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 사용자성 인정이 잇따르는 가운데, 노동계가 대규모 단체교섭 요구와 집단행동에 나서며 “진짜 사장”의 교섭 책임을 전면에 제기하고 있다.
출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1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원청 사용자성 인정 사례와 교섭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노조는 “그동안 간접고용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사용자와 교섭조차 할 수 없는 구조 속에서 권리를 제한받아 왔다”며 “최근 노동위원회 판단을 통해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원청이 교섭에 직접 나서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3월 10일 노조법 개정 시행 이후 44개 원청을 상대로 약 4만 명 규모의 교섭 요구가 진행 중이다. 대학·공항·공공기관·콜센터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섭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화성시·부산교통공사·한동대학교 등 일부 원청은 교섭을 수용한 상태다.
노동위원회도 잇따라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있다. 대학 시설관리 노동자에 대해 원청이 근로시간과 작업환경을 실질적으로 통제한다는 점, 콜센터의 경우 원청 금융기관이 감정노동 보호와 업무 운영에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점 등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현장에서는 원청의 실질적 지배와 책임 회피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안석 인천공항지역지부장은 “자회사 뒤에 숨어 모든 책임을 회피해 온 인천공항공사가 더 이상 노동자 요구를 외면할 수 없게 됐다”며 “노동자의 안전과 직결된 교대제 개편과 인력 충원은 원청만이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김현주 든든한콜센터지부장은 “우리는 원청 금융사의 고객을 상담하지만 20여 년 동안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아왔다”며 “해고를 막고 안정적으로 일하기 위해 원청과의 교섭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학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제기됐다. 김윤수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 기획팀장은 “청소·경비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근무환경은 대학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고 있다”며 “휴게시설 개선과 고용승계 등은 원청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부산지하철에서는 원청이 교섭을 수용한 사례가 나왔다.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는 3월 10일 부산교통공사에 교섭을 요구했고, 사측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며 교섭 응낙 의사를 밝혔다. 다만 일부 노조에 대한 사용자성 판단 절차가 진행되면서 본격 교섭은 지연되고 있다. 김성희 부산지하철노조 운영서비스지부 부지부장은 “원청을 상대로 단체교섭이 시작되는 첫 해”라며 “비정규직을 분열시켜 이윤을 극대화해 온 구조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반면 교섭을 거부하거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현장에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원청이 교섭 앞에서는 사장이 아니라고 발뺌하고 있다”며 교섭 회피 중단을 요구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콜센터 노동자 결의대회를 열고 원청교섭을 촉구했다. 민주노총은 22개 사업장에서 10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사용자성 인정은 시작일 뿐이며, 원청이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출처: 민주노총
이태환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은 “원청이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면서도 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이제 원청은 교섭에 나서고 정부도 관리·감독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 노동자들도 원청의 지휘·통제 구조를 지적했다. 서미연 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 현대해상콜센터 현대씨앤알지회 부지회장은 “상담 매뉴얼과 업무 기준이 모두 원청 지시에 따라 운영된다”며 “이 구조 자체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이현정 국세청콜센터지회장은 사용자성 인정 사례를 언급하며 “국세청이 상담 시스템과 근로조건을 통제해 온 실질적인 사장이라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다만 “감정노동 보호 등 일부에만 인정된 것은 한계”라며 “임금·고용안정 등 핵심 문제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노동계는 향후 투쟁 수위를 높일 계획이다. 민주노총은 “교섭을 거부하는 사업장에 대한 행정조치와 원청교섭 제도 정착이 필요하다”며 7월 총파업을 예고했다. 노동계는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주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원칙이 현장에서 확인되고 있다”며 “원청교섭을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한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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