 장기 침체를 거치며 수익성은 다시 하락했다.

<헝가리자본 내부수익률(%)>, 출처펜 월드 테이블 11.0(Penn World Tables 11.0)

헝가리 경제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2008년 금융위기나 2020년 코로나19 경기 침체와 같은 국제적 충격에 취약하다또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승은 헝가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며이는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과 이란 사태에서도 나타난다.

이 지역 국가들 가운데 헝가리는 인플레이션 충격에 가장 취약하며, 2020년 이후 전례 없는 상승이 이어졌다연간 인플레이션(HICP 기준), 2010~2025. 출처출처유로스타트(Eurostat)

이 때문에 헝가리는 동유럽 수렴’ 국가들 가운데 하위권에 머물며불가리아와 슬로바키아보다 약간 나은 수준에 그친다.

<구매력 기준 1인당 GDP(EU27=100 기준)>, 출처유로스타트(Eurostat)

임금은 낮아 EU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슬로바키아보다 낮고 불가리아와 그리스보다 약간 높은 정도다.

헝가리 평균 임금은 EU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4년 정규직 기준 평균 임금(유로). 출처파이낸셜 타임스(Financial Times)

교육과 보건 등 핵심 부문의 임금은 EU 최저 수준이며 기대수명도 다른 EU 국가들보다 낮다사회적 박탈 지표 대부분에서 헝가리는 체코폴란드슬로바키아 등 비셰그라드 국가들보다 뒤처진다소득 불평등을 나타내는 지니계수도 더 높다.

마자르가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헝가리 경제에 변화가 있을까아마 크지 않을 것이다. 2년 이상의 선거운동과 240쪽 분량의 공약집에도 불구하고그가 집권 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그는 주로 부패 척결과 비민주적 제도 개혁에 초점을 맞춘다무엇보다 EU와의 관계 개선을 원하며우크라이나 지원금을 막아온 헝가리의 거부권을 철회하려 한다.

이를 철회하면 동결된 약 200억 유로 규모의 EU 지원금이 해제된다이는 헝가리 GDP의 약 10%에 해당한다헝가리는 EU 회복·복원 기금(RRF)으로 총 104억 유로(보조금 65억 유로대출 39억 유로)를 배정받았지만법치주의와 부패사법 독립 문제로 대부분의 자금이 동결되거나 접근이 제한됐다.

그러나 많은 정책 영역에서 마자르는 큰 변화를 주지 않을 것이다그는 오르반보다 더 강경한 이민 정책을 주장하며 외국인 노동자 제도를 폐지하려 한다러시아 에너지 의존을 줄이려 하지만 러시아와의 실용적 관계는 유지하려 한다.

오르반은 연금 수급자와 저임금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정부 지원으로 지지를 확보해 왔다이에 맞서 마자르는 뉴딜(New Deal)’을 통해 보건철도에너지 부문에 15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약속한다동시에 그는 재정적자를 GDP 대비 3% 이하로 줄여 2030년까지 유로화 도입을 추진하려 한다또한 대부분 국민의 세금을 감면하겠다고 밝힌다이러한 정책에는 여러 모순이 존재한다무엇보다 외국인 투자에 종속된 헝가리 경제 구조는 어느 쪽도 바꾸지 않으며오히려 다국적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선거의 투표율은 약 70%이전 선거들과 비슷한 수준이었다이번 중요한 선거에서는 투표율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역주-투표 마감 30분 전 기준 투표율 77.8%를 기록했다.) 그러나 마자르가 승리하더라도 부패와 권위주의를 종식하기는 쉽지 않다그의 정부는 오르반이 수십 년에 걸쳐 헌법에 반영한 여러 조치를 되돌리는 데 필요한 3분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또한 8월 말까지 EU 규정에 맞는 개혁을 하지 못하면 헝가리는 해당 EU 지원금을 모두 잃는다그럼에도 EU 지도자들은 16년 만에 보다 협조적인 헝가리 정부를 기대한다.

[출처] Hungary: the end of the Orban era? – Michael Roberts Blog

[번역] 하주영 

덧붙이는 말

마이클 로버츠(Michael Roberts)는 런던 시에서 40년 넘게 마르크스 경제학자로 일하며, 세계 자본주의를 면밀히 관찰해 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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